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 30년, 인애가 한방병원 이사장 김덕호
“그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얼마나 했냐고요?
글쎄요... 일전에 연인원으로 따져보니 30년간 약 15만명을 돌아본 셈이더군요.”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병원경기’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도는 요즘이다.
하지만 인애가 한방병원 이사장 김덕호 박사는
자기 병원을 돌보는 것만큼 이나 무료 의료봉사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김덕호 인애가 한방병원 이사장
경북 영주가 고향인 김 박사는 할아버지 대부터 3대째 이어오는 한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가풍의 영향으로 경희대 한의예과에 진학, 본과 1학년 때인
지난 1974년에 지금의 서울 송파구 삼전동 일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생 때부터 30년간 도시빈민 무료진료
“당시 삼전동∙거여동에는 청계천이나 종로 등지에서 진행되던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밀려난 도시 빈민들이 한둘씩 모여들고 있었지요.
삼전동 근처 삼촌댁을 방문하다가 우연히 목격한 그들의 궁핍한 삶이 내내 잊히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필리핀 바세코 지역에서 김 이사장이 어린이들을 진찰하고 있다.
그 길로 김 박사는 학교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이끌고 이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시험 기간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 주말 동사무소나 교회 등에서 무료 진료활동을 펼쳤다.
“요즘에는 무료 진료를 해도 대개 퇴행성 관절질환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만큼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감기∙폐렴∙피부병 등
전염성 질환을 만성으로 앓는 이들이 많아 진료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답례로 가져온 삶은 달걀 ‘감동 무상’
그가 봉사활동을 평생토록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한 환자가 가져온
계란 한 바구니 때문이었다. “졸업 직전이었습니다.
지금의 올림픽공원 자리에는 양계장과 목장 등이 있었지요.
그곳의 한 양계장에서 일하던 일꾼 중 한 분을 치료해 드렸더니
삶은 계란 한 바구니를 가져오셨더군요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던 그분의 말씀이
평생 봉사활동을 채근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지난 15일 송파구민회관에서 진행한 의료봉사활동에서
김 이사장이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다.
1977년 경희대 한의과를 수석 졸업하고 80년 교수로 임용된 뒤로도 그의 봉사활동은 계속됐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까지 죄다 동원해 의료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삼전동 거여동뿐만 아니라 천호동∙난지도 쓰레기매립장 등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 않고 침통을 들고 달려갔다.
그에게는 의료봉사가 또 하나의 연구활동이기도 했다.
비록 봉사활동이었지만 마치 종합병원에서 하듯
진료 내용을 꼼꼼히 기록, 진료와 연구에도 활용했다.
“봉사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봉사를 하는 것이
제게는 또 하나의 연구활동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논문 20여편을 발표할 수 있었고 전문 의학서적도 8권이나 펴낼 수 있었습니다.”
소외된 노인 의료복지 향상에 전념할 터
1992년 학교를 퇴직한 뒤 개인병원을 운영하게 되면서 봉사활동의 폭을 보다 넓혀갔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의료법인 내 여섯 개 병원의 의료진과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지난 6월에는 병원 식구들과 세계 4대 빈민촌의 하나로 손꼽히는
필리핀 바세코 지역에 한방 의료봉사를 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게다가 2003년부터 새마을협의회 송파구지회장을 맡아 또 다른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편 김 박사는 앞으로 노인들의 의료복지 향상에 남은 일생을 바칠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고령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급속하게 증가 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봉사활동은 법과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어르신들 돌보기에 주안을 둘 생각입니다.”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