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지부산악회는 4월 정기산행으로 12일(토)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왕방산·국사봉을 다녀왔습니다. 애초에 계획했던 곳은 역시 포천에 위치한 국망봉이었으나 산불예방을 위해 출입이 금지되는 바람에 급히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사는 곳이 모두 다른 관계로 각자 출발하여 10시에 포천터미널에서 집결하기로 했는데 10시가 조금 못 되어서 이미 단 한 명을 제외하고 가기로 한 회원은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회장 김시중, 총무 유희삼, 등반대장 임용주, 정태종, 김인식, 마용성동지와 경기광주로 전보되어 간 김주동동지가 그들이었습니다.
20분이나 늦게 도착하면서 '뭐야?' 하는 물음에 '아니, 전날 막걸리를 많이 먹어서 머리가 아파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변명을 해댄 동지는 다름 아닌 바로 옆 의정부에 사는 조유환동지였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왕방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포천읍을 안고 서있는 왕방산(737.2)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포천군의 진산으로 불리우고 있으며 교통이 편리하고 산세가 완만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왕방이라는 이름은 조선태조, 혹은 신라 헌강왕이 방문하였다는데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터미널에서 다시 서울방향으로 내려오다가 호병골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여 계속 걸어들어 갔는데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산행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산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 혼자 내려오는 아저씨한테 입구를 물어 들어갔는데 목표했던 보덕사방면이 아닌 한국아파트쪽이었습니다. 훨씬 긴 코스였지만 그냥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아파트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진 능선길을 계속 오르니 거의 무럭고개까지 다가갈 정도로 길게 우측으로 휘어져 있었는데, 대체로 평이했지만 가끔 짧지만 급경사지가 나와 허덕거리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몇 번의 경사로에서 평소 남파공작원의 명성을 얻고 있으며, 산행 직전 자신은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운동하길 권한 바 있던 김주동동지가 많이 처져 놀라게 했는데, 본인말로는 두꺼운 바지탓이라고 부득부득 우겨댔습니다.
지각할 땐 막걸리 때문에 머리가 어쩌고 했으면서도 새카맣게 잊어버렸는지 계속 떠들어대는 떠드리 조유환동지의 따발총소리를 귀로 들으면서, 산길 내내 지천으로 널린 진달래의 투명한 붉은 색이 눈에 물들면서 그럭저럭 걷다보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10시 30분에 시작한 산행이 어느덧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고, 무엇보다 밥 때만 되면 ' 규칙적인 생활' 운운하는 배부리 김인식동지의 주장에 밀려 우리는 왕방산을 조금 남겨놓고 점심을 먹게되었습니다.
점심은 변함없이 라면과 소주, 기타 등등으로 이루어진 메뉴였는데 언제나 그랬지만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한가지 흠이라면 삼거리 유희삼총무가 바나나를 한 송이 샀는데 7개가 달려 있어 8명의 참여회원들을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하게 만들었는데, 결국 회장동지가 어깨에 매달린 짐 때문에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는 했지만 약간 삐진 것 같았습니다(물론 자기는 삐진 게 아니라 감기기운 때문에 그렇다고 화를 냈습니다).
곧이어 왕방산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날씨가 이상했습니다. 오후에는 갠다는 예보를 듣고 왔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누군가 '저기 봐라!' 하고 소리쳐서 돌아보니 국사봉쪽에서 시커먼 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배만 부르면 아무 생각 없는 삼거리 유희삼동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안되겠는데'하고 바람을 잡았고, 산행보다 뒤풀이에 더 강력한 신념을 갖고 있는 닐리리 정태종동지가 '지금 내려가야 돼!'하면서 얼른 선두에 나섰습니다.
중도후퇴에 언제나 결사반대를 외쳐왔던 치명적인 걸림돌 삐리리 임용주동지는 이 때 점심반주에 이미 상태가 삐리리되어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왔고, 끝내리 마용성동지는 이 때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 한시간이 넘는 하산 길에 결국 비가 오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시커먼 먹장구름은 충격과 공포가 아니라 허풍과 늑대였던 것입니다.
우리의 왕방산행은 하산 후 의정부로 가 생맥주 한 잔으로 뒤풀이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당구 한 판과 부대찌개내기 등 좀 더 일정이 있었지만 누군가 술 먹는 도중 도망가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총회무산과 단협합의설 등 뒤숭숭한 분위기에 이런 한가한 글을 올리게되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달의 산행기도 올리지 못했고 산을 사랑하는 동지들과의 약속된 교류사업이라고 생각되어 무리가 되더라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조직적 고민에 괴로워하시는 많은 동지여러분들의 넓으신 양해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