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지금 문화관광부장관을 하고 있는 이창동씨가 감독을 했다고 들었는데...
근데 감독이 그 영화에서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고달픈 삶이라도 어디엔가 오아시스가 있다?
허접한 뒤편에 가진 것 없이 내몰린 처지이어도 그 누군가가 당신의 안식처가 된다?
이창동감독이 초록물고기라는 영화를 내놓았을 때 나는 서울의 모 극장에서 지금의 아내와 둘이서 엄청난 감동을 경험했었다.
단순한 조폭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한 느와르가 아니라 다른 그 무엇.
나는 그것을 '눈오는 날의 풍경'이라고 표현해 보고싶다.
눈은 바라보면 굉장히 아름다워 보인다.
또한 내리는 눈송이를 손으로 받을라치면 포근하지만, 어느새 차갑게 녹아 가슴까지 서늘하게 만든다.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상은 차가운 것, 우리의 세상살이가 그렇지 않은가?
초록 물고기의 느낌도 그러하다.
굉장히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느낌, 영화 속 사람들과의 대화는 일체 배제된 채, 오로지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만 허락받은 느낌.
우리들(관객)은 그냥 구경꾼(?)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기에 사건의 전개에 대해 자신의 무기력함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 '오아시스'도 그랬다.
아주 멀리는 아니지만 (분명 초록물고기보다는 가깝다. 아니 오히려 멀리 있을 수도 있겠다. 더 멀리서 더 좋은 망원경으로 초점을 맞추어 보고 있다는 느낌도 있으니까) 거리를 두고 인물들을 서술한다.
그 인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자 죽어가는 벌레이기도 하다.
굳어가는 몸을 다시 움직여보려고 몸부림치는 벌레처럼 서글프기까지 하다.
잠시 줄거리를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형이 낸 교통사고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온 설경구는 형이 치어 죽인 사람의 딸(문소리)을 만나게 된다.
그녀(문소리)는 심각한 지체장애자로 몸을 거의 쓰지 못한다.
설경구는 그녀에게 끌리게 되고 그녀와의 어설프고 조금은 난폭한 사랑을 시작한다.
그녀의 반응은 두려워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이성으로 보고있다는데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둘은 서서히 '사랑 비슷한 것'에 빠져든다.
중간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지만 결국 그 둘은 정사를 가지게 되나 그 것이 오해로 이어져 설경구가 경찰에 잡혀가게 된다.
경찰서에서 탈출을 감행한 설경구는 평소 문소리가 무서워하던 '그림자를 드리우는 나뭇가지'를 베어낸다, 경찰이 밑에서 발광을 하는 가운데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영화 속 인물들 모두가 한결같이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충격이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다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모두가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주인공 두 사람도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다가 그 후반에 이르러서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흘러가고...
마치 우리의 일상과도 같을 것이지만,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파국으로 다가간다.
내가 결정적으로 주목한 장면은 마지막 설경구가 나무위로 올라가 나뭇가지를 자르며 고함을 지르면 방안에 있던 문소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창턱으로 올라서며 화답을 하는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 두 사람은 가장 극적인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비로소 완전히 통하는 대화를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건 영화여서 그 장면이 가능했지 실제 같았으면 여전히 자기 이야기만을 하는 모습만 가득했을 것이다.
여하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가지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그 영화를 꼭 보시라는 거다.
그리고 자신만의 감상을 느껴 그것을 여기 비평방에 올려주셨음 하는 거다.(다른 영화나 책, 공연 등도 물론 대 환영이다.)
글구 하나 덧붙이자면 대화를 할 때 주고 받는 대화를 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줘버리는, 배설과도 같은 방식의 대화가 아니라...
카페 게시글
글쟁이 비평방。
오아시스를 기억하며.
대빵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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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1.28 17:1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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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오아시스를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사실 그들의 모습은 행복이라기도 보다 고통에 가까운 모습이었는데..어쩌면 행복의 실체는 별것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걸 잘몰라서 불행한것일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너무나 가깝고 실제적인 고통스러움이 생의행복일지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