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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원자핵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주 까지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여기서 기본 입자란 그 내부에 구조가 없는, 즉 그 내부에 더 간단한 다른 입자가 들어있지 않는 입자를 말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입자는 렙톤과 쿼크라는 것입니다. 렙톤과 쿼크가 기본 입자인 것이 확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물리학자들은 더 이상 렙톤과 쿼크가 기본 입자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기본 입자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였다가 옳지 않다고 밝혀진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렙톤과 쿼크가 꼭 기본 입자가 아닐 것이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기본 입자인 렙톤과 쿼크 중에서 쿼크는 이상한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쿼크에는 u, d, c, s, t, b 쿼크 등 여섯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어느 것도 관찰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관찰된 적이 없다는 것은, 예를 들어, u 쿼크가 혼자 따로 존재하는 것을 관찰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쿼크들은 항상 하드론 형태로만 존재합니다. 즉 쿼크와 반쿼크가 모여 메존을 이루던가, 쿼크 세 개가 모여 바리온을 이루든가 하여서만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현미경 같은 것으로 바리온에는 쿼크 세 개가 있다고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닙니다. 하드론의 여러 성질들로 미루어 볼 때 하드론은 쿼크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립된 쿼크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일부 학자들은 쿼크가 단지 하드론을 설명하는데 이용되는 수학적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오늘날에는 비록 따로 떼어서 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쿼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보지 않고서도 믿는 일이 물리학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원자핵은 하드론 중에서도 바리온, 바리온 중에서도 가장 질량이 작은 핵자들의 모임입니다. 이렇게 핵자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핵에 포함된 핵자들의 수와 어떤 관계에 있으며 원자핵의 질량은 핵자들의 수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 원자핵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성질들만 알아도 원자핵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자핵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원자핵을 이루는 핵자들에게 작용하는 상호작용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에는 핵자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데, 가장 간단한 경우인 중양자의 성질과, 핵자-핵자 산란 실험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공부할 예정인 원자핵의 크기와 질량 등이 핵자의 수에 어떻게 의존하는지만 보아도 핵 상호작용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에 보인 것은 핵자당 결합에너지입니다. 원자핵의 전체 결합에너지를 원자핵의 핵자수(또는 질량수라고 부르기도 함)로 나눈 것이 핵자당 결합에너지입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핵자당 결합에너지는 질량수가 약 20까지는 증가하다가 그보다 더 무거운 원자핵에서는 대략 7 에서 9 MeV 사이로 일정합니다. 그리고 질량수 60 부근에서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최고를 이루고 질량수가 더 커지만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완만하게 감소합니다.
핵자당 결합에너지 그래프만 보더라도 왜 핵융합은 작은 원자핵에서 중요하며 핵분열은 큰 원자핵에서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이와같이 원자핵의 크기와 원자핵의 질량, 그리고 원자핵 내에 전하와 질량이 어떻게 분포되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그로부터 원자핵에는 어떤 특징이 존재하는지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