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사정이 있어서 별수 없이 나는 작년 12월말까지는 영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다시 별수없이 이일 저일로 미루다 미루다 12월 중순에야 영국으로 오게 되었다. 근데 온 지 얼마 안되어 바로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에, 이 곳은 온통 크리스마스로 거리나 특히 TV가 온통 징글벨 타령이었다.
이 곳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온통 술렁이고, 직장이나 학교까지도 모두 휴가에 들어갔다. 심지어 대학 도서관도 크리스마스 전부터 1월 초순까지 문을 닫았다. 평소 대학 도서관에 불이 꺼진 것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가 다녔던 한국의 대학에서는 하루 24시간 대학도서관을 개방하였다. 한 나라의 장래를 보려거든 대학 도서관에 불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를 보라는 말도 있는데....
한국인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있을 때는 한글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는데, 그대도 이곳 버밍햄도서관이 열릴 때에는 컴퓨터 상에서 몇가지 조작을 하면 한글로 장님이 코끼리 엉덩이 만지듯이, 기억을 더듬어 영문자판 위에서 한글을 쓸 수 있었는데, 도서관이 문을 닫으니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배정받은 연구실은 대학 캠퍼스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학에서 버밍햄 시가지 전체가 사방으로 둘러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곳 역시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에는 문을 닫았다.
심심하여 몇번 그 연구실로 갔는데, 역시나 문이 닫혀 있었다. 그 곳은 박사과정 이상의 학생이나 교수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하루는 우연히 한국 유학생을 따라 들어 갈 수 있었다. 근데 크리스마스 휴가기간 중에 7층에 따라 갔는데, 한국사람 몇사람만 눈에 띤다.
아 ! 불타는 향학열...
눈이 부시다. 그 열심...
뼈속까지 추위가 스민다는 영국의 겨울날씨이지만, 배움을 향한 그 뜨거움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국사람들의 부지런함은 역시 알아주어야 겠다. 특히 내가 만난 그 분은 한국의 모 은행에서 파견나와 공부하고 있는데, 내년이면 곧 돌아간다는 긴장과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무서울 정도로 공부하고 있었다.
물론 영국생활에 적응해 체질화된 사람이야 영국사람들 휴가기간 동안에 휴가를 가겟지만, 아직 적응할려면 당당 먼 나로서는, 남들 놀 때 공부하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잇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집에 전화도 없고, 더더욱 인터넷은 당연이 없고, 자전거도 어디가야 중고 자전거를 사야할지 몰라 아직 못사고, 차는 살까말까 망설이다 아직까지 못사고...그래서 영국 크리스마스 휴가기간 중에는, 이른바 방콕..방에 코-옥 박혀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메일을 쓸 수도 없고....
심심하던 차에 작년 9월까지 글 쓴다는 조건으로, 아직까지 외상으로 남아있던 책을 쓸 수가 있었다. 그래서 영국에 와서 다시 책 한권을 쓸 수 있었다. 물론 2인 공저이지만.... 밀린 숙제를 하고 나니 기분이 시원하였다.
문화의 차이일까.
쉬는 날, 휴가가는 날이 다르니, 노는 물로 달랐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영국사람은 다들 따뜻한 나라로 가서 노는 줄 알았다.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가 우리의 설날같은 날인 모양이다. 새해 첫날 영국교회에 가서 물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흩어져 살다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아 가족들이 다 모인다고 한다. 교회에서 섹소폰을 그 양반은 이번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이 다 모여서 보냈다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한다.
영국에 오니 저녁이 무지 빠르게 온다. 오후 4시가 되면 날이 캄캄해지는 것도 있지만, 밤문화가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물론 찾아보면 있겠지만... 대부분 퇴근하면 가정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다. 여기 사는 한국분들이 그렇게 말을 해주다.
첫댓글 How dilligent you are! I'm sure you'll get a good job in Emgland also. Thank you for your interesting writing from England.
노동시간이 그렇게 짦은데 어찌 선진국이 되었는지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것인지 교수님 연구하여 답 해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