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으로 즐기는 막걸리문화 확산중
밭일이나 등산을 하고난 뒤 벌컥벌컥 들이켜던 막걸리의 최고 안주는 땀이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걸리는 더 이상 밭일 뒤 마시는 농주(農酒)나 구공탄 집에서 사발로 단숨에 들이켜는 아저씨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본에서의 인기를 토대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막걸리는 칵테일, 셔벗, 아이스크림 등으로 무한 변신 중이며 문 턱 높은 호텔, 골프장까지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바람난 막걸리를 따라 그 안주도 현대적 식재료들과 만나 도발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맛으로 먹고 멋으로 즐기는 막걸리 문화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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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셔벗 |
■다양한 막걸리의 세계
지금까지 막걸리 변신이 ‘막사’(막걸리+사이다)나 ‘맥탁’(맥주+탁주) 정도였다면 최근 신촌, 압구정 일대에서는 막걸리 칵테일, 막걸리 셔벗,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멜론, 수박, 딸기, 망고, 오렌지, 복숭아, 포도, 코코넛 등 대부분의 제철 과일과 막걸리를 섞으면 빨랑, 노랑, 초록 등 천연색 칵테일로 탈바꿈해 여심을 유혹한다. 또 쌀·콩·보리 등을 섞은 오곡, 수삼을 넣은 웰빙주는 남성들에게 호응이 높다.
막걸리는 보통 6∼8도로 알코올 성분이 적은 데다 생과일 주스와 섞으면 막걸리 특유의 텁텁하고 시큼한 향이 사라져 마시기도 편하고 숙취도 없다. 또 막걸리 칵테일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10여가지 함유됐으며 과일에 있는 비타민까지 있어 영양에도 좋다. 이처럼 고운 빛깔의 막걸리를 사발이 아닌 칵테일 잔이나 도자기 잔에 담아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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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으로 먹는 막걸리와 안주 |
또 최근에는 막걸리 셔벗, 막걸리 아이스크림, 막걸리 에스프레소까지 등장했다. 막걸리 셔벗은 설탕이나 꿀을 섞어 얼린 뒤 믹서기에 갈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으며 에스프레소나 커피는 식힌 뒤 기호에 따라 적당량을 막걸리와 섞어 마시면 된다.
■와인 안주야 막걸리 안주야?
사발로 단숨에 들이켜는 막걸리에는 손으로 쭉쭉 찢어먹는 묵은 김치나 지글지글 기름에 붙여 올린 파전이 제격이다. 하지만 유리병, 칵테일 잔 등에 담아 음미하며 마시는 막걸리에는 그에 걸맞은 안주의 변화도 필요하다.
막걸리가 과일과 첨가물, 얼음 등을 만나 변신했듯 막걸리 붐이 일기 시작한 홍대, 압구정 일대에서는 전통적인 막걸리 안주가 새로운 식재료와의 결합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홍대 앞 ‘친친 시즌2’에서는 ‘치즈와 젓갈의 새로운 만남’, ‘민어화전’, ‘함경도북청명태식혜’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막걸리 안주를 볼 수 있다. 눈으로만 보면 한 입에 먹는 핑거푸드 같아 와인 안주인지 막걸리 안주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화려해 보이지만 의외로 쉽게 집에서 남은 음식을 활용해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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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젓갈을 배합한 퓨전 막걸리 안주 |
‘치즈와 젓갈의 새로운 만남’은 사과 조각에 어리굴젓, 크림치즈를 차례로 올린 뒤 한입에 먹는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화지만 젓갈의 짠맛을 크림치즈가 부드럽게 잡아주고 사과가 새콤달콤한 맛으로 깨끗하게 마무리해준다. 별도의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아 기호에 따라 야채나 과일, 젓갈, 치즈 등을 배합하면 쉽게 다양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곳 장기철 대표는 “발효주인 와인의 안주로 발효식품인 치즈가 제일 잘 어울리듯 막걸리도 마찬가지로 발효식품과 잘 어울린다”며 “전통적으로 막걸리에 김치, 젓갈, 홍탁 등을 곁들여 먹는 것도 같은 원리이며 그래서 막걸리와 치즈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안주로 야채를 먹을 때는 된장을, 파전에는 간장을 찍어 먹는 것도 다 이 같은 원리라고 한다. 또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막걸리 역시 술이기에 숙취에 효과가 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및 무기질이 풍부한 안주가 몸에도 좋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막걸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숙취가 심하다?
과거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석유와 비슷한 성분의 화학물질인 ‘카바이트’를 섞은 탓에 두통 등의 숙취가 생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막걸리만을 위해 별도로 담금을 하고, 양조 기술 또한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
●싼 술이다?
보통 막걸리는 1000원대지만 국순당의 이화주나 일본에 수출되는 ‘고시레’ 등 프리미엄 막걸리는 1만∼1만2000원이다.
●동동주와 같다?
술통에 넣은 고두밥이 완전히 발효되기 직전에 둥글고 큰 밥알과 함께 떠낸 맑은 술이 동동주다. 반면 막걸리는 맑은 청주를 걷어내고 아래에 가라앉은 걸쭉한 부분을 체로 지게미를 밭아낸 것이다. 최근에는 고두밥을 짓지않고 생쌀을 가루로 만들어 발효시켜 만들기도 한다.
●금방 상한다?
일반 생막걸리는 10도 이하 냉장보관 시 유통기한이 10일이지만 제조·보관 기술 발달로 유통 기한이 늘어나고 있다. 저온살균한 막걸리는 제조일로부터 6개월∼1년 보관할 수 있다
첫댓글 막걸리 칵테일해서 먹으면 나름 새로운 맛이 있을것 같네요.
막걸리의 단점은 트림이나고 머리가 아픈것이 단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