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산정 통진문학 26호 원고
관만휴정사<觀晩休庭舍>
(나이들어) 쉴 집을 바라보며
吾家無寶物우리 집에 보물은 없다네
寶物唯淸白보물은 오직청백일뿐일세
常在淸風光늘 맑은 바람과빛이 있어
更簫琴絃樂더불어 대금단소거문고 소리뿐
貴友懷淡茶귀한 친구와담백한 차를 나누니
憶懷然流水묻혔던 생각들이물에 흘러가네
由吾陋貧閑비록 누추한 빈한한가옥일진대
尙士豊富積항상 선비들의풍부한 덕이 쌓이길
<부귀빈한><富貴貧寒>
남에게 빌릴 것 없어
내 걸로 족했고
좋아하는 글 노래악기로
춤추어도살기 좋았네
몸과 마음은 오롯이 내 것이어
물질과 바꿀 뜻전혀 없었네
牛馬 가졌음에도 몸과 마음 바치어
더 구하는 그대는
진정한 장부 같진않구랴
다 내려놓고
헛된 공명에 속지 마시게
해는 쉬지고 꽃은 피지만
곧
시들더이다
<선교장 능소화>
선교장 정원에
능소화 한 그루만
다른 나무 없이 혼자 서 있네
옛 충청 선비선교장 머물 때
자기 집 능소화 보낸다 했네
죽을 때 유언되어
지겨진 약속
사대부가士大夫家 선비의 무거운 약속
한 마디 유언되어 지키니
대대로 후손들
이 사나이의 약속은 일천금임을
능소화, 본이 되어
묵묵히 오늘도 지키누나
男兒一言重千金
<한 장의 사진>
지금
몇 번째 사진을 보는지 모를 걸요
꽃 분홍색
본견의 화사한 한복 차림
옅은 미소와 손짓에
미워서 한 번~
질투나서 또 한 번~
보고싶어 또 한 번~
나의 심장이
불타 올라 또 한번~
에구,
사진이 달아 버리겠군요
그래도
당분간 볼 수가 없다구요
워낙 바쁘다구요?
사진 속의 그대보며
참으라니요
알겠습니다
스무 날 만에 온
사진 한 장
<미운 건망증>
나도 이젠 늙어
전에 모르던 치매,
아니 심한 건망증에 걸렸나 봐요
분명 조금 전에 봤는데
기억 안나서다시 문자 보내고
카톡으로 또 말하니
왜?
이러냐고 하겠지요
진짜 이젠 늙어
전에 모르던 치매,
아니 독한 건망증에 빠졌나 봐요
잠시 전의 문자를봤어요
주절 주절, 꼬물 꼬물
뭔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죠?
맞아요
난 기다리지 못하고
편안치 못해 미워하는
당신 생각에만
건망증같이 치매처럼
또 묻고또 묻다
잠이 들어요
미워요 내 사랑
<내 어찌>
내 어쩌다
이러한가슴앓이로
속을 끓일 줄이야
그대 어떻게
잔잔하던 내게로 들어 와
속을 흔든답니까
생각하니 보고 싶고
보고 싶으니 또 생각나고
어느 것이 먼저인지
억지도 아니게 저절로 일어남은
본래의 내 면목인가
가슴만 쓸어봅니다
미움은 왜 생겨
부끄러운지
속 태우는 이 마음
질투라 하니 이생에 만난 미움
질투 연모 모두를 그리움에 담아
내 어찌
잊으오리까
내 어찌 알았으리까
<다시 서기>
앞으론 길게 난
좁은 오솔길 옆
여지껏 본 적 없는
새 한 마리 날다
목은 치켜든 채
어딜 저리 다니나
여기저기로 끄덕이는 머리짓
언제적 인사든가
아서라
그냥 그대로 생긴대로
휘젓는 걸 이름지어 무엇하리
그대의 길도 그러려니
어서 가시게
저녁이 조용히
깊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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