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권의 독서 / 이재명은 합니다. 이재명 지음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국정감사장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불려나갔고 당시 새누리당의 모 의원이 질의를 했다. 마치 카메라를 독차지하고 유세를 하는 현장 같았다. 질문만 이어갔고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재명은‘이제 답해야지’생각하며 대답할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당의원은 혼자 묻고 사안과 관련 없는 말로 시간을 소비했다. 이재명은 하도 어이가 없어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러자 질의를 하던 여당 의원이 소리쳤다.
“국회의원이 질의를 하는데 감히 실실 쪼개냐?”
“실실 쪼개지 않았습니다.”이 말을 하고 대답을 이어가려 했으나 이미 질의와 답변 시간이 끝나버렸다.
그는 돌아와서 SNS에 미쳐 다 하지 못한 말을 글로 올렸다.
실실 쪼개다……. 40년 전, 공장에 다닐 때 상대원 뒷골목에서 껌 딱딱 씹으며 이 사이로 침 찍찍 내 뱉고 한쪽 다리를 학질 환자처럼 떨면서 겁주던 동네 양아치에게 들어본 후,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나름 재미있습니다.
당시 토막 영상이 이 글과 같이 전국에 퍼졌으며 이때부터 이재명은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이재명은 1964년 안동에서 태어난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성남 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시작한다. 갖은 구타와 욕설을 들으며 일하던 중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왼쪽 팔뚝이 프레스에 찍혀 장애6급 판정을 받는다. 팔이 자라도 힘을 쓰지 못하는 팔이 된 것이다.
그가 17세 되던 해다. 살 이유를 모른 채 방황하던 그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약국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사 모으고 연탄을 피운 후 약을 마셨는데 자살에 실패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약사가 수면제 대신 소화제를 준 것이다.
‘그래 죽을힘으로 살자!’
그는 다짐한다. 자신을 가장 많이 때렸던 공장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 당시 그의 꿈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마침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합격한다. 아버지는 그가 공부하는 것을 미친놈으로 취급했다.
이재명은 뼛속까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쌓아갔다.
그가 중앙대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고 사법고시 학원을 다닐 때 아버지는 이재명의 통장에 처음으로 학원비를 넣어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이재명이 다가가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지! 사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버지, 사실은 제가 잘되기를 바라셨죠? 모른 척 하면서도 저를 쭉 지켜봐 주신 거죠? 제가 마음 단단히 먹고 살기를 바라셨죠?”
끝내 아버지는 깨어나지 못했다.
이재명은 그제야 아버지와 아픈 벽을 허물고 화해한다.
유언 한마디 없이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날이 바로 이재명의 생일이었으며 돌아가신 시간도 그가 태어난 시가 똑같았다.
그는 518광주 민주화 운동이 전두환 정권에 의해 날조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사법 연수원 시절 강사 한분이 초빙되어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를 들으며 이재명의 가슴은 용광로처럼 뜨거워진다. 그 강사가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이재명은 검사체질이라 말하는 주위의 시선을 뿌리치고 그는 노무현처럼 인권변호사의 길을 간다.
낮에는 변호사 생활을 하고 밤이 되면 시민운동을 하며 성남을 누빈다. 마침내 그는 실패 끝에 성남 시장에 당선된다.
이재명은 형도 자기처럼 공부를 하면 성공할 거라며 형의 학비를 대주어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했다. 이재명이 성남시장을 할 때 형이라는 친분을 이용해 이권에 나서려 하자 이재명은 완강히 거절한다. 거기에 화가 난 형은 이재명을 욕하고 심지어 어머니에게 까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해서 어머니를 병원에 실려 가게 만든다. 화가 난 이재명이 형과 전화 통화를 하던중 형수와 언쟁이 붙는다. 왜 형수가 어머니에게 그런 모진 말을 하느냐고 따지다 결국 흥분해서 욕을 했는데 이걸 형수는 녹음을 해서 공개를 해버린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형은 국정원의 매수에 걸려 이재명을 종북으로 몰아 성남시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각본이 있었다고 책에 쓰여있다.
그가 성남시장이 되었을 때 성남시의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는 6500억 원이 있었다. 그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초 긴축 정책을 실시한다.
마침내 2013년 모라토리엄을 졸업하고 3년 연속 ‘지방 자치단체 재정분석 종합평가 우수기관’에 선정된다.
그는 여기서 자신감을 얻어 마침내 대권에 도전한다.
그의 책을 읽으며 그가 말하는 모든 정책보다 나는 그가 써놓은 글 한마디가 더 나를 울렸다.
“나는 부정축제를 한 일도 없고 재벌들에게 비자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쓴 적도 없다. 지은 죄가 없으므로 당당하다. 물론 온갖 조작으로 여론 재판을 받은 경우는 있지만, 적어도 정치인 이재명만큼은 털어도 먼지만 나올 것이다. 잃을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는 사람으로서 나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싸울 수 있다.”223쪽.
당당히 앞서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싸울 자 이 땅에 얼마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도 용광로처럼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