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문학관, 그리고 황악산
2010년 9월 11일 記 : 정유준
제1,137차 산행을 겸한 문학기행을 충북 영동, 이동희 교수의 <농민문학관>, 황악산 산행 및 김천직지사(直指寺) 탐방으로 출발한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사당역에서 버스 탑승인원은 28명, 연일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로 불참을 통보해와 계획보다 참여율이 저조했다. 김운향 총무가 준비한 빵과 음료수를 제공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쏟아지던 폭우는 영동부근에서 개이고 하늘에는 가을 햇살에 무지개가 떴다.
영동사람이 아니어도 '황매상추'라는 말을 쓴다. 황간·매곡·상촌·추풍령 4개 面을 의미하는 말이다. 황간역(黃澗驛)- 경부선의 정중앙 점과 가장 가까운 역이다. 어쩌면 사라질 위기에 처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루에 무궁화호 열차가 예닐곱 번씩 停車하는 간이역이다. “120년” 이라고 명패를 달고 있는 사철나무를 배경으로 이동희 교수가 반겨 맞아주신다. 驛앞 <대가복궁> 식당을 예약해 놓으셨다. 생선국수와 '올뱅이' 해장국이 황간을 대표하는 이 집의 주 메뉴라는데, '올뱅이'는 다슬기라 부르는 올갱이의 이 지역 방언, 올갱이 정식에 飯酒까지 이동희 교수의 통 큰 작품이다.
영동군 매곡면 노천리 <농민문학관>- 흙벽돌에 너와지붕을 올린 2층 문학관, 뜰에는 호두나무, 복숭아나무, 석류나무, 대추나무를 울(鬱) 삼아 곱게 잔디가 깔려있다. 1층 거실에“文筆草堂” 편액(扁額)이 눈길을 끈다. 宋志英이 柳承喹님게 드린 것으로 되어 있는데, 宋志英선생은〈조선일보〉논설위원을 역임한 분이고 柳承喹선생은 농민문학가 그 분임을 분명 알겠다. 옥천의 대표적인 시인이 정지용님이라면 소설가는 유승규님 이시고 지금 농민문학관의 편액(扁額)은 다른 이유가 없다. 2층에는 농민문학 선구자 이무영 선생의 사진과 많은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서가에는 농민문학과 관련 북한 서적도 여러 권 꽂혀있다. 이러한 귀중한 자료들이 문학관의 몫을 하고 있음에 경의를 표한다. 포도와 복숭아를 박스로 내어놓고 오양호교수의 시인 백석(白石)에 대한 문학강연, 질의응답도 이어진다. 吳교수의 깊고 끈질긴 연구와 자료 확인을 통해 그간 백석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점도 몇 가지 조명되었다.
문학관에서 황악산이 바로 보인다. 비 개인 날의 오후, 노천리 이장과 매곡초등학교 박우양 동창회장 배려로 일부는 저수지를 지나 산속 진입로까지 車便을 이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황악산은 황학산(黃鶴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영동군 매곡면, 상촌면과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능선 두어 개를 넘으면 김천직지사로 내려온다. 또 다른 일부는 버스 편으로 직지사로 바로 간다. 아래, 백수 문학관도 둘러보고 주차장에서 합류 숨을 고른다. 영동문인협회 민영이(소설가) 지부장이 알알이 영근 포도송이를 사람 수만큼 비닐봉지에 담아서 선물한다. 이동희 교수의 인품과 발품이 짐작된다.
예산 인장박물관 관장인 이재인(경기대국문학과)교수가 이동희 교수의 노고에 치하하며 다음 달에는 본인의 박물관도 탐방 기회를 달라며 초청, 한국문인산악회 22주년 기념산행 및문학기행은 충남 예산 광시면 소재, <문인인장박물관>으로 결정한다. 앞으로도 풍성할 문학기행을 위해 집행부는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 참가 회비 외에도 <마도강으로 떠난 시인, 백석> 주제발표를 한 오양호교수, 오만환회장, 정유준 시인이 찬조금을 협찬했다.
참가회원 : 엄한정, 장윤우, 정득복, 신광호, 오만환, 이영호, 이동희, 오양호, 이재인, 정소성, 정태완, 김병억, 김운향, 이신자,
강만수, 이경옥, 서근희, 성후모, 허봉선, 정성태, 윤재룡, 정윤숙, 차경섭, 조철규, 이희선, 우 인, 소국화, 정유준(2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