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프록의 연가에서 인어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에 대해 이런 분석은 좀 무리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을 듯 싶어서 한번 써 봅니다. ^^;;
"I have seen them riding seaward on the waves/ Combing the white hair of the waves blown back/ When the wind blows the water white and black."에서 프루프록은 인어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인어들이 마치 바람에 일어난 파도의 하얀 머리칼을 빗질해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자신이 나이가 들어 남성적 매력이 사라짐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없음을 인어들이 노인의 하얀 머리칼 같은 파도를 빗질해주고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대리 만족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프루프록은 'red'와 'brown'색 해초를 몸에 두른 바다 소녀들과 바다 속 방에서 머뭇거리는데, 여기서 'sea-girls'는 인어를 지시합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유명한 동화 '인어공주'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 인어공주는 왕자란 한 인간 남성을 흠모해 인간이 되길 갈구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던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인물, 이어서 남성인 왕자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까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냅다 버릴 수 있는 매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여성관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엘리엇의 시에서 인어들은 붉은 색, 갈색의 해초를 몸에 두르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위만을 살짝 해초로 가렸을 가능성이 많을 인어들의 모습은 남성의 눈요기를 위한 일종의 상품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는 대개 인어가 해초로 미이라처럼 몸을 둘둘 감고 있을 것이라고는 연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
프루프록과 'you'는 다수의 이렇게 야한 차림의 인어들에게 둘러싸여 이른바 '꽃밭'에서 자신이 현 세상에서 누리지 못한 일종의 희열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신화적 존재인 인어가 현실적으로 존재할 리 만무함으로 이러한 인어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자신의 남성적 면모를 확신할 수 없고 여성들 앞에서 비웃음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프루프록의 억압된 욕망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음..이 글을 읽으시면서 즐거우셨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 엘리엇이 과연 안데르센의 유명한 동화, 인어공주를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인어들의 모습에서 전 왠지 사이렌 같은 카리스마를 찾기가 어려워서요. 안데르센은 1805년에서 1875년까지 살았던 사람이니, 어쩌면 엘리엇이 어렸을 때 이 동화를 읽어 보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