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딸 7
“용왕님...?”
“다랑쉬 친구 호백님? 반가워요.”
선뜻 악수를 청하셨다.
“근데 용왕님은 왜 존댓말을 하세요? 어른들은 제게 반말하는데요.”
“그게 이상했군요. 하늘과 땅, 바당과 육지는 모두 자연의 선물입니다. 높고 낮은 게 없지요. 궁금한 게 있으면 편하게 질문하세요.”
“그럼 용왕님, 우리가 왜 찾아왔는지도 아세요?”
“모르죠. 하지만 멀리까지 찾아온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어요. 어서 신선한 요리부터 드세요.”
“네. 잘 먹겠습니다.”
호백과 강백이 씩씩하게 대답하며 식탁에 앉았다.
“용왕님 목소리를 알아듣다니, 제발 꿈이 아니길. 용궁은 정말 신기한 곳이네요. 사실 돌고래랑 통하는 호백이가 부러웠어요. 호백아, 성 좀 꼬집어봐.”
때마침 다랑쉬도 고등어를 맛있게 먹으며 친구를 놀리기 시작했다.
“너희들 입이 붙었어? 용왕님 보고 싶다며 그렇게 조르더니, 한 마디씩 해봐.”
용왕님은 우리 이야기를 다 들으신 후 그제야 입을 떼셨다.
“어마어마한 일을 겪었군요.”
“이무기도 무서웠지만, 삼춘들이 싸우는 게 싫었어요.”
호백이는 그때 일이 생각난 듯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누군가를 도우려고 용궁을 찾아온 여러분이야말로 진짜 영웅입니다. 안타깝게도 여러분이 도우려는 이무기는 욕심이 과했어요. 여의주 하나로 승천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은 더 멋지게 승천하고 싶었나 봐요. 진짜 영웅들에게 두 개의 여의주를 건네주면 받는 사람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천년의 한을 훌훌 벗어버리고 하늘을 활보하라고 이무기에게 전해주세요.”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 드디어 종달항에 도착했다. 호백이는 땅에 발을 딛고 섰는데도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참! 이무기한테 빨리 전해야지.”
호백이는 재빨리 "호오이~ 호오이~" 휘파람으로 다랑쉬를 호출했다.
“이무기가 눈 빠지게 기다릴 거야. 빨리 가서 용왕님의 전갈을 전해줘.”
“맞아. 무사히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붕 떠서 깜빡했어. 꾸륵”
“정말 고생 많았어, 다랑쉬야. 너도 오늘은 푹 쉬어. 이무기에게도 시간을 줘야겠지. 내일 해질 무렵 종달항 근처 생개납 돈짓당 앞에서 다시 만나.”
언제부터 종달항에 나와 있었는지 상기된 얼굴의 어멍과 담백 성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호백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무사했구나. 설문대여신이 너흴 지켜주셨어. 고생 많았다.”
강백과 호백이는 “어멍”하며 동시에 어멍의 가슴에 안겼다. 옆에 있던 담백도 와락 호백이를 껴안았다.
밤새 어멍과 담백 성에게 용궁 이야기를 하던 호백이는 먼저 곯아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지?’
탐라국을 만든 설문대할망이 눈앞에 있었다.
‘호백아, 너는 영웅이다. 모험을 두려워마라. 넌 부족하지 않아. 충분해’
설문대할망의 메시지가 호백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잊지 말라는 듯 더 크고 선명하게 호백이 귀에 울렸다.
“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밤사이 얼마나 울었던지 호백이의 베개가 흥건히 젖었다. 아침상을 차려놓은 채 두 성을 데리고 물질을 나갔는지 어멍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