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우리나라 근대 수의학(獸醫學)을 발전시킨 중추관청의 발상지이다.
첫 번째 기관은 가축검역을 담당하는 수출우검역소(輸出牛檢疫所)가 대한제국 시절인 융희(隆熙)3년인 1909년7월에 대한제국 농상공부 직할기관으로 현재의 남구 우암동에 설치되었다.
두 번째 기관은 가축위생을 담당하는 우역혈청제조소(牛疫血淸製造所)가 한일병합후인 1911년4월에 일본 농상무성 직로의 현재의 서구 암남동에 설치되었다.
이 두기관은 각각 국립동물검역소와 국립가축위생연구소로 발전되어, 현재는 경기도 안양시에 본부를 둔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구성원이 되었다.
부산에서 태동한 수의학 중추관청은 얼마 후 경상북도 김천으로 본거지를 옮기게 된다.
수출우검역소(輸出牛檢疫所)는 일본에 보내어지는 한우를 사전 검역하는 기관이나, 한일병합후 이출우검역소(移出牛檢疫所)로 명칭이 변경된 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보내는 것은 수출이 되나, 수출이란 외국으로 보내는 것을 뜻하므로 조선과 일본은 '같은 나라'로 간주하여 “옮겨 내보냄”의 이출을 사용하였다.
수출우검역소는 한일병합 후인 1910년10월 조선총독부 탁지부의 소관으로 부산세관 부속기관으로 존치하다가, 1912년4월에 관제 개정으로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뒤에 경무국으로 변경) 소관 업무로 변경되어, 부산경찰서 부속기관으로 변경되어 이출우검역소(移出牛檢疫所)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이후 1927년7월에는 경상남도 경찰부로 지휘기관이 이관되었다.
이출우검역소에는 1912년4월 당시에는 소장 1인, 수의관 1명, 수의관보 3명, 용원 2명이 근무하였다.
우암동의 이출우검역소의 사무실 위치는 현재의 부산은행 우암동지점북서쪽의 우암번영로에 위치한 양지아파트에 있었다고 하며, 주위인 우암로, 장고개로, 동항로 사이에 23,725평의 부지에 4,600평 규모의 축사시설을 갖추었다.
(사진 1) 우암동 부산이출우검역소 전경(1937년) (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사진 2) 1946년발행 부산지도의 부산이출우검역소 위치
이출우검역소는 1916년부터 인천, 진남포, 원산, 성진, 포항 등에서도 이출이 시작되어 각항만별로 설치되었으며, 1941년11월19일자 훈령 제103호인 조선총독부 사무분장을 개정으로 각도지사에게 위임되어 있던 이출우 검역업무가 조선총독부 농림국 축산과 소관으로 이전되었다. 또한 1943년6월26일 조선총독부 이출우검역소 관제(조선총독부령 제174호)에 의하면 부산, 진남포, 원산 검역소는 존치시켰으나, 인천, 포항, 성진 폐지하였다.
부산이출우검역소는 광복후인 1949년6월 부산가축검역소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가, 1962년5월 국립동물검역소 부산지소가 되었다.
우암동의 구 부산이출우검역소와 축사 건물에는 광복후 귀환 동포와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많이 살게 되면서 협소한 골목에 밀집하여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낙후된 마을이 되었다.
옛 우암2동 주민센터앞에는 2009년6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수출우검역소 옛터”라는 표지석을 세웠다.
(사진 3) "수출소 검역소 옛터" 표지석
우역혈청제조소(牛疫血淸製造所)는 많은 부산사람들이 송도혈청소 또는 혈청소로 기억하는 곳으로 우역의 면역혈청을 생산하여 보급과 우역 연구를 하는 곳으로 출발하였다.
우역(牛疫)은 인간에게는 전염이 안되지만, 소나 양과 같은 우제류의 급성, 열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이 질병에 감염된 동물은 고열, 구강조직의 미란, 괴사, 출혈 그리고 소화장기에 심한 타격을 주어 극심한 설사로 인한 탈수로 80%까지 폐사하는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우역 발생은 기근과 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
우역은 국내에서는 최초 발생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931년까지 질병이 유행했으며, 유사한 가축 돌림병으로 마역(馬疫), 저역(猪疫)이 있다.
설립 당시의 동래군 사하면 암남리 모지포마을 인근의 734,000평의 용지를 확보하여 건축부지 80,000평의 우역혈청제조소는 사무실, 도서관, 혈청저장실, 독소주사실, 채혈실, 세균시험실, 외역우사, 면역우사 해부실, 소각실 등을 갖추었다.
(사진 4) 암남동 수역혈청제조소 전경(1936년) (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사진 5) 옛 수역혈청제조소 위치의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 검역계류장
이곳에서 생산된 면역혈청은 한반도, 일본, 대만, 만주, 중국화북지역까지 공급하였다.
초기의 조직은 고등관인 소장외 사업부, 우역연구담당, 혈청제조담당, 사무부 등에 56명이 근무하였다.
이 기관은 1918년3월에 조선총독부 수역혈청제조소(獸疫血淸製造所)로 개편되었다.
수역혈청제조소는 ① 가축전염병의 예방접종액 및 혈청제조와 시험에 관한 사항, ② 가축전염병의 조사 및 시험에 관항 사항, ③ 두묘(痘苗)의 제조 및 시험에 관한 사항, ④ 가축전염병의 예방접종액 및 혈청, 두묘와 그 부산물의 배포 및 판매에 관한 사항을 사무분장으로 1918년3월 칙령 제31호로 규정되었다.
1942년3월에 다시 가축위생연구소로 개칭됨과 동시에 안양에 지소가 설치되었다.
1962년에 “농촌진흥법” 공포에 따라 농촌진흥청 가축위생연구소로 발족되어 본소와 분소의 위치가 바뀌어 안양에 본소, 부산에 지소를 설치하였다.
1963년 부산지소를 본소에 통합하여 송도에서의 기능은 중지되고, 부지는 국립동물검역소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가축위생연구소는 1994년에 수의과학연구소로 개칭되었다가, 1998년8월1일 동물검역소와 통합되어, 국립수의과학검역원(國立獸醫科學檢疫院)으로 발족하였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國立獸醫科學檢疫院)은 2011년6월 국립식물검역원과,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을 통합하여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되었다.
현재는 2013년3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해양수산부 발족으로 이관되어, 농림축산검역본부(農林畜産檢疫本部)로 개편되었으며, 동물방역, 동물검역, 식물검역, 동식물위생연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독립기관이다.
부산지역에는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를 관할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운영지원과, 축산물위생검역과, 식물검역과, 시험분석과)가 현재 중구 중앙대로30번길 8호(중앙동6가 10-4)에 있으며, 가축질병방역센터는 대구에 있고, 김해공항, 부산신항, 신선대, 대구, 양산, 창원, 김해, 구미, 울산 등에 사무소가 있다.
서구 암남공원로 185(암남동 620-2) 구 혈청소(동물검역소) 부지중의 대다수인 산림녹지는 부산시에 이관하여 자연공원인 암남공원으로 1996년4월5일부터 개방되어 있으며,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 검역계류장으로 사용 중인 나머지 부지도 2016년까지 강서구 지사동에 조성중인 새로운 검역계류장으로 이전되면 부산시에 이관될 예정이다.
* 참고자료
1. 부산요람(부산상업회의소 1912년 발행)
2. 조선총독부 수역혈청제조소 요람(수역혈청제조소 1938년 발행)
3. 한국수의학사(국립수의과학검역원 2010년 발행)
4.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 부산시 남구청 홈페이지, 부산시 서구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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