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부터 초중고교 여학생이 생리통 때문에 학교에 못 가더라도 출석한 것으로 인정하는 생리 공결제(生理公決制)를 추진한다고 한다.
생리 공결제를 시행하면 여학생이 심한 생리통으로 결석할 경우 매달 하루는 ‘공적인 결석’으로 간주해 출석으로 인정된다. 학교 생활 기록부와 성적 평가 등에서 생리 결석에 따른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은 직전에 본 시험 성적을 해당 과목의 성적으로 인정한다. 현재는 생리 결석 때 결석계와 진단서를 학교에 내면 ‘병결(病缺)’ 또는 ‘기타 결석’으로 처리한다. 이 경우 학생부에는 결석으로 처리돼 개근상을 받지 못한다. 불가피하게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병결(질병 결석) 때와 마찬가지로 직전에 치른 중간, 기말 고사 성적의 80%만 인정받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나 생리 공결제 시행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성적의 처리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학교 성적은 단순히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겨지는 학생 시절의 과거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행 대학 입시에서도 학교 성적은 중요한 합격 자료로 이용되지만, 2008학년도 대학 입시부터는 학교의 내신 성적이 대학의 합격 여부의 결정에 더욱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그 밖에도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는 유학, 취업 등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일생동안 따라다닌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여학생이 생리 결석으로 결시하는 경우, 직전에 본 시험 성적을 해당 과목의 성적으로 100% 인정한다고 한다. 이것은 충분히 악용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1학기 중간 고사에서 100점을 맞은 여학생은 1학기 기말 고사, 2학기 중간 고사, 2학기 기말 고사에 생리 결석을 이유로 시험을 치루지 않더라도 모두 100점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학생이 결시하는 경우에 생사를 넘나드는 중환자일지라도 직전 시험 성적의 80%만을 주도록 되어 있다. 생리 결석과의 형평이 문제된다. 또 이 제도는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앞서의 경우처럼, 1학기 중간 고사에서 어떤 과목의 100점을 맞은 여학생은 기말 고사에서 생리 결석을 하고 다른 과목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 남학생은 중간 고사에서 100점을 받았더라도 기말 고사에서 그 과목을 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도 형평성의 문제가 따른다. 더 큰 고통과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질병의 경우에는 결석이고, 생리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초중고 시절은 성적인 호기심이 많은 연령대이다. 남녀 혼반으로 구성되어 있는 학급에서 여학생이 생리 결석을 하는 경우에 이는 남학생들에게 그 여학생의 생리일을 알려주는 효과가 있다. 본인은 부끄럽고 때로는 다른 학생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다. 또 생리 결석 여학생이 거의 매일 있게 되므로 학급의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본인의 학습 리듬이 깨어질 수도 있다. 공부에 관심이 적은 여학생의 경우, 부모에게는 학교에 간다고 하고 학교에는 생리 결석계를 제출하여 또래끼리 어울릴 경우 탈선을 부추길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제도가 교육 선진국에서도 도입된 선례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녀 평등과 여권 신장의 역사에서 우리보다 앞선 나라에서도 이 제도가 없다는 것은 ‘여학생의 건강권과 모성 보호’에 우리보다 관심이 적어서가 아니라, 이 제도의 시행이 갖는 부작용과 문제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교육 당국의 설명처럼 ‘여학생의 건강권과 모성 보호’에 관심이 크다면, 현재의 양호실을 대폭 손질하고 여학생들이 편하게 양호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를 정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생리 공결제를 금년에 4개 학교를 시범 학교로 지정해 1년간 운영해 본 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충분한 현장 의견 청취와 여론 수렴을 거친 후 시행 여부를 판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