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청계천변 황학동 벼룩시장에 다녀왔다.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뤄지면서 얼마후에는 사라진다는 이곳...
삼일고가도로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어디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인지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라는
흉물스런 삼일아파트앞을 따라 형성된 벼룩시장은
온통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새것과 헌것이 모두 있는 이곳.
사람들 말로는 이곳이 종로 인사동 보다
물건은 수백배 많고 가격은 절반이하로 싸다고 한다.
올들어
이곳을 찾은것도 벌써 십여차례가 넘다보니 둘러보는 요령도 생겼다.
동대문역에서 내려서 동대문호텔 옆골목을 따라 동신교회를 지나면
청계천변으로 나오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구경이 시작된다.
도로변안 골목은
우리나라 최대의 신발가게와 어린이 학용품 골목이지만
일요일엔 쉬기 때문에 볼수 없고
청계변 도로로 나오면
금붕어, 열대어, 앵무새, 이구아나, 토끼, 거북이 등등등.......
온갖 키우는건 거기 다있다.
애완용 어류 조류 등의 도매상이 몰려 있는 곳이다...
그길 끝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청평화시장이 끝나는 곳, 성동기계공고앞 사거리 다.
이곳이 바로 소위말하는 황학동 벼룩시장의 시작이다.
성동기계공고에서부터 시작해
삼일아파트를 따라 도로변으로 형성된 벼룩시장.
갈때는 차가 다니는 도로에 펼쳐있는 물건을 보면서 갔다가
돌아올때는 인도로 오면서 양옆에 놓인 물건을 보면서 오면 된다.
이곳에선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
구경하는 방법도,
손님과 상인간에도,
흥정하는 거래에서도...
이곳에 오면
왠지 모든것이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항상 올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없는 물건이 정말로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금속 등 금속제품도 광택내고
이빨치석제거, 몸도 씻는다는 식물성 비누.....
볼 때마다 참 희안하다.
내 눈앞에서 금반지가 번쩍번쩍 바뀌는데
식물성으로 만들어서 치약과 함께 묻혀서 이빨을 닦으면
스케일링 효과까지 있단다...
만원에 그렇게 생긴 비누 세개들이 세트와 덤으로 주는 것이 서너가지 된다^^
나무도 자르고 쇠못도 자르는 톱인지 쇠톱인지....요상한 절단기계...
지하철에서 1개 3천원하던 밧데리가 필요없는 충전식 후레쉬가 여기선 1천원이다.
내꺼보다 성능이 더좋아 보이는 컴퓨터가 25만원과 3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후진 내 컴퓨터도 1백50만원가량 주고 샀는데.
성동기계공고 담을 따라 돌면
몇 번밖에 안입은듯한 밍크코트를 비롯한
유명메이커 중고 의류와 각종 가방...
가마솥부터 후라이팬 냄비 숟가락 등 주방용품이 즐비하다.
또 삼일아파트 사이사이 골목에는 온갖 가전제품들이 다 모여있다.
휴대폰부터 대형TV까지 새것같이 생긴 가전제품이 중고가격으로 판매된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성인용품들도 널려있다.
열무국수 멸치국수가 1천원, 콩국수 2천원...
삼일아파트 사이사이에 들어선 주막같은 포장마차에선
잔술도 팔고 안주도 저렴하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곳은 또 없으리라...^^
사람들은 이곳에서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고들 한다...
그동안 사려고 했던 오래된 놋쇠 촛대를 찾아보았다.
맘에 드는 촛대가 보여 가격을 물어보았다.
천지인: 이거 얼마에여???(놋쇠 촛대 하나를 들며...)
상 인: 만원만 주세여~~~
천지인: (슬쩍 가려는 척 왼쪽발을 틀음)
상 인: 그냥 두개 한세트에 6천원만 주세여...오늘 장사도 안되고 하니까 싸게 드릴께여...
천지인: (헉...단지 왼쪽 발목만 틀었을 뿐인데...)
천지인: 얼른 싸주세여...
또 길을 가다보니
내 생전 처음 본 크기의 나무로 만들어진 단주가 눈에 띄었다.
(단주: 보통 사람들이 염주라 부르지만 염주말고 스님들이 손으로 알(?)을 하나씩 돌리는 물건...)
소주병 밑둥의 둥그런 원과 알 하나의 크기가 같다.....허걱..정말 크네...
갯수를 속으로 세어보니 8개....
나중에 하나씩 뜯어내서 쓰더라도 주역팔괘로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흥정에 들어갔다.
천지인: 이거 얼마죠???(단주를 손으로 사랑스럽게 만지면서...)
상 인: 5천원만 주세여..진짜 나무로 만든건데 아주 좋은거에여...
천지인: 3천원에 주세여...
상 인: 4천원까지 드릴께여~~~
천지인: 네~얼른 싸주세여...
마침 아는 분한테 연락이 왔다.
절에서 일천배를 드리고 내려오는 중이란다.
그들 부부 차를 타고 동대문 패션타운을 한바퀴 돌면서 구경했다.
동대문...
옛이름은 흥인지문(興仁之門).
경복궁에서 보면 조산인 관악산이 화형산으로
강한 화기 때문에 남대문을 숭례문으로 이름해 화기를 진압하고
광화문앞에 해태를 두어 이중으로 방어했다고 한다...
또한 우백호 인왕산 보다 좌청룡 낙산인 동대문쪽이 지형상 낮아
이곳에 저자를 설치, 사람들이 들끓게 하면서 양쪽 균형을 이루고
동대문을 흥인지문이라 이름붙였다 전해진다...
동대문 패션타운의 발전은 황학동 벼룩시장의 쇠퇴를
이미 예고하구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기가 너무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그들 부부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황학동 벼룩시장을 떠올려본다.
사람사는 모습들...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
그들간의 전쟁은 뜨겁다...
그곳에서 용솟음 치는 기...
청계천이 복개되고 들어선 벼룩시장...
청계천이 복원되면 사라지는 벼룩시장...
오늘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나처럼 물건을 싸게 샀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또한 나의 부모, 나의 조상의 옛숨결을 느끼고 돌아갔으리라...
특히 대형백화점에서 느낄 수 없는 사람냄새를 맡고 돌아갔으리라...
나의 조상들이 옛 청계천을 기억하고 있듯이
나 또한
다시는 볼 수 없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