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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세 쁘레시디움
 
 
 
카페 게시글
알아둡시다 스크랩 지옥의 역사7
아오스딩 추천 0 조회 19 08.08.29 15: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괴테의 파우스트 Goethe`s Faust
 
  독일의 위대한 시인 괴테(1749-1832)는 역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 그는 장수
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18세기에는 고전주의classicism에서 시작하여, (실상은 자신이
조직했으나 나중에는 등을 돌렸던) 독일의 '스트룸 운트 드랑'시대,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
옹 전쟁(괴테는 나폴레옹을 만났고, 더 나아가서는 그를 승인했다.)의 시기, 그 뒤의 고딕 낭
만주의, 빅토리아 양식, 현대의 환상적 경험주의에 이르기까지,  괴테는 자신이 살던 시대에
등장한 모든 창조적 문학 사조와  관계를 맺었다. 여기서 우리가  논의할 대작 '파우스트'는
그가 60여 년에 걸쳐서 쓰고 개작한 작품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 희곡의 제 1부
에서 영감을 얻었고, 20세기 문학은 말하자면, 그 혈통 전체가 (괴테의  요청으로 그가 죽은
뒤에 출판된) '파우스트' 제 2부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괴테는 프랑푸르트에서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처음에는 라이프니치히에서 법률을 공
부했지만, 병을 앓은 뒤에 스트라스부르로 옮겨 1771년 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술, 건축,  의
학, 자연과학(그는 다윈의 진화론을 예견하고 있었다. )과, 특별히 스피노자를 동경하면서 철
학에 관심을 두었고, 스테덴보리 신봉자들을 비롯한 비의적 신비주의에 흥미가 있었으며, 특
히 여자에 관심이 많았다. 10대 초반부터 죽을 때까지 수 많은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지만,
자신에게 아들을 낳아 준 여종과 딱 한 번 - 그 것도 편의상 - 결혼을 했을 뿐이다.
  스트룸 운트 드랑('질풍노도')은 18세기 연극무대를 장악하고  있던 프랑스 극작가 코르네
이유와 라신의 고전 비극에 반기를 든 의식적 운동이었다. 이 운동의 놀랄 만한 첫 번째 성
공작은 짝사랑을   그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The   Sorrows of   Young
Werther'(1774)이었다. 이 작품 대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젊은 사람들의 자살이 유럽 전역
에 유행했다. 이 작품은 또한 문공국의 젊은 군주 카를 아우구스투스공을 매혹시켰다.  아우
구스투스 공은 저자인 괴테를 초청해서 처음 만나본 뒤 그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괴테는 그
곳 바이마르 영지에서 여생을 보내면서, 농업, 광물학, 자연과학에 전념했고, 궁정 극장의 감
독으로 20여 년 동안 봉직했다.
  이 기간 동안에도 그는 집필 작업을 계속했다. 대부분은 극장 상연을 위한 것이었고, 인기
를 끌었던 두 편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Wilhelm Meisters Lehrjahre'(1796)과 '친
력Wahlverwandtschaften'(1890)도 이때 쓴 것이다. 그러나 괴테가 필생의 노고를 바친 걸작
은 바로 '파우스트'다.
  아직 바이마르로 가기 전인 20대 초반에, 괴테는  '파우스트'제 1부의 기본 플롯을 구상하
고 있었다. -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의 사주를 받고 순진한  처녀 그레트헨을 유혹했다
가 저버린다는 내용이다. 괴테는 말로우의 희곡을 읽은 적이 없지만, 장터 인형극 '파우스트
박사'와 '돈 후안'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의 플롯을 적절하게  변형하여 결
합했다, 1790년 그는 '단편 파우스트Faust: A fragment'를 발간했고,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1808년 '파우스트' 제 1부를 완전한 형태로 출판하였고,  이것은 뒤이어 나온 오페라와 연극
의 원작이 되었다. 20년 후에는 '헬레나'를 출간하였는데, 이것은 제 2부에 포함된 완결된 하
나의 장이며, 바이런을 추모하는 단편  하나가 실려 있다. 제 2부  전체를 탈고하고, 봉인한
것은 그가 죽기 직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파우스트'에는 지하세계를 그린 장면이 없다. 단지 2부에서 괴테는 주인공
을 지하세계로 보내려는 구상을 해 보았을 뿐이다. 그것은 파우스트가 헬레나에게 청혼하기
위해서 저승 여왕 프로세르피나의 궁전으로 내려가려고 하는 장면인데, 문제는 그러한 시도
가 괴테가 구상한 기독교적 결말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대신 '고전적인  발
푸르기스의 밤'의 장에 하데스의 여자 요괴들을 불러내고, 그녀들의 출현에  당황해하면서도
매혹되어 버린 고딕적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로 하여금 그 요괴들과  춤을 추게 했다. 이것은
제 1부에 나오는 마녀들의 비밀회의 장면에 견줄 만큼 훌륭한 풍자적 장면이었다.
  괴테가 맺은 결말은 지식인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면이 있었다. 괴테는 제1부 초판에
서 크레트헨을 카톨릭 신자로 그리지만, 사실상 그녀는 범상한 여인일 뿐이었고, 파우스트는
굳이 머라고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괴테처럼 단지  신비주의자occultist였을 뿐이다. 서곡에
는 하느님과 악마의 내기 장면이 나온다. 구약성서의 '욥기'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하느님
(또는 괴테)이 마지막에는 파우스트를 구원할  것임을 암시한다. 고전적 스타일에서 밀턴의
문제까지 여러 문학 양식을 구사하여 써  내려간 제2부는 지적 아이러니와 환상을 보여  준
뒤 파격적 결말을 맺는다. 결단의 순간에 전통적인 악마들이  지옥의 입에서 튀어나와 파우
스트를 데려갈 양으로 무대의 한 편에 포진한다. 하지만 이때 하늘에서 아름다운 어린 천사
들putti and amoretti의 무리, 천상의 성가대, 성모가 등장하여 무대의 또 한  편을 차지해서
빅토리아 시대 연극에나 어울릴 장면을 연출한다. 이것은 기적극을 네오 바로크식으로 패러
디한 것처럼 보인다. '영원한 여성' 그레트헨이 구원받을 자격이 없는 파우스트의 구원을 중
재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어린 천사들의 발가벗은 엉덩이를  보고 욕정을 품었다가 구원의
날을 놓치고 만다. 괴테가 그 작품을 봉인해 두기로 결심한 이유도 수긍할 수 있다.  괴테가
생전에 이 작품을 발표했더라면, 독자들을 펄쩍 뛰게 만들 이 결말부를 놓고 떠들썩한 논쟁
이 벌어졌을 것이고, 괴테 자신도 거기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카톨릭 옹호자라면 그러한 결말부에 대해 그다지 동요하지 않고, 그 결말은 늙은 괴
테가 죽음을 앞두고 개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을지도 모른다.
  
     낭만파 The Romantics

 
  르네상스는 재발견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껏 즐겼고,  밀턴은 기독교 신화를 확장했다.
이신론자들은 과학을 신화로 만들었으며, 계몽주의자들은 모든 종류의 신화화를 타파하려고
했다. 낭만주의 작가들은 과거에 반항하여 새롭고 통합적인 신화를 만들어 냈다. 이는  과거
의 신화들을 불신하고 뒤엎는 것이었다. 19세기가 진행함에 따라  그런 새로운 신화들은 점
점 합리성을 잃고 신비적 환상적 색채를 띠게 되었다.(그렇지만 아주 독창적이지도 못했다.)
그리고 점점 더 인위적 환성, 즉 마약에 의존하면서 자의적으로 퇴폐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관점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공식적으로 '대항문화counterculture'라는 이름을 갖게  되
었다.
  이러한 급진적 시각의 확산은 19세기 초,  블레이크(1757-1827)의 글과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어떤 면에서 그의 작품은 미래의 축도라 할 수 있다. 런던에서 양품점을 하던 양말 제
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블레이크는 소년  시절 판화가의 견습생으로 일을  배웠다. 21세에
독립해서 가게를 연 후 아내 캐서린과 함께 평생 판화 상점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독서가였다. 그의 신학 이론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지만, 블레이크는 깊이 있는 종교가이자 환상가였다고 할 수 있다. 일련의 복잡한  서
사시들을 통해 블레이크는 그리스, 로마 신화, 기독교 신화, 밀턴과 스베덴보리의 신화, 심지
어는 단테의 신화 체계까지 자신의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런 체계적인 시들은 블레이크 생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그
의 명성을 유지해 주는 것은 아름답고 간결한 몇 편의  서정시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
라 점점 더 그 심오함을 인정받는 수백 편의 독특한  그림과 삽화들이다. 하지만 그 시대를
정의한다고 볼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블레이크가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에서, 그는 자기 시
대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그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환희하고  때로는 절망하면서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 묵시적인 시들을 썼다. 한편, 반 세기 동안 가장  중
요한 시로 꼽혔던 '실락원Paradise Lost'에 대해 자신이 직접 쓴 '밀턴'으로 대응했고, 스베덴
보리에 대해서는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을 써서 자신의 생
각을 밝혔다. 그는 그 시대의 비의적, 신비적 혼란을 반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시는
우리에게 처음으로 산업혁명의 부정적 측면을 바라보게 해 준다. '런던'과 '예루살렘'에서 도
시의 빈민굴은 소외된 계층의 지옥으로  그려진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후대  시인들이 너무
자주 차용하는 바람에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블레이크가  갖는 힘은 사라지지 않았
다. 구약성서의 예언자처럼, 그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위선과 냉혹함을 통렬히 비난했다. 그
리고 그의 서사시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사탄이 억압적 폭군에 대항하는 영웅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절정에 이른 낭만주의 시가에서도 이처럼 강렬한 주제는 없었다.
  블레이크가 우의 체계는 그의 상징들과 그 상징들이 나타나는 바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참
고 서적의 도움을 받아도 판독하기 어렵다. 하지만 블레이크가 악마적 형상들을 긍정적으로
제시한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는 악마적인 자들을 시의 천재 또는 시의 귀재와
동일시한다.  니체라면 이것을 고전미의 질서 위에 선 아폴론의 힘에 대립하는 장엄한 혼돈
에 싸인 디오뉘소스의 힘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블레이크가  밀턴에 대해 "진정한 시인은
악마의 편에 선다."라고 한 말이 의미하는 것도 이것이다.
  후대 등장한 어떤 시인도 블레이크의 시만큼 복합적인 신화를 써 내지 못했다. 단지 기억
할 만한 것은 셸리Percy  Bysshe Shelley(1792-1822)가 쓴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Unbound'라는 작품에서도 제우스가 억압적 폭군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제우
스는 영지주의에서 말하는 "만물을 그릇되게  창조한" 데미우르고스로서, 새로운 천국과 새
로운 지상의 천년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도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러한 제우스
에 대항하는 자가 바로 사슬에 묶여 고통받는 거인 프로메테우스다. 셸리는 자기 시의 서문
에서 직접적으로 또 호의적으로 프로메테우스를 밀턴이  말하는 사탄의 위치로 끌어올린다.
왜냐하면 프로메테우스는 야심, 질투, 복수심,  자기 과시욕 등의 오점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는 영웅이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카우카소스 산 꼭대기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하강의 모티프를 풀어가기 어렵게 했지만, 셸리는  프로메테우스의 정신의 화신인 아시아를
'무덤 아래'에 있는 저 세상, 심부Deep로 내려 보내는 형태로 해결한다. 나중에 아시아는 그
곳에서 "무시무시하고 기이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형체들" 가운데 이름  모를 세계와 신과
권력자들, 정령들, 영웅과 야수들 그리고 "거대한 암흑, 데모고르곤"을 보게 된다.
  그 심부는 지옥도 아니고 하데스도 아니다.  셸리는 그곳을 제우스와 푸리아이(복수의 세
여신)와 연결짓는다. (이것은 사도에 떨어진 기독교 또는 세속과 결탁해 확립한 교회의 권위
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암흑의 마왕 데모고르곤은 거대하고 어두운 무정형의
존재이며, 셸리는 이것을 아직 조직화되지 못한 불분명한 민중의 힘과 동일시한다. 제우스는
마침내 타도되어, 기독교의 (또는 플라톤의)  지옥으로 떨어진다. 이 부분은  그리스 비극과
중세의 성사극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지옥을 열게 하라.
  거대하고 광폭한 불의 바다를 열게 하라.
  그것들을 바닥 없는 심연 속으로 내리 눌러라.
  ......
  아! 아!
  사대가 나를 거역하니
  나는 아찔히 가라앉는다. - 바닥으로 영원히.
  그리고 구름처럼 내 위에 있는 적은
  환호하면 내 추락을 암울하게 한다. 아! 아!
 
  땅과 달과 정령들은 위대한 사랑의 승리를 찬미하고, 이제  새로운 정체성을 얻은 데모고
르곤도 하늘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것을 축복한다.
  존 키이치(1795-1821)는 태양신의 자리를 아폴론에게 빼앗긴  휘페리온을 그의 거인Titan
으로 선택한다. 신화를 소재로 한 그의 첫 번째  시 '휘페리온'은 셸리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기술적 문제에 부딪친다. 다시 말해, 지하세계 타르타로스로 몰락한 거인들이 슬픔과 우울함
으로 무력해져서- 문자 그대로 거의 돌처럼 굳어져서 -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다. 키이츠는 두 번째 설화시 '휘페리온의 추락Fall of Hyperion'에서 자기  자신이 꿈속에서
지하세계로 내려감으로써(그는 단테를 읽었다.)그 거인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가 연옥의 계
단 같은 것 앞에 서자, 여자 거인 모네타가 그에게 계단을 오르라고 명령한다. 두려움에  떨
면서 복종하는 그는 얼음과 같은 냉기로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른다. 모네타는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배운 것이라고 그에게 말해 준다. 그 다음으로 그는 타르트로스를 본다.
그의 시적 자아는 휘페리온의 후계자, 즉 태양의 신이면서 동시에 시의 신인 아폴론으로 다
시 태어나기 위해 공통과 죽음을 겪어야 하고, 지옥을 정복해야 한다.
  이 시는 비록 완결되지 못했지만, 창조적 야망에 대한 은유로 사용된 하강의 모티프 그리
고 이전 시대의 거장들 또는 아버지와도 같은 인물들과 벌이는 예술적 투쟁을 다룬 매력적
인 초기 작품으로 남아 있다. 19세기라는 시대는 그 시대 전체가 프로이트를 기다리고 있었
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시대를 살았던 조기 고든 바이런 경(1788-1824)은 그가 쓴 작품뿐  아니라 실제로 그가
체현한 낭만파의 사악한 영웅의 삶 때문에 낭만파 시의 중심 인물로 널리 인정받았다. 바이
런은 오랫동안 기이한 행동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복누이와 벌인 근친상간 추
문으로 명성을 떨어뜨렸다. 가정에서의 가학적이 행동 때문에 파탄에 이른 결혼 생활, 줄 이
은 성적 스캔들 때문에 그는 영국을  떠나야만 했다. 그는 '맨프레드'를 출판함으로써,  망명
생활에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이 시는 근친상간에 빠져든  갱생불능의 '사탄적인' 귀족 또는
참으로 바이런적인 귀족에 관한 파우스트류의 드라마다. 맨프레드는 하느님에게도, 악마 (여
기서는 아리마네스라고 불린다.)에게도 복종을  거부한다. 마침내 그는 지옥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면서 자신을 끌고 가기 위해 찾아온 악마에게, 주인이 주제넘은 복종에게 호통치듯이
추상같은 기세로 호령한다.
 
  네 지옥으로 돌아가라!
  너는 나를 어찌할 힘이 없다. 내 그것을 느낀다.
  너는 나를 결코 점유할 수 없다. 내 그것을 안다.
  이미 저지른 일은 어쩔 수 없는 것, 나는 비록
  고통받고 있지만, 그것은 네게서 얻은 것이 아니다.
  영생불멸의 정신은 선하고 악한
  생각에 스스로 보답해 준다.-
  그 스스로가 악과 종말의 근원이며 -
  그 자신이 공간이며 시간이다...
 
  너는 나를 유혹하지 않았고 유혹할 수도 없었다.
  나는 네게 속아넘어가는 사람도, 네 전리품도 아니었다.-
  나를 파괴할 수 있는 자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나 자신 뿐이다. - 돌아가라 너 실패한 마귀여!
  죽음은 내게 달린 것, 너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여기서 바이런은 영국의 부르주아 사회체제에 대한 경멸을 '실패한 마귀들'이라는 말로 표
현했으며, 그러한 공격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다. 전혀 아이러닉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는 자신의 악명 높은 이미지를 철저히 이용하면서, 스스로를 억압에 맞서  프로메
테우스처럼 반란을 일으킨 고독한 영웅으로, 추방당한 예술가로, 모든 여성이 사모한 비운의
돈 후안으로, 오만하면서도 기이한 고딕적 반영웅anti-hero으로 표현했다. 사람들은 먼저 그
의 행동을 샀고, 그 다음에 그의 시를  샀다. 괴테는 바이런을 오이포리온, 다시 말해  '시의
정령'이라 부르며 칭송하며, 미솔롱기에서 '시인다운'  최후를 마친 바이런을 기리는  애가를
'파우스트'(제2부)에 삽입했다. 또 괴테가 메피스토펠레스를 볼품없는 외발로 묘사한 것은 바
이런의 그 유명한 기형 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이런은 또, 악마 이야기가 나오는 시 '가인Gain'에서  루시퍼를 바이런적 영웅으로 그리
고 있다, 여기 나오는 지옥은 그  시대와 바이런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바이런은 뷔퐁과 다윈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하는  인물인 프랑스의 지질 학자이자
고생물학자, 퀴비에 남작Baron George Cuvier의  책을 읽고 있었다. 남작은  오늘날도 흔히
이야기하는 바와 같이, 아주 오래 전에 어떤 재해 또는 잇따른 재해가 거대한 뼈를 가진 피
조물들을 멸종하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19세기의 화석 수집가들은 그 뼈들을 지속적으
로 수집했다. 바이런은 "그때 지구상에 있었던 거인들"에  대한 성서적 설명들을, "맘모스만
큼이나 힘이 세고 인간보다 지능이 더 발달했던 이성적 존재들"의 뼈에 대해 서술하는 시적
허구를 구상하는데에 이용했다. 그는 그 멸종한 존재의 영혼들과 함께, 공상과학적인 하데스
가 우주의 어느 곳인가에 있다고 가정했다. 영화 '수퍼맨'에서 수퍼맨이 로이스 레인을 메트
로폴리스위로 데려가듯이, 루시퍼는 가인을 정령들의 세계로 데려간다. 가인은 황홀하면서도
두려워 묻는다.
 
  오! 출렁이는 그림자와 거대한 형상으로 된
  너 끝없는 어두움의 세계여.
  모두 거대한 우울함에 둘러싸여 있다.- 너 무엇이냐?
  살아 있느냐, 살아 있었더냐?
 
  루시퍼는 양쪽 다 어느 정도 맞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름답고 강력했던" 과거 한때의
모습으로 인도한다.
 
  지적이고 선하며 위대하고 영광스런 존재,
  그대의 아버지 아담이
  에덴에 머물렀을 때보다 더 뛰어나도다.
  육만 세대 이후의 그대 자손이
  그대와 그대의 아들보다
  훨씬 무디고 침체되고 퇴화해 가리라.
  그들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대 자신의 육체를 보고 판단하라.
 
  거대한 짐승들은 '대양의 환영'너머에 있다.
 
  저 거대한 뱀,
  심연에서 솟아 나와
  그 늘어진 갈기와 저 거대한 머리를
  도도한 삼목보다 열 배나 높이 곧추 세우고,
  얼마 전 보았던
  천체를 감싸듯이 틀며 보고 있다.
  에덴의 나무 아래서 햇빛을 쪼이던
  바로 그 농이 아니던가?
 
  프론토사우루스(뇌룡)가 에덴의 뱀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또다시) 근친상간이라는 주제 그리고 의식적으로 맹목적인 교리에 대한 불복종(여호와에
순종하지 않은 가인)을 찬양함으로써, 바이런의 시에는 신성모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것
은 분명히 바이런이 의도한 것이었다. 그의 메시지 또한 분명했다. 지식과 사랑은 소유할 만
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명백히 설파하면서, 그것을 금하는 하느님(또는 국가)이야말로 악이
라고 불러서 마땅하다는 것이다.
 
  바이런과 셸리는 이탈리아에서 마약에 손을 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9세기의 시인들은
손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지옥을 경험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비록  세기초에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1772-1834)와  드   킨시Thomas  De
Quincey(1785-1859)가 신경안정을 위한 '진통제'  또는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 아직
마약중독이라는 의학적 개념을 정립되지 않았지만, 19세기  초에 이미 그들은 파우스트식의
흥정, 즉 마술적 세계에 들어 가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환각체험visions을 얻으려면 언제나 대가가 필요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기꺼이 감내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중세 시대에는 신비  체험을 위해 장시간의 기도, 단식, 채찍질,  발
열, 인위적 불면 등의 대가를 치렀다. 한편, 밀에 기생하는 독성 균류인 맥각과 같이 자연적
으로 생기는 환각물질을 섭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블레이크나 보쉬처럼 약물의 도
움 없이 저절로 환각을 체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산업사회에서는 마약을 쉽게 구
할 수 있었으므로, 인공적인 환각 상태에 빠져들기가 쉬웠다. 마음의 저 반대편에서  발견한
놀라운 신세계, 이곳은 황홀하게  빛나고, 중독될 만큼 뇌쇄적이며,  위험할 정도로 '시적인'
우의적 지옥이었다.
  마약복용으로 인한 체험들은, 흔히 피안으로 여행하는 것 같은 형태를 취할 때가 많기 때
문에 20세기 후반의 환각 체험자들은 그 것을 흔히 '소풍trip'이라고 불렀다. 그 좋은 본보기
가 콜리지의 '늙은 선원의 노래'다. 항해하던 배가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열대의 태양아
래서 갑자기 잠잠해진 기묘한 빛의 물에 둘러싸인다. 그곳은 "꾸물거리는 수천의 생물들"과
원혼들로 가득하다. "죽음"과 "악몽 같은 죽음의 생명체"가 탄 유령선이 나타나고, 선원들이
하나씩 쓰러져 죽고, 마침내 그 늙은 선원만 남고 물은 다 말라 버린다. 그는 (알바트로스를
한 마리를 죽인)자신의 죄로 7일 밤낮은 고생하다가  무력해진 채 차라리 죽기를 갈망한다.
그러다 무심코 달빛 속에서 그가 경멸했던 "꾸물거리는 생명체"을  내려다보다가 달빛 속에
서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발견한다. 그의 마음에서  물뱀에 대한 사랑이 용솟음쳐 나오
기 시작할 때- 낭만주의적 반전의 또 다른 예다-  비로소 음산한 적막이 깨지고 비가 내리
기 시작한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배는 죽은 선원들의 몸에 깃든 천사들을 태우고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 
  '늙은 선원의 노래'는 콜리지 자신의 (번듯한) 주석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미란 외적 범주에서 볼 때  작품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
도 아니고, 어떤 작품도 그것을 완벽하게  조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약으로  얻은
환상여행의 의미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말도 아니다. '늙은 선원의 노래'와,  그밖에 환상적이
고 초자연적인 주제를 다룬 그의 다른 단편들, 예를 들어 '크리스타벨'과 '쿠블라 칸'은 - 콜
리지는 이 작품을 마약의 도움으로 썼다는 것을 시인했다. -  지금까지도 호소력을 잃지 않
고 있다.
  프랑스의 낭만주의자들도 영국 낭만주의자들처럼  밀탄의 사탄에 대항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나폴레옹도 끼어 있었고, 그들의 모반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샤토브리앙은  지
옥의 무대를 북아메리카로 옮겨 놓았고( '나체즈 족Les Natchez ,1826), 빅토르 위고는 사탄
을 저주에서 풀어 주려는 의도로, 미완성 3부작을 썼다. 한편 프랑스의 젊은 시인들은  압생
트와 함께 대마와 아편을 벌레 먹은 나무에서  채취한 중독성의 약물에- 환각과 환청을 일
으키며 노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적셔 삼키면서 그들 자신의 행보를 취했다. 보
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는 고질병이었던 매독 때문에 40세가 되기도 전에 거의
정신착란증에 빠질 지경이었다. 스베덴보리를 신봉했고 바이런과  포우에 경도 되었던 보들
레르는 자신의 첫 시집 제목을 '악의 꽃Les Fleurs du  Mal'(1857)이라 이름 붙였다. 거기서
수록한 시들은 어떤 식으로든 거의 모두  사탄, 지옥의 거주자들, 시체, 흡혈귀를  얘기하고,
적어도 불길하고 어두운 어떤 것들에 대해 언급한다. 보들레르는  그런 것들에 전적으로 공
감하지는 않았지만 그 황홀함에 매료되었던 듯하다. 다소 아이러닉하지만, 그는 마약의 도움
으로 지옥을 배회하기로 했다. 마약은 그를 몰락시켰다. 마약복용은 최악의 경우 칙칙한  세
계를 경험하게 할뿐이었고, 최선의 경우 그가 거부했던 여호와에 도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시는 선과 악이 교차하는 "차갑고 불길한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이 시집 때문
에 보들레르는 풍기 문란죄로 기소되었고, 법정은 그 중 여섯 편의 시를 삭제하라고 판결했
다. 하지만 이 시집은 시대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그 인기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랭보Arthur Rimbaud(1854-1891)는 보들레르의 추종자로서,  맥독으로 고통받았다는 점에
서까지 비슷한, 이른바 '저주받은 시인poeye maudit'이었다. 그는 16세 때부터 19세가 될 때
까지 아주 짧은 기간동안 시를 썼을 뿐이지만, 실제로 그  역시 마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알
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시  '지옥에서 보낸 한철Une Saison  en Enfer'에서는 마약에 대한
이야기보다 마약에 중독 되었던 제 3의 시인 폴 베를린과의 애정행각에 대해서 더 많은  이
야기를 하고 있다. 여한튼 랭보는  환각체험trip 시 중에서는 아마 가장  유명하다고 할만한
'명정선 Le Bateau Ivre'이라는 시를 썼다. 여기서 랭보는 환각적인 신세계의 강을 항해하는
험난한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시에서 그는 토사물로  얼룩진 자신의 육신인 배boat를 주체
하지 못하고 강을 떠내려가다가 이윽고 은하수에 이른다. 기이함과 추억으로 점철된 보수의
그림같은 풍경이 - "환상의 플로리다"와  같이- 주마등처름 지나가는데, 그  체험은 공포에
들뜨게 하면서 동시에 무한한 장엄함을 일으킨다. 랭보는 지옥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한다.
  영혼 깊은 곳으로의 환상여행을 위해 반드시 마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마치 그런
것처럼 되었다. 멜빌Herman Melvile은 자신의 초기 해양소설들을 솔직하고 밝은 어조로 쓰
다가, '백경Moby-Dick'에 이르러서는 그 우의적이고 환상적인 긴 항해에 독특하고 환각적인
문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항해 이야기에는 이런 식의 문체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또, 거칠면서도 번득이는 데가 있는 크레인Hart Crane의 20세기 환상여행소
설을 상기해 볼 수 있다. 한편, 자기 자신은 마약과 거의 관련이 없으면서도  'C문자의 코미
디언The Comedian as the Letter C'같은 작품에서 환상여행이란 장르를 우아하게 패러디한
시인 스티븐스Wallace Stevens가 있다.
  마약은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신비주의, 특히 윌리엄 B.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스
윈번Algernon Swinburne(그의 시에서는 일종의 지상 지옥에 대한 에로틱한 새도매저키즘을
극단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와일드를 회원으로 하는 '황금새벽의 연금술사회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같은 악마신앙 회합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예이츠는 평생 신
비주의 신봉자였고, '악마는 반전된 신의  모습Demon Est Deus Inversus'이라는 '영적'이름
이 있었다. ) 그들의 악마적 작품 성향은 세기말 fin de siecle의 '진홍빛 연기'속에서 멋지게
피어났는데, 때로는 오브리 비어즐리의 삽화처럼 아이러니를 가미하기도 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마약과 관련한  시  중에서도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악귀시장Goblin
Market'(1862)은 가장 기이하다. 그녀는 시인이면서 예술가인 그녀의 오빠 단테 가브리엘 로
세티가 주도한 런던의 예술동맹과 연관을 맺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마약 경험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녀는 왜  로라를 '고양이 얼굴'과 '쥐  얼굴'을 하고서 이상한 열매를
가지고 그녀를 유혹하는 악귀들 속에 머무르게 했을까? 가엾은 로라는 곧 마약에 중독되고,
악귀들이 그녀에게서 사라지자  고통에 겨워 비참하게  몸부림친다. 착한  리지는 여동생의 
아픔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악귀들을 찾아간다. 악귀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본성을  적나라
가게 드러낸다.
 
  그들의 소리는 크게 울리고
  모습은 흉칙하다.
  난폭하게 꼬리를 움직이면서
  그녀를 짓밟고 밀치며
  팔꿈치로 떠밀고
  발톱으로 할퀴며
  짖어대고 울부짖고 신음하고 조롱하면서
  그녀의 옷을 찢고 양말을 더럽히고
  머리채를 잡아채고
  그녀의 부드러운 발을 짓밟는다.
  그녀의 손을 붙들고 자기네 과실로 즙을 내어
  먹으라고 그녀의 입 속으로 넣으려 한다.
 
  이 장면은 '오르페오 경Sir Orfeo'이라는 중세 성사극을 변형한 장면이다. 하지만 낯선 장
면이 나온다. 용감한 리지는 악귀들의 과즙을 맛보지 않고, 그것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  로
라에게 돌아와 외친다.
 
  "보고 싶었지?
  와서 입맞추렴.
  내 상처는 신경 쓰지 마,
  껴안고 입맞추고 빨아먹으렴,
  널 위해 악귀들에게서 과즙을 짜 왔어,
  악귀의 과육과 악귀의 이슬을.
  나를 먹고 마시고 사랑해 주렴.
  로라, 나는 리지야."
 
  로라는 그녀에게 달려든다. "학질에 걸린 듯 두려움과 고통에 떨면서, 로라는 굶주린 입으
로 리지를  맹렬히 핥아댄다." 웬일인지 과즙이 쓰게 느껴졌지만 로라는 멈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리지의 덕성이 자기 몸에 묻은 과즙을 해독제로 변하게 했기 때문에, 이윽고 로라는
'피 속의 독'에서 해방된다. 자매의 우애에 대한 따뜻한 교훈, 그리고 미묘한  뉘앙스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고집스러운 맹목성을 담고 있는 이 장면 덕분에 이 무시무시한 시는 온 가
족이 함께 읽는 작품이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강신술이나 최면술, 접신술에 심취했고, 자기네 여왕이 그랬던 것
처럼 죽은 자에 대한 애도, 예배에 맹목적으로 집착했다. 특히 나이 어린 사람이 죽었을  때
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그들은 유령 이야기, 공포 소설, 공상 소설을 좋아했다.  이 공상
적인 이야기들은 때로 결말에  가서 달콤한 교훈으로 덧칠되기도  했지만, 기독교적 교의는
거의  담고   있지 않았다.   이것들은   미국의 공포   소설-  대체로   포우Edgar  Allen
Poe(1809-1894)가 만들어낸 형태라 할 수  있다.-과 마찬가지로, 지옥에서 소재를 얻기보다
는 '무덤 저편'의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영의 세계에서 온 도깨비, 유령, 망령들에  대한 내용
을 담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은 이제 은하 건너편으로 무대를 옮긴다.
  20세기의 인기 있는 환상작품으로서 잊혀지지 않는 세 작품을 아래에 소개한다. 이것들은
온갖 가능한 소재를 구사하여 씌어진 고딕소설로서 사람들은 이 작품들을 끊임없이  모방하
고 응용하였다. 이 세 편의 소설은, 과학이 기괴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뒤 그 괴물을 유기한
다는 셸리Mary Shelley의 '프랑케슈타인'(1818), 파우스트 류의 과학자가 장기이식이 아니라
현현한 '이드'로 생명을 창조한다는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Hyde',  그리고 사랑에 빠진, 본래적인 의미의 고딕적
악마가 저지르는 연쇄 살인 이야기인 스토커Bran Stoker의 '드라큘라'(1897)다.
  그런데 지옥은 이 세 편의 고딕 소설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드라큘라와 그의 앞잡이
들은 악마다. 십자가로 그들을 물리친다는 대목을 보면 혼동이 생길 수도 있겠으나,  기독교
적 의미의 악마는 아니다. 그들은 구전 설화의 어두운 숲 속에서 온 밤의 피조물들이다.  시
체가 먼지로 화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흡혈귀 또는 그 희생자들이 지옥에 갈 것이라고 생각
하는 독자는 없다. 하이드 역시 악마다. 하지만 화자가 빅토리아 시대의 전통을 벗어나지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으로 저주받은 영혼은 아니다. 하이드는 현대적인 비유로서  중
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드에 상응하는 인물을 도리어 그레이다. 그는 지킬  박사의
얼굴 속에 하이드의 영혼을 감추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의  숨겨진 진짜 모습을
하인들이 보게 함으로써 도리언에게 충분한 벌을 주었다고 생각한 듯한데- 물론 옳은 이야
기다.) 스토커와 스티븐슨이 자기 시대에  걸맞는 소설을 썼다면, 마리 셸리는  그들보다 한
시대 더 진보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자신들의 어리석은 피조물들이
형벌의 지옥에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이와 같이 19세기 말엽에 지옥은 대중문화에서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문자 그대로의 지
옥의 이미지가 중산층의 사고방식  속에 여전히 존속했다고 한다면,  도대체 지옥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단 말인가? 분명히 지사는 아니다. 1865년 루이스 캐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를 출판한 이래 지옥은 지하를 벗어났다. 그것은 윌리암
휘스턴이나 바이런에 이르러 우주 어디쯤 인가로 튀어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은이: 앨리스 K.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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