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소피아 광장은 벌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야 소피아는 공식적으로 박물관이지만 사실 성당으로 더 유명한 기독교와 이슬람의 복합 유산이다.
성 소피아(‘성스러운 지혜’)성당은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1000여 년이나 이어졌던 비잔틴 제국의 기독교 신앙 중심이자 비잔틴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로마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고 지금도 이스탄불의 손꼽히는 건축물 중 하나다. 325년 콘스탄티누스가 창건, 532~537년에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에 의해 재건되었다. 그 후 오스만 제국이 점령하면서 모스크로 탈바꿈했다. 당시 헌당식에 참석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장엄한 성당에 감동해 ‘오 솔로몬이여, 나는 그대에게 이겼도다’고 외쳤다고 한다.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당시 금 90t에 해당하는 자금으로 완공한 성당은 1453년 오스만 투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됐다.
모자이크 성화에 석회칠을 하고 문에 새겨진 십자가의 형체도 없애는 등 이슬람사원으로 바꾼 것.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사원 안에서는 석회칠을 벗겨내 원상 복원한 모자이크 성화 등 비잔틴 시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붉은 외벽과 푸르고 둥근 돔형 지붕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하기아 소피아 성당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에서 볼 때 엄청난 규모를 실감한다. 정사각형 건물의 지붕에는 지름 33m의 돔이 씌워졌다. 바닥에서 돔까지 높이는 56m. 돔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4개의 큰 기둥을 세웠다.
약간 어두운 조명에 익숙해지면서 천장과 벽면의 장식들. 금색과 검정색이 혼합된 이슬람 문양과 칼리그래피(한자처럼 모양을 낸 그림 문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했다. 동쪽 사원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532년 “아담이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사원”을 지을 목적으로 재건해 이후 1000년간 비잔틴 제국의 종교·정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다.
비밀통로 같은 회랑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이슬람 속 기독교 유산들. 덧칠이 벗겨지고 이슬람의 모자이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모습을 드러낸 예수와 요한, 성모 마리아 벽화였다.
화려한 벽화는 회칠에 덮여 한때 흔적 없이 사라졌으나 복원작업이 진행되면서 비잔틴시대 성화와 황금빛 아랍문자가 어우러진 묘한 풍경을 드러냈다.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술레이만 1세는 벽면의 모자이크화를 우상이라며 회반죽으로 덮어 버렸다. 모자이크화가 1932년 미국인 토머스 위트모어에 의해 벗겨졌다. 남쪽 계단 서쪽 벽에 있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세례자 요한의 모자이크화는 박물관의 백미로 꼽힌다. 그리스도교 상징인 성모마리아 모자이크와 이슬람교 코란의 금문자가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인류의 보배를 이교도 술탄도 아껴 준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문명이 만나 공존의 모범을 보여 준 이곳에서 넘치는 감흥을 억누를 수 없었다.
흔히 터키의 수도로 오해받고 있는 이스탄불은 동ㆍ서양 문화를 모두 담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1923년 터키공화국 수립과 더불어 앙카라가 수도로 정해졌지만 이스탄불은 여전히 터키 최대의 관광 도시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답게 이스탄불은 각기 다른 취향과 구미를 가진 방문객을 두루 아우른다. ‘형제국’이란 말 하나 믿고 찾아든 ‘코렐리’에겐 ‘돌궐’(투르크의 음차) 이전 함께 말을 타고 초원을 내달리던 머나먼 시절의 유대감을, 세계 4대 교회 건축물 중 하나인 아야소피아를 보러온 이에겐 초기 기독교의 박애 정신을 일깨운다. 때마침 이스탄불이 2010년 유럽문화 수도로 지정됐다 하니 떠남의 설렘과 기분 좋은 만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최적의 도시로 감히 이스탄불을 추천한다. 보스포루스해협을 끼고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는 나라 터키, 지정학적인 위치 덕분에 자연스럽게 문화와 상업의 교차점 역할을 하며 터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온,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어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어느 한 곳도 놓치기 아까울 만큼 명소들이 즐비한 터키로 떠나보자.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 seoksa10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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