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거라
민진홍
성근아 규리야 사랑하거라
아플 땐
부모님의 기도하는 마음을 생각하며
서로의 약손이 되어 사랑하거라
힘이 들 땐
어부바하던 어머니의 등을 생각하고
넘어지려 할 땐
매달려 놀던 아빠의 어깨를 생각하며
서로 기대어 사랑하거라
다툼이 있을 땐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서로 안아주고 사랑하거라
사랑하며 살아가거라
청산과부
민진홍
밤꽃이 피면 밤은 길다
돛단배
민진홍
바다가 보고 싶어
새벽길을 나서 한낮에야
통영 바다를 바라본다
이리 보아도 과하지 않고
저리 보아도 모나지 않게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지금도 바다를 지키고 서 계시다
나는
이것보다 넓고 깊은 바다
이십여 년 동안 함께 만들어놓은
아기자기한 섬들을 지키려 하지 않았다
아니 있는 줄도 몰랐다
서둘러 뒤돌아 오는 길
작은 돛단배를 띄우러 집으로 향한다
언제까지
민진홍
견뎌온 마음
고개 둘리려는데
빗방울 소리
혹여나하게 하고
그리운 마음
스러지려는데
빗줄기 내려
다시 기대게 한다
돌아봐야
민진홍
친구들 모임이 있어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음식점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얼어 돌지 않는 물레방아가 보인다
세상은 돌고 돌아야만
살아 움직이는 이치라 하는데
그럼 저 물레방아는 죽었단 말인가
수없이 떨어 저 멍든 물을
잠시 쉬게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서 있고 싶은 물의 평생소원을
들어주는 건 아닐까
나를 돌려주는 곁이 멍들지 않았는 지
바람이 무엇일까 귀 기울였는 지
고개를 갸우뚱 돌리며 문을 열고 들어가
친구들 곁에 앉는다
친구들이 곁에 둘러앉는다
망상
민진홍
산사의 목탁 소리
발걸음 같이하며
마음의 침묵을 가르친다
풍경 소리는
스치는 바람일까
나의 흔들림일까
새 소리 처마에
매달리는 것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휘날리는 것
이런 것이다 이놈
도토리
정수리를 때린다
숨겨놓았는데
민진홍
깊이 들어앉은 나뭇가지에
물고기들 날아와
숨겨놓은 기억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햇살이 진혼제를 올리 듯
한 생을 서걱 베어버린
갈대를 부여잡고
물 위에서 몸을 떨다 넋을 잃는다
산 그림자 지워지며
물고기가 떠난 가지마다
다시 기억들을 매달고
쓰러진 물가를 쓰다듬으며
발길을 돌려 내려온다
프로필
김포문인협회 이사, 김포문예대학 15기 수료,
김포예총 예술인의 밤 김포시장상 수상. (2014년)
월간 시사문단 시 등단, 통진문학 회원, 풍경문학 회원.
첫댓글 따님 시집 보내면서 아빠의 기원을 시로 쓰셨군요.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