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書藝文化硏究》創刊에 즈음하여 - 李銀赫 --------------------------------------------------------------- <企劃論文> ▇ 특집 / 석정 이정직의 학문과 예술 ▇ ▶石亭 李定稷의 學問精神과 經世思想 ―尊古精神과 관련하여― 崔英成·19 ▶石亭 李定稷의 交遊와 詩 特性 考察 李月英·57 ▶石亭 李定稷의 文人畵 陳準鉉·89 ▶石亭 李定稷의 書畵藝術論 硏究 具仕會·105 --------------------------------------------------------------- <一般論文> ▶高麗時代 中國書風의 受容과 展開(Ⅱ) ―宋·元 書法을 中心으로― 李銀赫·131 ▶<藝槪> '槪' 분석 文惠貞·161 ▶1763年 通信使의 임무와 역할 金美蘭·193 --------------------------------------------------------------- <海外論文> ▶多胡碑의 朝鮮·中國에로의 流傳에 대하여 杉村邦彦 / 李銀赫 譯·215 ▶일본·중국·조선반도에 있어서 六朝書風의 흐름 豊島嘉穗 / 趙允植 譯·279 ---------------------------------------------------------------- ▣ 附 錄 彙報·292 會員住所錄·294 原稿作成 및 投稿要領·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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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書藝文化硏究} 創刊에 즈음하여
이 은 혁 (사)한국서예문화연구회 이사장
2003년 봄, 서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심포의 한 어귀에 김제문화의 수장이신 김병학 문화원장님과 서예를 사랑하는 몇몇 동인들이 둘러앉았다. 우리문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열정을 지니고 계셨던 김병학 원장님은 늘 사람들의 손을 이끌고 문화마당으로 불러 들였다. 이 자리도 역시 그러했다. 서단의 상황을 익히 잘 알고 계신 원장님과 동인들은 이날, 선뜻 나에게 김제서예의 전통과 위상을 자리매김 해달라는 부담스런 요구를 해왔다. 이것이 본 법인의 발기였다.
실은 이 일이 있기 한 해 전, 우리 동인들은 서단의 고질적인 폐단을 시정하고자 발의를 한 적이 있었고, 그 일을 계기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유창현 선생이 풍부한 사회경험으로 법인설립의 필요성과 절차 방법에 대하여 이미 상당히 진행을 해 놓은 상태였다. 필요성이야 공감하지만 법인설립에는 우선 비용부터가 난제였다. 발기가 있은 후, 재차 동인들을 불러모아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숙의하면서 병환 중인 유창현 선생을 대신하여 강종월 선생이 선두에 나서 필요자금의 절반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피땀어린 정성 앞에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이다. 나머지 반은 필자가 해결하기로 하고 즉시 법인설립에 착수하였다.
법인설립은 힘을 모아 준 50여 명의 회원은 물론 실무에 밝은 이귀백 선생의 지원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마침내 2003년 8월 27일 설립인가를 받아 9월 6일 등기를 마침으로써 사단법인 한국서예문화연구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였다. 설립 후, 이미 기획해 놓은 [김제서예의 전통과 현대]전을 개최하기 위하여 작고작가의 작품 수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회원이 나선 가운데 강종월 상임이사와 감사이신 진식 선생이 동분서주하였고,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자 어두운 골방에 감춰 두었던 선현들의 유작이 하나 둘 세상에 고색창연한 빛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연일 토론을 열어 상황을 파악하고, 수집된 작품은 직접 슬라이드를 촬영하였다. 전북서예의 광대고준한 맥을 형성한 김제서예를 조명하기 위해 전회원이 나서 3개월 남짓 분투한 결과 수십 점의 유작이 발굴되었고, 마침내 그 해 끝자락에 비로소 첫 사업을 실행하게 되었다. 열악한 지원과 전시환경을 감수하면서 회원들은 다시금 후한 찬조금을 쾌척하여 전시를 마무리하였고, 연일 신문에서는 우리의 공로를 대서특필해 주었다. 전 회원이 빚어낸 아름다운 첫 결실이었다.
다음해 2004년, 우리는 김제의 큰 서맥을 형성한 석정 이정직 선생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사업을 기획하였다. 수십 점의 작품을 수집하여 유작전을 개최하고, 아울러 선생의 학문과 예술을 점검하는 학술대회까지 개최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선생의 고손자인 서울여대 이종석 교수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리하여 초겨울의 문턱에서 우리는 선생의 산재한 작품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전공학자들에게 논문을 위촉하여 선생의 학문과 예술을 집중조명할 수 있었다. 경향 각지에서 신자료를 대거 발굴하였을 뿐만 아니라 학술대회 또한 큰 성황을 이루었다. 특히 선생에 대한 선학들의 연구성과를 집성하여 원색도판 뒤에 첨부하여 학문연구를 위한 단초를 제공하였다. 연구성과를 게재토록 허락해준 학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금번에 발행하는 법인 학술지 {서예문화연구}는 필자가 오랫동안 염원해 왔던 것이다. 이는 서예가 단순히 기능적인 것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소 지론과 그 동안 병행해 온 서학연구를 토로하기 위한 새로운 모험이다. 서는 오랫동안 인문학의 범주에서 논해져 왔으며 시대가 변한 지금도 여전하다. 역사에 남겨진 서가와 서의 가치를 탐토하는 것에서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의 신경향을 논하는 일까지 실로 다양하다. 본지는 그러한 각양의 분야와 각색의 의견을 담아내는 작고도 큰그릇이다. 여기에 그 의미와 가치가 있다.
창간호에는 지난 해 특집으로 조명한 석정 이정직 선생에 대한 기획논문과 회원들의 연구논문, 그리고 필자와 학연을 맺고 있는 일본의 스기무라 구니히코 교수의 다호비(多胡碑) 관련 논문과 시고쿠대학(四國大學) 서도문화학과 학술지 {書道文化} 창간호에 실린 도요시마 요시호(豊島嘉穗)교수의 최근 논문을 번역 게재하였다. 일본 교수의 두 논문은 한국고대서예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특별히 선정하였다.
끝으로 오늘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서예연구의 토대를 마련해주신 김병학 전 김제문화원장님과 정주현 원장님, 김용순 국장님 이하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법인의 사업진행을 위해 매번 대외적으로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주신 엄영진 전 전주대학교 총장님, 학술대회와 관련하여 큰 지혜와 힘을 발휘해 주신 한국전통문화학교 최영성 교수님, 항상 곁에서 힘을 보태어주신 고궁한지 서정철 사장님과 동양당필방 김형민 사장님, 전시 때마다 각별한 애정으로 후원을 자처하신 철산 이정훈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귀중한 작품을 내어주신 소장자 여러분, 옥고를 제출하여 주신 학자 여러분, 법인활동을 지원해주신 시도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본 법인의 고문으로서 전 회원을 몸소 독려하고 조언해 주신 조윤식 회장님 이하 이사와 회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비록 작은 책이지만 그분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05년 9월 5일
帶月山房에서 李銀赫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