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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월터 스콧의 소설 <래머무어의 신부新婦>
대본 살바토레 캄마라노
초연 1835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배경 17세기 후반. 윌리엄과 메리 치하 스코틀랜드.
람메르무어(래머무어)와 레벤스우드 영지.
<2009년 2월 9일 뉴욕 메트 공연 / 143분 / 한글자막>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 무용단 연주 /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 메리 침머만 연출
엔리코 아쉬톤...........람메르무어의 영주.......................마리우츠 크비치엔(바리톤)
루치아.....................엔리코의 여동생..........................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
에드가르도...............레벤스우드의 영주.......................피오트르 베찰라(테너)
아르투로 버클로우.....루치아의 약혼자..........................콜린 리(테너)
라이몬도..................칼뱅파 목사. 루치아의 가정교사.....일다르 아드라차코프(베이스)
노르마노..................엔리코의 심복.............................미카엘 마이어스(테너)
알리사.....................루치아의 시녀.............................미카엘라 마르텐스(메조소프라노)
원수지간인 두 가문의 남녀의 사랑...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로미오가 그랬고, 줄리엣이 그랬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래머무어(이태리어로 람메르무어) 지방의 원수지간인 두 가문,
람메르무어家의 딸 루치아와, 레벤스우드家의 에드가르도,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습니다.
이른바 스코틀랜드판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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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메트에서의 새로운 로치아 === <영상물 내지 해설 / James Kuslan / 박제성 번역>
2009년 2월 7일 메트로폴리탄에서 연주된 이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일명 '극장의 야생동물'로 유명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라이브 HD 방식 화질에서는 연기해내기 힘든 이 배역을, 인상적인 침착함을 바탕으로 모든 요구에 부응하는 연기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특히 네트렙코와 그녀의 조력자로 등장한 테너 표트르 베찰라는 상상력 풍부하나 정통적이지 않은 프로덕션에 성악적으로나 연극적으로 대담함과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1700년경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도니체티의 걸작을 연출하면서, 메리 짐머만 감독은 사랑 없는 결혼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파산으로부터 구해내려는 오빠 엔리코로부터 정신적.감정적 질식상태에 이른 루치아의 고통을 구원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짐머만은 자기 결정으로 내리고자 하는 루치아의 노력 자체를 헛된 것임을 강조하면서, 오빠인 엔리코가 경멸하는 남자를 향한 루치아의 열정을 죽음에 이르는 히로인의 약혼과 결부시킨다.
파멸은 월터 스코트의 소설 <람머무어의 신부>를 차용한 리브레티스트 살바도르 캄마리노의 대본에 남아 있는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은 역사적 반향이다. 스코틀랜드의 진정한 주권자를 두고 경쟁할 당시인 1689년 전쟁 직후, 왕조들은 패자가 사람을 거래하는 것을 감시하고 있었다. 빅토리아파의 엔리코는 이러한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의 운을 시험한다. 바리톤 마리우슈 크비치엔은 멜로드라마의 악역 특유의 고딕 풍미를 담아 루치아의 불쌍한 마음과 마지막 보금자리를 파고들며 위협한다.
다행스럽게도 파멸은 스코틀랜드 씨족 사회의 전통적인 관습이기도 하다. 짐머만과 세트 디자이너 다니엘 오스틀링은 킬트의 엉겅퀴 가시 문양을 좋아한다. 그들이 제작한 외형 세트는 스코틀랜드 지형과 기후의 상반되는 난폭함을 매우 효과적으로 시사하며, 빅토리아풍의 사치스러운 인테리어는 야만을 극복한 인간 지배력의 자부심 강한 허풍으로 묘사된다. 휑뎅그렁한 나무 가지들 아래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에드가르도와 루치아는 주인공이 아니라 불륜커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루치아의 광란의 장면에서 커다란 달이 밝게 떠오르는 모습은, 마치 이 정신 착란에의 초대가 강제적인 왕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루치아는 자연과 남자 어떤 쪽에서도 구원받지 못한다.
루치아는 첫 등장부터 사랑에 미쳐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가 오빠의 운명적인 원수임을 염두에 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에드가르도와 만나려고 한 장소에서 알리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폭발한다. 신중함은 루치아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두 세계에서 결국 연인들은 하나의 정신적 유기체로 합체한다. 다른 사람들은 점점 떨어지는 리얼리티를 표정으로 드러내며 그들이 제기한 위험들을 다행증(多幸症)적 일체감을 겪는 연인들의 경험 때문에 인지할 수 없게 된다.
한 차례의 사건이 그녀의 정신적 고립감을 벗겨내는데, 이때 루치아는 특이하고 파괴적인 광란을 겪으며 정신을 잃는다. 그녀는 유리종의 선율을 따라 점점 공허해지고 스쳐지나가는 기억과 격렬한 감정이 안개처럼 어지럽게 남아 더 이상 정상인으로 돌아오기는 불가능해진다. 광란의 장면에서 루치아는 자신의 이성과 삶에 작별을 고한다. 대부분의 극장들에서는 몇몇 장면들에서 공포와 광기의 고립을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게 만들기도 한다. 도니체티가 악보에 기입해놓은 대로 악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음색은 루치아의 광적인 독백과 조화를 이루며 유령이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플루트의 감동적인 소리는 루치아의 치명적인 광기를 비웃는 듯하고, 유리 하모니카로 연주할 때는 그녀를 괴롭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성악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작품이었던 루치아에 대한 뉴욕의 전통은 릴리 퐁스에 의해 비로소 확립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안나 네트렙코의 루치아는 또 다른 경우다. 그녀의 풍부한 성량과 어두운 듯한 음색은 비극적 중요성을 넌지시 암시한다. 굽이치는 듯한 어두운 톤이 암운처럼 드리워져 있으면서, 마치 정신 상태가 혼미해지고 있는 루치아를 비추기 위한 번개처럼 최고음은 불꽃을 튀긴다. 미카엘라 마르텐이 위풍당당하게 부르는 알리사가 등장하는 분숫가 장면에서 연인에게 살해당한 기구한 운명의 소녀 유령을 본 루치아는 알리사에게 물을 튀기면서 긴장감을 깨뜨린다. 이 천재적인 연기는 루치아가 유혹에 약한 젊은 소녀임을 드러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동정심을 일으킨다.
시종일관 격렬하게 노래를 부르는 베찰라의 에드가르도는 오페라의 마지막을 슬픔에 잠긴 상태로 물들이며 자살로서 가족의 비극사를 마무리 짓는다. 루치아의 흥분 가운데에서 라이몬도 역을 맡은 일다르 아드라자코프는 친절함과 절제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보여주고, 마르코 아르밀리아토는 감각적으로 가수진들을 이끌어 나간다. 2007년 오프닝 나이트 이후, 데일리 뉴스지는 메트의 새로운 프로덕션에 환호를 보내며 "정곡을 찌른 무대"라고 평했다. 물론 우리 마음에 과녁을 직접 그려넣은 장본인은 다름 아닌 네트렙코다.
===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 1961 J.F. Mastroianni / 박제성 번역>
무대는 16세기가 저물어가는 스코틀랜드로서,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파벌 싸움이 반복되고 있던 상황이다. 아쉬톤 가문은 라벤스우드 영지를 뺏었고(스코틀랜드의 퀸 여왕의 도움으로) 람메르무어 영지의 성을 점령해왔다.
1막 라벤스우드 성의 영지
가서 근처를 샅샅이 수색하라 (노르마노, 합창단)
엔리코 아쉬톤(루치아의 오빠)의 우두머리 사냥꾼인 노르마노는 그의 부하들에게 새벽마다 성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수상한 자의 정체를 밝히라는 명령을 내린다.
근심하고 계시는군요! (노르마노, 엔리코, 라이몬도)
가혹하고 불길한 이 괴로움 (엔리코, 노르마노, 라이몬도)
사냥꾼들이 출발하고 엔리코가 목사인 라이몬도와 함께 등장한다. 자신의 운이 다했음을 탓하면서, 엔리코는 자신의 지위를 강하게 할 수 있는 정치적 정략결혼을 수락하며 오직 루치아만을 믿는다. 그러나 루치아는 이러한 혼인을 거절한다. 라이몬도는 최근 그녀의 어머니가 죽은 것 때문에 내키지 않아할 것이라고 둘러말한다. 이와 반대로 노르마노는 루치아가 라벤스우드의 주인이자 엔리코의 적수인 에드가르도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신의 짐작대로였습니다 (합창, 노르마노, 엔리코, 라이몬도)
근심하고 계시는군요! (노르마노, 엔리코, 라이몬도)
사냥꾼들이 돌아와 노르마노의 의심을 풀어준다. 엔리코는 복수를 맹세한다.
라벤스우드 성 내의 숲속에 있는 분수대 근처
아직 오지 않았네 (루치아, 알리사)
알리사와 함께 온 루치아는 에드가르도를 기다린다. 루치아가 분수대를 쳐다보며 에드가르도와 같은 라벤스우드의 질투심에 사로잡힌 한 남자가 소녀를 칼로 찔러죽인 뒤 우물에 빠트려버린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위는 침묵에 잠기고 (루치아, 알리사)
황홀한 마음 (루치아, 알리사)
루치아는 알리사에게 이 분수대에서 소녀의 유령을 최근에 봤다고 말한다. 나쁜 징조라고 말하며 알리사는 루치아에게 에드가르도를 잊으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루치아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에드가르도의 사랑이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으며 무아지경에 빠진다.
그 분이 오고 게세요 (알리사, 에드가르도, 루치아)
에드가르도가 프랑스로 바로 떠나야만 한다는 말과 함께 도착하지만, 떠나기에 앞서 엔리코에게 루치아와의 결혼 승낙을 받고 싶다고 고백한다. 오빠의 반응을 두려워한 나머지 루치아는 자신들의 사랑을 비밀로 하자고 간청한다.
영원히 잠든 무덤가에서 (에드가르도, 루치아)
여기서, 영원히 나의 아내가 되어주겠노라고 (에드가르도, 루치아)
나의 한숨을 산들바람에 실어서 (루치아, 에드가르도)
에드가르도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끈 루치아의 가족에게 영원한 복수를 맹세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사랑의 맹세를 한 순간부터 오직 사랑만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한다. 에드가르도가 더나가기 직전, 사랑의 징표인 반지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교환한다.
2막 아쉬톤의 방
루치아가 곧 여기로 올 겁니다 (노르마노, 엔리코)
여러 달이 지났다. 이 시기 동안 노르마노는 에드가르도의 모든 편지들을 가로채왔고, 엔리코는 여동생과 아르투로 벅로우 경과의 결혼을 준비해왔다. 노르마노는 엔리코에게 에드가르도가 변심한 내용으로 위조한 편지들을 보여주며 루치아가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승낙할 것이라고 말한다. 노르마노는 아르투로와 결혼식 하객들을 맞이하러 나간다.
가까이 오너라, 루치아 (엔리코)
소름끼치는 창백한 빛이 (루치아, 엔리코)
흐르는 눈물 속에 한숨지었고 (루치아, 엔리코)
무슨 소리죠 - 기쁨의 소리지 (루치아, 엔리코)
너마저 나를 배신한다면 (엔리코, 루치아)
루치아가 점점 마음이 흔들리자 엔리코는 더 강하게 윽박지른다. 만약 루치아가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거절한다면 자신은 불명예스러움으로 자신의 목을 베고 유령이 되어 평생 괴롭힐 것이라고 협박한다.
어떻게 되었나요? - 한줄기 희망이 (루치아, 라이몬도)
양보하라, 그렇지 않으면 (라이몬도, 루치아)
네 가문을 위해 (라이몬도, 루치아)
엔리코가 떠나고 라이몬도가 들어온다. 목사조차 에드가르도의 무소식을 의심한다. 루치아의 어머니의 기억을 회상하며 라이몬도는 루치아에게 오빠의 뜻대로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설득한다. 루치아의 희생에 하늘이 보답할 것이라고 위로한다.
아르투로를 환영하는 성 내의 넓은 홀
그대로 인해 기쁨이 넘치고 (합창)
여러분들의 별이 잠시 가리워지더라도 (아르투로, 합창)
기쁨에 찬 합창이 아르투로를 맞이한다. 그는 아쉬톤 가문에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을 예견한다.
루치아는 어디 있소? (아르투로, 엔리코, 합창)
엔리코는 아르투로에게 루치아가 아직까지도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도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엔리코, 루치아, 아르투로, 라이몬도, 알리사, 합창)
무엇이 나의 분노를 멈추게 하는가? (에드가르도, 엔리코, 루치아, 라이몬도, 알리사, 아르투로, 합창)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루치아가 알리사와 라이몬도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한다. 마지못해 결혼 서약서에 서명을 한다. 루치아가 자신의 신부임을 주장하며 에드가르도가 등장하여 갑자기 소동이 일어난다. 저 유명한 6중창을 부르며 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심정을 각자 노래한다.
파렴치한 놈 (아르투로, 엔리코, 합창, 에드가르도, 라이몬도, 루치아, 알리사)
여기서 썩 나가거라 (아르투로, 엔리코, 합창, 라이몬도, 루치아, 에드가르도, 알리사)
엔리코, 아르투로, 에드가르도가 칼을 빼들지만 라이몬도가 중재하며 에르가르도에게 결혼 서약서를 보여준다. 루치아는 서약서에 서명했음을 인정하고, 에드가르도는 그녀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아 집어던지고 루치아와 자신의 잔인한 운명을 저주한다.
3막 늑대바위 탑 내의 작은 방
오늘 밤은 내 운명처럼 (에드가르도, 엔리코)
복수를 바라는 아버님의 영혼이 (에드가르도, 엔리코)
모욕을 갚기 위해 (에드가르도, 엔리코)
심한 폭풍에도 불구하고 엔리코는 에드가르도를 찾아낸다. 그는 결투를 신청하고 에드가르도는 이를 받아들인다. 각자 가문의 명예를 건 결투인 만큼 다음날 새벽 라벤스우드 가족 묘지에서 만나기로 한다.
라벤스우드 성의 대 연회장
끝없는 즐거움의 (합창)
이제 잔치를 그만 두시오 ... 루치아가 있는 방에서 (라이몬도, 합창)
결혼 축하연이 무르익었을 때, 라이몬도가 등장하여 잔치를 중단시킨다. 그는 놀란 손님들에게 루치아가 아르투로를 죽이고 미쳐가고 있다고 알린다. 라이몬도와 손님들은 이 무시무시한 사건으로 인하여 천벌을 받지 않도록 기도한다.
그녀가! ... 그대의 다정한 음성이 (라이몬도, 합창, 루치아)
향을 피우고 (루치아, 노르마노, 라이몬도, 합창)
머리를 흩뜨린 루치아가 피로 얼룩진 가운을 입고 등장한다. 유명한 광란의 장면으로서, 그녀는 결국 에드가르도와 다시 맺어졌다고 혼자 상상한다. 그녀는 분수의 유령이 서로를 갈라놓으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만, 환영은 이내 에드가르도와 결혼한 제단으로 바뀐다.
엔리코가 오고 있구나 (라이몬도, 엔리코, 합창, 루치아)
쓰디쓴 눈물을 흘리겠지요 (루치아, 엔리코, 라이몬도, 합창)
엔리코는 오열하며 살인자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루치아는 자신의 오빠가 에드가르도인줄 착각하여 그의 품으로 달려들고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승낙한 것을 사죄한다. 곧 하늘에서 그를 위해 기도할 것을 예견한다.
라벤스우드의 가족 묘지
내 조상의 무덤이여 (에드가르도)
머지 않아 나에게 안식할 자리를 (에드가르도)
죽음을 예견한 에드가르도는 루치아가 아르투로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윽고 그는 조상들의 무덤이 자신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 불쌍한 소녀여 (합창, 에드가르도, 라이몬도)
결혼 때문에 루치아가 죽어갔고, 마지막 유언으로 에드가르도를 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는 소식을 듣는다. 갑자기 죽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라이몬도가 등장하여 루치아가 죽었다는 말을 남긴다.
날개를 펴고 하늘로 떠난 그대여 (에드가르도, 라이몬도, 합창)
슬픔을 이겨낸 에드가르도는 자신과 루치아가 땅에서는 헤어졌지만 하늘에서는 다시 맺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내 단도로 자신을 찌른 뒤 죽음을 맞이한다.
=== 작품 해설 === <2010년 10월 12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스코틀랜드 소설가이며 극작가였던 월터 스코트(Walter Scott, 1771-1832)는 정략결혼을 강요당한 신부가 첫날밤에 신랑을 죽인 사건에 호기심을 느껴, 이 비극적인 실화를 1819년 [래머무어의 신부(新婦)]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발표했습니다. 그 실제 사건은 이런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달림플 가 스테어 경의 딸 재닛이 러더포드 가의 아들을 부모 몰래 사귀었는데, 남자는 좋은 가문 출신이긴 했지만 재산도 없고 정치적 입장도 반대편이어서 결코 스테어 집안 부모의 하락을 받을 수 있는 결혼 상대가 아니었다는 거죠. 스테어 가의 어머니는 딸의 교제 사실을 알고 둘을 갈라놓는 한편, 적합한 신랑감을 물색해 결혼을 급히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첫날밤에 딸은 미쳐버려, 신방에서 신랑을 칼로 난도질합니다. 그리고 끝내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재닛은 2주 후 세상을 떠납니다.
스코트의 소설은 등장인물의 이름만 루시 애쉬튼과 에드가 레이븐즈우드로 바뀌었을 뿐, 실화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살해될 뻔한 신랑은 살아나서 회복되지만, 미쳐버린 여주인공 루시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하죠. 스코트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통합되기 전인 1707년으로 이 사건의 연대를 설정했습니다. 단순히 원수 가문 젊은이들의 사랑만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몰락한 귀족가문과 권력을 얻은 신흥 귀족가문을 대비시킨 일종의 역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큰 인기를 끌며 유럽 전역에 알려졌고, 작곡가 도니체티(Gaetano Donizetti, 1797-1848)는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오페라 작곡을 의뢰하자 곧장 이 소재를 떠올렸답니다. 대본작가 살바토레 카마라노와 함께 도니체티가 스코트의 작품을 토대로 만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는 1835년 9월 26일 나폴리의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낭만주의 시대는 '실성의 시대'
도니체티의 오페라에서는 주인공들의 영국식 이름이 이탈리아어식으로 바뀝니다. 루시는 루치아, 에드가는 에드가르도, 헨리는 엔리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스코트 원작에서 신-구교 갈등을 그린 역사적 맥락은 오페라에 와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17세기 말, 스코틀랜드 람메르무어의 영주 엔리코는 가문을 파산에서 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여동생 루치아와 부유한 권력자 아르투로의 정략결혼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루치아는 엔리코에게 화를 입은 원수 가문의 아들 에드가르도와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정략결혼에 응하지 않으려는 루치아를 회유하고 협박하다가 엔리코는 잠시 외국에 가 있는 에드가르도의 편지를 위조해 마치 그가 변심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죠.
혼란과 절망 속에서 루치아는 오빠의 강요에 못 이겨 아르투로와 혼인서약을 하는데, 바로 그 결혼 피로연장에 방금 귀국한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반지를 빼 던지며 루치아를 맹렬히 비난합니다. 너무나 큰 슬픔과 분노로 실성하고 만 루치아는 신방에서 신랑 아르투로를 칼로 찔러 죽인 뒤 피 묻은 잠옷 차림으로 피로연장에 다시 나타나 저 유명한 ‘광란의 장면’을 연출하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루치아는 탈진해 죽음을 맞이하고, 그 소식을 들은 에드가르도 역시 루치아의 뒤를 따르려고 자결합니다.
이 오페라의 세 주인공은 모두 뚜렷한 개성의 소유자들입니다. 바리톤이 노래하는 엔리코는 가문을 위해 여동생을 희생시키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주인공으로, 남녀주인공의 순수한 사랑을 방해하는 악인으로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사실 악역이라기보다는 그 시대의 전형적인 귀족 남성상입니다. 테너 주인공 에드가르도는 오페라 테너 배역의 전형이죠. 원수 집안의 딸 루치아를 사랑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지만, 연인이 자신을 배신한 것으로 쉽게 오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혈기방자하고 직선적인 성격입니다.
여주인공 루치아는 사랑에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는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존재지만, 오빠의 결혼 강요와 연인의 냉대에 극도의 심적 고통을 겪다가 ‘광기’라는 보호막 속으로 피신해버립니다. 그러나 광기에 이르기 직전까지 루치아는 자신의 선택(원수 가문의 남자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주변세계 전체를 상대로 처절한 투쟁을 벌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엇에 대해서도 자기결정권을 지닐 수 없었던 가부장적인 시대의 연약한 여주인공이지만, 루치아는 마침내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그 순간까지 온몸으로 세상에 저항합니다.
낭만주의 시대는 ‘실성의 시대’였습니다. 주변 세계의 냉혹한 현실주의와 이해타산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순수한 주인공들을 양산한 시대라는 의미입나다. 비현실적인 기이한 환상의 세계를 추구하며 그 환상 속에서 인간의 진실을 발견하려 했던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광기와 착란을 일상화했습니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격정적 사랑은 죽음에 대한 열망을 낳았고, 애절하게 사랑했던 두 연인의 죽음(동반자살)은 찬란한 사랑의 승리로 간주되었지요. 그래서 노년에 낭만주의 사조를 맞이하게 된 독일의 고전주의 작가 괴테는 ‘낭만주의는 병적인 것이다’라고 말하기에 이릅니다.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없었던 시대의 비극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bel canto, 성악가에게 유연한 가창과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했던 19세기 전반기의 오페라)에서는 특히 이런 낭만주의적인 주인공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광란이나 실성의 장면도 상당히 흔하죠. 도니체티의 첫 성공작 [안나 볼레나](앤 불린), 역시 같은 시대 벨칸토의 거장인 벨리니의 [청교도], [몽유병자 여인] 등에도 광란의 장면이 들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20여 분에 걸쳐 광란의 아리아가 전개되는 [루치아]는 단연 낭만주의 벨칸토 오페라의 절정입니다. 이 아리아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여주인공 소프라노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낱낱이 드러나는 데다 관객을 만족시키기도 무척 어려운 곡입니다. 이 ‘광란의 장면’에서 플루트와 경쟁하듯 또는 화답하듯 전개되는 소프라노의 기교는 그저 기교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목소리를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다뤄가며 극한의 콜로라투라 기교에 도전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전아(典雅)한 선율에 담긴 격렬한 감정과 광기를 실감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부르면 객석을 감동의 홍수에 빠트릴 수 있지만, 기교든 감정 전달이든 어느 한쪽이 부족하면 부담스럽고 지루해질 수도 있는 어려운 역이죠.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는 탁월한 표현력으로 루치아 역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이후의 모든 루치아는 칼라스와 비교되었습니다. 베르디라면 이런 극적인 비극 대본에 대단히 격정적인 선율을 입혔겠지만, 벨칸토 시대의 도니체티는 슬픔도 분노도 광기도 우아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에 담아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의 음악적 밀도가 약한 것은 성악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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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티토 고비, 라파엘레 아리에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피렌체 5월음악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3년 녹음
[음반] 존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셰릴 밀른즈, 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등, 리처드 보닝 지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71년 녹음
[DVD] 존 서덜랜드, 알프레도 크라우스, 파블로 엘비라, 폴 플리쉬카 등, 리처드 보닝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브루스 도넬 연출, 1982년 공연 실황(한글자막)
[DVD] 안나 네트렙코, 표트르 베찰라, 마리우쉬 크비첸, 일다르 압드라차코프 등,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메리 짐머만 프로덕션, 2009년 공연 실황(한글자막)
[네이버 지식백과]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G. Donizetti, Lucia di Lammermoor]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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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11월 24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루치아 '광란의 장면
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원작은 영국(스코틀랜드)의 소설가이며 시인인 월터 스코트(Walter Scott,1771-1832)의 소설 [람머무어의 신부The Bride of Lam mermoor]이다. 캄마라노(Salvatore Cammarano)가 대본을 쓰고, 이탈리아의 낭만파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도니제티가 작곡하였다. 이 작품은 그의 오페라 세리아 부문에서 최고의 작품일 뿐 아니라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가장 전형적인 예의 하나로 역사적으로도 또 인기 면에서도 언제나 최대의 찬사를 받아온 작품이다.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 찬사를 받은 작품
도니제티 하면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작품이 [돈 파스콸레], [사랑의 묘약]등의 희극이지만, 이런 오페라를 늘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각기의 집안이 적대관계에 있으나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불행한 사랑을 시종(始終) 어두운 음악으로 그려낸 이 오페라가 설마 같은 작가의 손으로 작곡되었다고는 믿기 어렵다. 그러나 몇 번인가 계속 되풀이해서 듣고 있으면 이들 오페라의 밑바닥에는 역시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도니제티는 음악으로 따뜻한 인간성을 애써 표현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이 오페라의 두 주인공처럼 불행하면서도 매우 따듯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러한 인간이 만든 것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본성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람머무어의 신부]는 도니제티 이전에 최소 3명의 작곡가가 오페라로 만들었다고 한다(The Pocket Companion to Opera by john Allison, p.120). 그 중에서 뛰어나게 유명하며 예나 지금이나 도니제티의 오페라 세리아 중 공연 횟수가 많은 것이 이 길고 장엄한 ‘광란의 장면’으로 유명한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이다. 17세기 스코틀랜드의 실화에 의거한 작품이며 정략결혼이 여주인공을 파멸할 뿐 아니라 그 결혼상대와 진짜 애인까지 휩쓸고 가는 비극이 엽기적(獵奇的)인 스코틀랜드의 풍물을 배경으로 하여 진행된다.
정략 결혼이 광기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비극
17세기의 스코틀랜드, 호족(豪族) 레이븐스우드 가와 아쉬톤 가는 오랜 적대(敵對) 관계를 계속하고 있었다. 아쉬톤 가의 주인 엔리코는 세력을 만회(挽回)하기 위해 여동생 루치아를 아르투로와 정략결혼을 시키려고 한다. 루치아는 언젠가 위기를 구해준 사나이 에드가르도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오랜 원수인 레이븐스우드 가의 주인이었다. 오빠의 강요에 못 이겨 루치아는 아르투로와 결혼하게 되어 식이 끝나고 두 사람이 결혼 계약서에 서명을 마쳤을 때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그 간의 경위(經緯)를 모른 채 루치아를 맹비난하고 서로 교환하여 끼고 있던 반지를 내던지고 사라진다. 엔리코는 에드가르도를 찾아가 다음날 아침 결투를 하기로 한다.
결혼 축하연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신랑을 찔러 죽여 피투성이가 된 루치아가 미쳐서 나타난다. 놀라는 축하객 앞에 그녀는 에드가르도와의 사랑을 고백하고 쓰러진다. 이윽고 가족 묘지에서의 결투를 기다리는 에드가르도는 루치아가 미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치아의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알고, 세상에 실망한 에드가르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부드러운 속삭임이' (광란의 장면)
(루치아)
그의 부드러운 속삭임이 내 마음에 울렸습니다!
아, 그 목소리는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
에드가르도! 나는 당신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적에게서 도망쳐 왔습니다....
한기(寒氣)가 가슴 속을 기어 다닙니다...
온몸이 떨립니다!...
다리가 허둥거리고... 연못가에
잠시 저와 함께 앉아 주세요...
아, 두려운 유령이 나타나 우리를 갈라놓습니다!
아, 아! 에드가르도, 에드가르도!
아! 유령이, 저 유령이 나타나 우리를 갈라놓습니다!
여기 숨읍시다, 에드가르도, 이 제단(祭壇) 밑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오묘한 음악이...
들리지 않습니까? 아, 혼례의 찬송가가!
식의 준비는 우리를 위한 것...오 행복한 날이여,
이렇게 큰 기쁨을 뭐라고 말할까!
향을 피우고...신성한 광솔불이
둘레를 비추고! 이제 사제님이 오셨습니다!...
오른 손을 내 밀라! ...오 얼마나 행복한 날인가!...
드디어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은 나의 것!
하느님이 맺어주셨어요...
모든 기쁨을 당신과 나누면 더욱 기쁩니다...
우리 생애(生涯)에 하느님이
자비로운 미소를 보내실 겁니다!
(라이몬디, 노르만노, 합창)
저렇듯 무서운 모습이 된 그녀에게
하느님, 연민(憐憫)을 베푸소서.
(루치아)
이 세상의 껍질만 남은 내 몸에
괴로운 눈물을 부어 주십시오,
그 동안에 나는 저 하늘나라에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왔을 때에만
하늘은 내게 아름다워질 겁니다!
(라이몬도, 합창)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엔리코)
뉘우치는 나머지 나는
쓴 눈물의 나날을 보내리라!
정신 이상이 생긴 루치아가 뜻대로 에드가르도와 결혼했다고 착각하고 그의 환영(幻影)과 이야기하는, 약 17분간에 걸쳐 홀로 연기하며 훌르트(풀루투, flute)와 대화하듯이 노래하는 대곡이다. 수많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아리아 중에서도 어렵기 그지없는 난곡(難曲)이며 화려한 초절기교를 요구하는 노래이다. 가사 중 16행 째인 “Ardon gl'incensi....Splendono"(향을 피우고....신성한 광솔불이) 이하에서 에드가르도와의 결혼식을 환상 속에 보는 루치아에 대해 라이몬도를 비롯한 응접실에 모여 있던 축하객들은 차마 보기 딱하여 동정의 목소리를 내뱉는다. 이 때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오빠 엔리코가 돌아와 (그는 다음날 에드가르도와 결투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이것은 에드가르도가 아름다운 아리아를 노래하고 루치아를 따라 자살하는 휘날레(피날레)의 복선[伏線]이 된다.) 후회하면서 루치아는 이어(23행부터-루치아 두 번 째 아리아) ”Spargi d'amaro pianto il mio terrestre velo"(이 세상에 껍질만 남은 내 몸에 괴로운 눈물을 부어 주십시오) 하고 노래를 계속한다. 가사는 되풀이하여 장식(裝飾)을 더 하며 눈부신 고음(高音)을 과시한다. 여기서도 콜로라투라의 명인기(名人技)가 월등하면 할수록 인간의 극한을 뛰어넘은 가엾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추천 음반 및 DVD
[CD] 세라휜 지휘, 휘렌체 5월 음악제 관현악단/합창단 (1953) 칼라스(S) EMI
칼라스가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로 노래한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는 1959년에 발매한 스테레오 전곡반이 있지만, 이 음반은 그보다 6년 전의 녹음한 모노랄 녹음이다. 칼라스가 [람메르모르의 루치아]공연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계에 군림하기 시작한 무렵의 기록이다. 젊은 날의 활기 찬 칼라스의 목소리가 스테레오 녹음 때에도 쇠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구 두 가지 음반에 별로 큰 차이는 없지만 그러나 그지없이 어려운 콜로라투라 역인 루치아는 구반(舊盤) 쪽이 훨씬 더 신선하고 섬세한 정감으로 노래한다. 반면에 신반의 표현은 보다 적극적이며 그랜드 오페라적인 스타일이 되어 있다. 어쨌든 칼라스가 내뿜는 ‘광란의 장면’은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영원한 명창이다. 훌루트의 반주가 무색한 콜로라투라의 초절 기교와 피를 토하는 듯 격정적 표현은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디 스테화노와 곱비의 노래 또한 절묘하다. 이들의 낭랑한 칸타빌레와 극적 표현의 뛰어남이 이 음반에 얼마나 큰 공헌을 하고 있는지는 직접 들어보면 헤아릴 수 있다. 칼라스, 디 스테화노, 곱비 트리오의 [람메르모르의 루치아]를 일단 듣고 나면 다른 연주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게 된다. 그만큼 강한 마력(魔力)을 지닌 전곡반이다.
[CD] 프리챠드 지휘, 로마 성 산타 체칠리아 음아원 관현악단/합창단(1961) 서덜랜드(S) Decca
전성기의 서덜랜드(Joan Sutherland)의 명창이며 순수한 벨칸토 창법의 절묘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특히 1959년 로열 오페라에서 이 역으로 충격적인 성공을 거둔 후의 이 음반은 신선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 듣고 있으면 아름답다. 그러나 단지 목소리의 아름다움뿐이다. 칼라스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상대역은 치오니(Renato Cioni), 메릴(Robert Merril), 시에피(Cesare Siepi) 등 호화로운 캐스트이다. 프리챠드(John Pritchard) 지휘는 세라휜 같은 유연성은 부족하나 견실(堅實)하며 빈틈이 없다.
[DVD] 아르밀리아토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발레단(2009) 네트레브코(S) 찜머만 연출 DG
최신의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이다. 드넓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매우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매리 찜머만(Mary Zimmerman)의 연출이 우선 눈에 띈다. [라 트라비이아타]에서 매력적인 비올레타로 애호가를 매료한 네트레브코(Anna Netrebko)가 출산 후 처음 등장한 실황무대이다. 매끄러운 고음의 발산은 여전히 아름다우나 극적인 호소력이 좀 부족하고 연기도 청취자를 휘어 잡는 박력이 약하다. 서덜랜드의 뒤를 잇는 아름다운 목소리는 여전하나 역시 칼라스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살대역인 뾰트르 베짤라(Piotr Beczala)의 에드가르도가 시원스럽고 힘있는 목소리와 무난한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그밖에 마리우쯔 크비치엔(Mariusz Kwiecien)의 엔리코, 일다르 아브드라짜코브(Ildar Abdrazakov)의 라이몬디 등도 각기 역에 알맞은 역량을 보인다. 마르코 아르미리아토(Marco Armiliato)는 요점을 꼭 꼭 찍어나가는 섬세한 지휘로 음악을 유연하게 펼쳐 나간다.
[네이버 지식백과] 루치아 ‘광란의 장면’ - 도니제티, 람메르모어의 루치아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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