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그 뮤직'(Moog Music) 사가 1970년에 출시한 '미니 무그'(Mini-Moog)는 최초로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간편하며, 가격조건도 구입할만한 신디사이저였다. 이 악기는 대중음악과 전자 예술음악 두 분야 모두에서 인기를 얻었던 가장 대중적인 신디사이저가 되었다.(주82)
패트릭 글리슨(Patrick Gleeson: 1934~ )은 1970년대 초부터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허비 행콕(Herbie Hancock: 1940~ )과 함께 라이브 무대에 서면서, 순회공연(touring)의 관점에서 신디사이저들을 이용하는 방법에 관해 다양한 실험들을 했다. 두 사람은 초창기에 발매된 모델들이 순회공연에 적합한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주83)(주84)
(동영상) 패트릭 글리슨이 허비 행콕의 밴드에 소속되었을 당시 발표한 앨범 <섹스턴트>(Sextant, 육등분의: 1972년작) 수록곡 <레인 댄스>(Rain Dance).
독일 쾰른(Cologne)에 위치한 WDR(서부 독일 방송, Westdeutscher Rundfunk)의 '전자음악 스튜디오'는 1974년에 [대형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인] 'EMS 신디 100'(EMS Synthi 100)을 구입했다. 많은 작곡가들이 이 기종을 이용하여 주목할만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롤프 겔하르(Rolf Gehlhaar: 1943~ )의 <5개의 독일 무용>(Fünf deutsche Tänze: 1975년작),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의 <시리우스>(Sirius: 1975~1976년작), 존 맥과이어(John McGuire: 1942~ )의 <맥박 음악 3>(Pulse Music III: 1978년작) 등이 포함된다.(주85)
1980년대 초가 되면 '베이스 신디사이저'(bass synthesizer: [역주] '베이스 신스'[bass synth]라고도 불리며, 저음역대의 소리를 창출하는 신디사이저)가 출현한다. 그 중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기종은 '롤랜드 TB-303'(Roland TB-303) 기종으로서, 1981년 말에 출시된 이 기종은 베이스 신디자서이저 기능과 시퀀서(sequencer: [역주] 녹음, 편집,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기능을 겸비하고 있었다. 이 악기는 이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 EDM)에서 고정적인 사용 악기가 됐는데,(주86) 특히 '애시드 하우스'(acid house) 장르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주87)
(사진) '롤랜드 TB-303'의 전면부 모습.
'롤랜드 TB-303'은 시카고에서 활동한 애시드 하우스 그룹인 '퓨처'(Phuture: 현재는 '퓨처 303'[Phuture 303])가 1987년에 싱글 <애시드 트랙스>(Acid Tracks)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대중화되진 못했지만, 그 기종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이들 중 한명은, 1982년에 이 악기를 사용했던 [인도 볼리우드 영화음악 연주자인] 차라닛 싱(Charanjit Singh)이었다.(주87)
(동영상) 기타리스트이자 키보디스트인 차라닛 싱은 볼리우드 영화음악계의 유명 세션맨이자 밴드 리더이기도 했다. 그가 1982년에 발표한 <신디사이징: 디스코 비트로 편곡한 10곡의 라가들>(Synthesizing: Ten Ragas to a Disco Beat)은 애시드 하우스 음악의 원조로 불리는 '퓨처'보다 5년이나 앞서서 발표된 하우스 뮤직이었다. 차라닛 싱은 아직도 뭄바이의 원로 뮤지션으로서 생존해있다.
(주82) "1969년, '미니무그 모델D'(Minimoog Model D)라고 불리는 스튜디오용 무그의 포터블 타입이 출시되어, 대중음악계나 전자 예술음악계 모두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악기가 되었다." ---- Montanaro, Larisa Katherine (2004), "A Singer's Guide to Performing Works for Voice and Electronics", DMA thesis (Austin: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주84) "예 맞아요. 저는 1970년에 허비 [행콕]을 만나기 전까지는 [무그 사의 모듈러 장비를] 썼었죠. 이후 나는 ARP 사의 2600 모델을 사용했죠. 왜냐하면 무그 사 제품은 무대 위에서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그건 너무 크고 복잡하게 생겼죠. 우리는 그것을 매번 이동시켜야 했습니다. 그것을 바깥으로 글어내려고 했더니, 난 그런 일을 길바닥에서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달았죠. 그래서 ARP 사 모델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Sofer, Danny; and Doug Lynner (1977), "Pat Gleeson", Synapse: the Electronic Music Magazine1 (5 (January–February)): 21–24, 35. p.23.
(주85) Morawska-Büngeler, Marietta (1988), Schwingende Elektronen: Eine Dokumentation über das Studio für Elektronische Musik des Westdeutschen Rundfunk in Köln 1951–1986, Cologne-Rodenkirchen: P. J. Tonger Musikverlag. pp. 52, 55, 107~108.
1977년 파리에서 설립된 'IRCAM'(이르캄, Institut de Recherche et Coordination Acoustique/Musique: 음악·음향 연구센터, 프랑스현대음악연구센터)은 컴퓨터 음악 연구의 주요한 거점이 되었고, [최후의 대형 디지털 사운드 워크스테이션이었던] '소지텍 포 엑스'(Sogitec 4X)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여 시연하는 곳이기도 했다.(주88) 이 컴퓨터는 결국 혁명적인 실시간 신호처리를 보여주었다.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 1925~ )의 <응답>(Répons:1981년작)은 24인조 악단과 6명의 독주자가 등장하는 곡인데, '소지텍 4X' 컴퓨터를 이용하여 독주자들의 소리를 정교하게 확성기 시스템으로 전환시켜 주었다.
(사진) 1989년에 촬영된 IRCAM의 메인 장비실 모습.
네델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에 위치한 'STEIM'(스타임, STudio for Electro Instrumental Music)은 전자 공연예술 부문의 '실험적인 악기 연구 및 개발'을 위한 연구센터이다. 'STEIM'은 1969년부터 존재했고, 그 설립자들은 미샤 멩겔베르그(Misha Mengelberg: 1935~ ), 루이 안드리에센(Louis Andriessen: 1939~ ), 페터 샷(Peter Schat: 1935~2003), 딕 라이마커스(Dick Raaymakers: 1930~ ), 얀 반 블리츠멘(Jan van Vlijmen: 1935~2004), 라인베르트 드 레우(Reinbert de Leeuw: 1938~ ), 콘라드 뵈머(Konrad Boehmer: 1941~ )였다. 이 네델란드 작곡가들은 암스테르담 음악계의 봉건적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싸우기도 하여, 브루노 마데르나(Bruno Maderna: 1920~1973)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음악감독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네델란드의 전자음악을 실험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최초의 공적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전자음악 스튜디오'(Elektronmusikstudion: EMS)은 과거에는 '스웨덴 일렉트로-어쿠스틱 음악'(Electroacoustic Music in Sweden)이란 명칭을 갖고 있었고, 전자음악 및 음향예술(sound art)에 관한 스웨덴의 국립 센터이다. 이 연구소는 1964년에 설립됐고, 스톡홀름(Stockholm)에 위치해있다.
(주88) Schutterhoef, Arie van (2007), Sogitec 4X, Knorretje, een Nederlandse Wiki over muziek, geluid, soft- en hardware.
1960년대 말이 되면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나 '비틀즈'(The Beatles) 같은 '팝'(pop)이나
'락 뮤직'(rock music) 장르의 뮤지션들도 자신들의 사운드를 보완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테레민(theremin)이나 멜로트론(Mellotron) 같은 전자악기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말에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예스'(Yes), '이엘피'(ELP: 정식명칭은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Emerson, Lake & Palmer]), '제네시스'(Genesis) 같은 밴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무그' 사의 신디사이저가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 사운드에서 선도적 위상을 갖게 되었다.
(동영상) 슈퍼 3인조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인 '이엘피'(ELP)의 명 연주곡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 1971년 라이브.
(동영상) '제네시스'가 1971년에 발매한 3번째 앨범 <보육원의 범죄>(Nursery Cryme)에 수록된 1번째 곡 <더 뮤지컬 박스>(The Musical Box). 벨기에 TV에 출연해서 공연한 라이브이다.
(동영상)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음악적 내용과 주제도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었지만, 특히 공연예술의 규모와 기술적 측면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시대를 선도했다. 1975년에 발표된 명곡 <샤인 온 유어 크레이지 다이아몬드>(Shine On You Crazy Diamond). 이 공연은 1994년 런던에서 행해진 것이다.
특히 '연주 중심의 프로그레시브 락'(Instrumental prog rock)은 유럽 대륙에서 상당한 세력을 얻어서 독일 출신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 '캔'(Can), '파우스트'(Faust) 같은 밴드들은 언어적 장벽을 넘어서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주89) 한때 '록시 뮤직'(Roxy Music)에서 키보드를 담당했던 영국 뮤지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1948~ )의 작품들이 발표되면서 신디사이저의 비중이 매우 큰 '크라우트 락'(Kraut rock)이 출현하여, 이어진 신스 락(synth rock: '일렉트로닉 락'[Electronic rock], '일렉트로 락'[electrorock], '디지털 락'[digital rock]이라고도 부름) 장르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주90)
(동영상) '크라프트베르크'의 <모델>(Das Model)의 1980년 TV 출연 모습. 이들은 이제 원로 밴드가 되어 최근까지도 활동하고 있다.
(동영상) '탠저린 드림'의 2006년 베를린 공연.
이 무렵에는 일본의 뮤지션들도 일렉트로닉 락 뮤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만확 데즈카 오사무(Osamu Tezuka, 手塚治虫: 1928~1989)의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을 작곡했던] 토미타 이사오(Isao Tomita, 冨田 勲: 1932~ )가 1972년에 발표한 <일렉트릭 사무라이: 락적인 분위기로>(Electric Samurai: Switched on Rock)는 무그 신디사이저를 이용하여 동시대의 팝 음악 및 락 음악들을 재해석한 것이었다.(주91) 또한 키타지마 오사무(Osamu Kitajima, 喜多嶋修)는 1974년에 프로그레시브 락 앨범인 <벤자이텐>(Benzaiten: 弁才天)을 발표했다.(주92)
1970년대가 되면 장 미셸 자르(Jean Michel Jarre: 1948~ ), [그리스 출신의] 반젤리스(Vangelis: 1943~ ), 토미타 이사오 같은 일렉트로닉 아트 뮤직의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특히, 토미타는 브라이언 이노와 더불어 '뉴 에이지 음악'(New Age Music)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주93)
(동영상) 키타지마 오사무는 이미 일본에서 중견 뮤지션이었는데, 1971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영국에서 저스틴 히스클리프(Justin Heathcliff)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당시의 영국 포크 뮤직이나 사이키델릭 락(Justin Heathcliff)의 영향을 흡수했고, 특히 '비틀즈' 같은 뮤지션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1974년에 발매한 앨범 <벤자이텐>(변재천)은 다시금 자신의 본명으로 발매한 앨범이다. NHK가 촬영한 이 동영상은 일본 텐카와 벤자이텐 신사에서 공연한 실황을 녹화한 것이다.
(동영상) 반젤리스의 1973년 앨범 <지구>(Earth)에 들어 있는 곡 <노래>(A Song).
(사진) 2007년 10월 15일에 촬영된 반젤리스의 최근 모습. 그는 지난 50년간 일렉트로닉 뮤직의 모든 시기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1974년 무렵 '펑크 락'(punk rock)이 등장한 이후로 점차 새로운 디지털 기술로 여타 악기들을 대체해나가는 '신스 락'의 기본적 형식이 출현했다. 그 선구자들을 살펴보면, 1977년에 싱글 <히로시마 몬 아모르>(Hiroshima Mon Amour: 히로시마 내 사랑)를 발표한 영국의 뉴웨이브 밴드 '울트라 폭스'(Ultravox),(주94) 일본 밴드인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 YMO), 영국 출신인 게리 뉴먼(Gary Numan: 1958~ ), [1980년 결성된 밴드] '디페쉬 모드'(Depeche Mode), [1977년 결성된 혼성 그룹] '휴먼 리그'(The Human League),(주95) [1978년 결성된 뉴웨이브 그룹] '오케스트랄 머뉴버스 인 더 다크'(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 OMD), [1976년 결성된 펑크 락 밴드] '튜브웨이 아미'(Tubeway Army), 그리고 미국 출신[으로 1972년 결성된 뉴웨이브 밴드] '디보'(Devo) 등이 있다.
특히 일본의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는 밴드 이름과 동명 타이틀 앨범(1978년) 및 <솔리드 스테이트 서바이버>(Solid State Survivor: 1979년)을 발표하여 '신스 팝'(synthpop: '일렉트로 팝'[electropop]이나 '테크노 팝'[technopop]으로도 불림)의 초창기 발전에 큰 도움을 주었다.(주96)
(동영상) 1976년에 결성된 일본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는 3~4인조 편성을 유지했다. 1979년 라이브.
(동영상) 한국의 디스코 텍에서 인기가 많았던 곡, '휴먼 리그'의 <돈츄 원미>(Don't you want me: 1982년)
'미디'(MIDI: 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역주] 다양한 디지털 악기와 장비들, 그리고 컴퓨터를 연결한 복합적 장치의 개념) 개념이 정립되고 '디지털 오디오'(digital audio)가 발전하자, 순수하게 전자적인 음향을 만드는 작업이 보다 용이해졌다.(주97)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신스 팝'을 성장하게 했고, 뒤를 이어 '뉴 로맨티시즘'(New Romanticism: '블리츠 키즈'[Blitz Kids]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림)에도 채택되면서, 1980년대 초에 신디사이저는 팝 음악과 락 음악에서 주류적인 위상을 갖는 장비가 되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두드러진 황동을 했던 아티스트들에는 영국의 뉴웨이브 밴드들인 '듀란 듀란'(Duran Duran), '스팬다우 발레'(Spandau Ballet), '어 플록 오브 시걸스'(A Flock of Seagulls), '컬처 클럽'(Culture Club), '토크 토크'(Talk Talk), '재팬'(Japan), '유리스믹스'(Eurythmics) 등이었다. '신스 팝'은 1980년대 중반에 인기가 떨어질 때까지,(주95) 때때로 다른 모든 악기들을 대체하여 신디사이저만 사용하기도 했다.(주98)
(동영상) 1978년에 결성된 '듀란 듀란'은 1980년대에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밴드였다. 수려한 외모로 전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이들은 재결합에 성공하여 현재도 활동하고 있다. <더 리플렉스>(The Reflex).
(동영상) '유리스믹스'의 <스윗 드림스>(Sweet Dreams).
(주89) Bussy, Pascal (2004), Kraftwerk: Man, Machine and Music (3rd ed.), London: SAF, pp.15~17.
(주90) Unterberger, R (2002), "Progressive rock", All Music Guide to Rock: the Definitive Guide to Rock, Pop, and Soul, in V. Bogdanov, C. Woodstra and S. T. Erlewine, eds, (3rd ed.), Milwaukee, WI: Backbeat Books, pp.1330~1331.
(주91) Jenkins, Mark (2007), Analog Synthesizers: Understanding, Performing, Buying: From the Legacy of Moog to Software Synthesis, Amsterdam: Elsevier, pp.133~134.
첫댓글 역시 1970년대가 정말 화려하네요..
베이비 붐 세대가 이룩했던
대중음악의 춘추전국 시대..
갑자기 폭발적으로 정보량이 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