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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제대로 삼키질 못하겠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꼬맹이의 목소리에 손 발이 저리고, 털끝이 쭈뼛거리며 고개를 쳐드는 것만 같았다. 더이상 만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꼬맹이는 분명 흑풍회와 한 패이거니와, 그보다 더 위험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혼란스럽다는 거다. 이 놈의 머리는 일분 일초도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웃어제끼던 아가의 목젓과, 휘어지는 눈망울을 기억해내는데 막상 찾아가질 못하니 애가 탄다.
‘아저씨, 또 와요!’
‘.......’
‘아저씨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꼭 와요!!’
택시를 잡아 타는 제 등 뒤로 손까지 흔들어 제끼며 소리 치던 꼬맹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뭐. 스물 일곱 먹은 놈한테 꼬맹이 꼬맹이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아가 같은 그 녀석에게 존칭을 붙이거나, 그 외에 요사스러운 호칭을 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정말 기다리고 있을까?
목덜미를 덮는 제 긴 머리를 마구 헝클며 크게 한숨을 내쉰 재중은 기어코 제 사무책상에 고개를 묻고는 눈을 감았다.
“뭐에요, 선배. 또 자요?”
능청스런 말투로, 옆구리를 쿡 찌르는 손길에 지친 몸을 부스스 일으키자 초췌한 얼굴로 싱긋 웃는 창민이 눈에 들어왔다. 참 창민에게는 할 말이 없다. 파트너로써 같이 죽고 같이 살아야 할 운명인데, 한 놈은 바에 가서 술이나 마시고, 또 한 놈은 후배라는 이유로 귀가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쳐박혀 사건 파일만 뒤적여 댔다니.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미안한 표정을 짓자 창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짧게, 괜찮아요. 라고 말했다.
“해장은 못 해드리고, 커피라도 마셔요.”
“아, 어. 고맙다.”
“선배님을 제가 챙기지 또 누가 챙기겠어요.”
눈이 짝짝이가 되도록 키득거리던 창민이 내놓고 간 커피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뭔가 불안한 낌새에 차마 입을 대지는 못하겠어서, 그가 시선을 돌린 사이에 얼른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버렸다. 그래. 심창민이 좋게 넘어 갈 위인이 아니지. 뒤집어진 종이컵을 들어올렸을 때, 주욱 늘어나는 가래침에 재중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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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가게 문을 닫고 어깨를 토닥이며 걸어나오던 준수가, 껌뻑이며 금새라도 꺼질듯한 가로등 밑으로 모이는 검은 그림자에 반가운 듯 잰 걸음으로 달려가 손을 흔들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나 아저씨가 정말 다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서. 반갑지 않아?”
“반가워요. 나 웃는 거 보여요? 나 지금 되게 기분 좋은데-”
“그래 꼬맹아. 나도 기분 좋아.”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해맑게 웃는 준수에게로 달빛이 비추었다. 손을 뻗어 준수의 보드런 머릿결을 쓸어내리던 재중은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너를 만나선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너에게 독이고, 너 역시 나에게 독이 될 것이다. 그래도. 자꾸만 아른거리는 너를 어쩌면 좋니. 내가 너를 어떻게 떨쳐낼 수 있어.
“아저씨 뭐해요! 안 가?”
“어?”
“나 배고픈데- 밥 먹자, 밥. 사줄거죠?”
자연스레 팔짱을 껴오는 준수에게 이끌리며 재중은 못내 웃어버리고 말았다. 너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
네가 허락해준다면.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천은 생각 했다.
절망 속을 헤집으며 떠오르는 놀라움과, 후에 다가올 지옥 같은 나날들에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제 자신을 한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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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릿한 아픔에 미간을 주무르던 유천은, 책상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력을 동원해 알아낸 그의 프로필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이른 아침 검찰청에서 나오며, 수사 진행 지시를 내리는 그는 어린 나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직함에 오른 상태였고, 능력 또한 있었다. 그런 재중이 자신들의 조직을 들쑤시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한 점과, 이젠 준수마저 엮어버려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버린 것에 유천은 실로 한탄했다. 자신이던, 조직이던 잘못 되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꼭꼭 숨겨두었던 준수가. 연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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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은 당혹스러웠다. 발신인이 뜨지 않는 핸드폰을 한참 내려다보기를 계속.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침을 삼키며, 슬라이드를 밀었고 한동안 잠잠했던 핸드폰 너머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김재중씨 되십니까.”
“..누구야.”
“박유천이라고 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죠.”
“..네가 왜..”
“잠시 뵜으면 하는데요.”
“.......”
“준수와 관련된 일입니다.”
“어디로 가면 되지?”
박유천이 직접 자신을 부를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질 않았다. 결코 좋지 못한 적선이 될 것이라는 걸 예상 했기에, 유천을 만나러 오는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벌써 알아챈 것일까.
“우욱!”
“일어나십시오.”
“..씨발..”
다짜고자 퍼부어진 주먹질에 배를 움켜잡으며 엎어졌던 몸을 일으켰다. 그와 마주친 창고 안이 어두워 앞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박유천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하아.. 하아..”
“벌써 지친 겁니까.”
“..하아.. 그럴리가.”
“겨우 그것 밖에 안되면서. 준수를 위험에 빠뜨린겁니까.”
입가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쓸어내며, 비린내 나는 침을 땅바닥으로 뱉어냈다. 무방비한 상태의 공격으로 여전히 배는 욱씬거렸지만, 재중은 다시금 주먹을 다부지게 쥐었다. 자존심에 상당히 치명적인 타격이 와닿았다. 그래, 씨발. 이를 악 다물며 재중이 답했다.
주먹을 허공으로 휘두르며 유천에게 달겨들려하자, 유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이상 싸울 의지가 없다는 표시였다. 재중은 얼굴을 찡그리며 유천을 노려보았고, 유천은 오히려 편안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과 준수는 만나선 안 될 사람들이죠.”
“..........”
“당신으로 인해 준수가 위험에 빠진다면, 저는 절대 김재중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무슨 말이야.”
“다신. 준수와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럼.”
머릿 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준수를 만나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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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낯익은 목소리에 어깨를 파르르 떨던 준수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손을 거두고 목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유난히도 두려워던 하던 그 사람이, 눈 앞에 서 있었다.
“생각보다 잘 지낸듯 하군.”
“무슨.. 일이에요?”
떨리는 목소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당혹스러운 준수는 애써 테이블 위로 두 팔을 지탱하며 태연한 듯 물었다. 그것이 가소롭다는 듯 조소를 터트리던 윤호는 바지주머니에 쑤셔두었던 한 쪽 손을 꺼내어 엄지로 제 입술을 쓸며, 준수의 눈을 응시했다. 소름이 돋는 듯한 불쾌한 기분에 준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시선을 돌렸다.
“내가 왜 찾아왔는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는 듯 한데.”
“모,몰라요.”
“김재중.”
“........!”
“훗. 이래도 모른 척 발뺌 할텐가?”
김재중이라는 세글자에 회피 했던 시선을 다시 윤호에게 돌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어떠한 말도 나오질 않았다. 설마 설마 했지만, 벌써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채다니….
“보스가 눈치 채신 것 같다.”
“....!!!!!...어.. 어떻게...”
“조심 했어야지.”
정윤호의 흉터가 움찔거리며 자신을 조롱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입꼬리를 말며, 웃는 정윤호에게서 지금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러질 못했다. 발이. 발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어쩔 생각이에요..”
“난 단지 경고를 하러 온 건 뿐이야. 지금이라도 처신 잘 하라는.”
“.........”
“너 때문에 난처해질 유천이를 생각해. 네가 유천이를 배반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땐 이번처럼 봐주는 일 없어.”
으르렁거리던 윤호는 준수의 어깨를 무게감 있게 한 번 투욱, 내려친 뒤 뒤돌아섰다. 그가 돌아간 후에도 남아있는 충격과 공포로 부들거리는 다리가 무대 위로 향한다는 것을 준수는 몰랐다. 눈물로 뒤덮힌 얼굴 가까이로, 마이크를 집어 올리며 준수는 생각했다.
억울해. 억울해..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못 들었어.
우리 시작도 못 해봤는데..
왜 벌써 끝내야 해.
바 안에서는, 준수가 재중과 처음 마주쳤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불렀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울음에 벅찬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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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오들거렸다. 자켓 안에 숨겨둔, 서류뭉치를 꼬옥 쥐며 준수는 골목 끝을 두리번거렸다. 재중과 함께일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게 낫을거라 생각했던 지난 밤. 결국은 윤호의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 그들의 마약 거래가 기록된 서류를 훔쳐냈다. 이걸로 모든 걸 끝내고, 자신은 재중과 그들이 찾지 못 할 곳으로 도망쳐버릴 생각이다. 하지만 자꾸만 잔상처럼 아른거리는 유천의 얼굴에 가슴이 아렸다. 미안. 형 미안해.
지금 쯤 서류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을 윤호는 자신을 찾아내려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제 목숨이 걸린 일이다. 하지만 준수도 그에 못지 않았다. 재중과 자신의 미래가. 목숨이. 사랑이 걸린 일이다.
아무런 발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공허함 속에서 어서 빨리 재중이 와주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다. 두렵다. 그를.. 만나고 싶어.
“김준수.”
“............!!!”
으컁컁! 포토팬픽 쓰는 거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용!
ㅋㅋㅋㅋㅋㅋㅋㅋ막 쓰면서 옵화들 얼굴도 보고
막 제대로 상황이 상상이 가!!!!!! 끼약 이거 너무 기발한 아이디어엿어............
댓글 달아주신 구름샤다리님, 베리아님, 바이님, 낑낑님 감사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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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초민님 왜이러세영 ㅠㅠ 로잘리안님은 제 사랑이에용 ㅠㅠㅠ
어머어머어머 제가 먼저 침발라놨어용 비극야화화 10편인가 연재될때부터 로잘리안님을 즐겨찾기해놓고 침발라놓고 항상 주시하고있었단말에요 하악 꺙 /ㅅ|
앗 이런 기분 좋은 광경!!!!!!!! 그래요...... 전 이기적인 뇨자입니다^^; 저를 마음껏 가지세요!!!!!!!!! 저는 여러분의 것이니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고잇댜...........ㅋㅋㅋㅋㅋㅋㅋㅋ)
으헝헝읗으 정말 최곱니다. 어쩜 저렇게 사진들이 싱크로율이 맞지요? 아 미치겠어요 하악하악하악하악 으항하앟응하하하아아아 아 좋아요 아 나 왜이러지 하악하악 재 재 재 재 재 재 중아 준수를 데리고 도망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