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에구, 저 맹꽁이 같은,,,야 라는 말이 보편화 되어 쓰일 때가 있었지만
나는 사실 그 실체를 알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잘 알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무설재에 존재하는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구별에 한참을 헤매야 한다.
그래서 워낙 우리집 옆지기는
"아니 가르쳐 주고 돌아서면 모르니 자연 생태학적인 머리가 있긴 있는 거야?"
아주 거창하게 생태학을 부르짖는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실제 현장에서 접해 본 사람과
책으로, 눈으로 입력된 머리 속 지식하고 같냐구요오.
말했잖아요, 도시 여자라고....
어쨋든 아침부터 어디선가 이상한 울음소리가 귀에 박히는데
"어? 저거 무슨 소리지? 어머 되게 이상한 소리네...무슨 짐승 소리같애"
나의 요란스런 호들갑에
"에구, 아줌마야, 맹꽁이 소리잖아, 맹꽁이"
뒤의 맹꽁이는 내게 한 말이렸다?
"아니, 내가 언제 맹꽁이 소리를 들어봤냐구..."
진짜 걔네들은 비슷하게 생기기도 했더라.
개구린지, 두꺼빈지, 맹꽁이인지 구별도 잘 안되는 것이 헷갈린다니까...
그러니까 무설재 잔디 밭에는 온갖 풀벌레들이 진을 치고
앞 뒤 산자락에 둥지를 튼 많은 파충류들은 거침없이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곤 하는데
"으악, 이게 뭐야???????????????"
기절하고 놀라 자빠질라 치면
"마님, 그건 뱀인데요, 독이 없는 뱀입니다요. ㅎㅎㅎ"
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파충류는 이루말 할 것도 없고 토끼와 고라니는 지천이요
이름도 알 수 없는 풀벌레들은 농약을 피해 죄다 무설재로 날아들고
요즘은 귀뚜리의 노랫소리가 기가 막히다.
또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의 춤솜씨 또한 볼만 하다.
처음 이사와서는 무슨 귀신인 줄 알았다.
새벽녘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 문득 창을 바라보니
알 수 없는 불들이 휙휙 날아다는 거였다.
"여보, 일어나봐. 제게 뭐야, 뭔 일이냐구..."
잠결에 다그침을 받은 옆지기는
"뭐, 뭐 말이야. 아니, 저건 반닷불이잖아. 되게 많네? 확실히 이곳이 청정지역이군."
"그런 거야? 난 또 무슨 이상한 것들이 우리집을 에워싼지 알았네. ㅋㅋㅋ 에궁 창피해라."
그러게, 도시에서만 살아온 내게는 이런 산골 생활이 무슨 낯선 체험을 하는 학습현장 같았다.
그렇다고 깊은 산중도 아니고 마을도 가깝고
이웃에 근사한 화가 가족이 서넛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오지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랄까? 처음엔 그랬다.
그러던 것이 이즈음에 와서는
뱀을 보던, 이상한 형태의 벌레를 보던
그저 힐끗 눈 돌려 한 번 쳐다보고서는
그래, 우리 같이 살자구...사는동안 공존공생하는 거지 뭐
이쯤되었다. 아니 이젠 즐기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도, 안되는 것도 많은 무설재 쥔장이다보니
날마다 머리 싸매고
식물도감 들여다 보고 곤충도감 들여다 보는 시간이 늘어날 뿐이다.
그러면 우리집 옆지기 하는 말 있다.
"아니, 그건 뭘 그렇게 들여다 보냐? 누가 시험 본데? 그냥 아는 만큼만 알고 살아아"
그러게, 나두 그러구 싶은데 요즘은 정말 머리가, 눈이 현실을 안따라 주더라구...
가는 세월, 거역할 수 없는 거지.
그래서 가끔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말을 기억해 낸다.
예전에 미친듯이 일을 하는 막내딸을 보면서
"얘야, 너무 온 힘을 다해 살지 말아라. 지금은 그게 최선인 것 같아도 천천히 쉬엄쉬엄하지 않으면
단단하고 견고해 보이는 철이 어느 날 부식되기 시작하면 부스스 다 삭아버려 형태가 없어지는 것처럼
너의 몸도 비명을 지를 날이 있을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몸을 아끼고 살아..."
젊었을 때는 일이 이 세상의 전부인양 살면서 그것이 마치 무슨 벼슬인 것 같았죠.
그래서 엄마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려오지 않았구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옛사람들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겁니다.
살면서 생활의 지혜로 나온 말들인데 우린 또 젊다는 이유만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무시하기 일쑤라지요?
암튼 요즘 엄마-이 나이에도 엄마라 부르는 것이 더욱 좋군요, 어머니보다도 더-가 해주신
그 말씀을 기억하면서 가슴이 울컥할 때가 있답니다.
어쩌다 보니 이 아침에 이런 횡설수설이 되었죠?
아, 맹꽁이 그 맹꽁이가 옛 기억을 되살리는 군요.
어쨋거나 맹꽁이 기억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