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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4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영화 매체와 평론가들이 저마다의 2014년 베스트를 선정하는 시기가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내놓는 베스트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여기 이름이 거론되는 수많은 영화들이 몇 달 뒤 골든글로브나 오스카, 혹은 칸영화제에서 주요한 상을 휩쓸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걸 생각해보신다면 충분히 귀를 기울일만한 리스트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현재까지 나온 각종 영화 매체와 주요 평론가들의 베스트 리스트를 들여다보며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한번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먼저 조금 어려운 리스트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프랑스 작가주의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의 리스트입니다.
1. [릴 퀸퀸] 브루노 뒤몽
2. [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3. [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4. [맵 투 더 스타] 데이빗 크로넨버그
5.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6. [님포매니악] 라스 폰 트리에
7. [마미] 자비에 돌란
8. [러브 이즈 스트레인지] 아이라 잭스
9. [천국] 알랭 카발리에
10. [우리 선희] 홍상수
'까이에 뒤 시네마'의 리스트는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를 10위로 선정한 덕분에 이미 언론을 통해서 많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 리스트에 있는 많은 영화들이 이미 국내에도 개봉했습니다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도 꽤 있지요. 재미있게도 1위를 차지한 브루노 뒤몽의 [릴 퀸퀸]은 사실 4부작 TV 시리즈입니다. 브루노 뒤몽은 이미 두 번째 영화 [휴머니티]와 네 번째 영화 [플랑드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두 번이나 차지한 감독이며, 얼마 전에는 국내에도 줄리엣 비노쉬가 출연한 [까미유 끌로델]이 소개된 바 있습니다. 브루노 뒤몽의 [릴 퀸퀸]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는 범죄 코미디 시리즈로 알려졌습니다만, 뒤몽이라는 이름에서 우리는 이것이 단순한 범죄 코미디는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해외 매체들은 유럽 거장 감독들이 (마치 몇 년 전의 할리우드 감독들이 그랬듯이) 영화가 아니라 TV 시리즈로 돌아가서 새로운 미학적 실험을 하는 현상의 상징으로서 브루노 뒤몽의 [릴 퀸퀸]을 바라보는 모양입니다. 2014년 칸영화제에서는 무려 200분짜리 하나의 작품으로 상영했는데요, 과연 그 상태 그대로 한국에서 개봉이 가능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TV 시리즈의 포맷을 살려서 DVD로 출시되는 걸 더 기대해볼 만 합니다.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잡지라는 명성을 여전히 간직한 채 나오고 있는 영국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의 2014년 베스트 20 리스트입니다.
1.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2. [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3. [리바이어던]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호스 머니] 페르도 코스타 (동률!)
4. [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5.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7. [윈터 슬립] 누리 빌제 세일란
8. [트라이브]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9. [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도원경] 리산드로 알론소 (동률!)
11. [미스터 터너] 마이크 리, [내셔널 갤러리] 프레더릭 와이즈먼,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마틴 스콜세지,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동률!)
15. [더 듀크 오브 버건디] 피터 스트릭랜드
16.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내일을 위한 시간]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동률!)
18. [시티즌포] 로라 포이트라스, [침묵의 시선] 조슈아 오펜하이머,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
사이트 앤 사운드의 리스트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했던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리바이어던]입니다. 시골 해안 마을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주인공이 도시 정책으로 집과 정비소를 모조리 빼앗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주도한 탐욕스러운 시장과 소송을 하면서 엄청나게 부패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미 데뷔작인 [리턴]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는 즈비아긴체프는 올해 칸에서 각본상을 받았는데요, 자본주의의 가장 악질적인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 러시아의 정신적 공황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낸 걸작이라는 평이 자자합니다. 영화음악 팬이라면 필립 글라스가 작곡한 OST 역시 기대해볼 만하지요. 역시 강력하게 언급할만한 작품은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감독의 [트라이브]입니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기숙학교에서 만난 청각 장애인 소년과 소녀가 학교 내의 조직 '트라이브'에 들어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입니다. 형식적으로 놀라운 점은 대사와 자막과 음악이 전혀 없다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오감을 끝내주게 몰입하게 한다는 평가를 칸에서 받아냈죠. 다행히도 [트라이브]는 2015년 1월 말 국내에도 개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제 북미 쪽으로 이동해 볼까요. 아래 리스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2014년 베스트입니다.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2.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3. [레고 무비]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4. [루시] 뤽 베송
5. [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6. [조도로브스키즈 듄] 프랭크 파비치
7. [나이트 크롤러] 댄 길로이
8. [시티즌포] 로라 포이트라스
9. [와일드 테일즈] 데미안 스지프론
10.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이 리스트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다른 어떠한 매체도 베스트 리스트에 올리지 않은 뤽 베송의 [루시]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뤽 베송의 이 거침없이 달려가는 SF 액션영화가 충분히 이 리스트에 오를만한 훌륭한 괴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타임지의 리스트에서 주목할만한 국내 미개봉작은 2편의 다큐멘터리입니다. 바로 6위에 오른 [조도로브스키즈 듄]과 8위에 오른 [시티즌포]입니다. 프랭크 허버트 원작의 SF 서사시 '듄'은 이미 80년대 초 데이빗 린치가 만들어 장렬하게 실패한 바 있습니다만, 사실 그 프로젝트는 [엘 토포]나 [홀리 마운틴]과 같은 컬트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먼저 기획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1975년도에 이미 이 영화의 제작에 들어갔는데요, 프랑스의 SF 만화가 [뫼비우스: 라이프 인 픽처], [에이리언]의 각본을 쓴 댄 오배넌, 역시 [에이리언]에 참여한 스위스 아티스트 H. R. 기거 등 듣기만 해도 눈 앞이 현란한 예술가들이 모조리 참여하기로 했죠. 캐스팅도 엄청났습니다. 무려 믹 재거, 오슨 웰즈와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살바도르 달리가 주연을 맡을 예정이었고, 음악은 무려 핑크 플로이드가 맡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투자가 잘못되면서 이 프로젝트는 영원히 실현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맙니다.
[조도로브스키즈 듄]은 '영화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완의 영화'로 불리는 조도로프스키의 [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오래전 이 미완의 영화에 대해서 들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로 보고 싶어 좀이 쑤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티즌포]는 미국국가안보국 NSA의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전 NS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스노든이 홍콩으로 건너가 호텔에 숨어 지내면서 '가디언'의 기자에게 모든 것을 폭로하는 과정을 모조리 담아낸 이 영화는 스노든이 감독인 포이트라스에게 '시티즌포'라는 가명으로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며, 우리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어마어마한 역사적 폭로사건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들어있습니다. 가히 2015년의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될 만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로 가보죠. 뉴욕타임스는 자사에 기고를 하는 평론가들의 베스트 리스트를 대신 싣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두 명의 유명한 평론가들 베스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평론가 A.O.스콧이 선정한 베스트 10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2. [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3. [시티즌포] 로라 포이트라스
4. [리바이어던]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
5. [셀마] 에바 두버네이
6. [러브 이즈 스트레인지] 아이라 잭스
7. [위 아 더 베스트!] 루카스 무디슨
8. [미스터 터너] 마이크 리
9. [디어 화이트 피플] 저스틴 시미엔
10. [바바둑] 제니퍼 켄트
폴란드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이다]는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소녀가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종교와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로드무비로 2014년 내내 많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8위에 오른 [미스터 터너]는 익히 잘 알려진 영국의 거장 마이크 리의 신작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말년을 그린 이 영화는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 개봉 시 마이크 리 영화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 가히 대중적인 걸작입니다. 그리고 다른 어떠한 매체나 평론가들의 리스트에도 없는 [위 아 더 베스트!]도 주목할 만합니다. 1982년 스웨덴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열 세살 아이들이 펑크밴드를 조직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 작품은 한동안 스웨덴의 대표적인 작가로 부상하다가 지난 몇 년간 잠잠했던 루카스 무디슨의 근사한 복귀작입니다.
물론 장르 영화팬이라면 지금 소개한 세 작품보다도 10위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여성 감독 제니퍼 켄트의 [바바둑]을 더 고대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과 힘겹게 살아가는 여인 아멜리아가 남편의 창고에서 발견한 그림책 '바바둑'을 아들에게 읽어준 뒤 악령 '바바둑'과 죽음의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이 호러영화는 수많은 비평가와 매체들로부터 '2014년의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평이 자자합니다. 얼마 전 국내 시사회에서도 관객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였다는 소문이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중이니 호러 장르영화의 팬들이라면 기대할 만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뉴욕타임스' 평론가 마놀라 다기스의 2014년 베스트 10도 볼까요? 별도의 순위 없이 알파벳 순으로 나열하였습니다.
1. [아메리칸 스나이퍼] 클린트 이스트우드
2. [블랙버드]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3.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4.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5. [더 도그] 앨리슨 버그, 프랑소와 커러드렌
6. [엣지 오브 투모로우] 더그 라이만
7. [글로리아] 세바스티안 렐리오
8. [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9.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10. [인히어런트 바이스] 폴 토마스 앤더슨
이 리스트에서 가장 독특한 선택은 톰 크루즈 주연의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일 겁니다. 이상할 정도로 북미에서 흥행에 그리 짭짤한 맛을 못 본 영화지만 분명 2014년에 할리우드가 내놓은 최상급의 상업영화라고 상찬할 만합니다. 물론 그보다 이 리스트가 우리를 더 열광시키는 건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입니다. 그가 [마스터]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약물 중독 탐정인 래리(호아킨 피닉스)가 갑작스럽게 실종된 전 여자친구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1970년대 LA가 배경인 이 범죄 미스터리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필름 느와르 장르를 만났을 때 어떠한 아름다움이 발현될지 우리를 궁금하게 하는 작품이지요. 12월 12일 북미에서 개봉할 예정인데, 국내에도 분명히 수입될 겁니다.
자, 그리고 거의 모든 매체의 리스트에 포함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이 있습니다. 이미 내년 오스카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이 작품은 슈퍼히어로 '버드맨'을 연기하면서 할리우드 스타가 된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버드맨] 시리즈 출연 거절 후 완전히 몰락했다가, 다시 배우로서의 평가를 받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건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배우 마이클 키튼의 자전적인 풍자극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이 영화는 (물론 여러 가지 테크닉을 동원해서 교묘하게 제작된) 원씬원컷의 영화로도 잘 알려졌지요. [바벨]과 [21 그램]의 이냐리투 감독이 이번에는 대체 어떠한 실험적 상업영화를 만들어서 우리를 열광시킬까요?
이제 보다 미국적이고 대중적인 영화들을 선정한 '허핑턴포스트 미국'의 올해 베스트 리스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셀마] 에바 두버네이
2. [러브 이즈 스트레인지] 아이라 잭스
3.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4.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5.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6. [나이트 크롤러] 댄 길로이
7.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8.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9. [와일드] 장 마크 발레
10. [더 원 아이 러브] 찰리 맥도웰
1위에 오른 [셀마]는 이미 다른 리스트에서도 등장한 영화인데요, 어쩌면 내년 오스카의 최대 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요즘 흘러나오는 중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바로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5년 흑인 민권운동가들을 이끌고 알라바마주 셀마에서 몽코메리까지 행진하면서 벌인 흑인 투표권 요구 시위에 대한 영화거든요. 그야말로 미국과 할리우드와 오스카가 사랑하는 주제인 셈입니다. 특히 오프라 윈프리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의 흑인 셀러브리티들이 제작비를 투자하고 아낌없이 지원한 영화로도 잘 알려졌는데요, 최근 시사회가 열리자마자 기대보다 훨씬 높은 평가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본] 시리즈의 폴 그린그래스와 [플래툰]의 올리버 스톤 역시 마틴 루터 킹 목사에 관한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어쩌면 2015년 할리우드의 키워드는 '킹'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위로 선정된 [러브 이즈 스트레인지]도 어떤 면에서는 [셀마]와 비슷합니다. 이건 '인권'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지금 미국의 사회적인 변화상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영화거든요. 이미 게이 커플의 만남과 헤어짐을 다룬 [라잇 온 미]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아이라 잭슨의 [러브 이즈 스트레인지]는 28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게이 커플이 겪는 삶의 굴곡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중견 배우 존 리스고와 알프리드 몰리나의 열연이 큰 찬사를 얻어내고 있는 이 영화는 이미 동성결혼이 대부분의 주에서 합법화된 2014년 현재의 미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미국의 진중한 영화잡지 '필름 코멘트'의 2014년 베스트 20 리스트입니다.
1.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2. [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4. [이다] 파벨 포리코브스키
5. [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6. [호수의 이방인] 알랭 기로디
7. [시티즌포] 로라 포이트라스
8.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9. [인히어런트 바이스] 폴 토마스 앤더슨
10. [이민자] 제임스 그레이
필름코멘트의 베스트 리스트 역시 이미 다른 매체들이 선정한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하나 유일한 작품이 있다면 바로 제임스 그레이의 [이민자]이지요. [위 오운 더 나잇], [투 러버스]와 같은 수작들을 남긴 제임스 그레이의 특징은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애잔하면서도 살짝 뒤틀린 서정이라고 할 만 한데요, [이민자]에서는 아예 1920년대 폴란드 이민자의 삶을 그려냅니다. 특히 주연을 맡은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가 기가 막히다는 후문이 칸영화제로부터 들려왔지요.
참, 이쯤에서 대부분의 매체들이 올해 최고의 영화 2위에 올려놓은 장 뤽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을 언급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이 영화의 역사를 바꿔놓은 [누벨 바그]의 거장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놀랍게도 아직도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언어와의 작별]은 심지어 3D 영화입니다. 사실 고다르의 실험적인 최근작을 본 분이라면 이 영화 역시 스토리를 설명하는 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야기는 여전히 철저하게 해체되어 있고, 오히려 기호와 메타포가 화면을 어지럽히지요. 그런데 거의 눈이 아플 정도로 만발하는 3D 효과를 통해 고다르가 말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를 내놓았다는 평이 자자합니다. 꼭 국내에서도 3D로 개봉할 수 있길 기다려봅시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은 프랑스 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의 올해 베스트 10에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가 선정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작됐는데요, 그에 걸맞은 마지막 소식을 전해야겠습니다. 필름코멘트는 사실 올해의 영화를 20위까지 선정했고, 20위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차지했습니다.
A. 매체 대부분에 등장한 베스트 리스트를 모두 합산해서 세어보았습니다. 순위는 없이 다음의 영화 5편이 올해 매체들과 평론가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베스트 영화들입니다.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언어와의 작별] 장 뤽 고다르,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자, 유일하게 위에서 소개하지 않은 영화 [언더 더 스킨]은 사실 국내에서 잠깐 개봉한 뒤 IPTV로 넘어간 작품입니다(지금 당장 돈을 지불하고 TV로 감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미 니콜 키드먼 주연의 [탄생]으로 열렬한 추종자들을 얻은 MTV 출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언더 더 스킨]은 길거리에서 남자들을 유혹해서 블랙홀로 빠져들게 하는 여성형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한 SF 스릴러입니다. 물론, 보통의 SF 스릴러를 상상하시면 곤랍합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헐벗은 스칼렛 요한슨이 남자를 유혹한 뒤 파멸시키는 내용의 이 영화를 건조한 동시에 몽환적인, 거의 다큐멘터리적 체험처럼 우리에게 집어 던집니다. 올해의 가장 이해하기 힘든, 그러나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적 경험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