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시>
윤장대
김성신
삼월 삼짓날은 윤장대를 돌리는 날
풍경소리 곱발 세우고
산자락은 그늘을 등지고 좌정한다
108배 올리던 법당에서
굽은 허리와 무릎뼈 석탑처럼 이르켜 세우고
윤장대 돌이는 어머니의 마음에
묵은 발원이 한 각씩 깊어진다
상현달 달무리 지는 밤
아이의 울름소리 희미하게 살아나고
인간힘을 토해 내던 흑백의 한 생
몸속 경(經)이 된 통증을
한올 한올 부풀리니
저만큼 솔바람에 가슴 쓸리기도 해
앞뒤없는 회한과 갈망은
두손 맞잡고
배웅하듯
한곳을 바라보니
이마위로 맺힌 땀방울
눈물의 동의인냥 하염없이 흐른다
더 두툼해질 법문의 책장에
줄 맞추어 반듯하게 들어가 있을
어머니의 비워낸 몸을
나는 가만히 부축하여 본다
【심사편】
불교 정서, 고의조차 벗어 던져 신인 답지 않는 맵시 녹아 있어
예선으로 올라온 시조들은 희귀하다. 한편의 시조"밤비"가 평시도의 율격을 그런대로 지켜냈으나,
내용은 아니하다. 시조가 시보다 성공하기 더 어려운가, 아니 시와 시조는 다 함께 손쉬운 표현형식이 아니다. 시 쪽의 대부분은 서술의 엉성한 나열이 눈살을 짓게 한다. 현실의 어느 관점이나
이미지에 대한 성실한 표착이 잘 안보인다.
좋은 작품에 대한 애초의 기대는 작품 하나한를 살피는 동안 그 기대의 높이가 낮아 진다.
설레는 마음이 목마른 마음으로 바뀐다. 신춘문예라는 한 해의 수확 가운데서 어떤 기념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과 새로운 해를 앞두고 어떤 살의 각성을 내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격려도 위로도
인사치레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낙선된 작품도 다시 쓰기를 통해 훨씬 우수한
작품이 될수 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당선작은 첫눈에 정해 젔는데 '윤장대"가 그것이다. 신인 답지 않는 유려한 묘미를 터득하고있어 창작의 연륜을 짐작케 한다. 불교 신문은 신춘문예라는 특수성에 호응하는 불교적 정서를 담은 고의조차 냉큼 버어나고 있다. 시의 맵시가 녹아 있다. 앞으로 다른 작품들도 이만하기 바란다.
이 "윤장대" 턱 밑에서"자신과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고개를 든다. 설명적인 제목이 거슬기는 하나
경주 지진이라는 당대 사태와 반가사유상이라는 세월의 심상이 시간의 대칭을 이루면서 품위있는
고전적 취향을 뽑낸다. 위기에 대한 사유가 하나도 긴박하지 않아서 지진 자체가 상황의 일상속에
잠겨 든 감각으로 작용한다. 혹시 가작이 가능하면 가작으로 내보내고 싶다.
심사위원☞고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