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 절기에
열대야로 뒤척이며 잠 못드는 날이 엊그제인데
어느새 아침 12도 가까이 떨어져 쌀쌀합니다
묽은서리가 차가워져 된서리된 한로 절기네요
한로 절기 속담에 가을 곡식은 찬이슬에 영글고
한로가 지나면 제비들도 강남으로 돌아가고요
찬이슬 내리면 따가운 햇볕도 숨어 버린다지요
백로 절기부터 기러기들 다시 찾아들고 있고요
귀뚜라미 풀벌레들 소리도 가늘어지고 있고요
모기들은 찬 밤공기 피해 집안으로 몰려드네요
이상기후로 봄꽃은 일찍 피고 가을꽃은 늦네요
올해는 긴 여름 탓에 가을날이 짧을 것 같은데
충분한 준비없이 겨울 맞을 생명들 걱정됩니다
찬서리에 감 속까지 말랑말랑하게 익고 있네요
숲에 가면 익은 도토리가 비처럼 쏟아지고 있고
길바닥엔 으깨진 은행 열매들 비명 가득합니다
열매 깊이 익혀 나누는 한로에 무엇을 물을까요
올해 심은 내 삶의 열매는 무엇이고 잘 익혔는지
그 열매로 누구와 어떻게 나누려고 하고 있는지
한로 속담에서 일렀듯이 남은 햇볕 한줌입니다
그 햇볕마져 사라지기 전에 마저 익혀야 하지요
익은 열매 나눌 열매 없다고 한숨만 쉬지 말아요
짧은 가을이지만 부지런히 열매 맺는 가을꽃들
가을꽃은 철부지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주지요
늦더라도 가을꽃 스승삼아 살면 되지 않을까요
초록지렁이 유종반
(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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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 절기에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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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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