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관련자료
답안 작성 방법 - 박정하
▲ 수능시험일인 지난17일 풍문여고에서 수럼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수능시험이 비교적 평이해 변별력이 떨어져 논술·면접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완중기자(블로그)wj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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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논술 답안을 작성할 경우 크게 두 단계의 접근을 해야 한다.
첫째는 답안을 구상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논제 파악, 논지 설정 및 논거 마련, 개요 짜기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둘째는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짜여진 개요에 기반하여 실제로 문단을 만들어서 전체 글을 구성하는 과정과 퇴고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번엔 첫째 단계인 답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논제 파악
(1) 논제를 파악하고 개요를 짜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여하라.
현장에서는 서두른다고 잘 짜여진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하고, 글 전체의 골격을 충분하게 구상하여 개요를 자세히 짜지 않고는 우수 답안을 쓰기 힘들다. 따라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논술 답안을 구상하는 데에 최소한 전체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투여해야 한다.
(2) 요구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대입 논술은 쓰고 싶은 대로 쓰기 이전에 쓰라는 대로 써야 한다. 요구 사항이 몇 가지이며, 그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요구 사항이 둘 이상일 경우에는 우선 요구사항 사이의 비중을 가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인 혹은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라’고 할 경우에는 두 요구 사항이 대체로 비슷한 비중을 가질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분석하는 과제에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대책 제시는 간략하게 줄여버리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또한 요구사항들 사이의 논리적인 연관 관계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책을 제시할 경우에는 이미 분석한 원인이나 문제점 중 어떤 것에 대응하는 대책인지가 분명해야지, 문제점 분석과 대책 제시가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3) 제시문은 중심 내용을 이해하는 데 주력하라.
제시문이 길거나 여럿인 경우도 있고, 익숙하지 않고 난해한 개념들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제시문 전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파악하기 힘든 부분에 얽매여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단락별로 대체적인 중심 내용만 파악하게 되면 답안을 작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세밀한 부분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영어 제시문의 경우 독해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는 전체에 대한 완결적인 독해보다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맞추어서 제시문을 요약하고 정리할 필요도 있다.
논지 설정 및 논거 마련
(1) 주어진 논제에 맞추어서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제시하라.
물음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논지로 삼도록 하라. 초점이 어긋나면 치명적인 감점을 당한다. 예를 들어 ‘체벌의 정당성 여부’를 묻고 있는데 ‘체벌이 교육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면 초점이 어긋난 것이다. 또 ‘이 문제는 해결 가능한가?’라고 물었는데 이에 대한 대답 없이 ‘해결 해야만 한다’는 주장에 그치면 역시 논점 일탈이다.
(2) 자신의 입장을 과감하게 주장하라.
논술에는 정답이 없다. 따라서 자기 생각이 소수파의 입장에 속할지라도 적절한 근거만 있다면 과감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때때로 다수 입장을 택하려니 너무 평범하고, 소수 입장을 택하려니 너무 튀고 해서 고민스런 경우가 있다. 논술에서 평가의 주된 대상은 결론이 무엇인가보다는 얼마나 적절하게 정당화하고 있는가 하는 논증 과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수 입장을 택해서 나름의 논거만 제대로 들 수 있다면, 상투적인 주장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단순히 고득점을 위한 요령의 차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소수파의 생각일지라도 떳떳하게 자신의 견해를 최대한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3) 선택 가능한 입장들을 빠짐없이 고려하여 섬세하게 접근하라.
입장을 정할 때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문제보다는 다양한 입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더 많다.
찬반의 경우에도 단순한 찬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강하게 찬성 혹은 반대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적극 찬성과 조건부 찬성, 적극 반대와 조건부 반대 정도라도 나누어야 한다. 논거를 제시할 경우에도 만일 적극 찬성의 입장을 택했다면 우선 왜 반대가 아니라 찬성인지의 논거도 제시해야 하지만, 왜 찬성 중에도 조건부 찬성이 아니라 적극 찬성인지에 대한 논거도 제시해야 한다.
(4) 논거를 마련할 때에는 다각적으로 접근하라.
논거를 마련할 경우에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수 답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일면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에 그치게 되면 당위적이고 원칙적인 논의밖에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상투적인 논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예를 들어서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나눈다든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으로 영역을 나눈다든지 하여 문제에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요짜기
(1) 반드시 개요를 짜고, 가능하면 문장 개요를 짜도록 하라.
개요 없이 논술 답안을 쓰는 것은 설계도 없이 고층건물을 짓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남을 설득하는 위해서는 면밀한 작전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개요를 짜야 한다. 따라서 실전에서는 문장 개요를 짜는 것이 좋다.
1000자 미만의 글은 메모식의 화제 개요만으로도, 혹은 때로는 개요 없이도 원래 구상한 대로 작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1600자 내외 정도의 답안은 개요 없이는 체계적으로 작성하기 어렵다. 특히 메모식 화제 개요에만 의존해서 답안을 작성할 경우, 원래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답안이 작성되는 실수가 자주 나온다. 따라서 가능하면 문장 개요를 짜고, 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2) 문단 배치만이 아니라 분량까지 계획하라.
개요를 짤 때, 전체 문단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또 각 문단에서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구상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대입 논술은 분량에 대한 제한이 있으므로 각 문단에 어느 정도의 분량을 투여할 것인지까지 미리 계획해야만 필요한 내용을 알차게 담은 답안을 쓸 수 있다.
(3) 상투적인 문단 구성에서 벗어나라.
실제 논술답안들은 ‘짧은 서론-긴 본론-짧은 결론’이라는 천편일률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좀더 유연한 문단 구성이 필요하다.
문단은 글의 내용에 옷을 입히는 것이다.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옷에다가 몸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미괄식 구성이 논술의 기본 형식이긴 하지만 여기에만 얽매이지 말고, 논제에 따라서는 두괄식 구성도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찬반 논의를 해야 할 문제의 경우, 채점자는 학생이 어떤 입장을 선택했는지가 먼저 궁금할 수밖에 없고, 또 학생이 선택한 입장을 먼저 알아야 그 다음부터 나오는 논거가 얼마나 적절한지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채점자의 관심을 고려할 때, 두괄식 구성을 해서 자신의 결론적 입장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논술의 자세- 박정하 교수
내일 수능을 마치고 나면 이제는 논술이다. 정시의 경우 수도권 대학들 대부분은 논술고사를 시행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수능 이후 논술 고사까지의 기간이 짧아져서 남은 시간을 논술 대비를 위해 더 효과적으로 꾸려야 할 부담이 더 커졌다. 얼마 남지 않은 논술 고사를 앞두고 최선의 대비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의 학습이 필요한지 정리해 보도록 하자.
(1)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것인가? : ‘이미 늦었다. 그러나 정공법만이 살길이다.’
안타깝게도 논술에서는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법이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상적인 훈련법을 최대한 집중해서 밀도 있게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름길이나 편법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안 그래도 모자라는 시간을 더 손해 보게 된다. 정공법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2) 무엇을 학습할 것인가? : ‘읽기보다는 쓰기에 집중하라.’
논술 시험은 글을 쓰는 시험이다. 따라서 수능 이후의 훈련 기간에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독서보다는 글쓰기 훈련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제 와서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입력해보려고 해도 별 소용없다.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지식이 시험 현장에서 글의 내용에 제대로 반영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 익힌 내용을 섣불리 써먹으려고 하다가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수험생들은 이미 수능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지식을 소화하였기 때문에 이미 내 것이 된 정보들을 충분히 활용만 해도 상당 수준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학습한 내용들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한 단계만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배경 지식과 관련된 자료를 지속적으로 읽을 필요는 있지만, 학습의 초점은 역시 글쓰기 훈련에 두어야 한다.
(3) 글쓰기 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전반기에는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서, 후반기에는 정해진 시간에 답안을 작성하라.’
처음부터 지원하려는 대학의 시험시간에 맞추어서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은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아니다. 일정 기간 동안은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상해 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충분히 해가면서 자신이 쓸 수 있는 최선의 답안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논술 학습의 과정이다. 그러다가 시험을 일정 기간 앞두고부터는(보통 2주에서 열흘 정도) 지원하려는 대학의 시험시간에 맞춰 글을 쓰면서 실전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무엇을 쓸 것인가? : ‘기출 문제를 빠짐없이 해보라.’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출문제이다. 우선 지망 대학의 기출 문제는 최근 5년간 문제를 수시와 정시 구분하지 말고 모두 풀어보는 것이 좋다. 어떤 특별한 경향을 파악해서 문제를 찍어보려는 쓸데없는 노력은 할 필요없다. 단지 문제들의 일반적인 특징, 공통점, 형식적인 특징 정도에만 익숙해지면 되고, 중요한 것은 한 문제, 한 문제 심혈을 기울여 실전처럼 써보는 것이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기출문제와 해설, 또 모의고사 문제 등을 꼭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지망할 대학의 논술 문제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대학의 기출 문제도 꾸준히 풀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출 문제는 어느 대학이건 출제위원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문제들이므로 연습 문제로서도 최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5) 어떻게 쓸 것인가? : ‘연습을 실전처럼. 하루 한 편을 집중해서 쓰자.’
무조건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완결된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하루에 한 편씩 실전처럼 집중해서 쓰는 것이다. 글쓰기 훈련은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 만일 하루 두 편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 편을 각각 70%의 집중력으로 쓰는 것보다는 한 편은 100%, 다른 한 편은 40%의 힘을 들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하루 두 편의 글을 100%의 집중력을 가지고 실전과 같이 쓴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편을 집중해서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논제 파악 훈련, 개요 짜기 훈련, 이미 평가받은 글에 대한 복습 글쓰기 등을 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6) 쓰고 난 뒤에 어떻게 할 것인가? : ‘평가받은 뒤 이를 반영해서 반드시 다시 한 번 써보자.’
쓰고 난 뒤에는 교사나 선배 등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 가급적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물론 혼자서 계속 글을 쓰고, 스스로 고쳐나가는 것만으로도 논술 실력은 향상된다. 그러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보면 더 빠르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친구들끼리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쓴 뒤 이를 돌려 읽고 토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방식이건 평가를 받았을 경우에는 이를 반영해서 같은 논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써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것이 좋다. 평가받는 과정에서 지적된 글의 약점은 채점자들이 감점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들이다. 이런 감점 요인을 줄여가는 것이 논술 학습의 중요한 과정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적 사항을 고쳐나가는 복습 글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7) 배경 지식 학습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정보보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자기 나름의 관점을 형성하라.’
현재의 대입 논술고사에는 다양한 쟁점들이 출제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쟁점이 나오건 나름대로 접근할 수 있는 자신의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건 인간론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는 인간성이나 인간 소외의 문제로 보고 접근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 서서 시장의 문제점을 토대로 하여 접근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나오건 나름의 접근이 가능한 자기의 관점을 갖게 되면 대입논술에서 중요한 무기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런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배경 지식을 학습할 때 정보를 입력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쟁점과 관련된 이론적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쟁점이 제기되는 배경을 이해한 다음, 그 쟁점에 대하여 어떤 관점이나 입장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각 관점이나 입장들의 핵심 주장과 핵심 논거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잠정적이지만 자신은 어떤 관점에 동의하는지 입장을 정하는 지속적인 과정 속에서 자신의 관점이 획득될 수 있다.
(8) 영어 지문과 국한문 혼용 지문에 대비하라
최근 2~3년 동안 영어 지문을 출제하는 대학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논술이 원래 평가할 능력 외에 대학 수학을 위한 중요한 능력인 영어 독해 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영어 지문을 최소한 한두개씩 읽고 요지를 빨리 이해하는 독해력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수험생들의 한자 실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대학에서는 한자가 섞여 있는 국한문 혼용 지문도 나올 가능성도 있으므로 한자를 읽는 연습도 필요하다.
(9) 현장 상황에 적응하라.
시험을 일정 기간(2주에서 열흘) 앞두고부터는 현장에 적응해야 한다. 우선 자기가 지망하는 대학이 정해놓은 분량과 시험 시간에 맞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가 논술 답안을 작성할 그 시간에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사고 활동에 기반한 언어활동이기 때문에, 매일 밤늦게 글을 쓰다가 갑자기 오전에 쓰려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조금 민감한 학생의 경우에는 가까운 대학의 강의실에 가서 한두번 글을 써보면서 대학 강의실 분위기에 적응할 필요도 있다.
(10) 지망 대학에서 허용하는 필기도구를 확인하여 그 도구로 연습하라.
대학에 따라 연필로 쓰는 것을 허용하는 곳도 많지만, 연필이 아닌 다른 필기도구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입시 요강을 보거나 대학 입학처에 문의하여 필기도구를 확인해서 자기가 사용할 필기구와 같은 종류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연필을 허용할 경우에는 지우개로 지우면서 작성할 수 있으므로 비교적 용이한 편이지만, 연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교정부호를 써서 고쳐야 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부터 자기가 쓸 필기구로 연습을 해야 현장에서 실수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고사 이렇게 준비하자
구술 면접 고사는 면접관을 직접 마주 대하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필기 시험과는 여러 면에서 달리 준비해야 한다. 자신감이 없어 떨거나, 당황
하거나 경직된 표정은 마음의 문을 여는 장애 요소들이다. 본 대학에서의 면접
시험 방식은 2인 이상의 면접관이 10분 이내의 개별면접으로 주요 평가 항목
은 학업수학능력과 인성ㆍ사회성으로 평가한다.
1. 입학 지원 학생의 학업수학능력을 측정ㆍ평가한다는 기본취지에 부합되도
록, 문제 인식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및 문제 해결력을 포함하여 언어 표현 능
력까지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도록 한다. 면접 문제는 자연계와 인문
계 두 가지로 구분해서 출제하며, 각 문제마다 입학 지원 학생들의 학문적 능
력을 객관적으로 더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본 면접 문제와 관련된 추가 질문
도 준비할 예정이다. 면접 문제의 예제는 본교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2.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갈 지도자 및 인격자로서의 기본 소양을 평가
한다. 이를 위해 입학 지원 학생이 작성한 면접 카드를 참고로 질의응답을 통
해 인성 및 사회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면접시 지원 학생의 기본 소
양을 평가한다.
면접관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한 면접 기술 (방법)을 열거하면 다
음과 같다.
1. 예의범절이 좋으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면접시험에는 예의범절이 중시된다. 따라서 예의 범절이 바르고 용모가 단정
하면 일단 상당히 플러스 점수를 받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논리적 사고 능력이 필요하다
어떤 질문에는 논리적 사고력이 많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단
지 요점만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의 대학교 수는 몇 개
인가?" 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하자. 이 문제는 단지 몇 개인가라는 정확
한 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 개라는 수치가 나오기까지 논리적 사고 과정
이 중요한 것이다.
3. 의사 표현 능력이 중요 하다.
면접이란 면접관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잘
답변을 했어도 면접관이 이해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 답변은 잘했다
고 할 수 없다. 횡설수설하면 곤란하며 면접관이 인정 및 수용할 수 있도록 설
득력이 있어야 한다. 면접관이 알아듣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조리 있는 의사
표현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적절한 어휘와 면접관이 질문한 핵심과 의도를 정확
히 파악하고 요점만을 말하며 일관성 있는 대화 전개가 중요하다.
4. 답변에도 요령이 있다.
문제의 핵심과 출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서 동문서답
을 피하라. 질문 형태에 따라 답변 요령 또한 다르다.
5. 자세 및 태도의 중요성
노크를 하고 들어가서 인사를 공손히 하고 수험번호와 이름을 대고 차렷 자세
로 서 있는다. 면접관이 앉으라고 하면 의자에 앉는다. 앉는 자세는 차렷 자세
로 등을 곧게 펴고 다리는 붙이며 두 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어서 무릎 위에 올
려놓는다. 밝은 표정으로 면접관이 친근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질문 내용을
모른다고 인상을 쓰거나 짜증난 표정을 보이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은 자신감 있고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태도이다.
6. 구체적인 질문은 단정적으로 답하지 말고 약간 일반화시켜 답한다.
단정적으로 답하게 되면 문제 핵심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답의 폭을 약
간 넓힐 필요가 있다
7. 너무 막연한 추상적인 질문은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답변의 폭을 넓힌다.
너무 추상적인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대부
분이다. 이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면서 답변의 폭을
넓혀가면 된다
8. 목소리를 크게 한다
큰 목소리는 자신감이 있어 보이고 면접관이 듣기가 쉽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
을 하여야 한다. 말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다. 억양법을 써서 중요
부분을 강조하는 방법도 좋은 테크닉이다.
9. 신뢰감을 주도록 노력 한다
ㆍ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저∼, 글쎄요 등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
이 좋다.)
ㆍ내용상 오류가 있으면 안된다.
ㆍ면접관의 질문은 끝까지 경청해야 한다.
ㆍ주요 연도나 수치를 틀리면 신뢰감을 잃는다.
ㆍ빠른 속도로 이야기 하지 말라.(미리 암기해서 답하는 인상을 받으므로 신
뢰감을 잃는다.)
2005년 논술문제 출제경향 및 학습포인트
장편보다 짧은 글로 답하는 훈련하라 - 긴 논설문 형태보다 요약형 문제 많이 출제
1학기 수시와 경향 비슷… 철저하게 분석해야 박정하 세종대 초빙교수
■일반적 특징
수시에서의 논술 고사는 정시와는 달리 학교마다 내용이나 형식이 매우 다양하다.
1) 정시 논술처럼 한 편의 완성된 논설문을 작성하는 논술고사보다는 다수의 문항에 대하여 짧은 글로 답하는 ‘논술형 고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요약형 문제가 많이 출제되며 영어 제시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 인문계와 자연계를 나누어 실시하는 대학이 다수이기 때문에, 특히 자연계의 경우 전공 적성 평가의 비중이 높다.
■ 학습 포인트
1) 주어진 글의 요지를 파악하여 내용을 요약하는 훈련과 영어 제시문에 대한 독해 연습은 필수이다.
2) 기출문제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1학기 수시와 2학기 수시의 출제 경향이 크게 다른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1학기 수시에서 출제된 문제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3) 여러 문항에 대하여 짧은 분량의 답안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신의 생각을 짧은 한 단락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고려대 특징
(1) 언어 논술
1) 제시문은 3∼5개가 주어지는데 이 중 영어 지문이 절반 이상 출제된다. 1학기 수시의 경우 4개의 지문 중 3개가 영어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2) 제시문에 대하여 문제는 두 문제가 출제된다.
- 주어진 지문을 각각 정확하게 요약하는 문제(각각 110~140자, 인문계와 자연계 동일)
- 각 지문 간의 연관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문제(인문계 650~750자, 자연계 110~140자)
3) 배점은 인문계는 요약과 논술의 비중이 비슷하지만 자연계의 경우에는 요약 쪽이 훨씬 비중 높게 책정된다. 참고로 수시1의 경우 인문계는 요약 50%, 논술 50%였지만 자연계는 요약 80%, 논술 20%였다.
4) 주제는 최근 우리 사회의 쟁점이 반영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수시1의 경우 ‘갈등’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었다.
(2) 수리 논술
1) 인문계와 자연계의 범위와 문제가 다르다. 인문계는 국민공통수학과 수학Ⅰ, 자연계는 공통수학과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이다.
2) 문항 수는 서술형 1∼2문제, 풀이형 3~5문제로 총 문항 수 4~7개 정도 출제된다. 수시1의 경우 인문계는 서술형 1문제와 풀이형 3문제, 자연계는 서술형 1문제와 풀이형 4문제가 출제되었고, 서술형 문제는 인문계와 자연계가 공통이었다. 그러나 난이도가 다른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3) 서술형은 문제를 수학적 논리로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문장이나 수식 또는 그림을 이용하여 수학적 논리를 보여주면 된다.
▲학습의 초점
고려대의 경우, 제시문 요약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연계 학생의 경우, 언어 논술은 거의 요약 문제라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요약문 작성 시,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감점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언어로 제시문의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내용을 요약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 성균관대
(1) 인문계
1) 제시문의 수는 보통 4∼5개 정도 출제되며, 영어 제시문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어 제시문에 대한 요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상이한 관점이나 입장의 제시문과 도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주고 이를 이용하여 자기 주장을 펴게 하는 경우가 많다.
2) 현대 사회에서 부각되는 주요 쟁점을 고전들과 연관지어 접근하게 하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었다.
(2) 자연계
1) 제시문을 바탕으로 주어진 3∼7개 정도의 문제에 대하여 주관식으로 답을 서술하는 전형적인 논술형 문제이다. 교과 내의 과학 지식을 이용하여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분석, 파악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다.
2) 영어 제시문의 출제 비중이 아주 높다. 1학기 수시의 경우 제시문이 영어로만 출제되었다.
▲ 학습의 초점
1) 인문계는 도표와 통계 자료를 이해하는 연습을 해 놓을 필요가 있다.
2) 자연계는 기본 개념과 원리들을 정확히 정리한 다음,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3) 연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므로 교정부호를 사용해서 수정하는 연습도 해 놓을 필요가 있다.
중앙대
▲특징 : 중앙대의 학업 적성 논술은 다음과 같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우리말로 된 제시문을 주고 내용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문제
2) 영어 제시문을 주고 내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문제
3)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주고 이를 해결할 논리적 방법을 제시하게 하는 문제
각각의 문제는 다시 2개의 작은 물음으로 나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점은 인문계의 경우 1번 문제가 40점, 나머지가 30점인 반면, 자연계는3번 문제가 40점이고 나머지는 30점 씩이다.
▲ 학습의 초점
중앙대의 학업 적성 논술은 다른 학교와 유형에서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 유형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중앙대 홈페이지에 그동안 출제되었던 기출 문제와 예시 답안들이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서강대
▲특징 : 서강대가 모델로 제시한 영어혼합형 논술은 영어 지문과 국문 지문을 주고 세 문제를 묻는다.
1) 영어 지문의 밑줄 친 부분을 해석 혹은 설명(300자)
2) 영어 지문 전체의 내용을 요약 (인문계 : 300자 / 자연계: 400자)
3) 영어 지문과 국문 지문의 비교에 따른 본인의 견해를 작성(인문계 : 400자)하거나 영어 지문에서 제시된 원리에 기초하여 국문 지문의 밑줄 친 부분을 설명(자연계).
배점은 1번이 40%, 나머지가 각각 30%씩이다.
▲학습의 포인트
영어 지문과 관련된 질문의 배점이 전체의 70%이기 때문에, 영어 지문 전체를 독해해서 요약하는 훈련 외에도 특정 부분은 뜻이 잘 전달되도록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모르는 단어가 있더라도 전후 맥락을 살펴서 부드럽게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경희대
▲ 특징
1) 영어 제시문이 최소한 하나 이상 출제된다. 제시문은 비교적 다양한 자료들을 두루 활용하는 편이다.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일정 분량 이내로 요약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2) 전공 적성과 관련된 심층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도 있다.
▲ 학습의 초점
요약 능력도 중요하지만, 완결된 한 편의 글을 쓰게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글을 구성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입시 설명회 자료에서 논술다운 글이 될 수 있는 논리적 단락 구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250자 내외의 서론에서 제시문을 요약하고, 700자 분량의 본론, 250자 분량의 결론으로 작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 논술시험, 이런 논제에 주목하라
송주성 평촌 서울학원 송주성논술연구소대표ㆍ‘대입논술파워특강’의 저자
1. 출제자 입장에서 공부하라 ; 출제배경과 의도 알아야 논술시험 고득점 가능
논술 수험생들 대다수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논술답안이 다른 수험생들의 답안과 달리 논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루고 얼마나 출제자의 출제의도를 간파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주어진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조차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대충 이해된 논제에 대해 남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답안을 서술해내는 데에 만족한다. 그러다보니 대체로 수험생들이 쓴 논술답안은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의 폭(幅)이나 지적(知的) 안목에서 큰 차이가 없고 따라서 수험생들의 답안은 대부분 엇비슷한 점수에 몰리게 된다.
이런 가운데 논술시험에서 출제되는 논제들이 왜 출제되었는지, 출제자는 수험생들에게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는 수험생은 남다른 깊이와 안목으로 논술답안을 작성할 수 있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필자가 늘 강조하는 것은 논술문제의 출제경향과 맥락,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출제경향과 맥락, 배경을 이해한다는 것 즉, 어떤 논술문제가 어떤 시대적·사회적·세계적 배경과 문제의식에서 출제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단지 지금까지 어떤 문제가 출제되었고 그와 비슷하게 어떤 문제가 출제될 수 있는가만을 생각하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그와 같은 피상적인 수준으로는 논술시험에서 고득점이 어렵다.
한마디로 논술시험의 주요 논제들은 오늘날 지식사회의 세계적 화두(話頭)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철학, 경제, 사회, 정치, 문화, 역사, 국제 등 전 분야에 걸쳐서 전개되고 있는 현실 문제들에 대한 지식인들의 학문적 대화와 그들의 문제의식을 엿듣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논술 문제는 제시문에서 암시되고 있는 어떤 논제를 찾아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논술 고득점은 바로 이때 이미 결정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제시문에서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무엇에 대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답안을 작성하라는 것인지를 간파하기 위해서는 논술시험의 주요 논제들에 대한 높은 안목의 지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필자는 수험생들의 논술 고득점을 위해, 지금까지 몇 년간 출제돼 왔고 올해도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논술시험의 주요 논제들에 대한 몇 가지 도움을 주고자 한다.
2. 2005 대입논술, 이런 논제들이 출제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논술시험에서 출제되는 논제들은 오늘날 지식사회에서 논의의 중심을 이루는 사회적·시대적·세계적 화두다. 논술시험은 예비 지식인으로서 수험생들의 지적 안목과 소양을 테스트하는 한편, 대학에서 학문을 수행할 기초적인 자질로서 분석력과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문이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없는 것이므로, 논술시험은 위에서 말한 오늘날의 지적 화두들을 직·간접적으로 문제로 출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이 화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리해 두어야 한다.
그러면 올해 출제될 수 있는 주요 논제들을 정리해 보자.
예상논제 1 - 현대문명의 위기와 대안 ; 서구근대적 이성중심주의의 극복
사실 논술시험이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일관된 문제의식은 바로 현대문명의 위기와 그 대안 모색이다. 오늘날 전세계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간, 사회, 자연, 어느 것 하나 파탄에 이르지 않은 것이 없는 실정이다.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인간성을 상실하고 상품화·기계화되고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인간존엄성, 도덕성 따위가 파괴된 지 오래다.
또한 사회는 더 이상 인간이 서로 화목하게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서로 증오하고 폭력적으로 대립하며 살인적인 경쟁으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살벌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한 자연의 파괴는 마침내 인류의 생존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간 내면의 파괴, 인간다운 사회의 파괴, 자연과 생명질서의 파괴 등등 오늘날의 세계는 마침내 마지막 종말을 향해 치닫는 ‘파국의 시대’에 이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문명의 위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는 첫째 서구 근대적 이성중심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와, 둘째 산업자본주의의 성장에 따른 결과라는 견해가 있고, 이를 각각 극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논술문제는 서울대·경희대·고려대·중앙대·한양대 등의 논술시험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고, 앞으로도 근대적 합리성 추구와 산업사회의 효율성 추구가 가져오는 인간 소외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예상논제 2 - 산업자본주의와 시장경제 ; 시장경쟁원리의 한계, 산업화의 폐해
경제와 관련한 논술문제가 자주 출제되고 있는데 그 주요 논점은 다음의 몇 가지이다.
첫째,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 혹은 문제점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개인적 소유제도와 시장경쟁원리를 중심축으로 운영되는 체제인데 이것이 경쟁의 극단화를 낳고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의 문제를 낳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인간을 물질주의의 노예로 비인간화하고 사회의 평등과 평화를 위협하여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낳고 있다. 그러나 보다 높은 논술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의 시장경쟁원리가 오늘날 전 사회를 지배하면서 다른 가치들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다. 학문과 예술의 영역에서도 자본주의의 시장원리가 적용되어 물질적 가치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는 현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에서도 보다 훌륭한 논술답안을 작성하려면, 자본주의 그 자체가 자유경쟁원리에 의해서만 운영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자본주의의 이같은 문제점들이 오늘날 공공연히 지적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성찰과 대안적 사색에 대한 문제이다. 이를테면 소유란 과연 개인적이어야만 하는가? 물질적 풍요란 과연 절대적인 가치일 수 있는가? 인간이 한평생 일구어 나가는 노동이란 인간과 삶에서 과연 어떤 의미인가? 소비가 주는 행복은 참다운 행복인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도 물질적 소비를 추구해야 하는가? 등등. 이런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부여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문제가 곧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진로를 모색하는 문제이다.
예상논제 3 - 동양사상과 문화 ; 서구적 현대문명의 대안으로서 동양철학과 사상의 가치
동양의 유불선 사상과 철학이 지니는 현대적 의의와 가치를 논술하라는 문제가 예상된다. 이런 문제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서구화된 현대의 가치관이나 삶의 원리가 동양의 전통 철학과 사상과 어떻게 다른가를 우선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유학이나 불교 사상이 우주와 존재를 바라보는 견해나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등에서 오늘날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두어야만 할 것이다.
유학에서는 유학정신의 본질로서 민본주의, 인간중심주의, 실천적 지식인관, 중용적 지혜 등을 알아두어야 하고, 불교의 자비정신이 경제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의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자. 뿐만 아니라 우주와 물질에 대한 동양철학의 설명이 현대물리학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유사하고 일치한다는 F 카프라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예상논제 4 - 오리엔탈리즘과 상대주의 ; 서구추종주의의 오류와 상대주의의 인식
서구적 근대문명의 전(全) 지구화에 대한 역사적 반성으로서, 서구의 자기중심주의와 동양의 서구추종주의에 대한 성찰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19세기 이후 전세계는 서구문명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고 동시에 서구적 근대화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비서구(非西歐) 세계가 물질문명의 풍요와 편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의 고유한 삶의 원리와 문화, 철학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문명의 위기가 바로 서구적 근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되고 그 대안을 비서구 세계의 전통에서 찾으려는 현재, 동양 또는 비서구 세계의 일방적인 서구추종주의에 대한 역사적 자기반성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유럽중심주의의 역사적 형성 및 확립과정, 동양의 서구화 과정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서구추종주의에 대해 알아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사회, 경제, 정치, 학문, 의학 등에 뿌리깊이 박힌 서구추종주의에 대해서도 잘 알아두자.
한편 이러한 반성을 바탕으로 오늘날 세계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으로서 상대주의의 인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논술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사회탐구 관련 과목에서 배웠던 상대주의 관련 지식들을 정리해두는 한편, 하버마스의 대화이론이나 칸트의 관련 사상, 연암 박지원의 글, 장자의 사상, 칼 포퍼 등에 대해서 알아두어야 남다른 안목과 깊이의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논제 5 - 세계화와 민족주의 ; 바람직한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본질과 정당성
오늘날 세계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전세계적으로 높다. 과연 세계화가 왜,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그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통신과 교통의 발달이 가져온 인류 역사발전의 필연적인 과정인가? 오늘날의 세계화 현실은 바람직한 세계화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등 세계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논술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그러나 논술문제는 현실의 시사문제점과 학문적이고 지적인 고찰의 대상을 출제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논술문제는 현실의 시사적인 문제점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대신에 어떤 학문적이고 지적인 사고나 고찰을 요구하는 것처럼 묻기도 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논술문제는 현실문제면서 동시에 학문적·지적 문제를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주어진 논술문제가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점과 연관된 것이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정체성(正體性)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민족주의 논쟁에 대한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 정체성의 본질, 민족주의의 서구적 개념이해와 우리의 인식, 민족주의의 한계, 열린 민족주의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 정리해 두자.
예상논제 6 - 정보화와 디지털노마드 문명의 등장 ; 정보화의 한계와 문제, 문명전환의 이해
세계의 많은 학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문명의 전환기를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논술문제가 출제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보화가 가져오는 변화를 잘 이해해 두어야 하는데, 수험생들은 정보화가 포스트 포드주의 산업체제로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점, 이에 따라 생산과 기업조직, 상품과 시장, 소비의 패턴, 경쟁의 내용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정착문명에서 유목문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해해두어야 한다.
물론 정보화의 폐해에 대해서도 알아두어야겠다. 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각종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병폐 및 우려점들을 정리해 두고, 그 가운데서도 인터넷의 익명성, 강력한 이동성, 욕망의 해소도구화 등을 이해해 두고 정보화 소외계층의 문제, 카피레프트(Copy Left) 운동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정리해 두는 것이 좋겠다.
자, 이제 수능도 끝나고 대입의 마지막 관문인 논술시험만 남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열정을 다하여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제한된 분량이어서 모든 논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 주기 바라며 수험생 여러분들의 합격을 빈다.
논술에 자주 나오는 교양 개념 이해하기
이런 개념은 반드시 이해하고 수험장에 들어가라
이윤호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강사
근대성 그리고 탈근대(脫近代)의 문제는 많은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출제되는 문제이다. 논술이 근본적으로 ‘지금 여기’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기에 근대와 탈근대의 문제는 실로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 내용으로는 ‘근대의 의미가 무엇인가’ 혹은 ‘근대의 발전과정이 놓치고 지나간 것들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가 가능할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파악해야 할 것은 근대 출현의 의미일 듯싶다.
1) 개인의 출현과 소멸
개인의 출현은 근대의 본질적인 문제다. 전근대로부터 근대가 성립했을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신분제의 해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신분적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로운 개인들을 출현시켰으며 17세기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제가 의미하듯 자신이 주변의 환경이나 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성에 의해 비로소 존재한다는 명제다. ‘의심하는 나’는 무엇보다 진리에 이르는 출발점으로 잡았던 주체로서의 인간인 것이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자유로운 인간의 새로운 발명은 너무나도 위대한 것이었지만 국민국가라는 거대한 사회적 체제를 만들고자 하는 역사적 과정은 이러한 자유로움에 대한 새로운 통제방식을 필요로 했다. 신이라는 절대적 윤리가 사라진 시대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생존과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저항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임이 분명했지만, 이러한 권리들의 대립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 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가라는 새로운 지배체제와 이념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결국 정책 실행을 위한 끊임없는 통계들이 축적되면서 발달한 통계학이나 개인의 관리를 위한 정교화된 관료제, 개인적인 삶을 통제하기 위해 고안된 감옥·학교·병원으로 대표되는 사회통제기구 등의 발달은 개인을 전체 속에서 움직이는 작은 부품으로 소외시킨다. 이성을 통해 세계의 주인인 개인의 행복을 추구했던 근대 사회의 역사는 결과적으로 모든 정보와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구조적 제도를 완성시켜 감으로써 오히려 개인을 축소·소멸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개인의 출현과 소멸’이라는 근대의 프로젝트는 중요한 논술의 주제이다. 서구 200년의 근대화 과정을 단숨에 따라잡고자 했던 한국의 조국 근대화 과제는 ‘지금 여기’의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21세기의 ‘개인’의 필요성은 탈근대의 과제와 맞물려 있다. 새롭게 대두된 개인의 역사적 등장은 사회의 다양성과 다층성을 확대시키고 사회는 점차 국가의 절대적 통제를 벗어나서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체계로 변모하게 된다. 이제 국가는 개인을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체제로의 변화를 요청받고 있다.
2) 근대적 합리성 비판
두 번째의 주제는 근대가 낳은 합리성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이는 20세기에 들어오기 이전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에 의해 예견된 적이 있다. 제도화된 권력에 근거한 통제는 근대 이성주의자들이 고안한 통제형식이다. 이런 통제 조직의 전형이 바로 관료제이다. 근대가 성립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훨씬 광활한 지역을 관리하려다보니 각 지역의 인구변동과 생산력, 토지관계, 가족관계 등의 수치가 통계적으로 파악되어야 했고 각 지역의 치안행정 등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료제도가 필요해진 것이다. 더욱이 교회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교회가 담당하고 있던 일상에 대한 관리기능까지도 국가가 담당해야 했으니 관료제도는 점점 정밀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관료제를 통해 많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율성이 중시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성적으로 구조화되고 조직화된 위계적 제도가 요청되었다. 여기서 사람들은 특정한 책임을 맡고 규칙이나 성문화된 규정, 그리고 자신들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행사하는 강제수단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관료제는 일을 조직하는 데 있어서 예전의 방법과는 달리 과거의 어떤 제도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형식구조를 취하게 된다. 제도화된 규칙이나 규정은 그 종사자로 하여금 목적을 이루기 위한 최선책을 취하도록 강제한다. 주어진 업무는 여러 부분으로 나눠지며, 각 부서가 주어진 업무의 정해진 부분을 책임진다. 일의 전말을 아는 사람은 좀처럼 존재하지 않으며 일에 대한 구상과 실행이 분리되는 현실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베버는 이러한 과정을 ‘합리화 과정’이라고 한다. 즉 업무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효율성은 합리화 과정의 주된 목적이 되고,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는 일의 순서를 규정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정식화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단계로 확정한다. 또한 모든 인간 생활의 양태는 일의 효율성을 위해 수량화되어 계산 가능해지고 이러한 규칙화와 수량화는 인간을 통제하는 무인기술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형식합리성’이며, 이는 인간이 주어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적의 수단을 추구하는 것이 규칙과 규정 그리고 보다 큰 사회구조를 정화시키는 과정에서 결정됨을 뜻한다.
다른 한편으로 관료제 조직이 점차 비대해지고 그 위계질서가 불변하는 것으로 고정될 때 인간소외를 부추기는 권력기구가 된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단계에만 익숙해져 무언가 덜떨어진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부속품 하나만 하루종일 끼우는 노동자는 더 이상 세계의 주인으로서의 이성적 존재는 아니다. 베버는 이러한 현상을 ‘합리성의 쇠감옥’이라고 표현한다. 그 합리성이란 형식 안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그들의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부정된다는 의미에서 쇠감옥인 것이다.
이에 대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하버마스이다. 그는 서로를 인격적 주체로 인정한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의 관계를 ‘상호주관성’ 혹은 ‘상호인격성’이라고 한다. 상호주관성 차원에서는 더 이상 주객의 도식이 통용되지 않고 주체와 주체의 인격적 만남이라는 새로운 만남의 규칙이 형성된다. 이렇게 서로를 인격으로 인정하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세계가 곧 생활세계라고 하버마스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생활세계 안에서는 도구적 관계맺음의 방식이 아니라 인격으로 만나는 사회적 행위를 통해 삶이 영위된다. 이 사회적 행위는 다름 아닌 의사소통의 행위이다. 의사소통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진지하게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 또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태도를 취함으로 동의와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려면 그 과정이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론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의사소통의 합리적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하버마스는 우리의 삶이 공장이 운영되듯 관리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기술적 합리성에 우리를 내맡겨서는 안 되고 서로를 인격적으로 인정하여 대화와 토의에 의한 합의 도출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합리성과 공론장의 회복이야말로 또 하나의 대안일 것이다.
3) 근대적 시공간
근대성의 세 번째 주제는 시공간의 문제이다. 연대와 고대를 중심으로 출제빈도가 대단히 높은 주제이다. 느림의 의미를 묻는 문제나 속도 혹은 공간의 합리성 비판 등의 문제로 출제되었고 이른바 경제지리학이라는 교과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예컨대 성균관대에서 기출된 문제는 프랜시스 케언크로스의 ‘거리의 소멸 - 디지털 혁명’,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밀렌 쿤데라의 ‘느림’, 마이클 하임의 ‘가상현실의 철학적 의미’ 등을 제시문으로 출제하여 현대사회의 과학기술과 시공간의 체험방식을 묻고 있다.
매일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무리지어 옮겨다니고 저녁마다 이 과정을 거꾸로 되풀이했다는 사실과, 출퇴근을 위해서는 하루 두 번 이동량이 가장 많은 시간에 맞게 구축된 수송망이 필요하고 도로는 가장 혼잡할 때 교통량의 하중을 수용해야 하며, 통근열차와 버스는 최대한 승객을 수용해야 하는 근대적 삶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삶의 공간과 노동공간을 분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 건물은 흔히 낮 동안 비어 있고 다른 건물은 대개 밤 시간에 비어 있기에 이러한 이동은 효율성으로 인해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근대적 시간은 시간 패턴의 개별화가 촉진되면 노동의 지루함이 감소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이 증대할 수도 있다. 만약 친구나 애인 또는 가족 모두가 각기 다른 시간에 일을 할 경우 각자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서비스 기능이 생기지 않는다면,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는 사회적 접촉은 더욱 어렵다는 점에서 근대적 시공간 구조에 대한 성찰적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분절되는 시공간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상되고 실행되었다. 동시에 이는 시공간의 균질화를 통해 표준화된 가치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시공간이 화폐화되었다는 사실과 이 과정에서 인간의 소외가 촉진되고 기계 나사와 같이 도구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공리주의 비판
네 번째 주제는 근대성의 중심가치로서의 공리주의다. 이 공리주의는 윤리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접한 적이 있다. 자주 출제되지만 깊이 있게 공부하지 못한 관계로 학생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로 정식화되고 있는 공리주의는 결국 민주주의의 구성원리인 사회계약론과 더불어 다수의 판단에 기초한 윤리적 합의의 원칙들을 만들어냈고 근대의 정신적 중심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탈근대적 성찰의 요구가 필요한 주제이다.
첫째, 공리주의는 최대다수가 누리는 행복이 무엇이냐 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최대다수의 행복이란 행복의 총량이고 한 사회가 누리는 행복이 총량으로 규정될 때 그 과정에서 배분과 절차의 합리성은 배제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구성원의 절반을 노예로 부리면서 사회 전체의 공리를 최대화하거나 우리 나라의 경우처럼 성장거점에 의해 발전을 추구한 전체의 발전을 위해 농촌의 희생을 전제로 도시를, 중소기업의 희생에 기초해 대기업을, 내수의 희생을 대가로 수출 중심을, 여성과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남성과 자본의 가치를 발전시킨 경우에 과연 합리적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더구나 과연 행복을 수량화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도 역시 포함될 것이다. 비물질적인 행복, 예컨대 사랑이나 올바른 가치 등은 어떻게 판단되어야 할 것인지의 문제는 여전히 공리주의에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기에 공리주의는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둘째, 최대다수의 이익을 공공성(公共性)이라고 전제한다면 공공성이 확보되기 위해 구성원 모두의 의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며 그 이해관계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가 합리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이는 다수의 소수에 대한 합리적 대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타자와의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의 문제가 남아 있다. 만약 ‘합의할 수 없는 타자’일 경우가 바로 그것으로, 이를테면 국가의 내셔널한 기억을 위해 죽어버린 자들이 소환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미래의 타자들 역시 합의할 수 없는 타자이며 ‘우리’라는 이름 밖에 존재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도 그러한 타자일 것이다.
셋째, 공리주의는 소수자의 희생을 통해 다수의 행복이 추구되고 소수의 희생은 전체의 발전을 위한 토양이며 궁극적으로 희생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전제 혹은 설득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희생은 공리주의가 추구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합의와 설득’이라는 공리주의의 전제는 무너지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권력에 의해 강제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제국주의적 폭력이나 다수자에 의해 자행되는 일상의 파시즘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출될 수 있는 것이 칸트의 목적론적 윤리설이다. 이는 윤리교과에 정리된 것처럼 인간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는 명제로부터 정언명령에 기초한 자유로운 선한 의지에 의해 온전한 도덕법칙을 찾고자 했다. ‘너의 행위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에 준거하여 행위하라’는 의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위험사회론
최근에 과학기술이나 환경적 위기와 관련하여 자주 출제되는 주제이다. 과거에도 늘 위험이 존재했지만 지금의 위험은 과거의 그것과 현격하게 질을 달리한다. 이른바 합리화 혹은 근대화로 널리 알려진 발전 과정에서 부(富)는 체계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었고, 그와 동시에 위험은 부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우연적인 난관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생산되는 정상적 개연성 혹은 필연성으로 변모하였다. 그 결과 부의 추구와 분배문제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은 우연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겼던 산업사회가 그 정점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구조적 위험으로 가득 차 있는 아슬아슬한 위험사회이다.
결국 현대사회의 안전과 위험 문제는 산업혁명 이래 근대적 합리화 과정 전반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를 요청하며 동시에 새로운 발전방향에 대한 새로운 모색을 절실하게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저서 ‘위험사회’에서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에 의하면 현대의 위험은 방사능과 같이 인간의 평상적인 자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나며, 부는 소유할 수 있으나 위험으로부터 영향만 받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위험은 계층 간 차이를 넘어 전 계층에 평준화되어 있고 전 지구화되어 과학의 지위나 가족의 위상을 완전히 해체시킨다고 이야기한다. 더욱이 그로 인해 자본주의의 발전논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며 비정치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울리히 벡에 의하면, 위험사회는 새로운 근대화의 단계를 필연적으로 요청하는데 성찰적 근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제 새로운 단계는 ‘배고프다’는 인식에서 ‘무섭다’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불평등사회에서 불안전사회로 전환된다. 그 결과 결핍의 연대는 공포의 연대로 확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성찰성이 요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찰성인데, 이는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현실과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자기 대면’이다. 성찰에 맞딱드리게 되는 자리가 다름 아닌 위험의 자리이다. 결국 산업사회에서 재화의 분배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위험과 재해의 분배문제라는 새로운 갈등에 압도되어버린다. 위험은 중첩되고 개인은 끊임없이 가중되는 불안한 운명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그 자체가 성찰성이다. 성찰성은 회피하는 것으로서의 반성을 넘어서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모든 문제와 모든 지구화 과정 그리고 모든 계급과 모든 이들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자기 대면이다.
이 대면은 필연적으로 공공의 참여적 비판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근대적 삼권분립의 체계와 기술과학적 지식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문가 체계라는 두 가지의 거대한 체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그런 점에서 성찰적 근대화 과정은 산업사회를 지탱해온 궁극적인 원리인 ‘진보’에 대한 성찰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우리는 산업사회의 이 진보라는 이름으로 유례없는 풍요에 도취되는 한편, 숱한 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요청되는 새로운 과제는 이 진보에 대한 맹신이 갖는 역설을 직시하고 인류문명을 좀 더 지속 가능한 기반 위에 세우는 과정이다. 바로 이것이 성찰적 근대화이다.
요즈음 각 대학의 논술 출제 경향을 보면 세계화의 맥락과 양상에 관련되는 문제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화라는 현상은 단순히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 양상 역시 마찬가지로, 문화적인 것에서부터 국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6) 자본의 세계화 대립과 갈등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세계화 과정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화 과정은 국가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인 쇼비니즘적 경향을 제어하면서 민족적 다양성 추구의 장을 여는 전지구적 공동체의 실현 과정이기도 하다. 이 맥락에서의 세계화는 긍정적인 의미를 강하게 띠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화는 시장의 질서로 지역 고유의 문화들을 재단하고 제거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종종 방송언론을 통해 세계화 반대 시위를 본 적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상징적 대상으로 맥도날드·나이키·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의 매장을 공격하는 사진이 보도되곤 한다. 맥도날드 시위 양상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세계화에 의한 이질적인 문명 간의 대립과 공존 문제다. 문명의 문제라고 했지만 해당 국가의 경제, 복지, 환경, 노동 등과 동떨어진 문명이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문명의 문제는 다시 세계경제, 국제정치, 지구 환경의 문제로 확산되는 중차대한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한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빈부격차 확대와 더불어 더욱 편이 갈리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부자 나라들이 세계화라는 ‘편리한 도구’를 이용해 가난한 나라들의 자원을 빼앗고 환경오염을 야기하며 나아가 전통적인 가치관까지 파괴한다고 비난한다. 이에 대해 “그 같은 감상적 반세계화 운동은 가난한 나라들을 더욱 가난하게 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화가 가난한 나라에도 분명히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에 나이키 신발공장이 없었더라면 그들의 생활은 더 나빠졌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제정치적으로는 세계화가 초강대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과정이기에 전세계에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전 지구적 규모의 시민적 저항이 반세계화 투쟁 과정에서 불붙기 시작했다는 역설적인 긍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은 이와 같은 양면성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획일화와 지역 문화 파괴의 부정성을 경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큼 가까워진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충분히 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7) 세계화시대의 문화 다양성
과학 기술과 통신 수단의 급격한 발달 등으로 인해 오늘날 세계는 ‘지구촌 이웃’이라는 인식이 가능할 정도로 통합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가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문제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나라의 문제로까지 복합적 양상으로 부각되어 상호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한층 더 초래할 수 있게 됨은 물론 극단적으로는 테러나 전쟁 같은 반인간적인 행위로 비화되기도 한다.
이런 양상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논리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대립과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와 함께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명권과 문명권, 국가와 국가,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대립과 갈등의 관계를 지양하고 우애와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태도는 서로의 참모습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갖추어질 것이다. 그리고 서로의 참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선입관이나 편견을 최소화하고 대상을 다양한 시각과 심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바로 보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묻는 문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제시문을 이용하여 이를 통합 이해하는 능력을 함께 요구하곤 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의 ‘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에서 발췌한 글 등 우리의 ‘고전’을 통해 오늘날의 상황에서 주요 해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적 현상을 해소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고전이 갖는 현대적 가치와 의의를 두루 음미하도록 유도하는 문제가 출제 문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8) 오리엔탈리즘과 자민족 중심주의
세계화의 주요한 특징은 서구 중심의 인식과 이데올로기이다. 사실 20세기 초만 해도 아랍인과 유대인, 터키인은 공존했고 이것이 실제 현실이었다. 그런데 서구적 근대화 과정에서 이들이 각각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저항이 있었고 불행하게도 유대인과 이슬람인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리고는 미국인들에 의해 상정된, 이슬람인들은 나쁜 사람이고 유대인들은 좋은 사람이라는 ‘가상적 현실’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이처럼 현재의 서구와 이슬람권의 갈등은 상당부분이 이런 ‘가상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때때로 이런 가상현실을 ‘실제현실’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동양과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 일반의 인식은 동양을 문화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동원된 제도와 학문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 나아가 그는 제국주의 시대 이후 동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인식 또한 이러한 서양의 학문적·문화적 지배 안에서 구성된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자기 인식이 서양 위주로 재편된 인식이라면, 과연 우리는 이러한 자기 인식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오리엔탈리즘이나 배타적인 민족주의는 동일한 의식의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자아와 타자를 끊임없이 분리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이다. 서구가 동양을 야만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것도, 혹은 일본이 대동아 공영권을 주장하며 서구를 적대시하는 것도 모두 그러한 중심주의적 발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보이는 식민지 민족주의의 이중성 역시 서구와 비서구의 이중적 잣대가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과 같다.
이 주제와 관련된 논제는 오리엔탈리즘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현상이나 원리 등을 보여주면서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타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라는 중심주의를 끊임없이 해체하려는 자기 노력과 자기 성찰이야말로 근대화 과정에서 형성된 서구중심주의적인 폭력에서 벗어나서 타자와의 참된 만남을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길일 것이다.
세 번째의 큰 주제는 정보화와 과학기술을 함께 결합하여 제시되는 형태의 문제들이다. 여러 가지의 주제들이 가능하겠지만 생명복제 문제와 정보과잉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9) 생명복제 시대의 인간
생명복제 기술은 현재 과학기술이 도달한 가장 첨단분야로 가장 첨예한 사회적·윤리적 쟁점이 되고 있는 분야이다. 기술의 발전이 언제나 윤리적 문제와 충돌한다는 사실은 물리학의 발전과 핵무기, 정보기술의 발달과 보안문제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배아복제를 중심으로 하는 유전공학 분야의 현재 복제기술 연구는 인간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윤리적 문제의 정도가 다른 사례와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인간복제의 경우에는 그 실험과정에서 배아 상태나 태아 상태의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복제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금지가 우리에게 확실한 안전망이 되지는 못한다. 현재 복제기술은 인간복제의 금기를 피하기 위해 배아복제, 줄기세포배양 등의 기술적인 출구를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모 종교단체에서는 인간복제 자체를 실험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제 복제기술은 우리 곁에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영화에서 보는 공상과학적인 현실은 우리의 밥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GMO(유전자조작식품)은 이미 상용화돼 우리의 식단에 오르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각종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그것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올바로 사용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할 상황이다. 생명복제기술이 지닌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생명윤리법안과 같은 법률적 장치 이외에 사회제도의 측면에서,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노력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우리의 고민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답은 아직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답을 찾아야 할 텐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논의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식품으로 인한 위험성을 우리에게 알려줄 사람들은 누구이고, 그것의 안전성을 검사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쟁점에 대해서 우리는 어디에서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을 지금 당장 논의해야 한다면, 또한 우리에게는 지금 당장 생명복제에 대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10) 정보과잉 시대의 해법
정보화시대라는 것은 우리시대를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그렇지만 그 영향력이 강력한 만큼 여러 문제들을 낳고 있다.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익명성으로 인한 파괴적 언어의 출현, 인터넷 매체의 새로운 등장, 정보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의 최소화 문제 등이다. 그러나 정보화의 첨병인 컴퓨터와 인터넷을 체험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그 체험이 너무나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바로 현대인들이 너무나도 복잡한 대량정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광고, 도로의 표지판, 간판, 그리고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한 정보들까지 자신에게 필요한지 혹은 필요가 없는지 분간할 겨를도 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정보과잉의 시대’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모두 처리하려면 자신의 에너지 대부분을 쏟아넣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일이나 취미생활 등에 쏟을 여유가 없어지고 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쌓여 출근 거부, 등교 거부… 심지어는 자살에도 이르게 된다. 이처럼 정보가 넘쳐 처리하기 곤란한 상황을 심리학자들은 ‘과잉부하환경’이라고 부른다.
밀그램이라는 사회심리학자는 과잉부하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중요하지 않은 자극은 무시한다. 예를 들면 배고플 때 거리에서 식당의 간판은 눈에 잘 들어오지만 그밖의 간판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둘째, 각각의 자극에 대처하는 시간을 짧게 할 것. 접수창구의 아가씨들이 필요한 최소한의 말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위의 것들은 대처 방법이라기보다 현대사회, 좁게는 도시의 삭막한 인간관계를 설명해줄 뿐이다. 과잉된 정보의 그물에서 도망갈 수 없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내면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가 지식과 정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인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모두 자신의 작은 정보처리 용량에 담보 잡혀서 위처럼 살아간다면 정보화사회는 정보라는 무수한 모래알들에 파묻힌 사막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체험하는 정보화의 현실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각자가 유익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잘 분간할 수 있는 방법을 각자의 여건에 맞게 발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정보화시대의 경쟁력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4. 사고력을 근본적으로 기르는 방법
논술은 삶의 근본 문제들, 사회와 역사 및 인간과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나 쟁점에 대한 원리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논술은 고차적인 사고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고차적 사고력이란, 단순히 기초적인 지식으로 무엇을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거나 종합하는 능력, 적용하거나 평가하는 능력,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력,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논리적인 논증 능력 등을 가리킨다. 이렇게 생각하는 힘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평소에 많은 글을 읽고, 생활하면서 일상사를 합리적으로 따져 보고 끊임없이 반성하고 의문을 던지며, 다른 사람과 대화와 토론을 함으로써만 고차적 사고력은 길러진다.
또한, 글은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좋은 생각을 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 그리고 알차고 성숙한 생각, 지혜로운 생각은 막연한 공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생각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만들어진다. 내가 딛고 서 있는 현실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정화수 같은 깨달음을 주는 생각, 다른 사람들과 즐겁고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생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어서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은,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에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문제 의식이 뚜렷한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알찬 생각과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선인들의 생각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구체적 삶에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다음은 일상적 나와 내면의 나, 나와 다른 사람, 나와 현실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과정에서 힘찬 상상력으로 본질을 통찰할 수 있게 하는 생각하기의 방법과 태도이다.
⑴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기
열린 생각이란, 자신이 옳거나 그르다고 믿는 사실이나 신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사회적으로 옳거나 그르다고 통용되는 것들에 대해 의심해 보는 것, 그래서 그 진실성의 여부를 다양한 관점과 측면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할 수도 있다는 마음의 태도를 말한다. 열린 마음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쪽의 입장에서 자신의 논리적 타당성을 살펴보거나 상대방의 올바른 비판을 수용하여 개선하려는 마음가짐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이든 어떤 의미나 평가가 여러 가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주장을 편견이나 고정 관념에 의해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치에 맞게 생각해 보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런 점에서 열린 사고는 객관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균형 잡힌 사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사고로 가는 출발점이다.
마음을 열어 놓은 사람은 고정된 형식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언제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자세를 지닌 사람이다. 이와 달리 아집(我執)과 편견에 사로잡혀 갇힌 생각과 닫힌 마음으로 생각하고 지식을 얻고 체험을 하는 사람은,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독선과 아집의 노예가 되어 점점 더 지식과 생각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따라서 생각과 마음을 열어 생각하고 생활하는 일은 배움의 첫걸음이요,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 열린 사고를 해야 나와 다른 사고 방식이나 행동 양식이 다른 사람, 나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관용은 민주주의의 바탕이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본 자세이기도 하다.
열린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잘못된 사고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인습적인 사고 방식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서 형성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생각하는 범위가 좁아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의 처지와 이해 관계의 관점에서만 대상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 방식, 즉 아집을 버려야 한다. 셋째, 전체를 균형 있게 보지 못하고 한 가지 입장으로만 치우치는 편견과 어떤 문제를 양자 택일로 양극화시켜 놓고 중간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 흑백 논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⑵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비판적 생각이란, 무조건 잘못된 점이 있다고 비난하는 방식의 사고가 아니라 아무리 그럴 듯한 견해나 주장·이론·사상·상식일지라도그것의 이치를 따져 보는 사고 과정을 거쳐 그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의 사고를 가리킨다. 물론 이치를 따지는 기준은, 믿을 만한 증거가 뒷받침되는 주장인지 주장이나 근거 간에 모순은 없는지 등 객관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는 당연한 것,자명한 것, 길들여진 것, 자연스러운 것, 정상적인 것, 금지된 것, 익숙한 것에 대해 거리두기를 통해의심하는 것이고 저항하는 것이며 '왜 그런가'에 대해 묻고 또 묻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자연스러운 것의 억압성과 비자명성(非自明性)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판적 사고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유와 해방을 쟁취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기존의 통념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느끼기'이자 '뒤집어 생각하기'이며 '더 많이 생각하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관습적 삶의 방식과는 다른 삶의 양식을 추구하여 '다르게 행동하고 생활하기' 곧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아가는 밑바탕이 된다.
진정한 자신의 생각을 갖고 주체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적 통념이나 자신의 무의식적인 믿음, 미래와 공동체의 관점이 고려되지 않은 눈앞의 유용성이나 개인적인 이익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 수동적 사고와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나름의 줏대 있는 사고를 지키고 주체적인 삶을 건설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단편적인 지식들을 비판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생각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할 수 없다. 그런 지식은 아무리 많이 얻는다 해도 죽은 지식에 불과하다. 마음을 풍요롭게 가꾸고 삶의 조건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지혜는, 주어진 지식의 체계에 대해서 비판적 성찰과 창조적 수용을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비판적 사고가 결코 문제의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 독단적으로 고집하는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는 모든 것에는 다양한 측면이나 차원, 구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다양한 측면이나 구조에 대한 이치를 따지는 것이다. 자신만의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이거나 주관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이어서는 안 되겠다.
⑶ 객관적으로 생각하기
객관적인 생각이란 자신의 처지나 이해 관계, 감정적 요소를 배제하고 냉정한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대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사고의 태도이다. 또한, 객관적 사고는 앞뒤가 어긋나지 않고 이치에 맞게 생각하는 생각의 논리성을 말하기도 한다. 논술에서의 객관성이란, 보편적인 논리나 객관적 사실, 공인된 통계나 권위 있는 의견을 매개로 주관적인 견해나 주장을 객관화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여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고 판단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언제나 객관적 근거와 연결시키고 논리적인 모순을 범하지 않으며 일관성 있게 사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⑷ 관계적으로 생각하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또는 나와 타인, 자연과 우주)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각각은 그 구성 요소들 간의 긴밀한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관계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크든 작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관계적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가 되는 대상에 접근할 때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관계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을 취해야 한다. 평면적인 사고가 아닌 구조적 사고, 피상적인 사고가 아닌 본질적 사고, 단편적 사고가 아닌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관계의 성격을 결정짓는 연관을 본질적인 관계, 내적인 연관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문제되는 대상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본질적인 관계성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이다. 본질적인 관계는 개인의 관점보다는 사회적인 관점에 섰을 때, 또 현재의 관점보다는 과거나 미래를 포함한 역사적 관점에 섰을 때 쉽게, 그리고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관계성에는 상호 의존적 관계, 독립적 관계, 종속적 관계, 상하 관계, 내적 관계나 외적 관계, 인과 관계, 반대 관계, 모순 관계, 정신적·물질적 관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문제가 되는 대상이 과연 다른 것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깊이 따져 보아야 한다. 논술에서 관계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논제와 관련된 여러 사항을 상호 연관성 속에서 파악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제를 구성하는 물음들이 무엇이고 각각은 논제 속에서 어떤 위치와 기능을 차지하고 있는지, 각 물음들의 상호 관계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그 논제가 속한 더 큰 맥락은 무엇이고 그 맥락은 다른 맥락과 어떤 관계인지 등을 연관지어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제에 대해 다면적으로 판단하는 준거를 마련하여 자기 견해에 대한 근거를 풍부하게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논술에서는 인과 관계를 따져 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현상이 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원인에 따라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추론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헤아릴 때에는, 항상 그 문제와 관계되는 요소들의 인과 관계를 고려하고 원인에 따른 해결책 등을 연관지어 사고하는 것이 논술에서 요구하는 분석적 사고의 기본이다.
⑸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창의적 생각이란, 문제의 대상을 타성이나 습관에 젖어 있는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방향과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대상을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문제의 대상에 대해 지금까지 지켜 왔던 질문의 방향을 바꾸고 논리적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가능하다. 독창적 사고는 원리적으로 생각하고 다면적·다각적으로 사고해야 가능한 것이다.
논술에서의 창의성이란 논제가 지니는 다양한 측면을 발견해 내는 것, 논제를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탐색하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대안을 설정하는 방식에서의 독특성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⑹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우리의 모든 사고와 관념의 모색은 결국 현실로 되돌아와서 현실과 부단히 대화해야 한다. 현실이 모든 생각과 감정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관념적으로 그럴 듯한 논리도 역사적 현실과 동떨어진 것일 때, 그것은 공허해진다. 현실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려면 현실을 항상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논제를 풀 때에도 항상 앎과 현실적 삶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항상 자신의 체험과 연관지어 보면서 일상사에서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설명하거나 논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논술의 모든 논의는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 가능성에도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 논술의 평가 기준과 평점
대학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논술의 평가는 일반적으로 영역에 따라 내용은 40%, 논리는 30%, 표현은 30%의 비율로 배점하고 있다. 평가 항목과 배점은 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다음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여기에 제시된 평가 기준을 항목마다 음미해 보고 논술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또 나에게 부족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따져 보고 그것을 보완하는 노력을 주체적으로 기울이기 바란다.
⑴ 논제 해명의 충실성(배점 : 30점)
① 문제가 해결하기를 요구하는 핵심 사항들을 모두 적절하게 논의하였는가(10점)
② 제시된 자료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였는가(10점)
③ 논제에서 벗어난 내용은 없는가(10점)
⑵ 논거의 적절성(배점 : 20점)
① 주제를 뒷받침할 확실한 논거들이 구체적으로 충분히 제시되었는가(10점)
② 논제와 자료를 다각도로 분석한 내용을 주장의 근거로 적절히 활용하였는가(10점)
⑶ 논리의 전개력(배점 : 15점)
① '서론 - 본론 - 결론'의 단계적 구성을 논리적으로 갖추었는가(6점)
② 단락 구성의 원칙(통일성, 완결성, 긴밀성)을 잘 지키고 단락 간의 연결이 일관되게
유기적으로 이루어졌는가(3점)
③ 논증이나 설명의 과정에서 적절한 방법을 구사하고 논리적인 오류가 없는가(6점)
⑷ 창의적 사고력 - 사고의 깊이(배점 : 15점)
① 논제를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이해하고, 문제의 성격에 적절한 해결 방법과 추론 과정
을 통해 논제를 다면적이고 원리적으로 해결하였는가(6점)
② 내용을 독창적으로 전개하였는가(6점)
③ 글의 구성 방식이나 표현에서 참신성이 돋보이는가(3점)
⑸ 표현의 정확성·정서법·분량(배점 : 20점)
① 문장을 어문 규정(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에 맞게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표현하였는가(7점)
② 사용된 어휘가 문맥에 적절하며 풍부한가(3점)
③ 요구한 글의 길이에 맞게 썼는가(10점)
이상의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좋은 논술문의 필수 조건을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논제 핵심의 정확한 파악 둘째, 분명한 자기 주장이나 견해 제시 셋째, 적절하고 충분한 논거 제시 넷째, 논리적인 구성과 정확한 표현을 들 수 있다. 논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잡다한 내용들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기준으로 이를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2. 논술을 치르는 목적
이제까지의 객관식 시험의 평가는 학생들로 하여금 단편적으로 암기된 지식을 가지고 일정한 맥락없이 파편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풀게 하였다. 이런 단편적 지식 평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논술 시험이 도입된 것이다. 논술은 주제 탐구형 교육으로서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한 문제 상황이나 논제 속에서 스스로 문제와 주제를 발견하고 자기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기존의 지식을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타율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문제와 주제를 탐구하여 해결해 나가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논술 교육의 목적이 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다음의 자료를 보면 논술 교육의 목표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논술 고사는 대학 입학생의 고차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특정 교과목의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소재를 대상으로, 논문형 형태로 출제되고, 주관적 방법으로 채점되는 고사를 지칭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적합한 능력 및 창의성과 사고 전개 과정의 타당성 등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일반적인 주제나 통합 교과적인 소재를 대상으로 서술식으로 출제한다. 고졸 수준의 이해력에 적합하고 애매 모호하거나 너무 단순하지 않으면서 창의적·논리적·비판적 사고와 폭넓은 독서를 요구하는 문제 출제를 권장한다."
한편, 연세대학교에서 발표한자료에 따르면, 논술 교육의 최종적인 목적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설정하고 있다. ①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한 통찰과 인식 능력 함양 ② 비판 능력과 판단 능력 고양 ③ 자율적 사고와 건전한 관점과 태도 형성 ④ 교양을 바탕으로 전문인으로서의 적합한 탐구 능력과 적성 개발 ⑤ 바른 가치관 정립 등이다
1. 논술의 핵심
논술 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에서 출제하는 논술 문제의 형식은, 거의 모두가 사회적·역사적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묻는 논제를 제시하고, 동서 고금의 고전(古典)에서 발췌한 제시문을 주어 논제와 제시문을 오늘날의 현실과 연관지어 나름의 논점을 정한 다음 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기를 요구하는 형태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깊이 있게 평가하기 위해 고전적 주제와 제재를 제시하면서 논의의 방향과 범위를 제한하고 정밀한 논증을 요구하는 유형의 문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입학 시험의 논술이란, 주어진 논제에 대해 문제의 요구에 따라 합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여 체계적으로 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는 글쓰기이다. 더 원리적으로 살펴보자면, 논술은 일정한 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펼쳐 읽는이를 설득하는 글쓰기이다. 여기서 체계적이라 함은, 단편적인 체험과 지식을 일정한 내적 연관에 따라 통합하여 자신의 생각을 '서론(시작) - 본론(중간) - 결론(끝)'의 단계적인 체계를 갖추어 나타낸다는 말이다. 그리고 논리적이라 함은, 자신의 주장을 타당한 근거로써 충분히 뒷받침하여 제시한다는 뜻이다.
한편 고전(古典) 논술이란, 아주 구체적이거나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인간사의 보편적이고 원론적인 문제(고전적 주제)를 논제로 출제하되, 고전의 일부를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제시하는 출제 유형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삶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고전의 맥락과 연관지어 출제하되, 그 해결은 고전의 문제 의식이 지니는 의의와 한계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현실적 삶에 대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찰하는 고전의 일부를 제시문으로 주었다고 해서, 고전 제시문이 담긴 원전(原典)의 내용을 미리 읽어서 알아야 한다거나 원전의 사상 체계를 사전에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용된 고전의 전체 내용이나 그 사상적 배경을 이미 알고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배경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논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논술은 배경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체계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과 논리적인 표현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처음 보는 고전 제시문이라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그 내용을 문제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즉 논제의 맥락에서 독해하고 분석해 내는 것이다. 논제의 핵심 논점에 따라 고전 제시문을 읽고 분석할 때에는, 고전의 내용이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지금 - 이곳'의 문제를 새로운 안목으로 인식하게 해 주는 지혜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동시에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받은 가치가 있는데도 오늘의 관점에서 보아 고전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한계가 무엇인지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①다음 글을 읽고, ②∼에 대해③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이것이 바로 고전 논술이 취하는 일반적인 물음의 구조와 형식이다. ①은 고전에서 발췌한 제시문 곧 옛날이나 동시대의 통찰력이 담긴 남의 글을 분석적으로 잘 읽어보라는 요구 사항이다. 이것을 통해 남의 글에 대한 독해력과 분석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③은 '지금-이곳'에 있는 오늘날의 문제 상황에 대한 다차원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수험생 자신의 생각을, 옛날의 문제나 동시대의 문제에 대해 남들이 밝힌 생각과 연결지어 논리적으로 표현해 보라는 것이다. 즉, 제시문에 있는 남의 생각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되풀이하지 말 것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나 견해만 나열하거나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부적절하게 서술하지 말라는 요구 사항이다. 출제자는 이것을 통해 비판적·논리적 사고력과 체계적인 표현 능력을 측정하고자 한다. ②는 풀어야 할 과제, 논점인 쟁점 등 논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부분으로서 과거에 쓴 제시문의 남의 생각과 오늘의 수험생의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다. 출제된 문제가 왜 오늘의 우리에게 중요한가,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지점과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나는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할 것인가 등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풀어야 할 삶의 과제는 과거의 현인이나 오늘의 수험생이나 형식적으로 유사하지만, 시간이나 공간이 다르고 삶의 조건도 다르므로 그것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예부터 있었던 문제나 현대에 새롭게 생긴 문제를 지금-이곳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제자는 이 부분을 통해 지금-이곳의 관점으로 그때-그곳의 문제를, 그때-그곳의 관점으로 지금-이곳의 문제를 서로 비추어 보아 문제의 매듭이 어디에 있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성찰하기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 제시문의 관점의 통찰력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제를 해명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