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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알프스 6대 북벽 트레킹 보고서>
*대원:정미애(돌아이 18기 99학번)
1999년 순천대학교 화학과 입학
동아리 산악회 입회
2000년 하계·동계 장기 산행 (백두대간:화방재- 대관령, 설악산,북한산)
2000년 제 22회 광주·전남 등산학교 정규반,암벽반,동계반 수료
2000년 제 33회 대통령기 등산대회 여자부 3위
2001년 설악 토왕 하단 등반(동계빙폭)
현 산악회 활동중
트레킹대상지: 알프스 최고봉& 알프스 6대 북벽
몽블랑( Mont-Blanc, 4408m)
그랑드 조라스(Grande Jorasse,4208m)
마터호른 (Materhorrn, 4478m)
아이거(Eiger,3970m)
드류 (Pitit Dru, 3733m)
피즈 바딜네 (Piz Badille)
치마 그란테(Cima Grant)-돌로미테
융프라우 (Jungfrau, 4158m)
묀히 (Monch, 4099m)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Mont-Blanc,4408m)>
1박: 몽모디 아래 약 4100m, 2박:코스믹 산장아래
7월 19일 맑음
1주일내내 우릴 텐트안에 묶어 두었던 비가 그쳤다. 가이드 회관에서 날씨가 좋을거라한다.(가이드회관의 날씨 정보는 정확하다. 오전, 오후구분해서 1주일 날씨를 게시판에 기재한다. 관광객들과 알프스산군을 등반하려는 클라이머들에겐 중요한 정보가 된다.)
드디어 알프스의 최고봉. 그 위엄있게 서 있는 몽블랑을 등반하게 되었다. 하얗게 빛나는 몽블랑 아래 야영장에서 우린 기다린 것이다. 오늘을....
형들과 등반준비(개인장비와 공동장비를 꾸리고서-동계장비)를 하고서 다시 한번 몽블랑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가죽 빙벽화를 신은 발이 무겁다. 그러나 맘만은 가볍기만 하다. 금방이라도 올라갈것만 같다.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앞은 우리말고도 등반하려는 클라이머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모두들 설레이나 보다. 이곳 알프스에서 와서 첫 등반이니까.....
고도차 2000m를 30분도 채 안돼 올라왔다.(샤모니 1037m, 에귀디 미디 3842m이다.) 붕한 느낌이 꼭 바이킹을 타는 기분이랄까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텨져 나온다. 어린애가 된듯한 기분이다. 약간의 설레임과 동시에.... 하지만 주위해야 한다. 3000미터가 넘기 때문에 고소를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또 만년설로 뒤덮여 있으므로 두꺼운 옷은 필수다. 쁠랑 에귀디(여기까지는 초원으로 트레킹하기에 좋다. 등산로가 가파르지만 잘 나있다.)에서 한번 갈아탄후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샤모니 시내를 뒤로 한채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구름을 타고 헤쳐가는 신선이 된듯했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는 것같이.......한 몸에 휘레시를 받는 에귀디 미디...
알프스 산군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인것같다. 정말 이렇게 높은곳에다 어떻게 전망대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바로 암석위에.... 무척이나 고생했을것같다. 모든 샤모니 사람들이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후손들에게 평생의 자원을 물려준 셈이다. 물론 관광자원의 하나이지만 그들의 노력에 감탄을 보낸다.
초입은 에귀디 미디에서 칼날 능선으로 이루어진다. 한 눈에 눈부시게 빛나는 만년설로 치장한 산군이 날 유혹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 거대한 모습에 그랑드조라스가 보인다. 깍아놓은듯한 조각품같았다.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등반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분주히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서둘러 새로산 아이젠을 착용하고 픽켈을 들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외길이고 칼날로 선 능선이라 주위해야 한다. 잘못 딛었다간 저 아래까지.....생각하기도 싫다. 조심스레 내려가는데 내가 너무 신중했나....내려오는사람들도 많았고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어 신속하면서도 서둘려야 했다. 여기서부터 나의 고소와 함께 등반이 시작된다.
코스믹 산장(취사불가능, 1인 165F,아침 포함)까지 내려왔다. 12시다. 점심을 먹고서 난 바로 트라우져를 입었다. 스패츠만 착용해도 무방하다. 따듯한 날씨와 눈은 잘 크러스된 상태였으므로...간단히 빵이랑 과자로 끼니를 해결한다. 고소가 찾아왔다. 아무것도 입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둘러 출발을 하잖다. 만년설에 내 발자국을 남긴다고 생각하니, 내 흔적을 남긴다는 생각에 설레였다. 작년 동계때 느끼는 그 기분하고는 또 달랐다.!
아이젠에 박힌 눈을 스틱으로 털어가며 길게 이어지는 행렬속에서 내 자신을 본다. 안자일렌을 하고서 오는 이들과 인사도 나눈다."봉쥬르" 건네오는 인사말에 조금씩 힘에 겨워지는걸 느꼈다. 말도 안나오고 그저 눈만 쳐다보며 걸어가고 또 걸어갔다. 그들은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 여유로움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사실난 약간의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 꼭 정상을 가 보고 싶었고 형들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상훈이형은 캠코더로 찍기 바쁘다. 먼저 앞질러 가서, 뒤에서.....이리저리 뛰어 다니며....내 캠코더는 무용지물이다. 기록을 남긴 여력이 없다.내 몸하나 챙기기도 벅차다. 숨을 제대로 쉴수가 없다. 속은 점점 더 매스꺼워진다. 머리가 무겁다. 따뜻한 햇살에 잠이온다. 무기력함과 함께....다리는 내 것이 아닌것같다. 쓰러질 것 같고 그냥 주저앉고만 싶었다. 이게 고소구나. 고소의 위력을 세삼 느껴본다. 정말 필사의 몸부림이 였던 것 같다.고글은 더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실거리 측정이 안된다. 적응이 안되서 더 그런것같다. 발을 헛딛는것같기도 하고,땀이 차서 눈이 따갑다. 경사가 있는 설사면을 오른다. 안자일렌을하고서...새로산 그리벨 아이젠이 잘 박힌다..팍팍찍고 올라가란다. 몇미터인가를 계속 찍고 올라가려하니 장단지가 땡기는걸 느낀다. 그런데 어떻게 팍팍찍고 올라가겠는가...일정치 않는 호흡이 더 힘겨워진다. 크게 숨을 쉬란다. 하라는것도 많고 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왜이리도 어리석었는가를 느낀다. 모두가 고소는 느끼는데 나만 힘에 겨워하는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나보다.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과 인내가 부족했던 것이다. 체력적으로 약하다는게 부끄러운게 아니지만 정신적인 면까지 약해지는 것 같아 입술을 깨물며 가다담아 보려 애쓴다.
종국이형이 잠깐 쉬잖다. 내가 힘들어 하는걸 보고서... 색을 어깨에서 벗었다. 주저앉아버린다.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쳐박고 있는 나에게 형들이 말을 건다. 햇살에 비친 알프스를 바라보란다. 순간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내가 이렇게 힘들여 온 이유가 뭔가 하는생각에....산행은 무상의 행위이다. 내가 무엇을 바라겠는가 아니면 정말 난 무언가를 바라고 있진 않았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너무나 평화스러워보인다. 순간 내 맘이 편안해져서 그런가..... 이 곳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알프스 산군을 바라볼수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벅차올랐다. 잊지 못한다. 그렇게 맑고 깨끗한 하늘색은 처음 본다. 힘은 비록 들었지만 내가 알프스와 형들과 하나가 된것같았다. 같이 숨쉬고 있다. 산은 아름답다. 이곳을 오르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인간의 몸짓....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그것을 느껴본자만이 맛볼수 있는 값진 것이다. 바람이 불어온다. 달콤한 휴식이 날 잠시나마 여유를 가져다 준다. 벨트를 다시 정검하고서 출발......
갈길은 아직도 멀다. 보통 6-8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정상까지...이런 속도로 어림도 없다.....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따귈봉이란다. 정말 여기까지 오는 설사면이 왜 이리 지겨운지 모르겠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져 빨리 갔으면 도착했으면 ...... 한참을 걷고 또 걸었건만 실제 온거리는 몇미터 안되는 것이다. 가시 거리와 실 운행거리의 차이가 날 더 무력하게 만든다.
끝없이 이여지는 만년설......목이 마르다. 눈을 한움큼 쥐고서 입으로 밀어 넣는다. 아그적아그적... 눈은 결정체가 있어 목어 더마르다. 그래서 산에서 먹지 말라한다. 눈에 보이는것같이 깨끗한것도 아니다. 먼지뭐 사람들의 분비물이며..... 그러나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지 않는가. 알면서도 당장 급하니...... 이어지는 침묵... 바람이 거세진다. 보통 바라클라마를 착용하는데 난 가져오지않았다. 건이형이 언능 쓰란다. 안 가져왔다고 하자 장비하나 제대로 챙겨오지 않았다고 자기것을 준다. 귀는 어떻게 보호할거냐면서.....
아!!!!정말.......
결국 2시간 운행거리가 4-5시간이 걸렸다. 몽모디 아래 약간 평탄한곳에서 텐트를 치기로 결정했다. 운행했을 때 처럼 겨의 죽을 것 같이 행동하란다. 캠코더를 들이밀면서. 난 웃으면서 V자를 가르키자 종국이형이 한마디하신다. 힘든표정!!! 형들이 웃어버린다. 바람이 불어온다. 신속 정확하게 폴대를 잡고서 우리의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승현이형이랑 나랑 들어가서 바닥 평탄화작업을 하란다. 아이젠을 벗고 빙벽화를 벗어버렸다. 모양말이 커져 벗겨질려한다. 텐트안에 들어가선 있는 힘꼇 발로 두드린다. 바닥을...콩콩콩....잠시후 형들이 또 한마디 하신다. 이것들이 바닥정리하랬더니 뭐했냐고 핀잔을 준다. 텐트주변에 눈블럭을 쌓고 바람을 막아본다. 눈을 펴서 저녁을 준비한다. 비몽사몽!!! 갑자기 편안함과 안도감이 밀려온다. 밥 할 때까지 누워서 자라고 한다. 승현이형은 텐트에 들어서고서 고소를 호소한다. 둘이서 침낭에 몸을 넣어본다. 쉽게 잠이 들것같지 않았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나 보다. 일어나서 밥먹으라고 흔들어 깨운다. 저녁메뉴는 라면....매운콩라면...국물냄새가 비위에 안 맞는다.
텐트에서 나가고 싶었다. 욱!!!넘어오는 걸 참는다. 형들이 애써 만든 저녁인데... 흰밥을 들이미는 형들이 미웠다. 목에 넘어가질 않는다. 보다못한 형들이 누룽지에 양파 몇조각을 먹어보란다. 체력으로 버티려면 꾹 참고 먹는다. 종국이형두 잘 드시지 못한다. 현조형이랑 건이형, 상훈이형, 경준이형은 잘 드신다. 고소에 체질인것같아보인다. 특히 건이형.....
맛있게 먹는 모습에 좋았다... 그나마 따뜻한 차한잔이 내 몸을 녹여준다. 게보린 1알을 먹어보았다. 이야기를 하면서 난 조금이나마 속이 매스거움 덜 하다는걸 느꼈다. 전까지는 죽을것같던 내 얼굴이 조금은 나아보인단다. 입술에 핏기도 돌아오고......역시 텐트안이 최고다. 이렇게 모여 오늘 산행이야기뭐 쉴 수 있는 여유로움... 힘든 산행 후 더욱 그러한것같다.
분임토의를 한다. 알프스 몽모디아래에 어둠이 밀어오고 우리 텐트엔 랜턴불빛이 우리의 마음속을 비추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형들도 고소를 느끼고 있었다는걸.... 그걸 내색하지 않았을뿐....고개가 숙여졌다... 밤이 점점 더 깊어진다.... 모두가 함께 있을수 있음에 더욱 좋은 하루다.....
7월 20일 맑음....화이트 아웃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더니만 어김없이 찾아온다. 팅팅부운 얼굴이 느껴진다. 밤새 눈이 많이 내렸다. 바람도 심상치가 않다. 텐트 뒤쪽은 이미 눈으로 덮여버렸다. 경준이형 역시 우리의 아침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스프와 빵으로.... 모두가 조용하다. 하룻밤을 지냈지만 고소적응은 힘에 겹다.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 오늘의 운행일정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다. 난 정상까지 가길 바랬지만 종국이형은 단호하게 다운을 결정하신다. 대원들간의 체력소모정도와 정상등반보다는 고소적응차 몽블랑을 찾았고 벽등반을 위해선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내 체력으론 정상까지 간다는 것이 무리라는걸 알았다. 어제의 운행속도에서 빨리 간다는 보장도 없고 날씨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좋아지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하산하는 일이 더 걱정된다. 어제 그렇게 힘들게 올라온 몽블랑을 정상을 밟지 못한채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때 만큼 내자신이 야속하고 밉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내가 좀더 운행에 무리를 안주었으면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었다. 못내 아쉬워하는 날 보며 너 생애에 최고의 고도에서 고소를 경험할 수 있는것만?
막?얼마나 값진 산행이냐며 한마디 하신다. 정상등정에 내가 너무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에 있어 경험이라는게 얼마나 소중한것이지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두 아쉬움이 남는건 뭘까..... 미련인가, 아님.....
이런 상태에서 더 머무르기도 힘들고 그러자고 운행하기도 그렇고.... 바람이 조금이나마 멈춰주기만을 기다릴뿐....
각자 텐트에서 한번씩 나갔다가오란다. 고소로 인한 정신이 몽롱하니까 시원한 아니 차가운 바람을 쐬어 보고 거센 바람도 경험해 봐야 한다는 현조형의 말대로....... 볼일을 보고싶어도
바람이 심해서 옷 벗기도 싫었다. 찬 바람이 아찔하다. 한치앞도 잘 안보인다...건이형은 담배를 찾는다. 그 담배한가치를 피우려고 텐트밖으로 얼굴을 내밀고....온 얼굴에 눈이다....하하....우리의 승현이형도.....
여유시간을 갖는다. 날씨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며 잠을 청하기도 한다. 날씨가 잠시 개인다. 바로 출발이다. 후라이가 날아갈뻔했다. 현조형은 뛰어내려가며 낚아채온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한다. 일사불란하게 짐을 꾸려 하산을 서둘렀다. 비박지에서 바로 앞 설원능선까지 40여분이 걸렸다. 출발전 의욕은 정상도 문제없을것만 같더니만 몸은 왜그리 더디기만한지....그나마 화창한 날씨가 날 위로 한다.
숨을 몰아쉬며 사진한장을 찍는다. 계속 걸어야만 한다. 따귈봉까지..코스믹 산장까지.... 야영장까지.... 내가 앞장서서 간다. 내 운행속도 팀의 운행속도가 되어버렸다. 조금 힘들면 뒤에 오는 경준이형이 힘내라고 한다. 천천히 어서 가자고.....고마웠다. 형들에게...형들도 힘에 겨울텐데 "힘내라. 나왔다. 미애 파이팅"
되돌아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무엇이 날 이렇게 느끼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클라이밍 다운을 한다. 각자가 신중하다. 개스가 끼기 시작한다. 맘이 조급해진다. 이렇때일수록 신중해야 한는데 말이다. 어디에선가 슬립~~~ 제동을 해야하는데 어리둥절 바라만 보고 있다. 소리친다. 현조형이.. 왜 아무도 제동을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다운.....너무 긴장했던 탓에 맥이 풀린다. 계속되는 하산길...긴장을 늦출수만은 없는일이다.
잠깐 쉬어갔으면 했다. 햇살이 비친다. 이런 상황에서 쉬는건 어리석단다. 개스가 낀 상태에서 길을 잃기도 쉽고 날씨의 호전역시 알수 없으므로 .... 옆에 있는 크레바스만이 입을 벌리고 날 반긴다. 스스로 창초된 조각품같다. 엉덩이에 눈을 털었다. 이를 악 물었다. 색을 어깨에 메고서 다시 간다. 다짐했다. 짐이 되지 말자고.... 여기선 자기몸은 스스로가 지켜가야 한다는 것을......
어제 온 길인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혼란스럽기만했다. 아래로 아래로....... 따귈봉이라도 보여야 한는데 보이지 않는다. 운행내내 나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여기서 쓰러지면 안돼...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면 안돼...무너지는 내 모습에 내심 속이 상했다. 극한 상황에선 사람들은 초연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하는데 난........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는건 "미애야 어서 가자" 형들의 말한마디........ 속도가 붙였다. 햇살이 비추자 설사면은 뛰어내려간다는 신념으로 평지는 힘들면 기어서라도 가자는 심정으로..
한참을 가고 있는데 뒤에서 그런다. 왼쪽으로 큰 원을 그리며 가고 있다고 ..... 바로 이게 환상방황...링방데룽이란 말인가..... 컴퍼스로 정치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찔했다. 그땐 힘들어 그런가 보다 했지만...^^ 화이트 아웃일때는 그 자리에 있는게 최상이다. 나 역시 느끼지 못했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끔직하다. 따귈봉을 보고 내려오길 한참이면 이 시간정도 운행을 했으면 코스믹산장이, 에귀디 미디가 보여야 하는데.. 이대로 헤매이는건 아니겠지..별별 생각이 다 든다. 종국이형이 뭐라 하신다. 기억은 안 나지만 ..... 목소리초자 나에겐 들리지 않는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동안 개스사이로 케이블카가 보인다. 하늘은 우릴 버린지 않았다. 저기에 그렇게도 찾던 산장이 보인다. 안도감과 한숨이 목에서 나온다. 정말 거기서 정확한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지않았더라면...... 아!!
일본인 가이드를 만났다. 우릴 걱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상이 좋지 않아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하산한 외국인에게서 우리가 하산을 결정하고 내려오고 있는걸 알고선 찾고 있었다고한다. 이 가이드는 우리가 몽블랑 등반을 할 때 만난 인연으로 이 좋지도 않은 날씨속에서도 우릴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업적인 프로정신을 벗어난 인간의 정을 산악인들의 정을 다시한번 접할수 있었다. 바로 이곳 알프스에서 따뜻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참으로 고마웠다.
난 바로 에귀디 미디로 가서 내려가고싶었는데 하루를 더 머물자고 하신? 코스믹 산장아래엔 어제 날씨로 텐트쳤던 팀들이 여렷있었나보다. 우린 적당한 텐트싸이트를 골라 텐트를 쳤다. 폴대를 펴고 눈도 고르고....알게되었다. 힘들다고 자기몫을 미룬다면 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뭔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눈도 파고 텐트도 치고 바닥도 더 평탄하게 하고..... 저녁준비도 하고..... 먹고싶지는 않았지만 허기를 채우기위해, 내일 산행을 위해 먹는다. 2-300미터 내려와서 그런지 좀 나아진것같다. 아님 체면을 걸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아졌다고 말이다. 고소라는 것이 한번 겪으면 며칠을 지낸다고 해서 회복되는게 아니므로 무조건 다운해야 한다고한다. 밖에 저녁노을이 멋지다며 경준이 형은 사진을 찍는다. 나도 얼굴을 빼곰히 내밀고선 보았다. 외국인2명이 암벽을 등반을 시도 한다.
하루를 더 눈 덮인 설원에서 보낸다.
참으로 많은걸 경험하고 생각하게 했다. 화이트 아웃이라든가 환상방황시 대처능력....산행에 있어 경험의 중요성과 신속한 결단력의 리더쉽..... 각자의 위치에서 산행에서 생각하는것과
판단능력의 차이가 보였다. 준비한만큼 그 산행을 즐길수 있고 얻을수 있다는 종국이형의 말씀이 뇌리에 꽂힌다. 무엇인가 스스로 준비하는 자세(루트개념도,장비,식량),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기회는 어떤의미일까?
혼자이기보다 우리였기에 더욱 값진 하루였던것같다. 이런저런 생각에 다시 잠이든다. 낼은 야영장에 가면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니 흙을 밟고 싶다. 평지를......
7월 21일 맑음
5시 기상이다. 어김없이 부운 얼굴로 일어났다. 식욕부진이 계속되었다. 간단히 먹고서 출발했다. 바로 앞에 에귀디 미디가 있다. 반가웠다. 살았구나....근데 만만치 않다. 코앞인데도... 계속되는 고소로 체력이 떨어졌다. 정신력도 마찬가지다....아무생각도 없다. 무조건 저기까지 죽을힘을 다해 가야만 했다.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스키를 타려 온 사람들이 여유로움을 뽐낸다. 칼날 능선만 오르면 된다. 오가는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해 복잡하고 위험하기만 하다. 체고 올라가기가 힘들다. 쉬면 안되는데 자꾸 발이 안 떨어진다. 여기 올라가는게 젤 힘들었던것같다. 난 도착하자마자 아이젠과 안전벨트를 벗고서 화장실을 갔다. 구토와 어지러움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정말 실컷 울었다. 10분이 지났을까..... 형들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위에 전망대로 갔다. 그림같이 서 있는 산들은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내가 저기에서 이틀을 보냈단 말인가...믿기지 않았다.
형들은 쁠랑으로 내려가 걸어서 하산을 한단다. 난 자신도 없었고 기운도 없었다. 난 샤모니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가고 싶다했다....표는 모두 샤모니까지 끊었다.
내 생애 멋진 산행이였고 힘든 산행이였다.
따뜻한 햇살이 좋았고 사람들의 웅성웅성하는 소리도 먼저 땅에 발을 딛을수 있는 지금 이순간이 행복했다. 아.....
멋진 형들에게 고맙다는말을 꼭 하고싶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이 한마디에 우리의 2박3일 몽블랑의 산행을 대신해본다.
그랑드 조라스(Grande Jorasse,4208m)
7월 21일 맑음
17:00 샤모니--17:20 몽땅베르역--21:30 렛쇼산장 아래
몽블랑등반을 하고 오니 홍만이 형이 반겨주신다. 짐을 풀고 장비를 말린다. 땅에 발을 딛딜수 있음이 행복했다. 바로 점심준비를 한다. 냉면. 정말 식욕이 땡기는 것이 놀라웠다. 고소가 없어졌다. 신기하기도 하여라....놀란다. 잘 먹는 내 모습에...... 빨리 먹고 쉬고 싶었다. 날씨가 며칠간 좋을거라 한다. 등반을 준비는 클라이머들이 많다고 한다. 이 말에 형들의 등반욕이 샘솟듯 생기나 보다... 바로 등반준비를 서두른다. 철인들이야....
샤모니 기차역 왼쪽에 몽땅베르역이 있다. 도보로 2-3시간이 걸린다. 식량 구입을 하고선 오후 5시 기차를 타고서 첫 벽등반을 시도하러 간다. 형들은 약간 긴장한는 것 같기도 하고 내심 편안함을 유지하는것같다. 톱니바퀴식 기차가 출발을 한다.레일이 하나라 교대로 운행이 된다. 거기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샤모니에 오는기차에서 만난 미국인 2명이다. 트레킹을 목적으로 온 연인이였다. 브레방쪽 산군이 보였다. 내가 트레킹할 곳을 보며 길을 찾아본다.
잠시후 뽀족한 봉우리를 내민 "드류"가 보였다. '아름다운 동행(소설)'에 나오는 빛나는 붉은 벽.... 미사코와 자신의 남편이 등반을 하다가 영원히 잠들었던 곳이다.(소설중에서)
붉게 타는 노을빛에 빛나는지 궁금했다. 아무렴 어떤가.... 내 눈앞에 드류가 있는걸... 당당하게 서 있는 드류(3754m)에 내 맘을 빼앗겨 버린다. 자일 파트너와 함께 올라간다면...더욱 좋을 거라 생각이 든다. 20분만에 몽땅베르역에 도착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메르디 글라스가 보인다. 빙하위를 걷는 경험도 색다른가 보다. 여기에도 관광객들은 많다. 카고백을 목에 걸친채 건이형이 내려간다. 서늘한 기운이 든다. 저멀리 그랑드조라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오기위해 얼마나 기다렸단 말인가....
몽블랑에선 만년설만 보다가 여기선 온통 빙하바닥과 드높이 서있는 산들이 우릴 반긴다. 눈앞에 보이니까 금방이라도 갈수 있을 것 만 같다. 역시 날씨는 좋다. 구름 한점 없다. 행렬이 이여진다. 완만한 평지라 그런가 아님 고소가 없어서 그런가 힘에 겹진 않다. 부담이 적어서 그런가.... 졸졸 흐르는 물이 참 깨끗해 보인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선 길을 재촉한다. 홍만이형과는 벽에 십자가가 그려진 곳에서 헤여졌다. 혼자 릿지를 하려가신단다. 대단하지...혼자산행하는게 보통 힘들게 아닌데 말이다.
형들은 서로 카고를 번갈아 메고선 구슬땀을 흘린다. 짐... 무게와의 싸움이다. 군데군데 너덜지대가 나온다. 종국이형은 노래를 흥얼거리신다. 비록 몸은 피곤할지라도 마음만은 그랑드조라스에 향해 있는 것 같다. 이런 지형은 네팔에서나 볼수 있단다. 긴 장대를 구해서 길을 안내한다. 몽블랑 등반때 스틱이 손에 익숙지 않아 번거움에 야영장에 놓고 왔다. 장비를 사놓고도 활용할줄 모른다고 야단이다.
빙하가 녹아 흘러 내린다. 여기저기 뛰어건너야 하는데도 있다. 다리가 짧아서리.....그러다 악~~ 얼음사이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엉덩이가 끼였다. 아찔했다. 만약 크레바스에 빠졌더라면....경준이형이랑 상훈이형이 괜찮냐고 물어본다. 형들의 부축으로 일어서면서도 창피하다.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 내가 그리도 소심했나.....
캐빈(클라이머의 무덤)이 여러개다. 그 캐빈을 따라 길 표시가 잘 나 있었다. 외국인 텐트 1동도 보였다. 어디선가 벽등반을 하고 있나보다. 커다란 바위에 화살표시가 나 있어 렛쇼 산장까지 가는 길은 어렵지는 않다. 저 멀리 산 중턱에 산장이 보인다. 근데 알고 보니 저 위에 까지 가는길이 힘들어 보인다. 이상하다..벽과는 거리가 상당한 차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보면 벽 바로 앞에 있다고 했는데 말이다. 저 쪽에 산장이 하나 더 있다. 여긴 쿠베클 산장이다. 망원경으로 보니 산장이 하나더 보인다. 벽 밑에 있는 것이 렛쇼 산장이 분명하다. 4시간의 도보로 산장 밑에 까지 왔다. "수고 하셨습니다." 이 한마디가 정답게 들린다.
마땅히 텐트칠곳을 찾다가 산장 아래 콜에다 치기 시작했다. (*콜은 산사태 지형이므로 이곳에다 텐트를 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알프스의 해는 길다. 9시가 넘어서도 훤하다. 눈위에 텐트를 치고 바로 식사준비를 한다. 식수는 빙하수를 이용하면 별 무리는 없다. 모두들 식욕이 대단하다. 몽블랑에서 못먹었던걸 보상이라도 받는것처럼...나부터 그러했으니까.... 정말 오랫만에 먹는 저녁이다. 버너의 열! 열기가 훈훈하다. 차 한잔을 마시면서 누군가 말했다. 아침엔 몽블랑에서 저녁은 그랑드조라스에서 맞이한다고 .... 그랬다. 분명 눈을 떳을땐 몽블랑산군 만년설로 뒤덮인 곳에 있었는데 저녁엔 빛나는 붉은벽과 리카르도 캐신이 초등한 그랑드조라스에서 수 많은 별들과 함께 잠을 청하고 있으니.....
하루에 너무 벅찬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 같다.....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사라져 버리진 않겠지...
7월 22일 맑음
예비일...
오늘하루는 몽블랑등반 후 낼 벽등반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는 여유의 시간이다. 2동의 텐트 앞에 어제의 그랑드조라스는 오늘도 햇빛에 빛나고 있다. 눈을 비비고 일어서서 본 그 거대함..에귀디 미디에서 본것과 또 다른 느낌이다. 그 웅장함에 말을 잃었다. 넋이 빠졌다고나 할까?
늦잠을 잤다. 체력회복을 위한 대장님의 특별 배려이다. 늦게 아침을 먹고 나와 승현이형은 렛쇼산장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현조형과 건이형은 정찰조로 벽 밑까지 다녀온단다. 새벽에 출발하기 때문에 길을 잘 알아야 한다. 신속한 등반을 위해선......
렛쇼산장까지만 온다면 굳이 아이젠이나 픽켈은 필요없다. 이중화나 등산화로도 별 무리는없다.
렛쇼산장은 벽 등반을 하려는 클라이머나 이들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휴식처이다. 주로 그냥 내려가거나 1박(98F)을 하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픽스 로프와 철계단으로 쉽게 오를수 있다. 길은 양호하다. 10명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식사는 20Fr정도,맥주15Fr,포도주20Fr) 콘테이너 철재구조물로 되어있다. 아래엔 헬기 착륙장이 있고 하얀색 조그마한 초소가 있다. 산장위로도 철계단이 있다. 예약은 필수다. 짧은 프랑스어 실력으로 예약ㅇ르 해 보았지만 이미 수용인원이 찼다며 거절한다. 그럼 저기 헬기장에서 비박을 해도 되느냐고 하니 절대 안된단다.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 왜이리 재느 짓는지... 정말 한그릇도 안되는 것이 말이다. 그 산장지기아 실갱이를 하고서 내려왔다. 형들은 아직 내려오는 중이란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벽 밑까지 1시간30분정도 소요됐다고 했다. 위험한 크레바스가 하나 있는데 확보를 볼 필요가 있단다.
벽 앞에서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오늘 하루종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값진 시간이다. 꼭 사랑하는 사람을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듯이......
"그랑드 조라스"
그 웅대함속의 아름다움... 내 두 팔을 힘껏 뻗어도 안기에 벅차다. 산사람이라면 아니 그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은 오르고픈 열정을 주는 벽이다. 그저 병풍처럼 쳐있는 바위산이 아니라 오르기를 그 벽에 부딪혀 몸부림 치고픈 욕망.....
형들은 망원경으로 루트관찰에 여념이 없다. 보고서를 보면서...이미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어느샌가 오지않을듯한 어둠이 밀려온다. 붉은 노을에 그랑드조라스가 물들어간다. 즉 등반을 위한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려온다. 시간이 먼저..... 하늘엔 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내 마음의 별들도 함께..... 황홀한 이 기분을 무슨 말로 표현하겠는가. 내 가슴속에 새겨 놓았으면 그 뿐이지... 잠을 청해본다. 낼 새벽 2시에 형들은 등반을 시작한다. 통 잠이 오지 않는다. 형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닥의 한기가 느껴진다. (매트리스는 필수다.)
7월 23일 맑음 잠시 우박을 동반한 흐린 날씨가 ......
벨트를 착용하고 등반준비를 서두른다.....쇠 장비 부딪히는 소리가 분주함을 대신한다.
깜깜한 새벽...차가운 공기가 뼈속까지 스며든다. 입김이 추위를 증명하고 있다. 종국이형은
등반전에 형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비장한 각오가 얼굴에 나타난다. 벽을 하루종일 관측하며 루트 공부를 하던 아니 머릿속에 새겨놓던 형들이 드디어 등반을 한다. 벽과 씨름을 하며 오를 그들이다. 상상해도 가슴벅찬일이다. "잘 다녀오세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인사대신에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본다. 랜턴 불빛이 움직인다. 6개의 조그만한 빛이다. 그냥 난 랜턴불빛이 사라질때까지 서있었다. 큰 힘이 되어주고 싶다. 하지만 난 그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올기만을 기다리는것뿐.... 아무래도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할것같다. 텐트1동만 남겨두고 안을 정리해 놓아서 그런지 비좁게만 느껴진던 텐트가 썰렁하다. 다시 텐트안에 들어가서 잠을 청해본다. 여기와서 첨으로 혼자가 되었다. 묘한 기분이 날 뒤척이게 한다. 텐트밖에 사람소리가 난다. 늦잠을 자 버렸다. 언능 나와서 북벽루트를 바라보지만 너무 멀어서 그런지 하나도 안 보인다. 한 가족이 안자일렌을 하고서 렛쇼산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맘에 불친절한 산장지기가 있는 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11시) 개가 하도 짖는 바람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헬기장에서 한참을 찾아보았다. !
캠코더에 잡힌 점들이 형들이 설사면을 등반하는 모습임을 뒤늦게 알았다.
12시 30분 하산을 서둘렀다. 대충 간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역시 혼자먹는건 맛이 없다.
혼자라는게 익숙해져야 할것같다. 등반하기에 날씨는 좋았다. 앞으로 4시간을 걸어가야한다.
하지만 부담이나 연연해 할 필요는 굳이 없었다.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는 것이다. 여유로움이랄까.... 하지만 자꾸 눈길은 벽으로 쏠렸다. 보고 싶었다...형들이 잘하리라 걱정은 없다. 믿음직스런 형들이기에....등반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콧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몽블랑쪽에서 스키를 타고 넘어오는일들이 보인다. 시원스레..... 안자일렌을 하고서 투벅투벅 걸어오는 2명의 사람들이 걸어간다. 난 그들을 뒤쫓아간다. 메르디 빙하를 혼자 걷는것도 좋지만 심심하니까.... 근데 어찌나 빠르던지 저 멀리 가버린다. 혼자 3시간정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심상치 않는 빗방울이 떨어진다. 언능 트라우져를 입어본다. 잉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스티로폼같은 우박이 막 떨어지고 있었다. 구름이 몰려 오고 있었다. 아니 이미 그랑드조라스 중간 부분에.....걱정이 되었다. 천둥번개......
1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빙하를 걷던 이들도 우박을 피하고 있다. 순식간에 온몸이 젖었다.
바로 앞에 몽땅베르역이 보이는데... 윔퍼봉위에 걸려 있는 구름이 날 망설이게 했다. 다시 가야할 것 같았다. 뒤 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형들도 온몸이 젖고 기상악화로 인해 그날 바로 하산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현조형은 텐트를 보며 뛰어오면서 내 이름을 부렸다고 한다. 10분정도 그칠 것 같지 않던 우박은 그쳤다. 하지만 북벽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몰려있었다. 겨우 역 앞에 도착했다.(오후5시) 다시 돌아가기엔 내 체력도 문제이거니와 식량도 없고 야영장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수정동굴로 발길을 옮겨 본다. 조금마한 굴을 따라 수정채취자의 생전의 사진과 함께 수정이 전구 불빛에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무료입장....
몇 개 안되는 상점들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한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면 얼음 동굴을 구경할수 있다. 조금 내려가다보면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등이 있다...샤모니로 가는 코스도 있다. 건너편쪽엔 푸른 실록의 브레방이 서있다. 무척이나 자연스러움이 날 편안하게 만든다. 막차를 타기 위해 서둘렀다. (6시 10분차) 맘도 편하지 않고 발걸음도 무겁다. 연이은 산행으로 몸이 지쳐버렸다. 어서 텐트에 들어가 침낭에 몸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뿐.....하긴 텐트도 없는데 큰일이다. 숙소를 찾아가기보단 오늘은 야영장 아무데나 비박을 할 생각이다.
큰개 2마리가 기차안을 좁게 만든다. 나에게 다가 온다. 윽.....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진다. 샤모니..... 1주일이상 내가 보낸곳... 편안함이 날 위로한다.
투벅투벅 걸어서 야영장까지 갔다.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텐트도 없고 형들도 없지만..... 관리인에게 내 짐을 찾았다. 안되는 영어와 불어를 쓰면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채... 친절한 아저씨와 줄리앙이 내 짐을 지하에서 들어다 주었다. 왜 그리 내 짐이 많은지 모르겠다. 카고를 바닥에 놓고 화장실앞 의자에 앉았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아니 그냥 이대로 10분만 있자...... 눈을 감았다.
"미애야" 누군가 날 불렸다. 홍만이 형이였다. 릿지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반가웠다.
반겨줄 사람이 없는데말이다.... 지쳐서 앉아 있는 나에게 함께 밥을 먹자고 했다. 갑자기 배가 고팠다. 맛있는 카레와 포도주한잔으로 행복함을 느껴본다. 몽블랑 시신을 찾으려온 한국팀이 있었다. 경남에서 왔다고 했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참 어딜가나 한국사람은 다 있는 것 같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그것도 같은 야영장에 한국사람을 이렇게 많이 만나다니말이다. 김이 모락모락 뜨거운 물에 한 동안 서 있었다. 우리나라 야영장에서 뜨거운 물을 구경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땀에 찌든 옷을 갈아입고 로션도 발라본다. 이제야 사람같다. 아직 온 몸이 팅팅 부었지만 말이다. 따뜻한 침낭에 몸을 밀어 넣는다.
잠이 밀려온다. 지금쯤 형들은 벽에서 비박을 하고 있을텐데.. 어찌 혼자 이렇게 따뜻한 침낭에서 잔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난 이번에 등반을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지만 다음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은 곳이다. 산에 대한 열정과 등반욕으로 오늘 하루를 대신해본다.
마터호른 (Materhorrn, 4478m)
8월 4일 흐림
2주일 동안 정들였던 샤모니를 떠난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마르티니 기차를 탔다. 몇번 오간 역이여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다. 참 우습다. 스위스 체르마트까지 가기위해선 타슈에서 차를 놓고 기차를 이용해야 한다. 자연을 생각하는 그들의 정신이 살아있는곳... 역에서 나오자 마자 본 것이 그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전기자동차와 마차였다. 여기 말들은 호의를 받는다. 아무데나 똥을 싸도 진열된 물건을 건드려도 가만히 놔둔다.
역에서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유스호스텔을 이용하기로....이리저리 인폼을 구해 다녀왔다.
호텔지도가 있어 참 용이하다. 이미 예약이 다 찼고 3끼 포함해서 46SFr(3만원정도)이란다.
우린 야영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산사람이 텐트에서 자야지......
역 왼쪽 5분거리에 위치해 있는 야영장은 샤모니의 시설보다 미흡했다. 샤워시설이나 화장실등이...특히 설거지하는곳엔 차가운 찬물만이..... 규모역시 협소했다.
구름이 낀다. 밥을 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행히 바로 그쳤지만.... 일본인이 인사를 건네온다. 이곳 역시 일본인이 장사를 이룬다. 식당메뉴판이며 게시물들이 친절하게도 일본어로 다 되어 있다. 우리 나라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아마도 10년후면 여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을것같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관광산업이 그정도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유행한 관광지는 그 다음은 우리차지라니 약간은 씁씁한 마음도 든다. 단체 일본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진풍경이 우습다. 가이드가 우산이나 꽃등을 들고 다니며 무리를 이끈다.
보고서에서 본 사진하고 똑같다. 암릉이 우뚝 서있고 기차가 지나가고......
오늘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왔다. 기차안에서 여권이며 패스를 검사한다. 군인들이.... 생각보다 쉽게 통과하고 온 체르마트.... 어김없이 창가에 있는 원색의 빨갛고 노란꽃들이 인상적이다.
8월 5일 맑음
조그마한 시골동네에 새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듯하다. 곤도라를 타고 퓨리까지 간다. 전형적인 스위스의 이쁘고 아기자기한 집들이 여기저기 흩여져 있다. 장난감같다. 등산로가 잘 있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날씨역시 맑았다. 저 멀리 우뚝서있는 마터호른이 보인다.
마터호른은 이곳의 관광상품중 으뜸인것같았다..초코렛이며 빵... 선물역시 마터호른모형을 본뜨거나 장식으로 쓰인다. 퓨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슈바르체 호수까지..... 아기자기한 꽃들이 바람에 속삭이고 있다. 몽블랑이 있던 샤모니에선 느끼지 못했던 초원을 보니까 역시 알프스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스위스 국기가 걸려있는 슈바르체레스토랑이 보인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터호른이 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바위산이 하나 뾰족하게 있다. 구름이 마터호른을 살짝 덮고 있다. 수줍은 듯 그 모습을 다 드려내려 하지 않는다. 등산로는 아주 잘 나 있었다...회른리 산장까지는 2시간정도 걸린다. 주위의 고봉들로 둘려싸여 정말 알프스의초원과 만년설의 고봉들을 보니 노래가 저절로 흘려 나온다. 검은 호수라 불리는 슈바르체엔 사람들에 의해 둘려 싸여 있었다. 물가에 비친 산이 잔잔하게 서 있었다.
어느새 이마엔 땀방울이 연신 맺힌다. 부모님손에 걸어가는 아이들이랑 등반을 하려는 이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간다. 철계단을 오른다.
비탈진 길이 꼬불꼬불...... 어느정도 왔을까... 초원은 간데 없고 자갈이며 푸석바위가 깨진 황무지 같다. 그러나 여기가 알프스라 그런가 이것도 좋다. 군데 군데 눈이 덮혀진곳이 보인다. 꽤 올라온것같이 보인다. 거의 다 올라왔다싶은데 혹 마터호른등반하러가냐며서 사진을 보여준다. 마터호른을 가이드랑 등반을 하고 온 이 아저씨는 자랑을 한다. 축하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등정의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에게 산은 어떤의미인가 되새려본다.
산장에 도착해 보니 바로 앞에 마터호른이 서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째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텐트를 치려고 보니 야영장 시설이 너무 미약하다. 습하고 경사가 져서..... 그늘에 가려 춥다. 식수는 호스로 연결되어 졸졸 흐르는 물을 받아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산에서 너무 편하게 지내려고 왔나...하고 반성도 해본다. 저녁을 해결하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낼 등반을 위해서 형들은 북벽밑에까지 정찰을 다녀오고 계획을 짠다. 등반준비를 하면서......밤 12시에 출발을 계획한다. 못일어나면 어쪄죠...종국이형의 심오한 한마디" 그럼 그냥 내려가야지.... " 이어지는침묵..."그런정신상태라면 올라갈 의미가 없어."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나역시.....
짐과의 전쟁!! 승현이형 베낭에서 장비를 하나둘 껴낸다. ^^ 밝지 않은 우리 승현이형... 형!화이팅...난 산장 구경도 하고 사람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붉게 물든 고봉들이 멋있다. 꼭 사진속에서나 보는듯한 풍경이다. 바람에 스위스국기가 휘날린다. 말도 건네보고 물어보기도 하고 ... 예약을 했다. 잠만 자는데 33프랑이란다. 단 스위스 알파인 클럽 회원은 26프랑만 내면 된다. 난 이 소릴 잘 못 듣고선 종국이형의 소매를 끌었다. 형! 예약좀 대신해줘요...등반하려는 사람은 깍아준데요..... 아이 챙피해라.......
여긴 바로 앞에서 마터호른을 볼수 있어 그런지 꽤 사람들이 많다. 오늘 난 회른리 산장에서 잔다. 그 유명한 회른리 산장에서 자다니.... 잠이 오지 않을것같다. 오랜만에 일기도 써본다. 난로가 참 따뜻했다. 형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본다. 청소를 하던 산장지기에게 초코렛도 건네본다. 산장앞 테이블에서 비박을 하는 형들옆에 살짝히 놓고서 올라와 보니 불이 꺼진채 모두 잠이 들어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랜만에 텐트가 아닌곳에서 자려고 하니 이상하다. 김광석의 노래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8월 6일 구름, 비
산장지기가 깨운다. 다른사람들은 벌써 등반을 하러 갔는지 아무도 없다.. 이렇게 잘 잘수가 있단말인가.... 웃음도 나오고 민망하기도 했다.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오늘도 사람들은 많다. 재미있다. 그냥 자기들끼기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만원경으로 마터호른을 등반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어제 먹다남은 빵과 치즈를 먹었다. 너무 비싸 사먹고 싶어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맛있는 냄새가 날 유혹한다. 참자 참어....
마터호른 정상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말이다. 헬기가 뜬다. 윙윙~~
캠코더로 찍고있는데 무전기에서 등반중에 형들이 주고 받는 말이 들린다. 반가웠다. 잠시후 종국이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마터호른 등반중, 이쁜(?) 미애 나오라...." "형 말씀하세요...." "어~~여기 구름이 끼기 시작하는데, 어~ 산장사람들한테 날씨좀 물어봐.... 별루 기상이 안좋다...." "네 알겠습니다." 짧은 영어와 불어로 물어본다. 잘 모르겠단다. 렛쇼 산장지기는 잘 알고만 있던데 여기 사람들은.... 등반하려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데 수시로 연락이 안 오나 보다. 아님 신경을 쓰질 않거나. 미국인이 보였다. 아마도 구름이 정상에서 계속 다운하는 것 같다며 안 좋을 것 같단다. 바로 무전이 왔다. 채 5분도 안되었다. 난 날씨가 이러이러하다고 하자 긴박한 목소리가 흘려 나온다. 구조요청이였다.누군가 다쳤다. 헬기소리가 더욱 요란하다.
침착해야 하는데 두렵기까지 했다. 불길한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난 뛰어내려와 산장에 들어가선 구조요청을 했다. six people climbing... north face. rock 쿵..와르르...blood....quickyiy, quickyiy, emergency..... 울먹이는 날 보며 그 여자는 먼저 날 진정시키려 했다.마터호른 사진을 보며 난 north face. north face.란 말에 알았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란다.무전이 들려 온다. 빨리 보내란다. 피를 많이 흘렸다고.... 난 지금 구조요청을 했으니 헬기가 갈거라고 했다. 물어보고싶었다. 얼마나 다친거냐고...걱정이 되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헬기 조정사에게 말을 건넨다. 곧 갈거니까 기다리란다.
프로필더소리가 내 귓속을 울린다. 걱정이 되었다. 누가 얼마나 다친지 모르니...... 헬기는 회른리 능쪽으로 가보고 북벽으로도 가더니만 다시 회른리 능선쪽으로 간다. 못받나.....왜 그냥 가는지 답답했다. 낙석과 낙빙이 많은곳... 등반의 어려움보다 낙석과 낙빙등 등반의 곤란함이 벽등반의 의미를 축소시킨다는 종국이형의 말이 뇌리를 스쳐간다. 헬기가 온다. 북벽에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알아먹는지 마는지...... 잠시후 구조헬기에 실려온 사람이 있다. 구조 침대에 누운채 머리엔 피를 많이 흘렸다. 난 뛰어갔다. 앞이 캄캄해 지는 것 같다. 확인하기가 싫었다. 외국인 가이드인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일본인 등반가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회른리 능으로 가이드와 등반을 하다가 150미터 정도 추락을 먹었다고 했다. 다행히 자신은 가이드의 도움으로 살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잠시후 북벽으로 간 헬기는 빨간 헬멧을 쓴 한명을 안전벨트에 링카라비너를 연결한 줄에 매달고 왔다. 먼저 구조된 것을 보면 가장 심하게 다쳤을 것같은데.... 상건이형이다.... 낙석에 입술이 갈라졌다. 피가 났다. 많이.... 건이 형은 평소대로 !
매우 침착했다. 괜찮다고 한다.뛰어내려가 의료색을 가져와선 갈라진 입술을 반창고로 다시 붙여주었다. 잠시후 현조형은 내려와서 옷도 입혀주고 오렌지 한쪽과 장갑을 건네주며 안심시킨다. 난 그저 반창고만 붙여줄 뿐이였는데....내가 더 정신이 없었던것같다. 긴급한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라든가 구조요청, 환자 보호법등이 미흡했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형의 눈물울 보왔다. 물론 아파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자일파트너에 대한 모를 미안함이였나....? 자신 때문에 등반을 포기해야 해서 그랬는지... 자꾸 미안하단다..... 난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구조 당하기전에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해야 한다. 다른 팀까지 구조하느라 등반을 포기해야 한다고.....기회가 그리 흔지 않으니 말이다.종국이형의 말씀이......
헬기는 구조요청이 들어온곳을 확인하고 환자의 상태를 보고선 가장 심각한 환자부터 구조했다. 병원으로 형이 이송된다. 체르마트엔 병원이 없다고 한다. 비습까지 가야 했다. 그 헬기에서 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다른 형들은 낙석을 피해 다친곳은 없었다. 스위스 카메라가 우릴 찍는다. 구조헬기에 매달려 온 형들은 헬기 요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잃지 않았다. 장비를 건네주고서 산장으로 내려왔다. 착착한 기분이다.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포시켜놓은 짐을 꾸렸다. 라면을 먹었다. 힘을 내서 건이형 색까지 들고가잖다. 종국이형은 여기서 등반을 접는다고 한다. 내려가면 병원부터 가보잖다. 모두의 얼굴엔 차분하지만 걱정이 가득하다.
그때 현조형이 미숫가루를 먹다가 웃겨서 그런지 승현이형 트라우져에 뿜는다. 경준이형 파일에랑..... 그리 트라우져 자랑했는데 말이다.^^
어찌되었듯 하산을 한다.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지만 쳐서 있으면 안된다며 분위기를 띄운다. 조심스레 ......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상건이 입술이 그래서 장가 못 가면 어쩌냐 미애야.... 나두 한마디 한다. 그럼 제가 데리고 살죠 뭐...... 웃음이 흘러나온다......
야영장 텐트를 보았다. 나와 종국이형은 먼저 비습으로 가기로 하고 형들이 짐을 정리해서 내려오기로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난 텐트문을 열었다. 아 !!! 그런데 이게 어찌된일인가... 병원에 있을 형이 자고 있는게 아닌가... 놀랬다. "형....상건이형 텐트에서 자요" 모두가 놀란다. 형은 부운 입술을 부여잡고선 부시시 일어난다. 병원에서 꿰매고선 온다는 것이다. 택시비가 없어서 어떤 아줌마한테 부탁하고 겨우 왔다고 한다. 우릴 이렇게 걱정하게 하고선.... 그냥 웃는다. 맛있는거 해주란다.종국이형이..... 치료비는 어떻게 했냐는 말에 그냥 가라고...주소만 적고 여권만 보여주고 왔단다.... 죽을 끊여준다니 싫단다. 자존심 강한 건이형...별로 안 아프단다.물론 밥을 먹는단다. 크게 벌리진 못해도 잘 먹는다. 특별한 관심은 싫다는건가.... 아무튼 이렇게 마터호른에서의 기억을 접고 싶다.
등반에서 예상된 어려움을 즐겼던 옛 등반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등반의 곤란함을 극복한데서 즐거움을 찾던 이들이 왜 생각나는것일까.....
8월 11일 맑음
며칠째 비가 내린다. 축축한 비가.....잔뜩낀 안개가 아이거를 감싸고 있다. 영광의 북벽에서 보면 아이거를 등반하기위해 북벽아래서 우리보다 인내를 갖고 기다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등반의 시작은 바로 이런 기다림에서 오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오랜만에 아이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융프라우요와 묀히 역시.......세 봉우리가 사이좋게......
아이거는 총각, 융프라우는 가운데 있어서 중매쟁이, 묀히는 쳐녀라는 설이 있다. 엽서나 기념물에 보면 알수 있듯이....
목초지를 따라 길이 나 있다.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소들이 목에는 자기 몸집에 맞는 종을 하나씩 매달고선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움직이면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 귀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클라이네 샤이덱역에서 아이거 글래처 역까지 45분 정도 소요된다. 아이거를 바로 아래서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철길옆에 바로 길이 나 있다. 난 가로 질러 갔다. 여기저기 소똥이..... 역에 가보니 위에 호텔이 하나 있었다. 아직 개장을 하지않은 듯 굳게 문이 닫혀 있어 썰렁하다. 철길을 따라 더 가면 융프라요흐 등산열차가 지나가는 굴이 있다. 바로 산을 뚫여 정상부근까지 올려놓은 것이다. 대단하지 않는가...... 만년설이 녹아 흘려 내리는 절경이 펼쳐진다. 왠 까마귀는 많은지 모르겠다.
호텔옆으로 올라가다보면 아이거 벽 밑으로 등산로가 나있다. 바로 아이거 트레일이다. 낭떨어지라 낙석의 위험과 함께 추락의 위험도 없진 않다. 고정로프가 설치돼어 있어 어렵게 트레킹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중간까지 간나..... 아래에 사람들이 비박준비를한다. 언덕위에 우리 텐트가 보인다. 조그마케...... 해가 누엿누엿 지고 있다. 아이거의 거대함이 느껴진다. 벽 밑에까지 와 보다니...... 발길을 되돌렸다. 내려오다보니 소들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날 쳐다보며 길을 비켜주질 않는다. 되돌아 가기도 그렇고,, 한참을 망설이다 두 눈 감고 그냥 걸어온다. 얼마나 쫄았던지.....
누엿누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이거에서의 신고식을 치룬다..............
아이거(Eiger,3970m)
8월 12일 맑음
여전히 오늘도 날씨가 맑다. 형들은 등반준비를 한다. 며칠째 망원경으로 루트를 관측하며
설원에 눈이 너무 많다고 하더니 오늘은 눈이 많이 녹았다며 더 녹기를 기다린다.
굳 모닝 티켓(할인혜택을 받는다.만약 유레일패스나 스위스 패스가 있다면 할인혜택을 받을수 있다.)을 끊어 유명한 융흐라요흐를 타고 올라갔다. 할인혜택이 적용되서 그런지 알뜰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무려 3대가 출발한다.
안내 방송이 나온다.놀라지 말아라. 한국어 방송도 나온다.에귀디 미디역시 3800여미터에 있는 전망대이지만 이곳 역시 세계의 지붕답게 4000미터에 위치에 있다. 동굴을 뚫어 기타를 통과시기다니.... 아이거 반트역(2865m,08:27)에서 5분간 정차를 한다. 공중전화가 있고 화장실이용이 가능하다. 유리문을 만들어 바깥을 구경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만년설과 빙하가 보인다. 예술이다. 한마디로.. 쉽게 구경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빨리 정차하라고 난리다. 부랴부랴 열차를 타고 어두컴컴한 터널을 한참을 지나간다. 50정도 탔나..... 정차를 한다.
내려 설원으로 가 보았다. 확 트인 시야가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트라우져를 입고서.... 바람이 세다..... 평평하게 깍아놓은 곳엔 깃발이 휘날린다. 그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초원이 왜 그리 이쁜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느껴볼수 없는 풍경이다. 상상해보아라. 만년설이 뒤덮인 산과 전원적인 초원과 목초지가 있는곳을 말이다. 기념촬영을 하고선 얼음동굴로 가보았다. 전체가 얼음으로 깍아 만들어 놓은 궁전같다. 사람들은 입김을 내뿜으면서도 연신 신기한 얼음 작품들은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다. 당시 전망대를 만들 때 쓰던 장비랑 모형들은 박물관에 전시에 놓기도 하고 멀티실이 있어 비디오 방영도 한다. 레스토랑엔 예약이 많이 되어 있었다. 유명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바깥을 보니 묀히를 등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아래에 내려가본다. 개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있고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눈을 직접 밟아본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겐 흥미로운 일인가보다.
자일 파트너가 있었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혼자 등반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확보만 보아준다면 나도 올라가 보고 싶었다. 릿지 구간으로 상단을 설원이다. 충분할 것 같았고 자신감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르고 싶다는 맘이 간절해서 그런지 한참을 서성이다 그냥 내려온다. 왠지 모를 아쉬움만 가슴에 묻고서..... 맘도 간절할뿐 장비며 준비도 되지 않은채 오른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걸 더 잘 알기에....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볼지 모른다. 왜 오르려고 하느냐..... 아이거 벽을 보며 만년설 덮인 고봉을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은 어떠냐고 말이다. 산행에 있어 오른다는 의미는 우리네 삶과 똑같은 것 같다. 오르기 전에 준비하고 계획하고 노력하고... 마음가짐을 다잡고서... 한계에 부딪칠 때의 대처능력이나 신속한 판단력으로 해결하는 능력... 한계의 쓴맛을 보면서 자신의 대해 생각해 보고 반성하고 다음 산행에 있어 보다 낳은 준비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이런 반복을 통해 얻어지는 경험속 자신감과 통찰력, 인내심, 도전...... 우리의 삶에 있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기다림도..........
굳 모닝 기차를 타면 12시전에 내려와야 하는데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1시가 넘어서야 기차를 탔다. 형들은 점심을 먼저 먹었다며 왜 빨리 안 내려오고 뭐 했나고 한다. 별로 먹고싶지 않았다. 형들은 연신 아이거를 바라보며 등반준비를 한다. 난 아무말도 안 했다.
5시 기차를 타고 아이거 반트역에서 비박을 하고 새벽에 출발을 한단다. 나두 확실하게 갱도 입구를 찾지 못했다. 형들은 잘 찾아야 할텐데 말이다.
사진을 찍어주었다. 6명의 형들이 이번에도 잘하리라 믿는다. 이번에도 아무말 없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거 보면서 형들이 등반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망원경도 있으니.....
텐트에 혼자 남았다. 일찍 들어가서 책을 펼쳐본다. 영광의 북벽.... 아이거... 루트를 보면서 마음속에 새겨본다. 하나하나..... 어둠이 밀려오는 텐트안에서 랜턴을 켜본다. 종소리가 딸랑딸랑 시끄러울 정도로 들려온다. 무섭진 않겠다. 테잎도 들어놓고... 기다긴 밤을 지새운다....
8월 13일 맑음
어느새 잠들었나....뜨거운 햇살에 더워서 잠이 깼다.
처음엔 루트가 어딘지 몰라 해멨는데 어느새 내 머릿속에 루트하나하나 떠올리게 되었다...헤크마이어 루트를 우리 형들이 등반하고 있는 것이다. 옛날 초등했던 유명한 클라이머들이 등반했던 루트....그리고 수많은 클라이머들이 묻힌곳.... 등반하는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게 정말 행운중에 행운이다. 아이거 등반이 시작되었다. 이제 아이거 하나가 남았다. 11시인가 워터폴 크랙을 등반하는 사람이 보였다. 다른 팀이 벌써 등반을 하고 있나보다. 아마 오후3시쯤인가 제 2설원을 트래버스 하는 4명의 형들을 보았다. 등반하는 팀이 잘 분간이 되질 않았다.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간다고 하더니 설원상단까지 등반을 하고선 트래버스를 한다.
형들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왠지 모를 불안감에 난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역앞 상점뒤에 망원경이 있는데 아이거를 바로 볼수 있고 다른 것보다 가장 잘 보인다. 1프랑을 넣고 자세히 루트를 따라 형들을 찾아 보았다. 빨간 헬멧과 형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나를 안도케 한다. 이따금 그린델발트나 융프라요흐, 라우턴브루넨으로 가는 기차소리와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에 깜짝 놀란다. 눈이 녹아 괭음을 내며 쏟아진다. 마터호른의 낙석 때문이다.
그 기억 때문에..... 하루종일 역앞에, 초소를 오가며 형들을 지켜보았다. 이따금 다른 등반팀의 모습도 보인다. 거미를 등반하고 있다. 중간에 1명..한시간후엔 2명이 상단에 있다.
붉은 벽상에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그들에개도 안전을 빈다...오후 6시30분 등반대는 지금 죽음의 비박지로 가고 있다.선등자가 트래버스하는 모습이 보인다..플랫아이언을 통과한다. 나도 그들과 함께 등반하는 것 같다. 가끔 손을 흔들어 본다. 물론 형들은 보이지 않겠지만.....저녁7시 쯤에 전원이 죽음의 비박지에 도착했다. 8시가 돼서야 비박준비를 한다. 9시가 못 돼자 북벽전체가 해가 들지 않는다.
융프라우 중단쯤 싸인 눈들이 굉음을 내며 쏟아진다. 클라이네 샤이덱에는 어느샌가 바글바글하던 사람들은 없고 커다란 방울을 달고 있는 소들만이 분주한 것 같다. 정말 끊임없이 들린다.분주한건 또 있다. 헬기다......헬기소리가 들리면 안도의 한숨과 불안함이 동시에 든다. 마터호른에서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어둠움이 형들에게도 밀려오듯이 나에게도 온다. 지금은 침낭속에 발을 집어놓고 있다. 이 온기를 형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갑자기 집 생각이 난다. 이유없이 눈물이 흘렸다.
기다림........... 형들은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며 난 형들이 무사히 등정을 하고 하산하기를 기다린다. 저녁 9시가 다 되어간다. 또 다른 팀이 제2설원을 등반하고 있다.
난 랜턴불을 켜기 위해 빈 가스통을 흔들어 본다. 그들의 지금의 심정은 어떠할까..... 눈을 뗄수가 없다.
사랑하는 이들이 북벽을 오른다. 기다린다. 오름짓은 정말 아름답다.. 클라이머에겐 기다림이 익숙해져야 할것같다. 나 역시 그 기다림속에 익숙해져 가는건 아닐련지......
어둠이 내린다. 형들에게 따뜻한 커피한잔을 끊여주고 싶다.
8월 14일 맑음
매트리스 위에 앉아 좋은 생각을 읽어본다. 망원경을 옆에 두고서.... 운동도 해본다. 그래도 시간은 그대로 있는 것 같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
10시쯤에 정상에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인가보다....
구름이 가끔씩 가린다. 눈을 떼지 못한다. 초초해진다. 왜 일까? 또 1프랑을 넣어 본다. 클라이네 샤이덱은 여전히 종소리와 함께 평온함이 깃들여 있다... 내 맘은 글쎄....나두 아이거를 오르고 있느지 모른다. 형들의 행동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고 헤크마이어 루트를 보며 이미 반을 오르고 있는게 아닐까....그전에 나역시 아이거에 대한 계획과 준비 그리고 기다림을 배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크랙 2/3지점에 3명이 또 보인다. 상단엔 2명 아마 형들인것같다.저녁 9시가 조금 못되어 비박준비를 하는것같았다. 움직임이 덜하다. 랜턴불빛이 증명이라도 하듯이... 저멀리에서도 보인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막 잠이 들려고 할때다.....불빛이 깜박깜박거린다. 무심코 나두 해본다...그러니 또 신호를 보낸다. 구조신호? 머리가 복잡했다. 아닐껴야.... 혹시? 맘이 편하질 못했다. 난 바로 내려가 망원경을 보았다. 아무래도 모르겠다. 그래 다시 한번 신호를 보내니..... 틀림없다. 구조요청이다.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난 레스토랑에 갔다. 추운날씨가 날 더 움크리게 했다. 문을 두드리자 큰개가 짖기 시작한다. 날 물어뜯으!
려 한다. 소리를 질렸다. 무서웠다. 다행히 바로 주인이 저지를 해서 살아났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도움을 청했다. 아무래도 난 보아도 모르겠으니 망원경으로 보고 구조요청을 하는것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벌벌떨고 있는 나에게 친절하게도 커피한잔을 준단다.괜찮다고 했다. 그 사람은 자기도 잘 모르겠단다. 그러더니만 스위스 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북벽에 있는팀의 안전을 물어본다. 거기서 관측해본결과 등반팀들은 안전하게 비박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한다. 그리고 낼 하산하거든 자기한테 알려 달라고 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엉엉 울면서 텐트로 돌아왔다. 아~~
정말 많이도 운다. 해외에 나와서 까지.......... 아무튼 다행히다. 혼자 북치고 장구쳤지만 형들이 안전하다니..... 잠이 오지않을것같았다. 난 바로 가서 랜턴을 켜지 않았다. 달도 밝거니와
랜턴 불빛이 정이 가질 않는다. 오늘 이 순간만큼은 말이다. 텐트문을 열어놓고 잠을 청해본다. 아직 벽에서 내가 무슨일을 했는지 모를 형들을 보면서.... 하도 울어서 눈이 아프다. 낼 또 팅팅 부어있을것인데.....
오늘따라 집 생각이 간절한지 모르겠다. 낮에 전화를 했다. 잘지내고 있냐고 물었다. 배 고프다고 하니깐 엄마는 나가서 무슨 고생이냐며 당장이라도 올 수 있으면 오란다.맛있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목소리라도 들을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친구들한테도 자랑을 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형들은 수직의 벽에서, 난 수평의 언덕에서 잠을 청한다..........
8월 15일 맑음..천둥번개.비
눈이 안 떠진다. 이런..... 형들이 오면 놀린텐데....이젠 아이거가 눈에 훤하다. 아~ 저긴 어디구나... 하고 눈감고도 느낄수가 있었다. 3대 북벽중 가장 친근한건 바로 아이거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등반루트도 이렇게 자세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보아서 그럴지 모른다.
아침 7시에 정상설원을 등반하고 있는 형들이 보인다. 순간 "해냈구나" 탄성이 흘려나온다.
기뼜다. 비록 함께 등반을 하진 않았지만 이틀동안 아이거를 보며 눈으로, 맘으로 이미 형들과 등반을 하고 있었으니까......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다. 오면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방이라도 형들이 올것만 같다....
여김없이 사람들로 역은 붐비고 있다. 저 수많은 사람들은 만년설이 있는 세 봉우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나 역시 산사람인가 보다. 오름짓에 이리 간절하니.....
이젠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역 안엔 텔레비가 하나 있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을 생방송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갑자기 뛰어나갔다. 빨간 베낭이 눈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다른 팀이였다. 그들은 등반을 끝내고 지금 내려오는 중이란다. 난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허탈한 마음에 다시 캠코더를 들고서 MTB 경기장면을 찍었다. 힘들게 올라오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은 여유를 부려도 될것같다.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 핸드드라이에 머리도 말리고.....
오후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않던 형들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이미 언덕위에 텐트로 가고 있었다. 노란 트라우져가 보인다. "상훈이형~~~~" 기쁨에 막 뛰어갔다.
모두가 무사했다. 고단한 표정이였지만 해냈다는 뿌듯함인지 살아돌아왔음에 기쁨인지 모두가 날 반겨준다. 난 형들한테 뛰어들어가 안아보았다. 정말 형들이구나......
형들이 이렇게 함께 있어 정이 너무 많이 들었나 보다. 비록 한달이지만....
다시 그룬트로 와서 회포를 푼다. 허리띠를 풀고서 맘껏 먹어보잖다.... 포도주한잔에 우린 그동안의 등반을 얘기해 본다. 이 순간의 기분은 뭐랄까.... 대학합격해서 먹는 맥주한잔의 맛, 아님 토왕폭을 등반하고서 BC에서 먹던 소주한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엄마랑 가족들이 생각이 난다.특히 할머니가........
갑자기 아이거에 구름이 몰려가더니만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온다. 아직 등반하고 있는 팀이 걱정되었다.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지금도 내 가슴속엔 아이거가 있다. 살아있는 아이거를 잊지 않았음 좋겠다. 내가 늙어서도
비록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내가 가졌던 그 맘은 평생 갖고 가고 싶다.
치마 그란테(Cima Grant)-돌로미테
16일-19일
볼자노에 도착했다.텁텁한 공기가 찝찝하게 한다.
이탈리아에선 도둑만 조심하면 된다. 진짜.... 공원에서 비박하다가 소잃고 외양간 고친격이 되어버렸다. 잠깐 잠든사이~~ 정말 이래저래 많은걸 경험한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도둑잡는다고 아니 혹시 버리고 가진 않았나 쓰레기통까지 뒤지고 경찰에 신고 해도 찾을길이 없단다. 허탈한 마음으로 이탈리아에서의 아침을 맞이한다. 밀라노에 사는 전대 수영이형을 만났다. 도움이 무척이나 컸다. 먼저 의사소통이 안 되는게 가장 큰 문제다... 영어나 불어는 조금씩 되는데 어째 이탈리어는...
경찰서에 가서 분실물을 신고하고서 종이한장을 받아왔다. 장비며 돈이며 여권까지.....
야영장으로 바로 이동...... 시설면에선 뒤떨어지지 않는곳이다. 참 부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이런 수준은커녕 제대로 된 곳이 몇곳이나 된느지 말이다...설악산 야영장에도 따뜻한 물이 나왔음 좋겠다.
볼자노에서 산칸디도로 이동한다. 돌로미테산군으로....
여기 야영장은 환상이다. 호텔급수준이다. 안내책자까지 만들어 놓고 주변 시설물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인공암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역시 등반은 그들의 생활의 일부분이다. 수영장에까지 갖추어 놓은 야영자은 처음본다. 사람들이 많다. 이런시설이면 굳이 호텔을 찾을 필요가 없을것같다. 캠핑카들도 화려하다. 집을 그대로 갔다놓은 듯 없는게 없다.
트레치마 등반준비를 했다. 1박2일.. 날씨를 봐서 무리한 등반은 하지 않기로 했다. 수영이형 차를 타고 무스로 간다. 여기 산장부터 시작이다. 등산로는 그리 어렵지 않는 코스로 선택할 수도 있다. 곳곳에 산장도 있어 쉬어서 갈수도 있는곳이다. 각자의 페이스대로 운행을 시작한다. 마차가 지나간다..... 급경사는 없다. 1시간 반정도 왔을까 ....사방이 환 트인다.곧 벽들이보인다. 이탈리아......돌로미테가 있는곳...무안한 등반대상지가 있는곳이 바로 여기다. 정말 자일파트너와 둘이서 온다면 환상적인곳일것같다. 사방에 모두가 등반대상지다....병풍을 쳐놓은듯한 암벽들이 시선을 끈다. 바위 코스도 다양하다. 사실 이렇게 피치가 긴 벽은 처음본다. 거벽등반을 즐길수 있는곳인것같다. 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이 보인다...
트레 치마가 있느곳까지 2시간이 걸렸다. 3개의 독립된 봉우리가 모여있다. 하나처럼.. 인상적이다.상징물처럼......가운데 있는 것이 6대 북벽중 하나인 치마 그란테이다. 한 눈에 봐도 밋밋한 벽이다. 알리슨 하그리브스가 오른던곳....... 등반은 안하더라도 한번 와서 보았다는게 어딘가.... 수영이형과 현조형을 기다린다. 등반은 날씨로 봐선 어렵겠다.
산장이용시 십만리라(5만원정도)란다. 우~~ 차라리 비박을 하지......
벽밑으로 트레킹코스가 많다. 산장위쪽으로 교회가 하나있다. 위에 암장엔 구멍이 군데군데 나있다. 전쟁때 요새로 이용한것같다. 동굴같은게 파져 있는것이.. 종국이형한테 말하니 믿지 않는다. 산장안엔 전쟁시 어떠했는가를 보여준 책도 있다. 이걸 보여주며 내 말을 증명해 본다. 형들도 이곳저곳을 둘려본다. 봉우리 위에 십자가 같은 것이 하나씩 있다. 용도는 나도 모르겠다.
너무 늦게 온다. 다시 내려가야 겠다. 오길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저기서 힘겹게 올라오는 수영이 형이 보인다. 온몸이 쑤시다고 한다. 쉬었다가 형들은 빙 되돌아가고 나와 수영이 혀은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서로 노래를 부르며...성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정말 잘 불렀다.
처음엔 이곳에 치마그란테인줄 모르고 왔다..뜻박에 얻은 진주랄까....
하지만 그게 무슨의미가 있겠느가....사람들은 참 우습다. 뭘 정해놓고 테두리 안에서 의미를 정하길 좋아하니... 나 역시 그랬다. 있는 그대로를 볼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겠다.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다. 기회를 만들어서 오고 싶은곳이다. 굳이 이름있는 벽이 아니더라도 말이다......순수한 오름짓... 이게 클라이머들의 맘 아닐까한다.
등반보다도 돌로미테산군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게 더 값진것같다.
이렇게 해서 나의 알프스 6대 북벽 트레킹 보고를 마치려한다.
비록 피즈 바딜네는 보지 못했지만 값진 산행이였던것같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였고, 산에 대한 마음가짐도 다잡을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몽블랑을 오르면서 고소를 처음 겪어보고, 여러 산군 역시 직접 볼수 있어 내 생애 값진 행운이다. 인내하고 기다릴줄 하는 사람이 되야 겠다.
끝까지 함께 지냈던 멋진 대장님 종국이형, 맛잇게 먹자는 현조형, 돼지라고 여전히 놀리던 상건이형, 내 간식을 잊지않고 챙겨주며 날 포동포동 살찌운 경준이형, 자주 날 챙겨주고 편하게 대해준 상훈이형...참고로 힘에 세다....^^ 내 아양을 가장 잘 받아준 승현이형... 정말 고마운 형들이다.
끝으로 이글을 우리 할머니께 받칩니다.......
※샤모니 가는 길...
서울--취리히
(항공편이용, 취리히중앙역(10분 거리), 지하철내 교통관광 안내소,
철도는 아침 6시에서 밤 11시까지 운행)
취리히--Fribourg(10:10)--Lausanne(10:50)--Montreux(11:23)--Martigny(11:50)--Chamonix(16:00)
Martigny---Chamonix : Mont-Blance Express 이용(유레일 패스 적용됨)
※샤모니 시내 곳곳
* 슈퍼 U
평일 8시 30분-19시 30분
일요일 8시 30분-12시 이용
점심 시간 이용 불가능
* 가이드 회관(9시-12시/15시-18시 이용)
회원 가입 10Fr
기상게시
* 산악보험-프랑스 전역에만 혜택
cf.여행 안내소 이용시 유럽 전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이틀, 일주일(200Fr), 시즌 (270Fr 10월.31 일 까지 적용 됨)
*우체국
평일엔 17시, 토요일엔 11시 까지 이용 가능. 일요일엔 휴관
점심시간 (12시-2시) 이용 불가능
우표 4.9Fr
*체육 시설
N사 뒤에 위치
스케이트장 (42Fr)
인공암장(20Fr)
덤블링(10분 30Fr)
수영장,레프팅....
*가이앙 암장
5.9-5.10 난이도
온가족 등반(호수 와 잔디밭이 있어 휴식 공간으로 이용)
어린이 암벽 교실(3-5살)
*빨래방
세탁(7kg) 30Fr 세제 2Fr, 건조 10Fr
*맥도날드
W.C 무료 이용 가능
인터넷- 한시간 40Fr, 30분 25Fr, 10분 10Fr
화장실 2Fr
※숙소
*호텔
샤모니아드 70Fr 정도 4,6,8인용 도미토리
브레방 케이블카 옆 도미토리 숙소 60Fr
*야영장
(모랄레시아)
샤워 시설, 세탁 시설, 화장실, 세면대,... 레스토랑 이용
청결한 편의시설을 잘 갖추어 놓았다.
이용요금 어른27Fr, 아이(7살) 16.5Fr, 텐트 18Fr, 캠핑 카 25Fr
※교통편
ㄱ. 에귀디미디 3842m(케이블카)
176Fr (편도), 210Fr (왕복)
학생 할인 안됨,나이 제한 으로 요금
10분 간격으로 운행,성인 70면 정도 수용
샤모니(1370m)-플랑 에귀(2317m)편도 69 Fr, 왕복 89 Fr
ㄴ, 몽땅베르 기차
63Fr (편도), 83Fr (왕복)
(샤모니 막차 17시, 몽땅베르 역에서는 18시 30분)
ㄷ, 브레방 케이블 카
편도 63Fr, 왕복 88Fr
호수와 초원 지대가 펼쳐져 있다.
몽블랑과 드류가 보인다.
패러 글라이딩과 산악 자전거 MTB 즐길 수 있다.
※ 코스믹 산장
165Fr, 아침 포함, 취사 불가능
렛쇼 산장
98Fr, 예약 필수, 10명 정도 수용
※체르마트 가는길....
샤모니(15;47)- 마르티니(16:40)-비습(17:40)-체르마트(1620m,18:50)
참고) 비습에서 체르마트까진 유레일 패스가 적용 안된다.
1등석 99SFr 2등석 60SFr (왕복)
안내방송. 타슈에서 차를 놓고 기차로 갈아타고 온다.
※케이블카
체르마트-퓨리-슈바르체(곤도라,케이블카) :왕복 33SFr
※회른리 산장.
2곳다 이용요금 같다.
잠만 자면 33SFr (스위스 알파인 클럽 회원 26SFr)
수용인원 2곳 100명정도
※그린델발트가는길
*체르마트(09:45)- 비습(10:40/ 12:15)- 브리그(12:25/ 13:00)- 스피즈(14:10/15;00)
참고)스피즈역에서 인터넷 이용가능, 아이거 자료 많다.
호수,휴향도시
-인터라켄 오스트(15:35)- 그린델발트
참고) 이구간도 유레일 패스 적용안된다.
1인 7.20SFr (편도), 14SFr (왕복)
*그린델발트에서 그룬트 유레일패스 적용 안됨. 3SFr
*그린델발트-클라이네샤이넥:35SFr (왕복)
*클라이네샤이넥-융프라요흐: 할인티켓 62SFr (왕복)
*숙소
마운텐 호스텔
1인1박 37SFr(아침포함)
개인사물함(열쇠),세면대.
※돌로미테 가는길
그린델발트(11:50)- 인터라켄(12:35/12:40)- 스피즈(13:10/14:20)- 브리그(14;36)-밀라노(16:50/17:20)-베로나(17:35/19:25)- 볼자노(21:50)
볼자노(16:31)- 산 칸디도(20;50)- 세스토....
*가이드회관
17시~19시 이용가능, 오전시간대엔 산에서 활동..
메트로 부정확(프랑스나 스위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