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익 제5시조집, 『가을 산이 던지는 話頭』, 평산, 2004.
□ 龜步 朴斗益
출생: 1925년 7.3. 군위 우보(友保) 출생
1985년 《시조문학》 천료
회갑기념 시조집 『당신의 달빛(1986)
정년기념 시조집 『문안 드는 꽃등 행렬』(1990)
고희기념 시조집 『물기 마른 옹달샘』(1994)
금혼(金昏)기념 시조집 『모정의 언덕』(1999)
산수(傘壽)기념 시조집 『가을 산이 던지는 話頭』(2004)
진혼(鎭魂)의 숨결 앞에
하늘이 우는구나 애도(哀悼)의 눈물인 양
때 아닌 날벼락에 숨을 거둔 목숨 앞에
봄비는 진혼(鎭魂)의 숨결 울분(鬱憤) 씻어 내리는구나.
빛 잃은 칠흑(漆黑)의 숨결 울분(鬱憤) 씻어 내리는구나.
머너 먼 구천(九泉)의 문턱 빛을 찾아 헤매면서
사바뜰 서러운 한(恨)을 감은 눈에 씹는구나.
떠나간 애꿎은 명(命)을 바람결에 흩으면서
악몽(惡夢)의 뒤안길을 남몰래 노크하는
그 눈빛 핏발친 통한(痛恨)의 살인마를 저주(咀呪)한다.
귓전을 울려대는 화마(火魔)에 시달린 비명(悲鳴)
울리는 경적(警笛) 속에 넋을 잃은 시린 임아
극락(極樂)원 티 없는 터에 궂은 꿈을 깨려무나.
2003.2.23.
大邱地下鐵慘事에 붙여
晩拙當 銀杏 나무
옛집을 지키는 고목(古木)
키다리 은행(銀杏) 나무
마나님 기다리며
떠난 정을 캐고 있다.
만졸당(晩拙當) 겹겹의 얼을
하늘 끝에 풀어 내며……
고향뜰 지키는 수병(守兵)
모진 풍파(風波) 걸러 내며
안산(案山)을 바라는 눈빛
겨울 문안(問安) 눈물겨워
잠드닌 조선(祖先)의 영(靈)이
산그늘에 어린다.
2003 겨울 고향뜰 방문기.
羅浮里
“忠과 義” 돋난 얼이
洞口 밖에 서린 마을
산빛 물빛 맑은 精氣
하늘가에 젖어들고
빛밝힌 半千年 歷史
산 그늘에 빛나라
2004 潤二月
鄕地後人 朴斗益 謹誦
□ 忠 : 柳村祖 壬亂忠節
義 : 无號 族叔 抗日義擧
유억(幼憶)의 뜰
유억(幼憶)을 업고 뜨는
고향 뜰 옛 그림자
탱자나무 울타리는
참새 떼 공연장(公演場)으로
표백(漂白된 세월의 늪에
음색(音色) 곱게 흐른다.
사랑방 앞 뜨락에
병아리 떼 종종걸음
의관(衣冠) 빛 찬란한 수장(守將)
수탉의 왕림(枉臨)이다.
가솔(家率)을 한 뜰에 모아
훈시(訓示) 말씀 꾸꾸-꾸.
洞祭木 그늘에서
어릴 적 꿈이 깃든
동제목(洞祭木) 그늘에 서니
자장가로 굴러 드는
어머님 물레 소리
가지 끝 까치 한 쌍이
떠난 정을 쪼고 있다.
단오절 그네 놀이
떠나간 창(窓)이 뜬다.
물빛 고운 치마 자락
허공에 휘날리던
내 누님 성년(盛年)의 상이
녹음(綠陰)가에 일고 진다.
누님1 고이 잠드소서
잎지고 가지 잘린 삶에 지친 목마른 나무
몸부림에 부러신 삶 그 임종(臨終) 서럽습니다
외톨이 아우의 가슴 천 길 늪에 잠깁니다.
어머님 음덕(陰德) 따라 저승문 두드린 님!
부처님 인도(引導) 아래 극락(極樂) 길에 올으릿가 (→오르릿가 가 바른표기 일 듯)
이승뜰 못다한 한(恨)을 도솔천에 흩으소서.
사는 길 가시밭길 가는 길 망망대해
한서린 한 생애도 꿈빛으로 젖어드니
이제는 한 시름 접어 극락왕생(極樂往生) 하옵소서.
갑신(甲申) 2. 29
성심병원 누님 영전(靈前)에서.
외톨이 아우 읍송
法華院
푸른 숲 걸친 바위 병풍으로 둘러치고
번뇌를 물리치는 염불소리 무거움에
물결도 잔잔산 숨결
극락왕생 길을 끈다
이역 땅 탑 그늘에 돋아나는 나조(羅朝)의 얼
청해진 푸른 숨결 철석이는 그 사연은
수해(水害)의 화신(化身)이란다.
용안항(龍眼港)을 굽어 본다.
□ 法華院 : 天台宗法舍
신라 장보고 위패를 모심
가야(伽倻)의 香
<1> 殉葬 이야기
그 옛날 무덥가에 피어나는 가야(伽倻)의 香
이승 뜰에 바친 정성 그 영혼 꽃이 되어
벚꽃이 한물이더라
조화(弔花)마냥 날더라.
<2> 高天原 이야기
일황(日皇)의 시원(始源)이란 전설적(傳說的) 글귀 앞에
빗돌은 길손을 잡고 떠난 세월 새기나니
미워도 떨치지 못할
이웃 四寸 정이 뜬다.
<3> 우륵 記念塔
탑(塔)이 된 가야금이 바람결에 푸른 악음(樂音)
떠나간 임의 넋을 꽃잎으로 피워내고
빛바랜 왕조(王朝)의 하늘
꽃그늘에 열린다.
八公山 2
-頂上眺望-
동서(東西)로 거느린 영(嶺)
활개 치며 벋은 날개
좌청룡(左靑龍) 관암봉(冠岩峰)아
우백호(右白虎) 파계령(把溪領)아
끈질긴
천년(千年)의 보루
찬 세월을 지켰구나.
팔공산(八公山) 8
-도덕암(道德庵)에서-
문종성 번뇌산(門鐘聲 煩惱散)
구름 끝에 걸린 수심(愁心)
종소리 머인 기미
쌓인 번민(煩悶) 어이 할고
서방향(西方向) 정토(淨土)를 향한
종소리가 무겁다
힘든 삶 살다가 보면
그리움도 짐이 되어
탐물(貪物)의 빚을 안고
수심(修心)의 빚을 지고
도덕봉(道德峰) 건너 뛴 바람
진리문(眞理門)을 두드린다.
팔공산 11
-겨울 관봉冠峰-
설산(雪山), 백발(白髮)의 성봉(聖峯) 지자(智者)의 묵상(默想)이다
떠나간 세월들을 되새기는 아쉬움에
찬란한 꿈빛을 엮을 새봄 맞이 채비다.
오가는 사계절(四季節)에 멋을 갖춘 변신(變身)이다
초로(初老)의 반백(半白)머리 회춘(回春)의 몸부림에
산정(山頂)을 메아리 치는 소리 없는 첩보(牒報)여
억겁의 풍상(風霜)을 삭인 인자(仁者)의 단좌(端坐)마냥
세상사 고달파도 인내(忍耐)의 미쁜 덕은
이 강토(疆土) 천년(千年)의 수신(守神) 숨결 고운 산빛이여!
팔공산(八公山) 12
-公山의 가을 빛-
옛 석굴(石窟) 바람벽은
불 붙은 가슴이었다.
한물 진 단풍잎이
심장(心臟)으로 끓어 올라
숨 모아 우러은 산봉(山峯)
피바다로 이글거린다.
푸른 솔 푸른 잎이
끓는 가슴 에워 싸고
풋풋한 신진대사(新陳代謝)
무성한 피돌림에
새 날을 기약한 낙조(落照)
불꽃으로 타고 있다.
2003. 가을 제2석굴암
..
<참고> 박두익 제5시조집 『가을 산이 던지는 話頭』에는 ‘팔공산’ 연작시조가 12편이 있다.
<참고> 발행처 평산인쇄사
대구 남구 대명7동 2141-14 , 발행인 신기호
<책 머리에>에서
山河가 물드는 가을이면 思索에 젖어듦이 俗人의 情이런가. .......
가물한 心燈하나 自省의 戒銘으로 걸어두고 험한 世波 속 남은 삶을 걸러 볼 속셈이다. 일상에 젖어드는 사연들을 6부로 나누어 일기초(日記抄) 다듬는 마음으로 엮었으나 되돌아 보니 苦笑를 自招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