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부수는 망치, 비난_ 비난 함정
발달심리학자 마틴 호프만 교수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50여 차례나 부모로부터 비난 등의 지적을 당한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믿는 사람으로부터 하루에 50번이나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를 지적당하는 아이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 더욱이 그것이 비난의 방식이라면 자존감은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말라버리지 않을까?
낙인을 찍으면 찍힌 대로 큰다: 만약 배우자가 “왜 그랬어!”, “그것 밖에 못해?”, “당신 도대체 잘하는 게 뭐야?”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면 부부싸움이 나도 아마 크게 날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싸울 수도 없는 아이들은 부모의 지적과 비난에 지쳐 그것을 오히려 내면화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난 역시 행동이 너무 느려.’ ‘난 조심성이 없는 아이구나.’ ‘난 지저분한 아이구나.’ ‘흥, 엄마가 그렇게 원한다면 진짜 삐뚤어져주지!’ 하는 낙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실제로 점점 더 나쁜 행태를 보이게 된다. 낙인이 찍힌 아이들이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훈육이 될 리 만무하다. 자존감 또한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부서져버리게 된다.
한 번 지적했으면 최소 다섯 번을 ‘인정’하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행동 하나로 아이의 인격 전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그것의 해결책을 찾는 대화를 해야 한다. “네가 서둘러주었으면 해. 왜냐하면 지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야.” “엄마가 네가 다칠까봐 걱정이 되는구나. 조심하면 좋겠다.” “방이 너무 어지러운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물론 엄마도 사람이다 보니 화가 날 때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하버드 대학교의 다니엘 샤피로 교수가 제시한 ‘한 번 비난에 다섯 번의 인정 대화 법칙’을 활용하길 권한다. 샤피로 갈등을 풀어가는 커플들의 대화 방식을 연구했더니 인정과 비난이 1:1인 커플은 결국 사이가 나빠졌고, 5:1인 커플은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무심코 아이에게 화를 내고 비난의 언어를 사용했다면 다섯 번 이상 인정의 말을 해주자.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기대와 칭찬이 마음의 키를 키운다_ 거울자아 이론
‘나답게 살자’, ‘자기 자신이 되어라’ 이런 말들이 심심찮게 들리지만 사람은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때로는 상대방이 나를 보는 눈으로, 나 또한 나를 보게 된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쿨리에 따르면 자아는 타인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이때 타인의 평가는 자아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의미로 ‘거울자아 이론’을 주장했다. 거울 속 자신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한다고 생각되는 모습을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자아상을 형성해간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타인은 부모다. 부모의 평가가 아이에게 거울자아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자존감은 부모로부터 존중받을 때 더욱 강화된다: 거울자아 이론에 따르면 자존감은 부모로부터 내가 존중받을 때 더욱 강화된다.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싶다면 우선 부모부터 아이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물론 타인의 시선에 무작정 자신을 맞추는 것이 좋은 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아를 형성해가는 단계에서의 아이로서는 부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말할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천재의 거울, 로젠탈 효과: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교의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중 20%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지능 지수가 특히 높은 학생들이라며,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었다. 그리고 8개월 후 다시 IQ검사를 하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의 IQ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학교 성적도 물론 더 좋게 나왔다. 선생님의 긍정적 편견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본 학생들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이 이처럼 무섭다. 이를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단다.” “곤충에 이렇게 관심이 많다니! 곤충박사라고 불러야 되겠는걸.” 부모의 관심과 자녀양육 태도,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일생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칭찬과 기대는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양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