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 중 가장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것이 장어구이 일 것이다. 양념장을 발라 불그죽죽 노릇노릇
구워지는 모양이나 장어 특유의 구수한 냄새에 침을 넘기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장어는 또 그 맛만큼이나 영양소도 풍부하여 스테미너식으로도 잘
알려진 식품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보신용으로 장어탕이나 장어구이를 이용해 왔고, 남해안 지방에서는 지금도 병중 병후 회복에 좋다하여
병원에서 퇴원하는 사람에게 장어구이나 탕을 권하고 있다.
예로부터 보신용으로 소문난 장어요리장어는
뱀장어와 붕장어, 갯장어, 먹장어 등으로 나뉜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부화하여 강물로 거슬러 올라와 자라기 때문에 민물장어로 알려져 있는 것이고,
붕장어나 갯장어는 ‘아나고’와 ‘하모’등 일본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어종.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붕장어와 갯장어는 맛과 영양을 유난히 따지는
일본인들이 더 즐기는 수산물이기도 하다. 먹장어는 부산, 경남지방에서 ‘꼼장어’로 불리는 어종으로 지금은 전국 포장마차의 안주 대명사로 자리잡고
잇다.
장어구이라면 뱀장어, 즉 민물장어 구이를 떠올리게 되지만, 오동도와 동백꽃으로 이름난 남도의 미항 여수에서는 붕장어구이가
유명하다. ‘아나고회’로 우리에게 더 친근한 붕장어가 한려수도 청정해역에서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여수시 봉산동의 ‘장어촌’은
붕장어와 갯장어 요리로 소문난 곳. 산 장어로 조리하는 것이 특징인 장어촌의 붕장어 구이의 맛을 한번 보자. 붕장어구이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로
나뉘는데, 기호에 맞춰 소금구이를 주문하거나 양념구이를 택하면 되지만, 이왕 두 가지 맛을 다 볼라치면, 소금구이부터 먼저 먹는 것이 순서다.
담백한 맛을 내는 소금구이로 붕장어의 깊은 맛을 음미한 다음, 양념장을 발라 맛깔스레 구워지는 양념구이의 독특한 맛을 즐겨보는
것이 장어구이를 맛있게 먹는 비결. 장어구이는 술안주로도 좋지만, 밥반찬으로도 그만이다. 여기에 장어뼈와 내장을 넣어 고운 장어탕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장어촌의 붕장어 소금구이는 뼈를 갈라낸 몸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생소금을 뿌려 나오는데, 그대로 숯불석쇠에 올려 굽기만
하면 된다. 노릇노릇 구워지면 양념장에 찍어 먹거나, 상치나 깻잎으로 쌈을 싸서 먹기도 한다. 양념구이는 자르지 않고 숯불에 구우면서 양념장을
바르는데, 상냥한 종업원이 곁에 앉아 정성껏 구워가며 앞뒤로 양념을 발라 먹기 좋게 구워준다. 손님을 위한 써비스이기도 하지만, 양념 장어구이의
맛은 굽는 기술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어촌의 양념구이는 미리 양념에 버무리지 않고 나오니 장어의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어 좋고, 그때그때
양념을 발라가며 구워내 맛도 한결 좋다. 양념을 미리 해서 구우면 양념이 타고 고기가 제대로 익지 않아 맛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는 장어구이에 파뿌리 무침을 곁들여 먹는데, 파뿌리무침은 이 집 안주인 이화자(57)씨 개발해낸 장어촌의 별미. 기관지에 좋고 감기에도
좋다는 파뿌리는 장어와도 그 맛이 잘 어우러져 장어구이에 곁들이면 한 맛을 더해준다.
장어촌의 주인 정철평(62)씨는 담백한 맛을
내는 소금구이는 남자들이 좋아하고, 여자들은 양념구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한다. 또 민물장어는 양식산이 많이 나와 일부 사람들이 먹기를 꺼리기도
하지만, 붕장어나 갯장어는 양식이 되지 않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한다. 정씨는 또 많이 먹으면 느끼해지는 민물장어에 비해 바다장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붕장어를 즐겨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 한다.
담백한 소금구이와 진한 맛내는
양념구이여름철 최고의 영양가와 맛을 가진 생선이 붕장어와 갯장어다. 붕장어는 단백가 72, DHA 606밀리그램, EPA
472 밀리그램이고, 갯장어는 단백가가 73이다. 두 종류 모두 인체에 필요한 필수 지방산, 불포화 지방산, 그리고 비타민 A, B, E와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영양 면에서도 보신용으로 손색없는 어종이다. 시력에 좋고, 기력 회복,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장어의 비타민
A는 갈치, 꽁치, 고등어에 비해 20~30배가 높다.
또 비타민 E는 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억제하고 혈관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용을 할뿐만 아니라, 여성의 난소작용을 활발하게 하여 주름을 방지해주고, 피부탄력, 항암 효과도 있다. 장어는 졸깃졸깃한 맛과 단맛이 있으며,
구기자와 음식궁합이 잘 맞아 구기자와 같이 먹으면 정력과 성 기능 장애치료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붕장어는 우리 나라 남해,
서해 및 동중국해에서 연중 생산되는 어종이어서 사시사철 먹을 수 도 있지만, 그 맛과 영양이 가장 좋을 때는 여름이다. 특히 갯장어는 7월부터
시작하여 10월까지 회로 먹는데, 이 때가 지나면 가시가 딱딱해지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수는 갯장어 즉
‘하모회(하모사시미)’로도 유명한 곳. 여름이면 일부러 갯장어 회 맛을 보기 위해 서울, 광주에서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여름 한철 갯장어
맛은 어떤 어종도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한 단맛과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름 장어촌은 갯장어회로도 한 몫을 한다. 여름에는 그 맛을 꼭
보기를 권한다.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도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지 여수로 여정을 잡는 사람들은
대부분 오동도의 동백 숲과 돌산도 끝머리 항일암에서 바라다 보이는 망망대해의 수평선, 그리고 그 위로 뜨고 지는 일출과 일몰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여기에 장어구이를 하나 더 추가한다면 여행길이 더욱 즐거워질 듯 싶다.
취재협조 :
여수시 봉산동 장어촌(061-643-33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