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밝기와 오토포커스 속도가 좌우
SIGMA SD10, SIGMA APO 70-200mm F2.8
글사진 한동훈<월간사진 2009년 2월호>
망원렌즈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대상 중에서 극히 작은 부분을 확대해 촬영하는 렌즈다. 망원렌즈는 풍경의 일부를 잘라내 크게 확대해 한 장의 사진으로 담는다. 인간의 시야를 넘어선 광학적인 영역의 표현이다. 망원렌즈는 멀리 떨어진 대상을 확대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대상을 클로즈업하는 효과를 가진다. 망원렌즈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하는 분야는 웨딩 촬영이나 모델 촬영과 같은 인물사진 분야다. 모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배경은 아웃포커싱으로 흐릿하게 만드는 포트레이트 사진들은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코드를 보는 이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준다.
망원렌즈는 간단명료하고 정리된 표현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렌즈다. 처음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초보자라면 망원렌즈를 사용하고 나서 사진이 갑자기 멋있어졌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망원렌즈는 다른 렌즈들보다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결국 F2.8 수준의 밝은 망원렌즈에 끌릴 수밖에 없다. 각 메이커별 대표적인 망원렌즈와 어떤 렌즈가 자신에게 맞는지 알아보자.
망원 렌즈의 성능 포인트
Sigma SD10, Sigma APO 50-500mm
35mm 필름 포맷 환산 100mm 정도의 렌즈를 준망원 렌즈라고 한다. 표준 줌 렌즈 중에서는 105mm 수준까지 최대 망원을 확장한 경우도 있지만 망원렌즈라면 일반적으로 70mm 이상의 렌즈를 뜻한다. 500mm 이상의 초망원 렌즈는 스포츠나 조류 탐사 촬영에 주로 사용된다. 35mm 풀프레임 렌즈는 APS-C 센서를 사용하는 카메라에서 기준화각보다 약 1.5배 정도 망원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70-200mm 렌즈는 35mm 환산 105-300mm 정도의 망원 효과를 만들어낸다. APS-C 타입 바디를 쓰면서 70-200mm 정도를 사용했다면 풀프레임 바디에서는 70-300mm 정도의 렌즈를 쓰는 것이 좋다.
망원렌즈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 포인트는 밝기다. 렌즈는 망원으로 갈수록 시야각이 좁아져 작은 떨림이라도 사진에서는 크게 나타난다. 떨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빠른 셔터스피드가 필요하다. 밝은 렌즈는 같은 환경이라도 빠른 셔터스피드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렌즈 밝기는 망원렌즈 촬영의 성공 확률을 결정짓는 중요한 성능이 된다. F2.8대의 고정 밝기를 가진 렌즈들은 고급 망원렌즈로 분류되어 대부분 100만원이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손떨림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삼각대나 모노포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렌즈 자체에서 떨림을 줄여주는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 렌즈 유닛을 손떨림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떨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주는 손떨림 보정기능은 메이커에 따라 IS, VR, OS 등으로 불린다. F2.8대의 고정 밝기에 손떨림 보정기능까지 있는 최고급 망원렌즈는 어두운 일반 망원렌즈에 비해 사진이 흔들려 실패하는 확률을 50퍼센트 이상 줄여준다. 하지만 이런 렌즈들은 바디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며 크고 무겁다. 가끔 야외에서 멀리 있는 대상을 촬영하는 용도라면 조금 어둡고 저렴한 망원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망원렌즈에서 또 하나 중요한 성능은 오토포커스(AF) 속도다. 광각렌즈라면 초점의 깊이가 깊고, 뷰파인더에서 전체적인 화면을 조망할 수 있어 AF 속도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망원렌즈는 초점의 깊이가 얕고, 시야각도 매우 좁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쫓아가거나 프레임을 변경할 때 정확한 시야를 재빨리 확보하려면 신속한 AF 성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급 망원렌즈들은 초음파 구동모터를 사용해 AF의 속도를 높이고, 움직임을 매끄럽게 만든다. 초음파 구동모터는 메이커에 따라 USM, HSM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밖에도 얕은 피사계 심도를 사용해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 최대 개방 시의 화질도 망원렌즈의 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Sigma SD9, Sigma APO 70-300mm
캐논의 망원렌즈
캐논이 현재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70-200mm 계열 렌즈들의 뛰어난 성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70-200mm 계열의 망원렌즈는 포트레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사진 촬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렌즈다. 출시 초기에 머리카락의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살려낸다는 호평을 받으며 캐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재고시켰다. 캐논은 70-200mm의 동일한 화각에서 밝기와 기능을 달리한 네 가지 버전의 렌즈를 갖추고 있다.
캐논 EF 70-200mm F2.8L IS USM
캐논 EF 70-200mm F4L IS USM
EF 70-200mm F2.8L IS USM 렌즈는 F2.8의 렌즈 밝기를 전 대역에서 유지하며, 손떨림 IS 기능을 탑재했으며, 초음파 구동모터 USM으로 AF를 잡아내는 최고급 렌즈다. 손떨림 기능을 뺀 EF 70-200mm F2.8L USM 렌즈는 손떨림 기능이 있는 모델의 60퍼센트 정도의 가격이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손떨림 기능이 꼭 필요하다면 밝기가 조금 어두운 EF 70-200mm F4L IS USM 렌즈를 선택하면 된다. 손떨림 보정기능이 있는 대신 렌즈 밝기가 F4로 어두워진다. 인물사진에서 주로 사용하는 조리개치가 F4.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기능과 가격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가격은 F2.8 밝기의 손떨림 보정기능이 없는 제품과 비슷하다.
EF 70-200mm F4L USM 렌즈는 밝기도 어둡고 손떨림 보정기능도 없지만 캐논의 망원 L 렌즈를 가장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꽤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다. 밝기는 조금 어둡지만 손떨림 보정기능도 있고 망원 화각을 좀더 확장시킨 EF 70-300mm F4.5-5.6 IS USM 렌즈도 야외에서는 꽤 유용한 아이템이다.
니콘의 망원렌즈
니콘의 대표적인 망원 줌 렌즈는 AF-S VR Zoom Nikkor ED 70-200mm F2.8G(IF) 렌즈와 AF Zoom Nikkor ED 80-200mm F2.8D다. 두 렌즈는 기능에 따라 확실히 가격 차이가 난다. 70-200mm 렌즈는 손떨림 보정기능인 VR이 탑재되었으며, AF도 초음파 구동방식으로 동작한다. 반면 80-200mm 렌즈는 손떨림 보정기능이 없으며, 일반 AF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렌즈 구성에서는 70-200mm 렌즈에는 5매의 ED 렌즈가, 80-200mm 렌즈에는 3매의 ED 렌즈가 사용되었다. 화각이 비슷하고 밝기가 같지만 기능과 화질에 따라 곱절의 가격이 매겨졌다. AF Zoom ED 80-200mm F2.8D 렌즈는 비교적 안정적인 화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반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니콘 AF-S Zoom Nikkor ED 70-200mm F2.8G(IF)
니콘 AF-S Nikkor ED 80-200mm F2.8D
소니 그리고 시그마
소니의 고급 망원렌즈로는 미놀타의 G타입 렌즈를 계승한 SAL70200G 렌즈가 있다. 손떨림 보정기능은 없지만 모든 소니 알파 바디는 센서를 움직여 떨림을 보정해주는 손떨림 보정기능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떨림 보정 렌즈로 사용 가능하다. SAL70200G 역시 초음파 구동모터를 사용하는 AF 기능을 갖추었다. 써드 파티 렌즈 중에서는 시그마의 APO 70-200mm F2.8 렌즈가 각 브랜드의 고급 망원렌즈를 위협하고 있다. 시그마 APO 70-300mm 렌즈는 저가 망원렌즈 분야에서 뛰어난 가격대비 화질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소니 SAL70200G 70-200mm F2.8G
시그마 APO 70-300mm F4-5.6 DG Ma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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