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극 사례
작성자 : 고강호
일 시 : 2002 년 8월 27일(화), 10:00 - 18:00, 총 7시간
장 소 : 카톨릭 마산교구 지리산 청소년 수련원
지 도 : 고강호, 김성숙, 김헌성, 박희석, 진혜전(가나다 순)
대 상 : 전국 여성 쉼터에 있는 가출 및 성 매매 청소년 여자 39명, 지도 선생님 11명 정도, 총 50여명 대부분 15세 - 20세이며 20세 이상 청소년은 5정도.
프로그램 특징 : 이 프로그램은 17박 18일 일정이며 임진각 출발, 해남 땅끝마을 까지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계획되 있는데 그 중 사이코드라마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17박 18일이라는 일정은 아이들이 17년, 18년 동안 힘들고 고통 받았던 일들을 씻어 낸다는 의미이다(?).
처음 프로그램을 의뢰 받을 때는 집단을 5그룹으로 나눠서 하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5명이 의논결과 집단 특성(가출, 성매매)이 혼자 드라마 하기에는 힘든 집단이라서 나눠서 하기 보다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를 하고 처음에 사회극, 이어서 사이코드라마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워밍업을 박희석 선생님이 수고해 주셨고 이어서 내가 사회극을 했다. 사회극을 하고 사이코드라마를 하기로 했는데 사회극을 하다가 개인적 문제들과 집단의 문제가 드러나고 표현의 강도가 워낙 강해서 정식 사이코드라마는 하지 못하고 사회극으로 끝났다. 여기에 글을 올리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같이 공유하고 고민 할 거리가 많은 것 같아서 올리는 것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꾸밈없이 적었습니다. 읽고 많은 질문들과 피드백이 오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1. 집단 분위기 : 아이들 분위기는 많이 지쳐 있었다. 어제 지리산 산행을 했다고 한다. 구성원 대부분이 걸음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말이 아니었다. 실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조차 힘들어서 부축하고 다녔다. 아침에 드라마 시작 전, 어제 산행에 대한 나누기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 마음은 조금 활기가 보였다. 산행이 힘들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준 모양이었다.
2. 워밍업 : 10:40 - 11 :20
아이들의 육체적 피로 때문에 걱정을 하면서 시작한 박희석 선생님의 워밍업은 재미가 있었고 아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었다. 처음 프로그램부터(임진각부터 시작한..) 조별 활동을 해서 집단 응집력은 강했다. 몸이 아프고 힘든 아이들도 마음은 같이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3. 사회극 : 11:30 - 18:00
워밍업이 끝나고 각 조별로 상황극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각 조별로 선생님들이 들어가서 상황극 한 편 씩 만들고 오는 것이었다. 집단에 선생님은 개입하지 말고 촉진자 역할만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 생각에서 나오는 주제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5개의 상황극이 나왔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첫 째. 결혼에 관한 주제다. 아이들이 말은 그렇다. 결혼을 하고 싶다. 이유는 너무 외롭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어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삶이 힘들고 지치고---. 그래서 "정말 어떤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살고 싶다".라고 했다.
두 번째 주제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왕따아이의 이야기다.
세 번째 주제는 두 번째와 비숫한 이야기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
네 번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미래의 이야기인데 자기의 꿈들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다. 여군, 모델, 상담자, 어린이집 선생님 등 자기의 꿈을 실현하고 5년후에 친구들이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참 재미가 있고 즐거움을 줬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17박 18일 프로그램을 끝나고 난 후 하루의 일상이다. 마지막 대사가 의미가 있었다. 대사가 "우리가 17박 18일 동안 한 만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상황극을 실연했는데 한 드라마가 끝날때마다 관객이 질문을 하고 실연자가 하고 싶은 말들을 하면서 진행을 했다. 그리고 나서 쉬는 시간을 갖고 사회극 실연으로 들어갔다.
앞에서는 상황극을 만들어 보았고(워밍업) 이제 즉흥으로 전체집단을 대상으로 사회극을 하는데 아이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상황을 설정하고 배역과 역할 캐릭터를 정하고 배역을 자발적으로 맡아서 했다.
주제는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는데 대충은 이렇다. 아버지의 폭력, 가출, 성매매, 왕따. 앞의 상황극에서 보여줬던 내용들 대부분이다.
장면 1. 아버지가 술먹고 밤 11시에 들어온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다.( 아버지 역할을 아이들이 직접했는데 워밍업이 안된 것 같아서 같은 장면을 반복했다. )
장면 2.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푸념하고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폭력을 가한다. 아이들은 깨어나서 운다. 이 때 관객에서 어머니 역할로서 강한 불만을 가진 학생이 일어서서 아버지에게 악다구니를 한다. (동시에 관객들이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자녀의 입장에서 하기 시작한다). 디렉터가 관객에게 가서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된다고 말하고 무대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몇 명의 학생이 나와서 아버지에게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사이 아버지와 어머니 싸우는 장면에서 아버지와 자녀의 싸우는 장면이 된다.)
장면 3 학생의 아버지 역할이 약해서 아버지 더블이 3명이 더 등장한다. 강한 아버지가 되니까 관객에서 더울 심한 불만과 분노가 표출된다. ; 이 과정에서 집단이 하나가 되어 불만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처음 앞에 나온 아이들이 3명 정도 였는데 나중에 10명정도가 되고 관객 이곳 저곳에서 울음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죽여 버리겠다! 죽어! 개새끼 너도 인간이냐! 니 땜에 나 인생 망쳤. 왜 낳았어 차라리 낳지나 말지! " 등 상상이상으로 많은 분노와 억울함 절망감, 수치감들을 표현했다.
그래서 집단 전체를 대상을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불만을 표현하도록 했다. 앞에서는 정말 실신을 할 정도록 몸으로, 소리로, 방망이로. 신문지를 찢는 것으로, 신발을 던지는 것으로 의자를 던지는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분노, 아버지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됐다는 이야기 들이 터져 나왔다. 집단원들에게도 신문을 나눠주고 같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했다.
관객석 이곳 저곳에서, 무대 앞에서 울음과 분노가 그치지 않고 사발팔방에서 터져 나왔다. 선생님들은 이곳 저곳 아이들을 캐어하느라 정신이 없고 걷잡을 수 없었다. 무대 앞에서, 객석에서는 드라마가 계속 펼쳐지고,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너무 힘들어서 나가려는 아이들, 말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방망이로, 악다구니로, 몸부림으로 17년간 쌓았던 좌절과 분노와 수치심을 토해냈다. 정말 아이들이 실성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정신을 잃을 분위기 까지 가고 있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몇날 몇일을 해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분노와 슾픔, 억울함이 소리와 몸부림으로 나오고 있었다. 순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되었다. 놔둘까, 그만 멈출까....순간순간 고통이었다. 정말 30명의 아이들이 넋이 나가 있었다. 한 쪽 마음에서는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서 더 확실에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억울하고 분한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야된다고 다그치고 한 쪽에서는 이 정도면 됐어 이러다 이이들이 정신을 잃거나 넋이 나가면 어떻게 해(?)하는 생각들이 오고 갔다. 박희석, 진혜전, 김헌성, 김성숙 선생님들은 각자 아이들을 붙잡고 계속 드라마를 펼치고 있었다. ....이제 집단 최면에 걸려 있는 것처럼 아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한 쪽에서 울다가 그칠라 치면 다른 쪽에서 터져나오고 그러면 다시 이 쪽에서 같이 터져 나오고 하나의 화음이다. 슬픔과 절규의 노래였다. 같은 문제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만의 몸의 언어였다. 잉여현실속의 혼돈이고 혼란이며 또한 생명들의 꿈틀 거림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살아 있는 것이고 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과 콧물,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몸의 진실들... 어느정도 정화가 됐고 집단구성원과 시간을 생각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선생님들께 각자 흩어져서 방에 가서 하자고 했다. 각자 한 사람씩 밖으로 나가게 했다.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는 아이들은 남아있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만 움직였다. 서서히 분노와 슬픔과 절망이 씻겨wu 나가고 있었고 조용해 지기 시작했다. 두 세명의 아이들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멈출 수 가 없는 모양이다. 한 아이는 마치 3살짜리가 칭얼되는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 또 한 아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아버지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그 작은 몸에서 여린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솟아 나올까. 용암이 분출되는 듯하다. 뜨겁고 불같다..1시부터 시작한 것이 벌써 4시다. 잠시 휴식을 알리고 쉬는 시간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드라마는 계속되고 선생님들은 계속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빴다...5시까지 연수원 방마다, 사이코드라마 했던 공간 곳곳에서, 연수원 밖에서 마무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에 있는 지리산과 하늘을 향해 울분을 토하고 슬픔을 토하는 학생도 있었다. 집단에서 개별적 드라마가 곳곳에서 진행됐다....어느정도 마무리가 되고 장면 4 :5시쯤 되어 다시 지하에 모였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난감하다.
그런데 아이들 스스로 집단 분위기를 바꾸고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7곡정도 부르니까 빈자리가 거의 다 찼다. 한 두사람정도 빠진 듯 하다. 마지막 장면을 만들고 끝내자고 했다.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질문을 했다. 끝내자고 하는 학생, 밥먹고 싶다는 학생, 하고는 싶은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제안을 했다. 처음 사회극 시작할 때 아이들이 태어난다면 하고 싶은 장면,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장면을 말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한 번 해보면 어떠냐고? 아이들이 호응을 했다.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 아이역할을 하고 싶은 사람 나오라고 했다. 아버지가 5명정도, 아이들이 5명정도 나왔다. 관객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게 장면을 만들고 싶냐고? 아이들은 아빠가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뽀뽀뽀, 곰세마리, 아기공룡 둘리, 등등5곡 정도 부른 것 같다. 노래를 부를 때 춤도 추고 아이역할 하는 학생들을 업고 춤을 추면서 노래도 불렀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었고. 오히려 이런 장면이 더 슬픔을 가져오기도 했다...이어서 다시 질문을 했다. 한 장면만 더-- 정말 하고 싶은 것이뭐냐고?
한 아이가 아빠가 잠을 재워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관객에게 물어보았다. 다들 찬성을 했다. 아빠가 잠을 재워주는 장면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 나오라고 했더니 10여명이 나왔다. 아이들에게 아빠역할을 해 줬으면 하는 사람들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무대위에 천을 이용해서 이불을 만들고 각자가 장면을 만들기 시작 했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섬그늘에....반복, 허밍, 등대지기, 한곡은 생각이 안남.. 노래를 부르고 허밍으로 부르고...이런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었다....몇 분동안의 침묵 등....이런 과정을 거치고 드라마는 끝났다....
나누기 시간 ; 시원하다.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좋다...왜 이런 것을 하는지 아픈 구석을 다시 꺼내가기 힘들어서 선생님께 마구 욕했는데 미안하다. 고맙다. 1명이 왜 이런 것을 하는지 기분이 안좋다고 했다....대부분은 긍정적으로 나누기를 했다. 나누기를 꾀 많이 한 것 같다.
원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해서 사회극이 끝났다......
디렉터의 review : 공동 디렉터의 장점들을 확실하게 경험한 드라마였다. 특히 외상환자를 대상으로 할 때 반드시 공동 디렉터가 필요하다, 케이트가 할 때도 그랬듯이 외상환자일 경우 한 주인공이 시작하드라도 집단 곳곳에서 터져 나올 확률이 많다. 가정폭력, 성폭력 등 폭력으로 인한 문제일 경우다. 이번 드라마를 진행하면서
1. 개인적으로 외상문제일 경우 공동 디렉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사전논의하지 못했다는 것, 다행이 경험많은 선생님들이 있어서 잘 끝낼 수 있었다.
2. 사회극은 집단의 문제다 집단 카타르시스를 어느정도 까지 허용해야 할지 딜레마였다. 몇몇 개인이 더 필요하고 충분하게 허용해야 하는데도 집단이기 때문에 집단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집단과 디렉터의 tele로서 파악하는 길밖에 도리가 없는 듯 하다.
3. 여기에 참여한 다섯분은 대부분 전문가이다. 그래서 순간순간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전에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주 디렉터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행이 이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드러날 순간이 있었지만 자기 맡은 역할이외에 개입하는 상황은 없었다.
4. 대상이 청소년이다. 사후에 일어날 문제들, 드라마 속에서 정화하는 장면이 드라마가 끝나서 개인에게 수용이 되는지? 수용이 안될 수도 있는데 그런 혼란을 누가 도와줄 것인가? 그곳에 참석한 주최측 상담실 선생님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다. 드라마 끝나고 나서 올라오는 감정들, 생각들에 대한 이해, 수용이 될 수 있는 사후조치가 필요하다.
5. 시간이 부족하다 30명 7시간인데 부족하다. 앞으로 대상에 따라 사이코드라마, 사회극 시간을 충분이 할애받아야 될 것 같다. 대부분 우리는 주최측에서 주어지는 시간에 그냥 가서 한다. 그렇지만 대상에 따라 드라마 형식에 따라 시간을 충분히 요구해야 할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 드라마를 하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