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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산행기들을 들척이다
향로봉 이북의 북녘땅 백두대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1996.12.1. 향로봉 산행기다.
지리산부터 올라와서 한계령에서 무장공비 출현으로 발이 묶이고
몇 달후 올라선 향로봉!!
12년 됐는데 세상 참 많이 변해서 까마득한 옛날 얘기가 됐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옛날을 그리며 그날 산행기를 그대로 올려본다.
아 !! 향로봉 !!!
향로봉에서 본 휴전선 북쪽의 백두 대간길.
◈ 일시 : 1996. 11.30~12. 1.
◈ 날씨: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엄청추움(체감온도 -30?).
◈ 코스 및 산행시간: 진부령-3.8k(90분)-칠절봉(1172.2m)-5.1k(80분)--둥글봉(약1312m)-2.9k(90분)-향로봉(1296.3m).
도상거리 : 11.8km 왕복23.6km 산행시간 : 8시간(올라갈때 4시간20분.내려올때 3시간40분 )
◈ 지도 : 1:25000 향로봉. 1:50000 간성
진부령-향로봉 지도.
슷자 123456은 산 모퉁이를 돌때마다 조망이 트이는곳이다.
◈ 산행후기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향로봉을 오르는 날이다.
그놈의 무장공비들만 아니였으면 벌써 다녀왔을텐데 몇 달이 늦어졌다.
단목령-한계령을 9월 15일에 하고 3일후인 9월 18일에 무장공비 3명이 설악산인근에 출몰하는바람에
강원도산들이 모두 출입이 금지되어 두 달 동안은 수도-가야.기백-금원-거망-황석.지리산 태극종주등
그동안 미뤄온 종주산행을 하며 입산통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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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공비 두 명이 진부령 부근에서 사살되고 설악산 통제가 풀리면서 11월19일 미시령-신선봉-진부령을 끝으로
거인산악회 1진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진부령에서 해단식을 가졌고 드디어 남한구간의 끝인 향로봉을 가는날이다.
원래 진부령- 향로봉 구간은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거인 산악회 이구대장이 국방부등 여러요소에 청을 넣어서
향로봉 군부대 위문방문 형식으로 입산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는데 그놈의 공비침투로 늦어지고
공비소탕작전이 끝이 나서는 그 후유증으로 부대장들의 인사이동이 있었고 해서 늦어졌단다.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향로봉엘 오르는 날이라 떠나기는 하는데 이번엔 어제 갑자기내린 폭설과 한파로
간다해도 향로봉에 오를 수 있을지는 가봐야 안단다.일단은 용대리에가서 내일아침에 다시 통화하기로했다.
도로가 빙판길이니 좀 일찍 서둘러서 저녁 8시에 동대문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서울시내 교통도 빙판길로 혼잡이 돼서 버스가 동대문엘 들어오질 못하고 시간이 늦어진다.
날씨가 추워서 거리에서 차를 기다릴수가 없어 이스튼 호텔 로비에도 좀 있다 눈치가 보이니
지하철역 안에도 좀있다 뒷골목 식당에도 들어가 있다하며 시간을 죽이고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시간반 가까이 늦게 버스가오고 설악산 가는길은 온통 빙판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백담사 입구인 용대리에 가니
새벽 4시가 지났다.예약해둔 민박집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가 했더니 군부대에서 연락이 왔다.
서둘러서 아침을 먹고 8시에 용대리를 출발하여 군부대 찝차의 안내를 받아 진부령에 오니 8시35분.
진부령부터 향로봉까지는 왕복 30여km.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라서 군부대 수송차량으로 올라가고 내려오기로 돼있는데
오늘은눈이 많이 와서 차량으로 오를 수 없단다.걸어서라고 가겠다고 하니 허락이 떨어졌다.
지리산에서 2000리 산길을 걸어서 왔는데 마지막 구간을 차를타고 간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는데
걸어서 간다니 얼마나 반가운일이고 행운인가? 아마 향로봉을 걸어서 올라가는 최초의 산악회팀이 아닌가싶다.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낼 제수들을 각자 조금씩 나눠 짊어지고
도로를 벗어나면 지뢰밭이니 절대 이탈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듣고 초소에서 정확한 인원정검을 하고 출발이다.
08 :45. 진부령(약 520m)출발.
서쪽 교회옆으로 난 군사도로를 따라 오르는 길엔 흰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향로봉까지 대략 40리라니 아무래도 4시간은 올라가야할 듯 싶다.
고도를 계속 높이면서 대간능선의 남쪽으로 뻗은 지능선을 두어번 휘돌아서 돌아 오르고
다시 대간능선 북쪽 지능선도 두어번 돌아 오른다.군사도로지만 상태는 양호하고 더러는 경사도 심하다.
09 :35. 첯번째 크게도는지점
드디어 향로봉이 보인다.정북으로 하얗게 눈지붕을 머리에 쓴 향로봉이 뾰족하게 보이고
긴 대간능선 바로 밑으로 군사도로가 이어져 올라가고 있다.첯 번째 돌아가는 모퉁이다.
도로는 빙판이나 쌓인눈은 바림이 쓸어가서 걷기엔 별 어려움이 없다.
날씨마져 쾌청하여 시야가 멀리까지 확트인다.
바람은 좀 불고 혹한날씨라 춥기는하지만 계속 오름길이만 갈 만하고 더구나 걸어서 가는 즐거움에 비하면 추위쯤이야!
얘기를 들어보니 년전에 국토종주팀 하나가 향로봉엘 올라갔는데 차로 올라가고 차로 내려왔단다.
남쪽으로 크게한번 휘돌아서 두 번째 모퉁이에서 다시 한번 향로봉과 둥글봉,칠절봉이 보인다.
향로봉이 전봇대뒤로 멀리 보인다.우측은 천안의 유수천친구.
뒤 돌아 본 마산-신선봉.
이제부터는 평지길이다.고도계가 1000m를 가리키고 있다.
칠절봉으로 오르는 갈림길 안부에서 왼쪽 넘어 계곡쪽으로는 길이 있는듯싶다.
이제부터는 서쪽으로 오던 대간길이 북쪽으로 꺽어져 올라가고있다.
눈의양은 많아졌지만 평지길에 더구나 도로라서 별 문제가 인된다.
10 :39.세 번째 크게도는지점.
1166.2봉가기전에 양쪽으로 지능선이 갈라지고 도로가 마루금에서 세 번째로 좀 떨어져서 돌아가고 있다.
잡목이 가려서 향로봉과 칠절봉은 안보이고 우측으로 마산쪽만 건너다 보이고
잠시후 1166.2봉우측인데 넓은 공터가있다.여기에 전망대라도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싶게 조망이 탁 트인다.
10 :52. 1166.2봉우측.
북으로 향로봉부터 남쪽으론 설악의 대청,귀청,안산까지 잘 보이고
신선봉,마산,칠절봉의 대간줄기가 잘 보이는게 시원하다.
11 :13. 네 번째 모퉁이 .
역시 뒤돌아 보면 설악의 대청과 철절봉이 보이고 앞에는 둥글봉과 우측밑으론 안흘리 도로와 동해 바다와 성황골이 내려다 보인다.
뒤로 향로봉이 보이고 전봇대의 눈금은 적설량을 재는 눈금이다.
모래주머니도 높은 시렁위에 올려놨다.
우측능선은 소똥령.
백두대간 우측 바로 밑으로 이런 도로가 향로봉까지 이어진다.
향로봉이 가까워질수록 눈은 점점 많아지고...
뒤로 칠절봉은 저 만치 물러나 있다.
11 : 33. 둥글봉 우측.
다시 한굽이 돌아 오르면 좌측에 둥글봉이 있고 마루금밑을 따라 올라가는 도로가 마루금에서 좀 떨어져 돌아갈때나 전망이 트인다.
한모퉁이를 돌아갈때마다 뒤로 설악부터 올라오는 대간줄기가 보이고
우측 소똥령쪽에 높이 올라가 있는 도로가 보인다.
12 :08. 한모퉁이를 더 돌면 초소가있고 일일이 통과하는사람들을 체크한다.
좌측길은 부대로 들어가는 길이고 직진해 계속 올라간다.
여기까지는 대간 마루금과 좀 떨어져 오던길이 마루금위에 올라서고
대간의 서쪽 넘어론 서화리로 빠지는 깊은 계곡이 있고 계곡건너 북쪽으론 우리가 갈 수 없는 백두대간줄기가 보인다(12 :43)
서쪽 대간넘어 계곡모습.
12 :55.군부대
동쪽으로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조금더 올라가니 군부대앞이고 초병이 근무중이다.
추운데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부대안으로 들어가서 우선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산제를 지낸다.
어서빨리 통일이돼서 남은 백두대간길을 백두산까지 이어가야할텐데 글쎄 그게 내 생전에 이루어질지...
1260봉 넘어로 이어지는 갈 수 없는 백두대간.
뒤 돌아 본 둥글봉,칠절봉 멀리 대청과 귀청이 보인다.
오랜만에 군대 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우리가 옛날 군대있을 때 먹던 라면하곤 다르다.
보통 우리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라면이다.그런데 그많은 라면을 어떻게 붓지 않고 쫀득쫀득하게 끓이는지?
향로봉정상.
부대에서 10여분 거리의 향로봉 정상엘 올랐다.
넓은 헬기장위에서 보는 북녘땅과 동서남북으로 거침이 없는 최고의 전망대다.
이어져야할 대간길을 먼저 훝어본다.대간길은 향로봉전의 1260봉쯤되는 봉에서 서쪽으로 꺽어 내려가고
멀리 북녘땅 무산과 금강산이 짐작된다.향로봉은 금강산의 한봉우리에 들어간다고 말들은 하지만
향로봉과 금강산 사이엔 남강이라는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통일전망대와 동해바다,건봉산, 마산,설악산.둥글봉,서쪽으로 해안펀치볼,무산,북으로 금강산줄기.
두루두루 마음속에 담아보고 사진에 담아 보지만 날씨가 영하 30도나 되니 카메라 작동이 잘 안된다.
품속에 넣고 있다 얼른 꺼내서 후다닥 찍고 다시 품에 넣고해야지 바테리가 얼어서 찍히지를 않는다.
날이 추운 지방에선 오줌을 누면 오줌기둥이 선다더니 일리가 있는말이다.
이날 기능성옷이 아닌 일반 폴라종류 옷을입은 산우들은 허벅지 살이 얼어서 그후 고생들을 했단다.
향로봉정상엔 전망대와 헬기장이 있고 두 개의 자그마한 비와 "국토종주 삼천리 종착점"라고 쓴 팻말이 있다.
비문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아서 적어본다.
향로봉
아! 향로봉 남강은
옛산 옛물이로되
눈보라 내리치든
처참한 싸움터에
쓰러진 전우들의 모습은
간곳이 없도다.
제 Ⅲ 군단장
소장 오덕준
향로봉 정상모습. 조선일보의 "실전 백두 대간 종주산행"에 올라있는 사진이다.
우측 안경쓴 사람이 거인의 이구대장.
향로봉에서. 우측상단의 봉우리가 금강산 신계사 말사였던 건봉사 뒷산인 건봉산.
향로봉에서. 좌측상단이 금강산이고 사람뒤로 산줄기밑은 남강이 흐른다.우측능선은 건봉산능선.
향로봉에서. 둥글봉이 보이고 멀리 설악도 보인다.
향로봉에서. 철책선으로 이어져 북쪽 으로 가는백두대간.향로봉정상 600m전에 갈라진다.
향로봉에서. 뒤로 소똥령에서 마산으로 올라가는 능선과 동해바다가 보인다.
거인산악회 총무였던 김미경씨는 어디서 잘~살고 있는지?
하산길
가지 못하는 북녘땅을 한없이 바라보고만 있을수는 없고 이젠 내려가야할 시간이다.
겨울해는 금방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기온은 더 떨어질것이다.
이젠 하산할 일만 남았는데 길은 외길이니 각자가 알아서 내려가기로하고 내달리기 시작한다.
둥글봉을 15 :45분에 통과하고
1166.2봉을 16 :25분에 지나면서 올라갈대 뒤 돌아보던 설악을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본다.
17 :02분 칠절봉안부를 지나면서 해가 넘어간다. 한기가 돌며 스산하다.
17 :17분 첯모퉁이에서 마지막으로 향로봉과 눈으로 작별을 하고
마산밑의 알프스스키장 불빛이 대낮같이 밝다.
몇사람이나 야간에 스키를 즐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전력이 필요할듯싶은데
몇사람이 즐기기위해 저런 엄청란 전력을 쓰면서 한집에 전등 하나를 끄자느니
뭐를 어떻게하면 전기가 얼마가 절약된다고 떠들어대면 설득력이 있을까?
랜턴을 켜고 내려오는 비탈길이 얼음판인지 흙인지 눈인지 분간이 안된다.
진부령에 도착하니 18 :25분 캄캄한 밤이다.식당엔 준비가 안돼서 식사가 안된단다.
여기저기 도로가 얼어붙어 봉쇄됐으니 일찍 가게를 접었나보다.
돌아오는길은 덕분에 한산하여 고속으로 달려와
서울역에서 새벽 0시25분 부산행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첫댓글 어제만같은 순간들이 14년이란 세월이 흘러갔군요. 세월은 흐르는물과같다고했는데 정말실감나는군요. 언제나 건강한모습으로 즐거운산행하시고 언젠가 기회기오면 또만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