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주몽
· 제작진 - 기획 정운현, 극본 최완규, 정형수, 연출 이주환, 김근홍
· 배우 - 송일국(고주몽), 소서노(한혜진), 전광렬(금와왕), 허준호(해모수), 대소왕(김승수), 유화부인(오연수) 등
· 방영일 - MBC에서 5/15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에 방영(60부작)
· 홈페이지 - http://www.imbc.com/broad/tv/drama/jumong/cast/index.html
· 批評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원래는 첫주 방송(1, 2회분)을 전부 다 보고 비평을 남기려고 했는데 2회는 못 보는 바람에 그냥 1회를 본 소감을 간략하게 적어볼까 한다.
한마디로 드라마를 본 소감은 '굿Good!'이었다.
그럼 아마 이런 반박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황제 폐하라는 호칭을 부여사람이 썼을리 없다!'
'해모수와 금와가 친구 사이로 시작부터 중국인이 개최한 비무대회에서 싸울 리 없다!'
'유화부인과 주몽과의 관계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정략적인 사이였다!'
등등을 말이다. 한마디로 지금 보는 드라마가 영 잘못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지금 이 홈페이지에 가면 여기저기 게시판에 별별 사람들이 글을 다 써놨다. 대개 그 부류들을 나누자면 재밌게 잘 보고 있다는 쪽, 굳이 역사적 지식을 들먹이면서 제작에 있어 고증이 엉터리라고 호통을 치는 쪽, 그도저도 아닌 쪽 이렇게 나눌 수 있겠고 다시 고증을 들먹이는 사람들을 보면 진심으로 관련 사료를 근거로 자기 생각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어디서 들은 얘기들을, 재탕삼탕 반복해서 써내는 경우도 많다. 개중에는『환단고기』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 그 수준이야 더 말해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장은 첫방송을 보고 재밌다고 느꼈다.
아무리 고증이 철저하게 된 사극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고증하는 범위나 규모, 깊이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사소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극의 틀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고증을 해야함은 필수적인 조건이겠지만 극적 재미를 저하시키면서까지 고증의 우선함을 강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한다. 극적 재미를 줄이면 그것이 역사 다큐멘터리지 어떻게 사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몇몇 중요한 부분에서 부족한 고증이 가져온 치명적인 결함에 대해서 몇자 적고자 한다.
첫째, 극의 시작을 고조선의 멸망과 고조선의 부활, 열국시대의 도래와 맞물리는 부여-고구려로의 계승 구도를 설정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고조선의 멸망을 청동기문화의 한계로 설정한 것은 정말 크나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청동기로 무장한 군대가 철기로 무장한 군대(그도 숫자가 몇배는 많은)를 상대로 1년 이상 전쟁을 벌일 수 있는지가 우선 의심되는데 이는 가장 기본적인 사료조차도 참고하지 않았음을 알게 해 준다. 후에 고구려의 성장을 강력한 철기문화와 연결시키기 위해서 미리 이런 설정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지만 결국 소탐대실의 결과만을 낳았을 뿐이다.
실제 고고학적으로 봐도 한나라의 철기문화는 동시대 동북방 고조선 혹은 위만조선에 비해 훨씬 모자랐던 것이 사실이며 위만조선을 쳐들어온 한군의 무장 수준은 위만조선보다 뒤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전국시대부터 철기로 무장한 군대가 운용된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 수준이나 규모면에서 중국이 비로소 철기로 무장한 대군을 운용할때는 한무제가 염철을 국유화시킨 이후부터라고 봐야할 것이다. 남방의 시황제묘로 불리는 마왕퇴유적만 보더라도 그 안에서 철기유물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아 1세기 무렵까지 중원에서 철기문화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 준다.
둘째, 어설픈 중국의 철기문화 강조가 갖고온 비합리적인 고증이 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철기문화가 동방보다 앞섰다는 설정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왜 갑자기 철기병이 등장하는지 알 수가 없다. 날아오는 화살이 튕겨나는 것은 물론이요, 근접전에서 직각으로 찔러들어오는 칼이 부러질 정도의 탄탄한 철갑으로 무장한 철기병이 공포의 대상으로 부상되면서 동방에서는 이 철기병을 앞세운 한군에 굴복하고 마는 그런 설정이 주인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기원전 2세기에 철기병이라. 그것도 기마민족이 아닌 한나라가 말이다. 철기병의 기원이나 분포양상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철기병의 복장은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멋을 내려고는 했지만 그렇게 이상한 투구와 갑옷을 입고 싸울 줄이야. 더 어이없는 장면은 해변가에서 한군의 수송물자를 탈취하려는 해모수 군대와 장안에서 파견된 철기군과의 전투씬이었는데 실컷 달려와 1차 충격전법을 쓴 철기병이 전부 말에서 내려 싸우는 것이었다. 철기병을 육성하는 기본 의도를 고려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더 거든다면 그런 단단한(역설적으로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자유롭게 장창을 투창처럼 던져내는 모습이 재밌다고 해야할까.
뭐 최고 지도자에 대한 호칭이나 등장인물들에 대한 실제 묘사, 관계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말이 없다. 이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부분이고 실제로 극적 재미와 스토리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서 이런 부분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극 전체를 결정시켜주는 큰 틀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고주몽이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때 '서동요'라는 사극(?)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에 비한다면 고주몽의 고증 수준은 천지차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일단, 세트나 복장에 있어서 상당히 고심한 흔적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극이 이런 시각적인 효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만큼 보다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하물며 이미 제작 전부터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사극을 만든다고 대내외적으로 크게 선전했던 작품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실수를 한다면 이를 뭐라고 변명할텐가.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제쳐두고서라도 고주몽은 일반인들에게 전혀 새로운 소재를 전혀 새롭게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인장은 첫방송을 보고 재밌다고 느꼈고 또 잘 만들었다고 느꼈던 것이다. 앞으로 어떤 내용들이 등장할지는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확실히 기대되는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