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연기를 보고 있으면 성대가 아닌 온몸으로 노래한다는 느낌이 든다. 뮤지컬을 하기에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노래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노래를 공부한 사람들로부터 감정은 좋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성대도 좀 약한 편이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누가 노래를 시키더라도 자신 있게 선뜻 노래를 부르지는 못한다.
노래방에 자주 가나? 어제 혜정이와 오랜만에 가서 1시간 반 동안 부르고 왔다. 가면 아는 노래가 별로 없어서 주로 뮤지컬 노래를 많이 부른다. 혜정이와 같이 가게 되면 평소에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를 찾아서 부르곤 한다. 잘 몰랐던 노래들을 한 번에 모두 부른다. 어제 가서는 <물랑루즈> 주제가도 부르고, 초등학교 2학년 때던가 TV에서 듣고 어머니를 졸라 3,500원짜리 테이프를 사서 들었던 ‘La Bamba’를 십몇 년 만에 처음 불렀다.(웃음)
혹시 가수 제의는 없었나? 있기는 했는데 가수로 활동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음반에 참여하는 건 좋아한다. 나중에 CCM이나 개인적인 뮤지컬 앨범 같은 건 만들고 싶다. 직업이 아니라 취미라면 좋다. <헤드윅> 하면서는 밴드 하는 형들과 많이 친해졌다. 그들의 영혼이 너무 자유로워 보였다. 그 전에는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헤드윅>을 한 이후에 드럼과 건반, 기타를 사서 모으고 있다. 취미가 생긴 거다. 지금은 드럼만 기본 정도 치고 있고, 기타는 코드만 잡는 수준이다. 연주 실력이 좀 쌓이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공연만을 위한 밴드를 하고 싶다.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 전에는 자극적인 음악을 잘 못 들었는데, <헤드윅>을 하고 나니 록이라고 해서 다 자극적인 음악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미스터 빅, U2, 콜드플레이, 마룬 5 같은 밴드의 음악을 좋아한다. 모두 혜정이 영향이다. 혜정이가 듣는 음악의 범위가 끝이 없는 것 같다. 드럼도 나보다 잘 친다. 배운 적은 없는데 오락실을 잘 다녀서….(웃음) 손이 안 보일 정도다. 음악적인 감각도 뛰어나고.
강혜정이 공연에 대한 모니터도 많이 해 주는 편인가? 특별히 지적하는 일은 없고, 늘 잘한다, 잘한다 해준다. 밥 사주고, 공연장 와서 춤추고…. 올림픽홀에서 <헤드윅> 콘서트 공연을 하는데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와서 춤추는 게 보이더라. <헤드윅>은 혜정이가 추천해서 출연을 결정했던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세 번이나 봤다고 했다. <헤드윅> 공연장에는 거의 매일 왔었다. 나는 요즘 혜정이에게 연극 연기를 권유하고 있는 중이다. 무섭다고 하긴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드기고 있다.(웃음)
강혜정과 함께 연기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이 엇갈릴 것 같다. 신경 쓰이지 않던가? 물론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우리에게 향한 호감 섞인 시선이 ‘비호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영화 자체가 아니라 연애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혜정이와 나는 <도마뱀>이란 좋은 작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한 것일 뿐이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연기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 속에 우리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연애사는 조금도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연애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배우로서 강혜정을 봤을 때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언제 하게 됐나? <올드보이>를 보고 나서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배우가 있구나, 저렇게 대범하고 당차고 자신감 있는 배우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어서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하류인생> 시사 때 초대를 했다. 꼭 보고 싶어서. 그러다 아는 후배와 우연히 함께 만나게 돼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고, 그러다가 함께 영화도 찍게 됐다.
개인적인 연애 이야기에 대해 너무 많이 물어보면 피곤할 것도 같다. 그게 불편하다면 다른 연예인 커플들처럼 애초부터 말하지 않고 사귈 수도 있지 않았나? 내가 연애를 하는 게 죄도 아니고 일반인과 똑같은 사람인데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 연인이에요”라고 대놓고 말한 적도 없고. 그냥 걸린 거다. 숨어서 연애하면 걸림돌도 많고, 어차피 연애하는 거 누가 알게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이 굳이 숨길 필요가 뭐 있겠나. 그걸 누가 추적을 해서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렸더라. 그걸 보고 그냥 ‘잘됐네’ 했다. 그러면서 같이 영화도 찍고, 손 붙잡고 같이 시상식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
두 사람 사이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도 많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공개적으로 사귀는 것처럼 헤어지게 되면 솔직하게 말하게 될 텐데 말이다. 우리는 아직 잘 만나고 있고, 서로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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