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밤나무 의자 가지를 펼친 밤나무 아래 마을 대장간의 오두막이 있다./ 대장장이는 건장한 사나이로서 손은 커다랗고 아주 억세다./ 그는 힘껏 일해 벌고 세상을 똑바로 보고 있나니, 아무에게도 빚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풀무 소리가 들려온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이들이 문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풀무소리 듣기가 하도 좋아서 타오르는 불꽃이 탈곡장의 낟알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그는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서 어린이들 사이에 앉는다./ 목사님의 기도나 설교 말씀을 듣고 그의 딸의 목소리가 성가대 속에서 들려오면 대장장이의 마음은 크게 두근거린다./ 그에게는 그 목소리가 천국에서 노래하는 아내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무덤에 잠들어 있는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 일하고 기뻐하며 슬퍼하면서 그는 앞을 향해 살아간다. -롱펠로우의 〈시골 대장장이〉 중에서 미국 보스턴 근처의 캠브리지라는 도시에는 유명한 밤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롱펠로우가 시골 대장장이와 학교에서 돌아오며 재잘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골 대장장이〉라는 시를 썼던 곳이 바로 그 밤나무 그늘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롱펠로우의 시만큼이나 이 밤나무를 사랑했다. 하지만 마을에 큰 도로가 건설되면서 밤나무는 베어질 위기에 놓였다. 그 때문에 마을의 신문 사설에까지 ‘밤나무를 살려야 한다’와 ‘도시계획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밤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논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밤나무가 베어지는 운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밤나무가 베어지고 난 얼마 뒤 롱펠로우는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에게 안락의자를 하나 선물받았다. 바로 롱펠로우 할아버지의 밤나무가 잘려나가는 걸 슬퍼한 아이들이 1센트씩을 모아 밤나무로 안락의자를 만들었던 것이다. 시인은 이미 가고 없지만 그 밤나무 의자는 그가 살던 집에 아직도 놓여 있다. 시 속에서 대장장이의 풀무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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