할렐루야~
예루살렘에서 첫 밤을 지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예루살렘은 참 뜻깊은 성지인데, 뜨거운 가슴 설렘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일정은 예루살렘을 벗어나 쉐펠라로 갑니다. '쉐펠라(sheplelah)'는 히브리어로 '겸손' '낮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스라엘 안에는 특별히 쉐펠라로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한국의 개마고원, 중부지역, 남부지역 하듯이 말이지요!

예루살렘에서 이틀을 묵게 되는 호텔 정원에 있는 우물의 모형입니다. 왼편의 손잡이를 돌리면 두레박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부페 식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쉐펠라'는 우리 성경에서 번역이 애메모호한 대표적인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잘 기억해 두세요! '쉐펠라~'

버스가 출발하여 가는 도중 신호 대기때 창밖을 찍은 풍경입니다. 저 소녀들은 아랍계인 듯 합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서만 보았던 이국적인 풍경이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쉐펠라' 이야기 계속하겠습니다. 이스라엘은 지형이 참 독특합니다. 서쪽 지중해수면은 분명 표고 0 입니다. 거기서 완만하게 시작하는 '해안 평야' 지역을 지나면 야산들과 분지가 있는 곳이 나타납니다. 동서로 15키로미터, 남북으로 60키로미터 정도의 벨트를 형성합니다. 그 완만한 벨트지역 이름이 '쉐펠라'입니다.

가방을 멘 것으로 보아 등교길인 것 같습니다. 소녀들의 미소는 세계 공통인가봅니다. 쉐펠라 얘기 계속합니다. 쉐펠라를 지나면 가파르게 고도를 끌어올립니다. 예루살렘만 해도 750미터입니다. 이곳은 산악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악지역을 지나면 동쪽으로 이번에는 하향 곡선을 긋는데, 해수면보다 400미터 아래까지 내려갑니다. 거기에 사해가 있잖습니까?

이 그림, 펌인데요, 기브온 지역을 정점으로 한 이스라엘 지형 단면도입니다. 왼쪽부터 지중해, 해안평야, 평지 ,,,
그런데 이 '평지'가 문제적 단어! 바로 그 '쉐펠라'입니다. 한국인의 개념으로 아무리 봐도 저건 평지가 아니라 야산지역입니다. 그런데 쉐펠라를 우리 성경에서 '평지'로 번역하고 말았네요! 고도 600미터 이상의 산악지역에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고도 500미터 이하지역을 쉐펠라로 부른다는데, 그만 평야라고 번역~

사진 아래 중앙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세펠라' 보이지요? 저 지역이 가로 15키로 세로 60키로의 특수한 지역입니다. 이곳이 왜 강조되냐면요, 산지에 사는 이스라엘과 평야에 사는 블레셋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지만, 두 족속간에 전쟁이 붙었다하면 어김없이 쉐펠라 지역에서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성경에 그렇습니다.

이 자료사진은 엉성하기는 한데요! 이것은 쉐펠라 지역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색칠한 부분이 우리 식으로 하면 야산 줄기이고 흰 부분은 '분지'입니다. 넓은 곳은 평야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성경에서 흰 부분을 '골짜기'로 번역 했습니다. 야산 지역을 '평지'로, 분지는 골짜기로! 이 바람에 우리가 성경 읽을 때 엄청 헷갈립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산줄기 사이 분지 이름은, 아얄론, 소렉, 엘라, 구부린, 라기스입니다. 성경에서 모두 들어본 이름입니다.

마침 인터넷에 이해하기 좋은 자료가 있어서 올립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무찌른 '엘라'분지입니다. 엘라는 '참나무'라는 뜻입니다. 골짜기 양 옆으로는 표고 100~400미터 정도의 야산들이 있습니다. 윗편에 있는 기브아 예루살렘 베들레헴은 표고가 700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저렇게 산 위에 살았습니다.

어떤 분이 현지에서 이렇게 그림을 그려 해설을 하셨나봐요! 여기서 '골짜기'는 '분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들고 계신 분의 수고를 위해서라도 사진 출처를 밝힙니다.(http://blog.daum.net/sunghwa/15853338)
저희 성지순례 팀이 이곳 모두를 가봤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이 곳 중에서 오늘 두 곳을 가보게 됩니다. 먼저는 '벧세메스'입니다. 위 그림 소렉과 엘라 사이에 보이지요? 그 다음으로 '구브린' 분지 오른편 '마레사' 야산을 갑니다. 할렐루야!

이 사진을 촬영한 지점이 '텔 벧세메스'입니다. '텔'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둔덕인데요, 중동에서는 사람들이 성을 쌓고 살던 도시의 흔적들이 쌓인 지점을 텔(TEL)이라 합니다. 전화의 약자와 헷갈리지 않으려고 이스라엘에서는 전화는 TELL로 쓴답니다. 이 사진들을 보시기 전에 자료 사진을 한 장 보겠습니다.

우리가 선 자리가 텔 벧세메스입니다. 벧세메스는 엘리 제사장의 아들이 블레셋과의 전쟁에 하나님의 언약궤를 가지고 나갔다가 빼앗겼는데, 블레셋이 하나님의 법궤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되돌려 주는 사건의 현장입니다. 블레셋 방백들은 멍에를 맨 적이 없는 새끼 딸린 암소 두 마리에게 멍에를 걸고 수레에 법궤를 실어 소들이 어디로 가나 시험해 봅니다. 그때 두 마리 암소는 새끼들의 구슬픈 울움소리를 외면하고 벧세메스 쪽으로 곧장 걸어옵니다. 그 소들이 소렉 골짜기로 걸어옵니다.

이 사진을 다시 봅니다. 사진 오른편 윗쪽 공장 건물 부이 소라입니다. 소라는 삼손의 고향입니다. 삼손이 여기서 태어나고 활동을 합니다. 이곳은 사사기 13~16장에 나오는 삼손의 일생 현장입니다. 삼손의 아버지 마노아(단 지파)가 천사를 만난 곳도 여기입니다. 나실인으로 키우라는 천사의 소리를 듣고 그렇게 삼손을 낳아 그대로 키웠습니다. 삼손은 청년이 되어 첫번째 연애를 합니다. '딤나'의 여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딤나는 블레셋 출신 여성이어서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나중에 삼손은 '들릴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들릴라 역시 블레셋 출신으로 '소렉'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이 각도를 왼편으로 약간 돌려 잡은 소렉 골짜기(분지)입니다. 이곳은 밀밭입니다.

이곳에서 삼손은 청년시절 젊음을 마음껏 발산했습니다. 밀밭길을 누비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이곳으로 블레셋의 암소 두 마리가 법궤를 실은 수레를 끌고 올라옵니다. 이외에도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성경의 사건은 대단히 많습니다. 분열 시대에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의 전쟁도 이곳에서 벌어집니다.(왕하14, 대하25) 이 전쟁에서는 유다왕 '아마샤'가 이스라엘 왕 '요아스'에게 패배함으로써, 북조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에까지 와서 짓밟고 갑니다.

사진의 각도를 오른 쪽으로 틀어잡았습니다. 소라 오른편입니다. 저 등성이 너머가 예루살렘 방향입니다. 여기서 싸워 이긴 북 이스라엘이 아마샤 왕을 포로로 잡고 예루살렘으로 진격했으니 남 유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여호수아는 당초에 벧세메스 지역(소렉 분지)을 단 지파에게 분배했습니다. 그런데 단이 떠나고 유다지파가 차지합니다. 그런 연후에 이곳은 레위지파에게 주어집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곳은 분쟁지역이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얼굴을 중심으로 왼편은 딤나 오른 편은 소라입니다. 사진 왼 편으로는 '에그론'입니다.
이러한 지형인데, 우리 성경이 산은 '평지'로 산 사이 분지는 '골짜기'로 번역을 했습니다. 성지 순례 현장에 와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지역이 언급되는 성경의 본문을 읽을 때, 감동이 곱절은 더 할 것 같습니다. 할렐루야!
저 건너편에도 텔들이 있고, 거기에는 삼손의 '가묘'도 있다고 합니다.

텔 벧세메스에서 소렉골짜기, 소라, 딤나, 에그론 지역을 조망하고 내려오는 길입니다. 한국의 작은 언덕 정도의 둔덕입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같은 쉐펠라 지역에 속하는 다섯개의 '골짜기' 중에서 '구브린'분지 '마레사'를 향합니다. 그곳이 중요한 이유는 쉐펠라 지역의 중심지이며, 역사의 질곡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유다가 망하고 바벨론 포로로 붙잡혀 갈 때 쾌재를 부른 못된 족속이 하나 있었습니다. 에서의 후손인 에돔입니다. 그통에 구약에 '오바댜'라는 1장짜리 성경 한권이 생겼습니다. 에돔이 왜 좋아했을까요? 마레사를 중심으로 한 온 유다 지역을 자기들이 차지하고 살았습니다. 거참~ 에돔인들 하고는!!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벳 구브린 마레사 국립공원'으로 관리하는 지역 안입니다. 여기에 시대의 아픔을 들어내는 유적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면서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에돔인들이 자기들 차지가 되었다고 좋아했지만 몇조금 못가지요! 주전3세기 프톨레미 왕조가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그때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 헬라문화가 급속하게 유입됩니다. 프톨레미 왕조는 시돈을 거점으로 하여 구브린 마레사를 개발했습니다. 어떻게요?

땅굴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토질은 연한 석회석으로 파내기에 수월합니다. 그러나 공기가 들어가면 이내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프톨레미 왕조 치하의 사람들은 지표면에서 굴을 파들어가는데, 위에는 구멍을 작게 내고 파내려오면서 점점 넓히는 공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면 토굴 모양이 마치 종의 형태가 되겠지요? 무려 800여개의 동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동굴을 벨(bell)동굴이라 부르는데, 파다보니까, 대리석도 나오고 쓸만한 석재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자꾸 팠다고 합니다. 채석된 자재는 줄로 묶어 위의 구멍 밖으로 꺼냈습니다. 헐~

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벽이 그런데 옴폭옴폭 파였습니다. 벽감(nich)인데요, 뭘까요? 비둘기 집이랍니다. 여기에 비둘기 한 마리 들어가서 잠자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비둘기 집으로 활용했냐면, 어차피 파 놓은 벨동굴에 비둘기를 키워서 고기도 먹고, 젯상에도 올리고, 가끔 연락용으로 쓰면서 아래 퇴적되는 비둘기 똥은 비료로 썼다고 하니, 1석 5조네요! 깊이는 얕은 곳이 9미터, 깊은 곳은 25미터나 되는 곳도 있답니다.

벨동굴 안에 이런 것도 있네요? 이곳은 시돈 사람들의 가족 무덤으로 쓰인 곳입니다. 이스라엘이 아닌 엉뚱한 족속들이 '젖과 꿀' 처럼 이모저모로 활용했습니다. 마레사는 원래 유다지파에게 분배된 기업입니다.(수15:44)

동굴 안 벽화입니다. 주전 3~2세기의 벽화로서 고고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유다 왕 '아사' 재임시 이디오피아의 '세라'가 군사 백만과 병거 300을 거느리고 침공했는데(대하14:9~13) 이곳 마레사에서 접전했습니다. 그때 아사 왕은 하나님께 부르짖어 승리를 거둡니다.

벨 동굴에서 밖으로 나오는 통로입니다. 나와보니 산책하기 좋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나무들도 심겨져 있습니다. 그중에 눈에 익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이곳 마레사 출신 선지자 엘리에셀은 유다 왕 여호사밧 왕이 스페인에 보낼 배를 건조할 때, "왕께서 북 이스라엘의 '아하시야' 왕과 교제하므로, 하나님께서 그 배를 파선 시키실 것"이라고 예언했지요!

쥐엄나무입니다. 돌아온 탕자로 잘 알려진 부자 아버지의 둘째 아들, 유산을 미리 받아 떠돌다가 수중의 재산 다 탕진한 다음에 저 매달려 있는 쥐엄나무 열매조차 구하지 못하여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옵니다.

세월은 흐릅니다. 프톨레미 왕조의 안티파네스4세! 포로귀환으로 돌아와 스룹바벨이 지은 예루살렘 성전에 돼지피로 제사하여 하나님을 모독합니다. 유대인 '마카비 형제'가 두 주먹을 불끈 쥡니다. 뭉치자! 저들을 물리치자!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4세를 물리치고, 유대인들의 자치 왕국 '하스모니아'왕조를 설립합니다.

이곳도 유적의 발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카비 형제의 하스모니아 왕조는 쉐펠라까지 점령합니다. 하스모니아 왕조의 요한 힐카누스 1세는 여기 살고 있던 모든 이들을 '유대인화'합니다. 그 바람에 에돔에 속해 있던 헤롯이 은근슬쩍 유대인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틈새에서 '헤롯'이라는 가문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 탄생 시기의 세속 권력자로 등장하지요?

비둘기 동굴을 가까이서 찍었습니다. 이 동굴 이름을 콜롬바리움(the Columbarium)이라고 부릅니다.
이곳 쉐펠라 지역을 잠시 지배했던 하스모니아 왕조는 주전 40년에 파르티안 왕조에게 이곳을 뺏깁니다.
그것도 잠시 주후 60년에는 쉐펠라를 드디어 로마가 먹습니다. 이후 비잔틴 시대, 십자군 시대를 거쳐 13세기부터는 아랍인들이 이곳을 점령했습니다. 주전 40년에 뺏긴 쉐펠라 주후 1948년에 이스라엘이 되찾았습니다.

벨 동굴 안 모습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곳에 '벳 구브린 키부츠'를 설립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공동체 '키부츠' 그들의 근면과 노력은 인정할 만 합니다.
쉐펠라를 '저지대' 혹은 '중산간지대'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쉐펠라의 다섯 개 야산 사이는 골짜기가 아니라 '분지' 혹은 '들녁'으로 번역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부족한 글과 자료를 감상해 주신 분들께 주님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샬롬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