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43] 칠레의 해산물 요리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입력 2022.07.14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43] 칠레의 해산물 요리
태평양을 면한 끝없는 해안에서 채집되는 해산물이 풍부해서 맛객을 유혹한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figcaption>
칠레는 일반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로 알려져 있다. 안데스산맥과 파타고니아 등의 자연환경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태평양을 면한 끝없는 해안선이 압권이다. 당연히 해산물도 풍부해 맛객을 유혹한다. 각종 생선은 물론 성게, 홍합, 굴, 털게, 맛조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멍게와 전복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런 재료들을 이용한 해물 요리 역시 일찍부터 발달해왔다.
색다르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해물 요리들과 유사한 것들도 많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figcaption>
생선구이는 물론이고 전복만두(Empanadas de Locos), 전복죽, 홍합볶음밥, 조개치즈구이, 해산물 뚝배기(Paila Mariscos) 등 색다르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해물 요리들과 유사한 것들도 많다. 그중 특이한 음식은 칠로에 국밥이다. 전복과 멍게, 쌀과 감자를 넣고 끓인 ‘칠로에(Chiloé)’섬의 전통 요리로 그 맛이 무척 친숙하고 편안하다. 한반도의 삼면 바다와 칠레의 긴 해안선은 다른 지형이지만, 바다가 주는 재료를 이용하는 방법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슬라 네그라(Isla Negra)에 있는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집. 유럽에서 귀국한 후 바다 전망을 보며 문학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 정착한 곳이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figcaption>
칠레의 국민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로 친숙해졌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멀지않은 이슬라 네그라(Isla Negra)에 그의 집이 있다. 유럽에서 귀국한 후 바다 전망을 보며 문학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 정착한 곳이다. 수집을 좋아해 집에는 볼거리도 꽤 많다.
파블로 네루다는 ‘칼디요 데 콘그리오(Caldillo de Congrio)’를 좋아했다. 붕장어에 토마토 등의 야채를 넣고 끓인 칠레 전통 음식이다. 이 요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장어탕(Oda al Caldillo de Congrio)’이라는 송시(頌詩·특정한 물체를 대상으로 한 서정시·스페인어로 Oda)를 남겼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도 칠레에는 이 메뉴를 파블로 네루다의 시(詩)와 같이 소개하면서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마치 우리나라 복요리 집이 소동파(蘇東坡) 시인의 극찬으로 알려진 ‘죽음과 바꿀 만한 맛’이라는 문구를 써 놓은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바닷속에서 살롱을 본다’는 시인들의 묘사는 특정 음식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