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스리는 茶한잔] <7> 백차
옥처럼 겉과 속이 환히 빛날 만큼 맑은 차
"신선한 찻잎을 불에 덖지도
유념을 하지도 않고
햇볕에 말린 차가
차 중에 제일이다"
백차의 외형은 찻잎이 단단하고 두툼하여 은백색의 하얀 솜털이 새하얗게 덮여 있으며,
침처럼 곧게 끝이 뾰족하여 ‘백호은침’이라 불린다.
백엽차인 백목단은 싹 하나에 두잎짜리를 선별 채취하여 원료로 쓴다.
.
백차는 한 종류밖에 없는데 일반 차와는 다르다.
줄기가 널리 흩어져 뻗어있고 잎은 밝고 얇다.
백차는 벼랑과 숲 사이에 조금씩 자라나 사람의 힘으로 인위적 재배로 만들 수 없는 차다.
이런 차나무를 가지고 있는 집은 있어봤자 너댓 집 밖에 안 되며,
그것도 찻잎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한두 그루에 지나지 않는다.
재료가 워낙 희귀해 만들 수 있는 백단차(白團茶)는 두세 개에 그친다.
또한 질이 좋은 찻 싹이 많지 않기에 찻잎을 불에 쬐어 말릴 때 여간 어렵지가 않다.
불 조절에 실패하면 아무리 좋은 재료인 백차가 있더라도
찻잎이 변질되어 보통차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다에 있어 세심하고 정교해야 된다.
이렇게 완성된 백차의 모습은 옥돌 속의 옥처럼 겉과 속이 환히 빛날 만큼 맑다.
1107년 간행된 송휘종의 <대관다론>에 처음으로 언급된 백차에 대한 설명이다.
백차의 유래는 당송(唐宋) 시기에 우연히 발견한 백엽차 나무에서 채취한 찻잎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백차는 6대 다류 중 하나로 중국 복건성에서 시작하여 그 외의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고대로부터 있었는데 처음에는 ‘은선수아(銀線水芽)’라 불렸다.
북송 때 웅번(熊蕃)이 지은 <선화북원공다록(宣和北苑貢茶錄)>에는
선화경자 연간(1119년) 전운사인 정가간공이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송대에는 진상차였다. 명대 전예형(田藝衡)의 <자천소품(煮泉小品)>에 의하면
햇볕에 쬐어 말린 차를 으뜸이라 하였고,
‘사발 속에 넣어 우려 보면 찻잎과 싹이 천천히 퍼져 푸른 비취빛이 선명하고 찻잎이 아름답다’라고 했다.
후에 문룡(聞龍)의 <다전(茶箋)>에도 신선한 찻잎을 불에 덖지도 유념을 하지도 않고
햇볕에 말린 차가 차중에 제일이라고 했다.
최초의 백차는 외형은 찻잎이 단단하고 두툼하여
백호(은백색의 하얀 솜털)가 새하얗게 덮여 있어 은백색이고,
침처럼 곧게 끝이 뾰족하여 ‘백호은침’이라 부르게 되었다.
근대 백차의 역사는 약 200년 정도이다.
청대 가경(嘉慶) 초년(1796년) 백차의 생산이 시작되면서 점차적으로 확대되었다고 본다.
현대의 백차는 송대의 삼색세아(三色細芽), 은선수아(銀線水芽)에서 시작하여 점차 변해온 것이다.
백차 제다방법은 살청 유념을 하지 않고, 위조(萎凋)와 건조(乾燥) 과정을 거치는데,
위조는 백차를 만드는 중요한 제조 공정이다.
생잎을 일정한 기후 조건하에서 얇게 펴서 일정 시간 동안 수분을 증발시킨다.
수분이 증발하면 다시 불로 충분히 건조시켜 싹과 침이 부서지지 않도록 상자에 넣어 보관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분의 감소와 내질의 변화로 엽면은 위축되고,
단단하던 엽질은 부드럽게 변하고,
엽색은 선명한 녹색으로부터 회녹색으로 변화되어 향기도 증가한다.
백차의 특징을 보면 차싹이 완정하고 형태가 자연스러우며 백호(白毫)가 있고 향기가 청신하다.
또 차탕이 연하고 담담하며 맛이 달고 순수해 오랫동안 우려낼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것은 긴 시간의 위조 과정을 통해 잎의 색소 및 차의 폴리페놀류 화합물의 산화와
수분의 끊임없는 소실로 인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백차 특유의 회록(灰綠)색의 빛깔과 광택은 산화작용 억제의 결과물이다.
유념과정을 거치지 않아 효소에 의한 산화가 아주 완만하게 이루어진다.
엽록소가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찻잎의 함수량은 일정하게 낮아지며,
효소의 활성화가 억제되면서 차의 폴리페놀류 화합물의 산화작용도 억제를 받는다.
백차 향기의 형성은 위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잎의 수분이 산실되어 잎 세포조직의 함유물질 농도가 확대되고
효소의 활성화가 증강되며 전분과 단백질은 단당류와 아미노산으로 가수분해된다.
그러면서 차의 폴리페놀류 화합물이 효소성 산화의 축합반응에 의해
백차만의 독특한 향을 내게 된다. 매우 많은 방향 물질을 생성하는 동시에
일부 싱싱한 풀의 냄새를 가진 알코올, 알데히드와 카테킨에 이성질화 작용이 발생한다.
위조가 마무리 되어갈 때는 청기가 어느 정도 줄어들지만,
건조단계에 가서는 다시 청신한 향기가 발휘된다.
백호은침의 제조는 산지와 제다방법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북로은침이라고 부르는 복정지방의 제조방법은 구멍이 있는 대나무 자리에 백차를 얇게 펴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여 햇볕에 하루 정도 놓아 두면 80~90% 정도가 건조되며
이를 다시 대나무 통에 넣고 열을 가하여 건조시켜 만든다.
반면에 남로은침(南路銀針)이라고 부르는 정화(政和) 지방의 제조방법은
차싹을 통풍이 잘되는 밝은 곳이나 햇빛이 약한 상태에서 70~80% 정도 건조될 때까지
시들리기를 하고 다시 강한 햇볕 아래에서 완전히 건조시킨다.
백엽차로는 백목단이 있는데 싹 하나에 두잎짜리(일창이기)를 선별 채취하여 원료로 쓰며,
위조인 잎을 펴 넣어서 시들이기를 한 후에 직접 불을 쬐어 홍배 과정을 거쳐 말린다.
다 만들어진 차싹 끝이 꼿꼿하고, 잎 가장자리가 꼬부라져 늘어졌으며
잎 뒷면은 하얀 솜털인 백호가 가득 덮여 있고,
잎 표면이 은록색인 싹과 잎이 한 줄기에 붙어있어
모양이 마치 모란꽃과도 같기에 목단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색상은 회록색을 띠고, 찻물색은 등황색에 맑고 깨끗하며 밝다.
우린잎은 싹과 잎이 각기 반반씩 된다. 생산지에 따라 품질의 특징이 다르다.
공미(貢眉)는 재래군체종의 어리고 작은 한 개의 싹과 2~3개의 잎으로 제다된 것이다.
색, 향, 미 모두 백목단보다 떨어진다. 백목단 보다 형태 등 품질이 못한데
그 외형 특징은 싹이 비교적 작고, 색상은 회록색을 띠며 약간 황색이다.
향기는 순수하고 신선하며, 찻물색은 황색에 밝다. 맛은 맑고 달며
우린 잎은 황록, 엽맥은 붉은색이 끼어 있다.
수미(壽眉)는 차나무에서 싹이 붙은 잎을 뜯어 온 후,
싹만을 뽑아 내어 은침을 만들고, 뽑고 남은 잎은 시들리기인 위조를 거친 후에
불을 쬐어 홍배 과정을 거쳐 말리는데 찻잎의 가장자리가 약간 꼬부라졌으며,
잎 표면에는 잔털이 가득하여 마치 장수하는 노인의 눈썹 같기에 수미라는 이름을 지었다.
차나무 품종에 따른 백차로는 정화대백차(政和大白茶)의 수종의 생엽으로 제다된 것이다.
싹이 살지고 튼실하고 흰솜털에 덮여있다. 줄기와 엽맥은 약간 붉고 잎이 유연하다.
색상은 취록색을 띠고 맛은 신선하고 순수하며 솜털향(毫香)이 난다.
수선백(水仙白)은 수선차나무 품종의 생엽으로 제다된 것이다.
싹이 길고 살지며 튼실하고 흰솜털이 나있다. 잎이 비대하고 두터우며
잎자루(葉柄)가 넓고 오목하게 고랑 같은 홈이 패인 형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색상은 회록색에 황색이 끼어 있고
솜털향은 소백보다 강하고 맛은 순수하고 두터우며 대백 보다 우수하다.
우린 잎은 싹과 잎이 비대하고 두터우며 황록색을 띠고 매우 밝고 투명하다.
소백(小白)은 재래군체종 차나무의 생엽으로 제다된 것이다.
싹이 비교적 작고 잎은 어리고 여려 부드러우며 하얀 솜털이 있다.
색상은 회록빛을 띠고 솜털향이 있으며 맛은 신선하고 순수하다.
우린 잎은 여리고 부드러우며 회록색을 띠고 밝고 투명하다.
안연춘 현명원 T아트문화원 원장
[불교신문 3755호/2023년2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