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시대, 인간의 일>(구본권 지음/ 어크로스 펴냄/ 2015)
2016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바둑은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많고 변수가 다양한 게임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올 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이다. 이로 인해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증폭 되었고, 구글은 알파고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티브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 경고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기술의 발전은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때문에 AI에 대한 연구도 계속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로봇시대에 직면하게 될 10가지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GPS장치가 민간 영역에 도입되면서 고소득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인간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켜 주었던 기계였지만 인공지능이 탑재되면서 전문적인 일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저자는 '제2의 기계시대, 내 직업은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정을 이식한 감정로봇도 등장했다. 일본 네스카페 매장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대화하는 페퍼는 고객의 얼굴표정을 읽고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대화에 능숙하다. 애완동물을 대체할 반려로봇은 치매나 자폐증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으며, 임상에서 의학적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위의 두 사례는 인간과 로봇의 감정교류가 가능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저자는 영화 <그녀>에서처럼 '감정을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연애시대가 온다?'라며 인간과 로봇의 사랑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무엇일까?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는 이렇게 말했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P328)"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은 결핍에서 나온다고 한다. 인간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질문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개척해 나갔다. 이 '두 가지 능력'은 기계가 따라할 수 없는 인간만의 특성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기계와 다른 '두 가지 능력'이 로봇시대에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첫댓글 1차 합평 도서의 새로운 서평이네요 ^^ 무척 반갑습니다 ㅎㅎ 저자의 의도를 잘 짚어주셔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과학책일까요? 인문학책일까요? 궁금합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수 없는 시대라...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