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업연금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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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지-연대와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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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7 (11:36) from 61.248.172.120' of unknown' Article Number : 1286
김연홍 (ynlabor@ynlabor.co.kr) Access : 25 , Lines : 244
[200212]기업연금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방안
<특별기고>


기업연금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 방안



김연홍 / 전국금속산업연맹 교육부장


1. 현 상황

- 정부는 지난 10월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10월중 노사정위원회에 상정 및 확정 △내년 2월 국회 국회 제출의 일정으로 기업연금제 도입 방침을 밝혔음. 이날 윤곽이 드러난 정부시안에 따르면 △현행 퇴직금을 유지하면서 사업장별로 노사합의를 통해 기업연금 도입 △기업연금 형태는 확정급부형과 확정갹출형(확정기여형) 중 노사에게 선택권 부여 △회사 이전 시 연금 이전이 가능하도록 개인퇴직계정제도 도입 △기업연금 기여금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제도 확대 유도 등을 골자로 하여 이를 도입하겠다는 것임.

<참고> 기업연금제란?

- 기업연금제는 노동자들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적립금(현행 퇴직적립금)을 퇴직금처럼 회사에 모아두지 않고, 주식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신탁회사 등에 그 기금을 운용하도록 해서 노동자가 퇴직할 때 적립된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임.
- 기업연금제의 형태는 크게 확정급부형(DB형, Defined Benefit Plan)과 확정갹출형(확정기여형, DC형, Defined Contribution Plan)두 개로 나뉨. 확정급부형은 노동자가 퇴직후 받을 연금액(급부)을 미리 정해놓는 것으로 회사가 기금의 운용 책임을 지는 제도이고, 확정갹출형은 월급의 일정 비율을 갹출(기여)금으로 정하고 노동자가 퇴직 후 받을 연금액은 기금의 운용 수익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제도로 개인이 기금 운용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제도임. 따라서 노동자들에게는 확정갹출형이 확정급부형에 비해서 더욱 주식시장의 상황에 좌우되어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제도임.


2. 정부의 기업연금제 도입안

1) 도입 취지 및 기본 방향

- 정부는 현행 퇴직금 제도가 수급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자본측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 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음. 그러나 실제로는 불안정한 주식시장에 노동자 퇴직적립금을 투자해 주식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음.

2) 퇴직금 제도의 기업연금제도로의 전환

가. 전환(퇴직금→기업연금)방법

◀ 퇴직금제도를 유지하면서 임의제도로 도입함.
사업장별로 노사합의에 의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기업연금을 선택하는 경우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업연금으로 현행 퇴직금제도를 대체하도록 함.
노사간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도를 전환함으로써 전환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함.

나. 국민연금과의 연계

◀ 국민연금과의 연계문제는 추후 검토하고, 일단 국민연금과 별개로 도입함으로써 공적연금의 강화라는 주제는 배제하고 있음. 하지만 앞으로 기업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되어 세계은행(Worl Bank)이 권고하는 다층적 연금체계를 구축해 가려 할 것임.

◀ 한국은 1997년 말 IMF 구조조조정차관을 도입하면서 정부와 IBRD 간의 정책합의사항(SAL)에 연금개혁과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되면서 현행의 공적연금제도의 개혁을 '외부로부터 IMF와 World Bank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렇게 볼 때 국제적인 연금개혁 논쟁은 곧바로 한국의 연금개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1998년 12월에 '공·사 연금제도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에 맞는 공적연금 개혁모형 개발을 위한 작업들을 수행하게 했는데, 여기에는 공·사연금 관련 전문가, 공무원, 노사대표들이 참여하였다. 이 위원회는 2000년 10월 그 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연금제도에 대한 네 가지 개혁안을 제시하였고, 이 안들을 근거로 정부는 연구발주를 주어 2001년 12월 정부안을 내놓았다.


3) 기업연금 형태 : 확정급부형(DB형) 또는 확정갹출형(DC형)

정부안은 확정급부형, 확정갹출형 모두 도입하여 노사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도록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도입과정에서는 기업측에 의해 확정갹출형이 선호될 가능성이 많음.


4) 갹출 및 급여 관련

가. 갹출 주체

현행 퇴직금을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므로 퇴직금 수준에 상응하는 갹출금은 사용자가 전액 부담
다만, 그 이상의 근로자의 추가 갹출은 허용

나. 갹출률 및 급여수준

확정급부형의 경우 현행 퇴직금 수준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규정하나,
확정갹출형의 갹출률은 연금제도별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연금수리적 기준에 근거하여 노사가 확정하고 필요시 중앙차원의 노사협의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재정경제부는 기업이 부담하는 기여율을 현행 퇴직금의 8.3% 보다 낮은 6% 내외에서 정할 것을 방침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다. 급여의 지급보장

적격요건을 갖춘 기업연금은 퇴직금제도에 갈음하기 때문에 일정형태의 지급보장장치가 필요
우선은 지급보장을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되,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공적보장기구를 설치하거나 임금채권보장제도를 개편하여 그 지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급여의 지급보장 장치에 대한 명확한 방침에 대해서는 제시하고 있지 않음.

라. 수급자격 및 기금간 이동(통산)

수급자격은 현행 퇴직금제도와 동일하게 근속기간 1년 이상으로 규정
기금간 통합계산(확정급부형)은 미국식의 개인퇴직적립구좌(IRSA, Individual Retirement Savings Account)를 도입하여 해소

마. 급여지급 형태(일시금의 허용 여부)

급여는 연금 또는 일시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일시금 선택시 세제상의 불이익을 줌으로서 연금수급을 유도

바. 중간정산 허용여부 및 조건

원칙적으로 중간인출을 불허하되 장기간의 실직, 주택구입 등의 경우 인출 또는 대부 허용(한도설정)


5) 제도운영 및 기금관리

연금제도 및 기금의 운영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 및 제도 초기의 운영의 용이성 등을 고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관리토록 함.
- 추후 제도도입 이후 추이를 지켜 보아가며 기금형태 등의 도입을 검토


6) 조세제도 관련

기업연금의 과세체계는 현행 소득세법의 과세체계와 같이 사용자의 갹출분에 대해서 손비처리하고(exempt), 운용수익에 대하여도 비과세(exempt)하되, 수급시에는 과세(taxed)(EET체계)


7) 향후 계획

노사정위원회 논의: 10월말 한
정부법안 마련 및 입법절차 추진: 11월∼
- 공청회, 관계부처 의견 조회, 정부시안확정,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상정 등
국회제출: 2003년도 상반기(2월 정기국회)


8) 정부와 전경련의 기업연금 도입안

정부와 언론에서 발표한 기업연금 도입안은 작년 12월 노동부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용역으로 준비된 [퇴직금제도 개선방안]과 거의 동일하다.

<표1> 노동부와 전경련의 기업연금 도입 안 비교
<표 생략>


<표2>정부와 기업, 금융권의 논의 비교

<표 생략>


표로 정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추진배경으로 고용보험과 역할 중복/ 노동시장의 유연화/ 기업부담의 경감/ 국민연금재정 악화 우려/ 주식시장의 활성화(최대 20조원 유입전망)을 제시하였다. ▲기본방향은 현행퇴직금 제도를 존치시켜 임의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강제제도로의 점차적인 전환을 시도한다. 이유는 퇴직금 제도를 유지해온 기득권 노동자의 반발을 막기 위해서 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환 모형은 임의기업연금제도를 선결적으로 도입하고 나서, 신규 노동자부터 강제적 법정 기업연금을 도입하며, 국민연금과 연계를 통해 소득비례부분을 기업연금과 통합시켜나가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법정 기여율을 줄이고, 노·사가 공동으로 추가 기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입형태는 확정급부형(DB)와 확정기여형(DC)가 공존하도록 하며, 원리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포함하여 3개 이상(채권형, 주식형, 혼합형)의 투자옵션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자영자를 중심으로 개인퇴직저축 계정을 도입하고, 기업연금 계정에서 개인저축 계정으로 이전되도록 한다 ▲기여금과 급여수준은 투자자본 소득을 감안하여 기업주의 부담은 현행 법정퇴직금 수준(임금의 8.3%)보다 낮은 6% 정도로 낮추기로 했다. ▲세제 혜택은 적격 기업연금에 대해서만 부여하며, 기업이 기여할 때와 노동자가 기여할 때에는 비과세하고, 노동자가 급여를 받을 때 과세하여 기업연금제의 도입의 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3. 기업연금제의 문제점

1) 급박하게 추진중인 기업연금제도에 대한 짧은 분석

주가지수가 500선으로 무너질 즈음, 10월 11일 정부 부처는 공동으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장기 안정적인 주식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기관투자자 육성을 위해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기업연금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10월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하고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내년 2월 정부단독으로 국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일정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는 10월 16일 경제사회소위원회를 재개하였으며, 빠른 시일내 에 한국노총을 설득하여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나섰다. 여기까지가 최근 진행된 상황이다.


최근 언론은 위와 같은 정부의 기업연금제 도입안에 대해 전경련이나 증권계의 요구에 비해 노동자와의 타협을 고려한 (안)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의도는 일단 제도가 도입되면 모든 상황이 금융시장의 게임룰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이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사적연금시장이 노동자들에게 환상을 불어넣을 것임. 노후의 연금수령액이 자본시장의 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는 확정기여형이든, 미리 액수가 정해져 있는 확정급여형이든 장기간에 걸쳐 지급이 지연된 임금은 축적(적립)되어 경제의 금융적 팽창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노후자금을 볼모삼아 노동시장과 노동과정, 노동자를 금융적으로 규율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적극적인 투자자로서 노동자가 스스로의 이해를 위해 경쟁에 동참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는 한번에 '완전 적립형· 확정기여형· 강제적인 퇴직계좌'를 추진하지 않고 단계적인 도입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외에도 강제성을 띄지 않는 이유는 꾸준한 기여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하되,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제도 자체에서 제외시킨 것이라 볼 수 있으며, 도입형태를 노사자율 선택에 맡긴 이유는 기업의 인사관리 정책을 포함한 경영전략을 침해하지 않고, 금융투자로 한몫 잡아보려는 노동자(?)와 보수적인 노동자 사이의 차이를 존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업부담률을 현행 퇴직금보다 크게 낮추겠다는 것은(8.3%→6%) 전경련의 입장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서 현재의 기업연금제 도입이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는 기제가 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퇴직금을 대체하는 기업연금제 도입에 대해 우리가 주목해야 것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연기금 개혁이 신흥시장의 육성을 위해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제시한 (공적연금-기업연금-개인연금으로 구성되는) 3축 연금모델 [이들이 권고하는 모델은 이른바 "3층 보장체계(Three Pillars)"라 불리는 것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공적연금이 담당하던 소득재분배와 저축기능을 다음과 같이 분리시켜서 정리한다. 1축(1st pillar)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기초연금으로 국가가 담당해야하는 공적연금의 역할과 범위를 극빈자들의 최소생계비 보장 수준에 한정하는 것이다. 2축(2nd pillar)은 저축기능을 담당하는 민간 강제적용연금이다. 3축(3rd pillar)은 자발적인 민간연금 및 저축가입이다.]
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연금의 금융시장 유입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전제인 완전 적립식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남한의 연금개혁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연금체계 민영화, 연금의 금융자본화 경향을 노골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제도의 민영화, 연금의 금융자본화


최근의 연금개혁은 기업연금제 도입, 개인연금제도의 활성화, 그리고 국민연금의 투자자유화 조치로 특징지워진다. 그리고 그 방향은 퇴직소득의 안정적 보장이라는 사회보장적 차원보다는 금융시장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며, 공적연금제도의 역할 축소와 사적 연금제도(기업연금, 개인연금)의 활성화로 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경우 1999년 전국민을 가입대상으로 확대하면서부터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하여 기금운용의 방향을 금융시장 투자자금으로서 효율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후 연기금 주식투자 비율과 해외투자비율은 계속 확대되었으며, 상품에 대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완화시켜 벤쳐캐피탈, 파생상품과 같은 위험성 자산으로 투자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개인연금의 경우 1994년부터 시행되어 2001년 2월부터 주식투자 등 선택이 자유로운 개인연금상품의 판매가 시작되었고, 정부의 입·출입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추진되고 있는 기업연금은 정착과정에서부터 매년 1조∼5조원씩 주식시장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연금의 금융화 경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전체 연기금 체계에서 사적 연금의 비중이 확대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 '사외적립'되어 있지 않은 퇴직금을 '기업연금'으로 전환시켜 (다층체계 중) 2층 구축의 출발점으로 삼고, 개인연금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3) 확정갹출형 기업연금의 심각성


기업연금제의 형태에 대하여 정부는 일단 확정갹출형과 확정급부형 중 노사가 선택하여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확정갹출형이 주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확정갹출형이 ① 기금운용의 위험성이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의 부담으로 된다는 점, ②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적립금의 수준이 현재의 퇴직금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이 제도를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국제적으로 확정갹출형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다는 추세를 제시하며 이를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확정갹출형 연금제도의 일종인 401(k)를 도입하고 있던 엔론 등이 회계조작과 주가거품 붕괴를 맞아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연금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면서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기업연금제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상태이다.


확정급부형이든 확정갹출형이든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기금이 주식시장 운명에 내맡겨진다는 점에서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이나, 확정갹출형의 경우 그 위험 부담이 직접 노동자에게 부과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하다.


4) 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 소외


기업연금이 설사 일정하게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가 전체 노동자에게 혜택이 되는 제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안에 따르면 기업이 임의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기 때문에 지불능력이 충분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입될 것이고, 지불능력이 불충분한 영세소기업은 도입 자체가 어려워 기업연금제도 자체에서도 배제될 것이다. 정부안은 5인 이상 사업장으로만 대상 기업을 한정하고 있어 영세소기업 노동자는 아예 적용에서 배제된다.


현재 기업연금제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연금 가입률은 노동자수 대비 50% 수준이다. 기업연금제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의 대부분은 소기업, 저임금노동자, 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1998년 현재 미국 기업연금의 가입자수의 비중을 속성별로 살펴보면 연소득 5만달러 이상의 고임금 노동자의 74.6%가 기업연금제에 가입되어 있으나 임금수준이 낮아질수록 가입률이 떨어져 연소득 5천달러 이하의 노동자는 12.6%만이 기업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기업규모별로도 100명 이상 사업장은 가입률이 54.2%인데 비해 25명 미만 사업장은 18.3%에 그치고 있다. 노동시간별로도 연 2천시간 이상 노동자의 55.6%가 기업연금제에 가입되어 있는 것에 반해 1천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는 11.8%만이 가입되어 있다. 결국 기업연금은 전체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제도로서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의 정규노동자의 추가 재산 형성을 위한 제도로만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연금제도를 이른바 다층보장체계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주도해서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적연금의 강화라면 모를까 사회 전체 구성원이나 전체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이나, 소득분배와는 무관한 기업연금제를 국가가 주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계속 이를 추진한다면 이는 전체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으로서가 아니라, 이를 명분으로 막대한 시장이 될 연금기금을 주식시장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 된다.


5) 공적연금의 약화와 소득재분배 기능의 악화


현행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불충분하게나마 노후소득보장의 기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연금 갹출과 지급 과정에서 일정하게 소득재분배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국가가 추진하는 사회복지제도로서의 기본적인 의의를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고령화사회로의 진입과 이에 따른 국민연금재정의 적자 문제와 함께 국민연금 기여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연금제의 도입은 사적연금의 강화를 통한 국민연금의 약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연금제를 통한 사적연금의 제도화와 강화는 필연적으로 연금제도의 중요한 기능인 소득재분배를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기업연금제 자체가 소득재분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제도이고, 특히 비정규, 영세소기업 노동자들은 제도 자체에서 소외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업연금제를 통해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의 고임금 노동자층과 그렇지 않은 노동자 사이의 복지수준은 더욱 그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공적연금제도가 노동자 소득에 따른 차등적인 소득대체율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것에 비해, 기업연금제는 소득에 비례하는 급여체계를 가지게 될 것이고, 기금의 운영과정에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공적연금이 달성해 놓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크게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4. 대응과 대안


1) 민주노총의 입장

민주노총은 우선 기업연금 도입을 막고 현행 퇴직금제도의 확대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행 퇴직금 제도의 문제로써 ① 퇴직금이 외부 적립되지 않고 장부상으로만 적립되어 사내 운전자금으로 사용됨으로써 수급권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 ② 5인 이상 사업장만 실시되는 등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③ 파산기업 노동자의 퇴직금 보장 미비 등을 지적하며 퇴직금의 외부적립으로 수급의 안정성 강화, 전체 노동자들의 복지제도로 정립되기 위해 영세소기업에의 도입 확대 등의 방향에서 퇴직금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 퇴직보험 가입 의무화로 외부적립 강제화

현행 퇴직금의 수급권 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퇴직연금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 1997년 3월 13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 34조는 퇴직금 중간정산 또는 퇴직연금보험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의무화된 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으로 퇴직보험에 가입해 있는 기업의 비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99년말 현재 퇴직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26.2%에 불과하고(노동부, 퇴직금제도에 관한 기업의 운영실태 및 개선의견조사, 2000.11), 2001년 현재 퇴직보험 등을 통한 사외적립액은 11조5천억원 규모로 전체 퇴직부채 규모로 추정되는 80조원의 일부에 불과하다.(표 4)


<표 4> 퇴직금보험 가입실적
토직보험(생보, 손보) 퇴직일시금신탁(은행, 투신) 계
9조3,280억원 2조1,952억원 11조5,232억원


주: 퇴직보험은 2001.9월말 기준, 퇴직일시금신탁은 2001.12월말 기준
자료: 노동부, '기업연금제도 도입 관련 자료', 2002. 10


퇴직보험제도는 퇴직적립금을 사내에 유보하는 것이 아니라 사외 보험회사 등에 위탁적립하는 제도로 노동자 개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수급권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퇴직금을 사외적립하지 않고 기업내부의 운용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조건에서 기업도산이나 자금부족 등으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여 그 수급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이다. 또한 기업측의 입장에서도 퇴직일시금의 지급에 따른 기업부담을 줄여주고 기업의 자금운용에도 중장기적으로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노동자를 피보험자로 하는 퇴직연금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2) 퇴직금제 전 사업장으로 확산

노동부는 퇴직금제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는 740만명으로 2001년 현재 취업자의 34.6%뿐이라고 밝히고 있다(노동부, 2002). 전체 피용자수로 보면 50% 정도를 상회하고 있는 정도이다. 이처럼 현행 퇴직금제도가 노동자 일부의 제도로 된 것은 현행 제도가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퇴직금을 5인 미만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여 제도로부터 소외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3) 임금채권보장 강화

현행 임금채권보장법은 기업주가 파산 등의 이유로 퇴직한 노동자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을 기업주를 대신해 정부가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임금총액의 0.2% 한도 내에서 기여금을 내서 임금채권보장기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임금채권보장제도에서는 지급 한도가 최종임금 3개월분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으로 제한되어 파산기업 노동자의 퇴직금 보장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지급액의 경우 연령별로 차등화된 상한선을 두어 제도의 의의를 더욱 경감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10월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03년 기금운용계획에서 오히려 임금채권부담률을 현행보다 낮추는 방안을 채택하는 등 제도 약화를 꾀하고 있다. 파산 기업 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급한도를 늘리고, 연령별로 차등화된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임금채권보장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 전망과 문제점


(1) 퇴직금의 진보적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일단 기업연금 도입을 막아야 한다. 현행 국민연금은 설계가 잘 되어 있다. 현재 우리의 임금체계로 볼 때 기업연금 도입은 현재의 불균등을 노후에 그대로 이전시킬 뿐만 아니라, 노후문제를 현재의 개판인 임금구조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이중으로 계급연대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 때 중 장기적으로 퇴직금에 대한 우리의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일단은 후불임금으로서의 퇴직금에 대한 수급권을 지켜낼 수 있겠지만 중,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힘들 것이다. 또한 현행 퇴직금제도는 의사 자산형성이라는 수단으로 쓰여지고 기존의 계층별 차별성을 존치, 재생산시키기에 노동계급의 연대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 같은 조건 아래서 퇴직금제도의 바람직한 재분배 모델이 필요하다.

하지만 퇴직금이 존재하는 한 재분배의 설계는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퇴직금을 국민연금의 기본소득 부분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만약 기업연금이 정부의 의지대로 도입된다면?
◀이 경우 우리에게 남는 문제는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사실 현재의 임금구조라는 하부토대로 볼 때 상당히 지불격차를 줄이고 재분배를 실현하고 있는 국민연금 제도 자체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퇴직금제도가 폐지된다면 고임금 노동자들은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현행 임금체계를 노후에도 가지고 가려 할 것이다.


(2) 기금적립방식을 문제 삼아야 한다.

- 현재 민주노총의 안에서 빠져있는 부분이 재정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인데, 민주노총은 우선 확정급부와 확정갹출이라는 지급형태만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와 금융자본이 목표로 하는 금융시장활성화를 위한 적립을 막아야 한다. 적립, 특히 기관투자가의 손에 맡겨진 적립은 많은 정치, 경제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적립에 반대하고 부과방식으로의 기금운용을 제시해야 한다.


(3) 공적연금의 시장자유화를 반대해야 한다.

- 현재 기업연금만이 아닌 공적연금의 연금시장에 대한 규제완화 조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율확대, 투자재상 금융상품에 대한 자유화, 해외투자 액수의 증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금을 전문펀드에 용역하청의 형태로 위탁하는 일 등 연기금의 금융자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조치들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에게 자산운용의 자유를 부여하는 보험입법과 자산운용법등의 개정 및 제정을 반대해야 한다.


- 현재 약 92조가 적립되어있는 공적 기금운용에 개입하여 진보적인 기금운용 대안을 제출하는 방법도 있다. 쉽게 예를 들면, 이 돈으로 (공)기업을 인수하여 노조나 그 외의 협의체가 운영권을 쥔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일부 정책담당자는 이러한 방안을 사회주의 이행의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현재 우리의 조직형태와 능력으로 볼 때 우리의 진보적 기금운용이라는 것이 나오기 힘든 현실이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금운용과 금융시장의 룰은 현재의 금융자본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설사 진보적 기금운용의 대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극도의 시장경제가 지배적인 상황이라 아무리 진보적인 대안이라도 결코 진보적일 수 없는 조건이다. 시장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선 현재보다 강한 노조 조직이 선행되어야 하고 일정한 보편적 사회복지체제가 확보된 사회민주체제가 구축되고 난 다음에야 연기금의 사회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 또한 공적연금운용을 둘러싸고 진보진영이 하나의 입장만 가질 수 없게 되어 있어, 그렇지 않아도 각 정파구도로 복잡하고 난항을 거듭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볼 때 돈은 쌓이면 쌓일수록 불리하기만 하다.

- 따라서 공적연금도 적립형을 반대하고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루어 내어야 한다.



<2002. 12. 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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