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와 이야기로 행복에 대해 풀어가는 감성 에세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저서 「FORGET ME NOT」이후 발표하지 않았던 그림과 저자만의 생각으로 풀어간 감성적인 글을 엮었다. 저자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잊고 사는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다. |
문제는 ‘고맙다’와 ‘감사하다’가 의미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유의어의 범주에 속하면서도 품사 범주나 문법적 특징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우선 이 두 단어는 품사 범주가 다릅니다. 즉, ‘고맙다’는 형용사에 속하지만, ‘감사하다’는 형용사와 동사 두 가지로 쓰인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고맙다’는 그 자체로서는 명령형이나 청유형으로 쓰일 수 없지만 ‘감사하다’는 그러한 활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고맙다’와 ‘감사하다’의 문법적 차이로는 우리말 상대높임법의 등급과 관련되는 제약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먼저 다음 예들을 먼저 보기로 하시지요.
⑴ㄱ. 모두들 한결같은 마음으로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ㄴ. 먼저 전화해 주어 고마워요. ㄷ. 아무도 찾지 않는 나를 찾아주어 고맙소. ㄹ. 나는 무엇보다 자네의 그 따뜻한 배려가 고맙네. ㅁ.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ㅂ. 말만이라도 고맙다. |
주지하는 대로 우리말 상대높임법은 모두 6등급의 체계를 보이는데 위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고맙다’는 모든 등급에서 쓸 수 있는 말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맙다’는 상위자인 윗사람들에게는 물론 아랫사람들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감사하다’는 ‘고맙다’와는 대조적으로 6등급의 높임법 체계 가운데 4등급만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음이 그 예입니다.
⑵ㄱ. 매 시간 즐겁고 유익한 강의 감사합니다. ㄴ. '감사해요'를 주제로 좋은 사행시 없을까요? ㄷ. 초록별 지구에서 그대와 함께한 이 기쁨, 거듭 감사하오. ㄹ. 우리 책이 여러 모로 쓸모가 있다니 감사하네. |
위 문장들을 보면, ‘감사하다’는 4등급의 체계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감사하다’는 반말이나 아주낮춤의 해라체와는 결합하지 않는 제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도와줘서 감사해.”라든지, “도와줘서 감사하다.”라는 말은 쓰지 않고 “도와줘서 고마워.”라든지,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첨언하자면 (2ㄱ)에서 쓰인 ‘감사합니다’의 경우, ‘감사드립니다’로 쓸 수 있다는 것 또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는 언어적 사실입니다. 이전에는 불필요한 공대라 하여 ‘감사합니다’만 표준 화법으로 삼아오다가 2011년에 확정된 새로운 표준 화법에서는 ‘감사드립니다’가 높임을 더욱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감사드립니다’는 ‘감사합니다’보다 좀 더 정중한 표현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