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도 유래 드문 지명 탄생 1,000돌이 지난 충북 옥천 청산(靑山)은 조동호, 정순철, 이은방, 류시화 등 현대사 걸출한 언론인과 문인들을 배출했다. 유서 깊은 동네서 나는 어릴 때부터 글짓기와 운동에 취미가 있었다.
청산초등학교 시절 두 분의 은사님은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은인이시다. 한분은 청산초등학교 교가를 지으신 일촉 이상성 선생님과 배구를 가르쳐 주신 고 최운탁 선생님이다.
6학년 때 담임을 맡으신 이상성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글짓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셨다. 선생님은 TV도 없고 영화관 하나 없는 산골짜기에 어떻게 하면 제자들에게 문화혜택을 줄 수 있을까 궁리 하시다 어린이들의 창의력도 기르고 심성도 키워주고 종합적인 것이 글짓기라 보시고 근 8년여 정성을 다해 지도하셨다.
선생님은 제자들의 글짓기 원고를 각 신문에 투고를 많이 시켜 신문에 나가게 됐다, 은사님께 배운 글짓기 솜씨로 소년동아일보에 동시가 당선되어 내 글이 소개된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한다, 너무너무 신이나 상품으로 받은 대학노트 10권을 끌어안고 잤다. 선생님은 신문에 투고해 제자들의 자신감을 키워주신 것이다. 그때 우리 반 뿐만 아니라 많은 전교생들이 신문에 나왔으니 나와 같은 자신감을 가졌을 것 같다.
낮엔 학교에서 밤엔 선생님 자택에서 과외공부로 밤낮 글짓기 공부를 열심히 하던 어느 날, 청산장터에 마을사람들이 가득 메웠다. 국회의원 유세가 있는 날인데 동아일보 모정란 기자(주재기자)란 분이 나와 단상에서 연설을 하는데 어쩌면 저렇게 말을 조리 있게 잘 할 수 있나, 기자는 아주 똑똑한가봐, 그때부터 기자직분을 동경 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찮게 꿈이 현실이 됐다.
은사님은 이후 41년 교직생활 중, 청주 한벌초등학교 교장 시절 한국글짓기 지도회 충북지부장을 역임하고 충북 어린이 글짓기 지도분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오시기도 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바른 맘 · 고운 꿈」을 가꾸기 위해 충북글짓기지도회(1970년)를 창립하고 28년간 총무, 부회장, 회장, 고문을 역임하며 매년 알찬행사와 글짓기 지도에 관한 연구를 하는데 앞장서 충북 글밭을 갈아 온 실적은 전국적으로 인정받아 1974년 한인현 글짓기지도상을 받았고 1998년 5월 한국교육자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짓기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이상성 선생님의 수제자들 중엔 소설가, 동시작가, 시인 등 대부분 이상성 선생님과 고향이 같은 충북 옥천 청산면 출신으로 다수의 제자들이 문단에 등단해 활동해오고 있다.
이상성 선생님은 살아있는 대자연의 섭리를 시로 승화시키는 교육을 꿈 많은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고자 노력했다. 필자도 산으로 냇가로 글짓기를 배우며 꿈 많던 유년시절 추억들이 기자생활 40년을 지치지 않게 이끌어주었다.
저에게는 말할 수 없는 자산을 주신 일촉 이상성 선생님은 나의 영원한 생명이고 은인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