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송전마을 - 송대마을 - 모전마을 - 용유담)
(2009-09-26 06:05:00 sfm홈피)
어! 웬 히말라야 롯지냐?
길걸음의 욕구를 채울려고 지난 토요일(19일)에 혼자
이 곳 히말라야롯지까지 와서 탁배이 한사발을 마시고 시간에 쫓겨 내려 갔었다.
오늘 길걸음은 여기까지는 두번째다.
히말라야 롯지라니!!
지금 우리가 히말트레킹을 한단 말인가?
송전마을을 지나 송대마을에서 길이 끊겨 용유담으로 내려온다.
히말라야롯지 같은...
대구띠..
롯지 벽의 글들.
'수철 - 동강'구간에선 랑탕이 보이더니, 여기선 히말롯지도 있다.
이야기 중에 길동무가.. "도로가 아닌 옛 길이었다면 히말라야와 똑 같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동감이다.
게다가 롯지까지 있으니...
다만 "sweet"만 없을 따름이다.
롯지 이름은 "대구댁과의 새로운 만남"이고, 주인장은 대구댁이다.
얼굴 모습도 따망족 아낙의 모습과 흡사하다.
바깥분이 20여년전에 여길 사 두었단다.
퇴직과 함께 '소쿠리'라는 별호의 영감님과 3년전에 여기로 왔단다.
길이 열리면서 본디 집에다가 2층을 올리고 길쪽으로 난간을 낸 것이다.
어찌나 네팔의 롯지 모습과 닮았는지...
길손들에게 물도 주고 마천막걸리도, 라면도, 국시도, 비빔밥도 해 준단다.
전화로 예약하면 돼지두루치기도, 닭백숙도 가능하단다.
저문 밤엔 방도 내어준다.
셈은 물론한다.
장터와 비교하면 싼 편은 아니지만, 깊은 산중인 것을 감안하면 된다.
산장이 나와 잘 맞을 것 같아 다음에 내게 달라고 떼도 써 본다.
주인장 말씀이, 여기 온지 3년이 지났는데도 마을주민들과의 소통은 여의치 않단다.
"더 노력하시라... 더 많이 베푸시라"고 일러주고 싶다.
탁배이 한사발과 비빔밥으로 민생고를 해결한 길손은 다시 걷는다.
400살의 소나무.
소나무의 평가는 1形2皮로 한다.
첫째는 모양이고, 둘째는 수피다.
이 소나무의 수피는 천하 제일이다.
주사 흔적이 선연한 수피.
소나무 아래의 길손.
생명력의 환희..
5리쯤 걸어 이른 곳이 소나무 쉼터다.
수고 20m, 둘레 26m에 달하는 400살의 신령스런 소나무다.
여기에다 주위는 널찍한 바위로 되어 있어 '소나무쉼터'라고 불리고 있나 보다.
첫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400살이 문제가 아니라, 그리도 많은 인고의 세월을 지났는데도 조금도 훼손되지 않고 굳건하게 서있는 모습이 경탄스럽다.
다만 한쪽의 처진 가지가 바위면에 닿아 있는게 염려스럽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 400년이라니... 그것도 우리소나무가!!
하기야 4,000년을 사는 나무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1,000년을 넘게 살았다고 하드라만...
소나무 할아버님 부디 천세를 누리소서!!
너른 바위에는 洗鹿臺라고 새겨져 있다.
사슴이 세수하는데 란다.
진종일 나무 아래 바위에서 마음이나 씻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인가?
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군 당국자에게 황급히 권하고 싶다.
빨리 국가 보호수인 '천연기념물'지정을 서둘르라고...
소나무 할아버님께 마음속으로 가만히 절하고 다시 걷는다.
송대마을.
용유담.
여기서 부터는 푯말이 뽑혀진 길이다.
임도로 임도로 그리고 염소목장길로 끝없이 걷는다.
혼자라면 무서웠을게다.
다행히도 길동무가 둘이나 있어 두려움은 없다.
하지만 다리가 아프네!
굽이굽이 모퉁이를 돌아 이른 곳이 송대마을이다.
공비토벌루트 안내소도 보인다.
여기서 헷갈린다.
푯말도 물어 볼 사람도 없다.
시간도 많이 된지라 길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오며 되돌아 보니 기억이 아슴하게 떠오른다.
몇 년 전인가는 확실하진 않지만 여기 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P기자의 작은집이 보이니... 그랬지.
가셔브롬히말 원정후에 여기와서 하룻밤을 동무들과 묵어가지 않았던가?
거가 거인 것을...
"P기자는 참 촌놈이다"라고 생각하며 내려오는 길도 꽤 길다.
P기자는 여기서 우찌 학교를 다녔을꼬???
랑탕길의 "술값받으로(수카바트르)"가 생각난다.
칡..
내려온 길 양옆으로는 칡이 판을 친다.
우얄꼬??
한참 걸어서 모전마을을 지나 다리에 도착하니 용유담이다.
아직도 꿈속입니다.
깨지않는 꿈이면 좋겠습니다.
* 송대마을에서 용유담으로 내려옵니다.
* 송대마을에서 벽송사까지 4KM의 둘레길은 아쉽게도 닫혔습니다.
* 빨리 원래대로 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리산안내센터 지도제공>
첫댓글 메모장 들고 있는 도사는 갑수도인이 아닌가?
엉띠 거노..
병호야. 방가~~
수려한 장관이 많네
400년된 소나무..
정말 장관이다.
구수한 얘길 읽다보니
함께 길을 걷는 기분이다.
머지않아..
꼭 걸어보고 싶다.
어이하여
히말라야 롯지와
그리도 비슷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