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로변의 내륙 산길 드라이브
마지막 날은 부자(父子) 2명만이 더덕농사를 지으며
관광객을 위한 매점을 운영한다는 죽도에 가기로 했으나
거센 바람으로 유람선이 취소되고,
오전에 숙소에서 쉬자는 대장의 말에
우리는 버스라도 타고 시골구경하겠다는 주장을 하자,
대장이 차를 몰고 와 그와 함께
다시 엊그제의 해안길을 따라 내륙쪽 드라이브를 하면서.....
사지더 않을 땅값도 물어보고..
(도동 항구앞은 2,3천만원/평 뒷길의 전망좋은 택지는 2,3만원짜리도)
비탈밭에 눕다시피 업드리고 제초 작업을 하고 있다.
저 드넓고도 거칠은 밭에서....
이 더위에 홀로....
(주산물인 나물 삶는 다공판 찜 솥과
앞에 보이는 시커먼 탈수기가 시골 집집마다 세트로 설치 되어 있다 .)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텅빈 선창에서, 나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평화롭고 아늑한 이 해변이 일순간에 태풍이나 해일로 삶의 근거가 사라지곤 한다는 데,
군에서도 거주민을 위해 방부목 계단, 케이블 리프트, 집 앞까지의 도로 개설및 포장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는 하나, 천재지변을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현 인구 7,500명도 자꾸 감소된다고 한다.
을릉도 유일한 모래 해수욕장이라는 남양 백사장 역시,
이전의 수해로 떠 내려온 온갖 잡동사니의 임시 야적장으로 변했고,
아름다웠을 계곡도 계속 옹벽으로 도배중이었다.
폐가와 묵은 밭들이, 그리고 복구 공사중인 곳곳이,
평온한 경관과 대조를 이뤄 마음이 아프다.
섬에 반한 내지인은 울릉도로 이동한다지만, 항상 한 발은 육지에 남겨 놓고 있고,
생활에 제약이 많고 자유롭지 않은 현지 시골사람들은
집과 밭을 버려둔 채 섬을 떠나거나,
대처를 찾아 저동이나 도동으로 이동이 많아 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조금이라도 더 구경시키고자하는 대장의 열의가 고마웠다.
해안 일주도로가 생기기 전에 마을들을 연결시켰던
악랄한 경사와 절망적인 내리막등의 좁은 골목길을 운전하며
구경시키랴, 설명하랴,
대장이 바쁜만큼,
공포에 질린 우리는 더더욱 마음을 졸이며, 한귀로 듣고 다른 귀로는 흘린다.
그나마, 굽고 좁고 긴 골목길에서 맞은편 차를 만나지 않은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 지났던 길 한 편에
승용차 반만한 바위가 한쪽에 떨어져 있기도 하는
온 도로가 낙석 위험지역이다.
저 멀리엔 이국적인,
아주 아주 이국적인 산길과 집들이 아스라이 보이고
송곳처럼 치솟은 봉우리들이 경관을 더한다
(나리분지에서 아주 비좁은 옛길로 나오다 마주친 도라지 밭이다)
다시 해안길로 나왔다가 내륙 산길로 들어가길 몇 차례 반복하는데,
육로의 가장 높은 고개(태하령)의 중턱을 열쇄로 잠가 차량통행을 금지 시켰다.
우리보다 더 분노한 대장을 달래며
차량 통행의 북쪽 종점인 석포에 도착했다.
석포-내수전 트레킹 (12시 20분) --- 위 지도의 빨간 선 부분
예전에 북단의 사람들이 저동이나 도동과 왕래한 유일한 길이었는 데,
지금은 산을 좋아하는 군민이나 관광객들만 찾는
아주 호젓하고, 경사도 완만한 멋진 길이나
(그래도 산길인 데, 어제 우리내외의 성인봉 산행시 어머니가 누이와 함께 지나간 것이 놀랍다),
왼쪽은 7-80도의 급경사가 바다에 닿아 있다.
이곳은 어차피 찻길이 없는 곳이니
섬 일주의 고리를 완성시키기 위해선 도보로라도 가야만 했다.
중간의 정매화곡이라는 청정 계곡수 옆의 정자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준비한 쵸코바로 허기도 달랬다.
시간만 충분하면 목욕도 불사했으리라...
이곳에 있는 정자와 기념비는
부근에 살았던 내외가 조난당한 많은 인명을 구한 것을 기리기 위함인데,
도중에 놀랍게도 그 부부를 상징하듯 연리지가 한 그루 발견되었다.
귀경
오후 1시 50분쯤 내수전 전망대의 찻길에 도착하니,
기대도 안 했는데 다행히 대장이 어머니와 누이를 모시고 대기하고 있었다.
덕분에 3시 30분에 떠나는 뱃시간까지의 짧은 여유시간에 점심도 때우고,
어머니의 경로당용 오징어 구입도 가능했다.
원래 5시 30분에 배가 출발시엔 낚시까지 하기로 했었으나,
해안 일주와 남북종주, 게다가 내륙 관광까지 깔금히 끝낸 것이 더더욱 대견하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여행이 이처럼 상쾌하게 마무리 될 수가 없었을 텐데,
관광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모든 시간과 정성을 우리에게 할애한
'울릉도 매니아‘ 김 남희 대장에게 많은 정과 고마움을 느낀 어머니가 눈물을 짓는다..
다시한 번 우리 네식구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짝. 짝!!!!!!
심하게 흔들리는 배가 6시 조금 넘어 도착하고,
신사동을 거쳐 집에 오니 10시 20분이더라... (소요시간 계 6시간 50분)
횡설두설 잡소리가 길었으나,
추후에 울릉도 가실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흥미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애고!!!
벌써 또 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애쓰신 왕초를 모시고 가족사진 한장 추가!!)
첫댓글 혹시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는 데, 잘 읽었다니 다행입니다. 아직도 그 때의 풍광이 눈에 어리는 데, 언젠가 다시 찾아 갈 것을 확신합니다. 그때까지 몸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사진도 잘 찍고 저가 가지못한 성인봉도 잘 봤습니다.... 아직도 전 눈에 선해요...ㅋㅋ
아버님 소중한 자료 넘 감사합니다 할머니 사진 보니 저도 뭉클하네요 "내 손주야 손주~~~"하셨던 말씀이 새록거린답니다 ㅎ 언제나 건강하신 모습였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