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산은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게 솟아있다. 주릉은 바위로 되어 있고 곳곳에 바위 벼랑이 도사리고 있어 산길은 가파르다. 금남정맥의 배티재에서 바라보면 종 모양으로 특이한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대전에서 운주 가는 17번 국도의 운주에서 대전 쪽으로 대전47㎞, 대둔산8㎞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서있는 곳이 산행 들머리가 된다. 낙석주의 교통 표지판이 서있는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산에 붙으려면 개울을 건너야 한다. 개울로 들어서는 지점에는 층계가 설치되어 있고 개울의 물은 예전 같지 않았다. 옥처럼 맑았던 물이 상류 주변의 많은 음식점에서 마구 버린 오물 때문에 자꾸만 오염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다.
널찍하게 뚫린 산길이 좁은 길로 바뀌면서 향냄새가 진동했다. 10분쯤 오르니 약수터가 나와 시원한 약수를 기분 좋게 마셨다. 약수터 옆 계곡에는 제수를 차리고 기도하는 아낙네들이 있었다. 돌탑2기가 있는 곳을 지나자마자 삼단폭포가 나오고 웅장한 바위벽 사이의 협곡이 나타났다. 처음 이 산을 찾은 정진관 대원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곳곳의 바위 아래에는 촛불이 켜있어 무속신앙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바위에 박혀있는 쇠난 간 줄을 잡고 오른 다음부터는 돌길이 이어졌다. 얼마 되지 않아 남근석이 나타나고 끊임없이 가파른 오르막 돌길이 계속됐다. 잠시 산세를 두러보니 산등성이의 거대한 바위와 눈 덮인 계곡의 풍경이 어우러져 진한 겨울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늘은 겨울 날씨 답지 않은 포근한 날이라 등산하기가 참 좋았다. 1시간이 되어 석굴기도터에 닿았다. 천등산 바위봉우리 아래 자리 잡은 시야가 확 트인 기도터는 한눈에 봐도 명당자리였다. 아름다운 풍광에 넉넉한 마음이 솟아나고 행복에 젖어 세속의 번뇌가 말끔히 가신다.
능선 바로 아래 시원하게 펼쳐진 바위 쉼터의 경치는 점입가경 이다. 두 그루의 커다란 소나무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일망무제의 감동이 밀려오는 조망이 뛰어난 곳이었다. 대기의 공기가 흐려 멀리 있는 산들은 조망되지 않았지만 천등산 협곡의 장관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17번 국도부터 여기까지 올라온 길이 확연하고 17번 국도는 까마득히 발아래 내려다보였다.
조금 후 고스락에 올라섰다. 사방이 첩첩산중이라 맑은 날에는 남북덕유산의 장쾌한 산줄기와 백두대간의 산인 대덕산, 민주지산까지 감상할 텐데 오늘은 금산의 진악산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바위 전시장 같은 대둔산의 자태가 한 줄로 늘어선 모습으로 고스락까지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처럼 선명하게 보여 그나마 위안이 됐다. 고스락에는 부서진 삼각점이 있고 17번국도 1.8㎞라는 표지판이 서있었다. 2㎞도 되지 않는 곳을 1시간 넘게 걸린 것은 급경사의 산길 때문이리라. 아마 빠르게 진행한다면 1시간이면 고스락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산은 암릉을 타고 서쪽으로 나아갔다. 전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리본도 여러 개 달려있다. 군데군데 시야가 트이는 능선이 많아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위험한 능선도 많아 비 올 때나 눈이 오는 날은 이곳으로 진행은 위험하여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암봉에서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석굴기도터로 하산하는 길이 나타나 능선진행을 멈추고 석굴기도터로 발길을 돌려 석굴 기도터로 내려선 다음 진행했던 길을 역으로 그대로 되 내려가 행복했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