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미술관건축의 유형
미술관(박물관)은 역사, 예술, 민속, 자연과학 등에 관계하는 모든 자료들을 수집, 보관, 전시함으로써 교육적 배려하에 일반의 이용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미술관은 인류의 문화적 산물과 유산을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조사하는 '연구기능'과 일반인에게 감상의 기회를 부여하는 '전시기능', 그리고 이를 통해 문화적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미술관 건축의 공간은 그 속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이 돋보이도록 겸손하고 간결하게 구성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작품을 담고 있는 미술관 건축의 전체유형은 하나의 종합예술을 창조해 나가는 전당으로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관건축은 어느 건축의 유형보다도 복잡한 기술성과 예민한 환경성, 그리고 깊은 감성적 프로그램에 의해 구축되는데, 이것은 미술관의 사회적 의미와 활동구조의 진보에 따라 미술관건축이 진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미술관건축은 하나의 고정된 전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사적 흐름과 동조되며, 미술관의 전시체계, 공간형식, 전시환경, 그리고 기술적 수단에 따라 진화한다는 것이다. 가령 낭만주의 미술관이 수장과 전시라는 매우 제한된 활동을 근거로 하던 시기에는 궁전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는 건축형식으로 구축되었고, 모더니즘 시기에 이르러 미술관건축은 기존에 있었던 기능적 합목적성에 당시의 예술적 표현성을 같은 수준으로 가치를 두면서 건축가의 작가의 개인적 의지가 개입되었다. 이러한 작가의 독특한 건축어휘가 표현되기 시작한 근대 미술관건축의 유형은 현대에 이르러 더욱 발전되어 미술관 건물자체가 건축가의 서명이 들어간 또 다른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됨으로써, 오히려 그릇 속에 담을 내용보다는 그릇의 모양새에만 치중한다는 최근 우려의 목소리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현대미술관(Contemporary Art Museum)이 갖는 건축적 유형의 특성을 든다면 현재 진행되는 실험적이거나 당대의 평가를 요구하는 작품들을 여과성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어느 정도 평가가 정립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근대미술관(Modern Art Museum)과 차이가 있는데, 근대미술관은 이미 평가된 미술품의 성격에 맞는 일정한 틀의 갤러리가 구성돠는데 비해, 현대미술관은 미술품의 성격에 대한 평가가 예측불가능한만큼 적당한 규모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이 공간은 유연성(Flexibility)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데, 전통적 개념의 평면작품이나 조각작품이 전시되는 공간과는 확연히 틀린, 다양한 공간의식의 작품을 무한히 수용하는 자유로운 공간을 뜻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미술작가는 전시현장의 공간 속에서 이를 자신의 작업범위로 포함하여 작품세계를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것을 '연출'이라는 개념으로 파악한다면 미술관건축의 공간구성은 일종의 무대와 같은 성격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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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미술관의 접근성
미술관의 위치는 일반인이 가까이 하기 쉬운 장소로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학생이나 여행자 외에도 일반 가정에서 관람하러 온다는 관념에서 거주지역과 도심지의 중간지역을 최적으로 선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많은 미술관들이 도심에서도 광장이나 공원 내에 세워지고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일반인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거의 도심지에 건립하고 있다. 도심에 세워지는 미술관은 문화, 교육, 과학, 그리고 경제적 활동에 관련된 쾌적한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데, 가령 공개토의, 강의, 성인교육, 도서관의 활용, 음악회,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유희시설 등과 같이 대중을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교외지역의 미술관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의도를 지니며 세워지는데, 선택된 부지가 도시로부터 너무 멀리 있을 경우에는 다른 문화시설과 격리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교통수단의 발달로 주말이나 공휴일에 교외지역의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것은 일상생활의 긴장을 풀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억압된 도시민에게 휴식과 재생의 장소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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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미술관의 공간구성
1. 기능별 시설내용
* 연구부문에 필요한 제실
-학예연구실, 공작실, 사진스튜디오실, 암실, 약품실, 연구용 기자재 보관실, 연구도서실, 응접실, 회의실 등
*수장부문에 필요한 제실
-각종 수장고, 미정리 보관고, 소독실, 자료 정리실, 수리실(연구부문의 공작실과 겸용 가능), 포장 해체실, 상자 보관고, 전시비품 수납고, 화물용 엘리베이터, 준비실 등
*전시부문에 필요한 제실
-상설전시실, 특별전 및 기획전의 전시실, 전시공작 준비실 등
- 단 전시실은 전시내용에 따라 가변적이거나 대, 중, 소로 구획될 수 있을 것을 고려하고, 특수박물관은 요구에 따라 소요실이 첨가된다. 각 실의 시설, 설비, 면적, 이용대상, 전시 면적 등은 각 실의 성격, 기능에 따라 적절히 고려한다.
* 교육, 보급부문에 필요한 제실
- 안내 및 접수, 홀, 가이드, 대강당, 시청각실/영사실, 학습실, 연수실, 정보자료실(도서열람실), 서고 및 도서 수납실, 이용자 상담실, 뮤지엄 샵(서점, 매점), 락카 등 이용자를 위한 각실.
2. 연면적에 대한 각 부문별 면적구성 배분 비율
대체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전시부문:수장부문의 비율이 45%:10%가 표준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전시 등 이용자 공간:수장 등 학예, 교육공간:관리부문의 비율이 4:3:3 또는 3:4:3의 비율로 전시부문이 줄고, 수장고나 박물관의 활동을 위한 부문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것은 전시부문이 전체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40%로 축소 조정되고 보다 사회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개념이 우선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시부문과 관리, 기타 부문이 각각 40%로 구성되고, 수장부문이 10%로 발견되는 점을 미루어 전시부문의 비중이 아직도 높게 치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교육, 연구조사 부문이 적고 오히려 관리부문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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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동 선 계 획
미술관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선은 내부 관리자와 외부 방문객의 동선, 그리고 작품의 반출입 동선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작품의 반출입 동선은 별도의 출입구를 가진 수장고와 수장에 앞서 이루어지는 포장, 해체실 등의 임시창고를 통해, 사무실의 직원이나 전시실의 관람객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시실로 바로 연결되는 동선을 필요로 한다. 미술관 직원을 비롯한 내부 관리자의 동선 역시 별도의 출입구를 가진 사무공간으로 주로 그 행위가 이루어지지만, 전시준비나 환경관리 등으로 생기는 전시공간 내의 관리에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무실과 전시실을 잇는 동선을 외부인의 주관람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부인의 동선에 있어서, 이는 순수하게 작품만을 관람하러 온 일반인의 관람동선과 미술관의 세미나, 미술강좌 등 각종 미술행사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수강자들의 교육동선으로 나뉘어 진다. 여기에서의 교육동선 역시 일반 관람객과 구별되는 출입구를 가지는 것이 좋으며, 출입구에서 일반 관람객과 겹치지 않고 바로 교육실로 연결되는 동선을 가져야 한다. 만일 교육생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를 가지지 않는다면, 주출입구의 로비에서 전시실로 통하는 관람객의 동선과는 다른 방향으로 지하나 상층으로 교육실에 도달하는 수직적 방법 혹은 전시실과 전후좌우로 상반된 교육실 배치 등의 수평적 방법으로 완전히 분리된 교육동선을 이루게 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실의 작품관람을 위한 매표 확인시설은 미술관 주출입구 현관에 설치되는 것이 아닌 로비를 지나 전시실로 통하는 길목에서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다. 이것은 작품관람이 목적이 아닌 교육생 및 뮤지엄 ?에서의 자료구입만을 원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무실 방문에 목적이 있는 사람에게 쓸데 없는 경제적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전시관람시설은 상설전시시설과 기획전시실로 구분된다. 기획전시실은 특정인이나 특정 주제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전시실인 만큼, 그 전시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주제와 성격을 관람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함을 목적으로 한다. 기획전시실을 찾는 관람객들도 상설전시실에 비해 보통의 일반인보다 미술전공의 학생을 포함한 전문가의 비율이 더 많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설전시실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짧은 동선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작품의 올바른 감상과 이해를 위해서 충분한 자료의 디스플레이, 즉 조명, 보조물, 작품의 배치 등의 전시환경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획전시 관람의 시작과 끝, 그리고 과정 등의 전시이야기(show)를 설정하는 동선의 배치는 큐레이터와 전시디자인 담당, 그리고 개인전의 경우 해당자와의 면밀한 협력이 있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상설전시실을 찾는 사람들은 소수의 전문가를 포함한 대다수의 일반인으로 구성된다. 특히 상설전시실의 작품은 미술관의 많은 소장작품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 미술관일 경우 일반인들은 다 보기도 전에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휴식시설의 설치는 물론, 동선 역시 가능한 짧고 합리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원칙이다. 더구나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그 중요성을 인식한 학교 등의 교육기관에서 단체로 미술관을 관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여기에서 단체관람자의 작품전달 효과를 중요시한 또 다른 동선 배치법이 있다. 즉 각 전시실마다 한 구역을 설정하고 그곳에 상설전시실의 전시작품 중 미술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우수작품을 선별배치하고, 작품은 물론 작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각종 사진이나 자료 등을 첨부하여 전시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잊어버려서는 안될 중요한 작품이나 작가 등의 자료를 일반인 개인뿐만 아니라, 그곳을 설명하는 교육담당자나 교사 등에게도 주요 내용을 각 대상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시킬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선별작품의 코너의 위치는 각 전시실의 입구에 배치시킴으로써, 관람이 끝나면 그 다음 전시실의 선별작품 코너에 바로 가거나, 혹은 좀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면 그 전시실의 나머지 부분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하여 소수 전문인의 작품관람동선과 같이 처리하는 등 상설전시실의 전체 관람동선을 자연스럽게 이루도록 한다.
이와같이 미술관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동선은 마치 신체의 혈관조직과 같아서, 한 곳이 막히면 몸 전체에 이상이 생긴다는 원리에 따라 어느 한 곳도 병목현상을 이루게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공간을 연결시키는 각 동선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해주며, 그사이에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 내의 동선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여기까지'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해주는 것이 미술관건축 동선계획의 기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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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공간의 성격과 시설설비
전체 내부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간배치는 학예공간, 보관공간, 관리공간, 전시공간, 교육,보급공간으로 대별하고 이에 종속되어야 할 시설과 설비를 살펴 보면 <표1>과 같다.
<표1> 실의 성격과 설비
첫댓글 남호현 - 순천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님 이 쓴글을 언제가 퍼둔것입니다...다들 참고하도록...
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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