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에 발표된 장편 역사소설이다. 《보스니아 이야기(트라브니크 연대기)》(1945)·《사라예보의 여자》로 이루어진 3부작 역사소설의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이자 외교관이며 역사학자였던 이보 안드리치(Ivo Andrić)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나치가 점령한 베오그라드의 자택에 은거하며 집필한 소설이다. 유고슬라비아의 수난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운명과 인생의 주제를 뛰어난 언어 묘사로 추적한 작가적 역량이 높이 평가되어 1961년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
드리나강 중류에 있는 소도시 비셰그라드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이 강에 놓인 다리를 중심으로 펼쳐보이는 대서사적 소설이다. 다리가 세워진 1516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다리가 폭파될 때까지의 대략 400여 년에 걸친 역사적 이야기이다. 수많은 주인공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사와 대비되어 꿋꿋하게 버티면서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는 드리나강의 다리가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인상적으로 휩싸고 있다.
비셰그라드는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경계에 위치하는 소도시로, 마을 중심부를 드리나강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은 사바강을 거쳐 발칸의 7개국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으로 흘러내린다. 드리나강의 한편에는 터키계 이슬람 세력이, 그 반대편에는 그리스정교회 세력이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환경으로 드리나강은 오랫동안 국경보다 더 두터운 단절의 벽으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 다리가 놓이게 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이 다리는 강 양편 마을의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놀이터가 되었으며, 주민들의 이질적인 문화를 이어주는 연결의 고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종교적인 갈등으로 인한 분쟁이 끝없이 발생하는 대립의 장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고립된 유년기를 보낸 이보 안드리치는 다리를 둘러싼 보통 사람들의 400여 년 간의 삶의 기록을 통해 복잡다단한 보스니아의 역사와 종교를 중립적인 시각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화합과 영속성을 상징하는 다리를 내세워 모든 이질적인 민족과 종교·언어·문화가 만나서 화해하고 공존하기를 염원했다.
발칸의 대서사시라고 평가되는 이 작품 속에는, 발칸반도를 하나로 화합시켜 공존의 싹을 틔우려고 노력한 이보 안드리치의 영혼이 숨쉬고 있다. 오늘날 발칸의 중심인 구(舊)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공화국이 6개의 공화국과 2개의 자치주로 분리되었지만 나라와 언어, 종교를 초월하여 이보 안드리치가 유고의 국민작가로서 존경받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댓글 샌님이 일 년 전인가, 좋다고 말씀하셨더랬는데 이제야 읽었네요.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와있어요.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 역사의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는 '인간의 이야기'가 있어요. 400살 먹은 '다리'가 주인공이에요. 스케일이 크고 그러면서 섬세해요. 좋은 작가니까 노벨문학상 받았겠지요?
드리나 강의 큰 물줄기의 대부분은 가파른 산 사이의 협곡 혹은 절벽의 둑을 안은 깊은 협산 사이로 흐른다. (도입부) 알리호좌는 메이단으로 가는 비탈길에 누워 짧은 호흡으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결말) 한마디로 지루했어요.
지루하게 읽은 분도 계시군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삶의 유장함. 묵묵히 흐르는 강.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 눈에 담아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어요. 결미에 개인이 역사에 어떤 식으로 관여할 수 있는가, 혹은 없는가, 라는 문제를 박력있게 제시한 것도 좋았구요. 단숨에 읽어내려갔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