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안재환이 자살한 구체적인 정황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지난 9월 19일, 유족들은 각종 자료와 함께 안재환의 죽음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요구하는 신청서를 북부지검과 노원경찰서에 각각 제출했다. 유족들은 세상에 둘도 없이 낙천적인 사람이 자살을 선택할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종, 사망 발견에서 발인까지
소주 네 병과 네 장의 유서
사건 신고를 접수받고 가장 먼저 출동한 노원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대형 화물트럭 운전기사가, 주차돼 있던 카니발 승합차로 인해 진로가 막히자 차 안을 들여다보다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으며 사망 시점은 2주 전쯤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재환에 대한 가족들의 실종신고는 없었고, 소지한 휴대폰을 조사한 결과 아내 정선희와 10분 정도 나눈 대화가 마지막 통화로 기록돼 있으며, 그 시기는 8월 21일 오후 10시쯤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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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환 시신이 발견된 검정색 카니발 차량. 마을 주민들은 오랫동안 그곳에 주차돼 있었다고 말했다. 차 안에는 안재환이 자살할 때 사용하고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연탄 한 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안재환의 차가 발견된 장소의 인근 주민들은 “검은색 카니발 차량이 3~4주째 같은 장소에 주차돼 있었다. 차량 부근을 지날 때 심한 악취가 났지만 여름이고 근처에 쓰레기 투척장이 있어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오열과 실신을 반복한 정선희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안재환의 고등학교 6년 선배라는 구모 씨가 찾아와 생전 안재환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안재환과는 지난 8월 22일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나 자정까지 술을 마셨다. 양복을 입고 왔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제2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융자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대답했다. 융자는 잘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씨는 “안재환이 지난 7월 ‘많이 힘들어 죽고 싶고, 노숙자가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 지켜보고 싶은데 얼굴이 알려져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안재환이 수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안재환이 9월 20일경 화장품 판매대금을 받는다고 기뻐했고, 5억원이면 그럭저럭 화장품 회사가 굴러갈 수 있으니 자신을 우리 회사 CF모델로 기용하고 5억원만 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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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희는 안재환 시신이 발견된 9월 8일부터 장례식이 진행된 11일까지 오열하다 쓰
- 러지고를 반복했다. 그녀는 장례가 끝난 이후에도 헛소리를 하는 등 오랫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후 5시경 잠시 친정집으로 돌아갔던 정선희가 실신해 을지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정선희는 병원에 입원한 후에도 “우리 남편 안 죽었다. 죽은 건 다른 사람이다. 재환 씨 실종신고를 하겠다”고 울부짖더니, “우리 어머니 불쌍해서 어쩌냐”며 시어머니 걱정을 하기도 했다.
안재환의 시신은 10일 아침 서울 고대안암병원으로 이송돼 지역법의관사무소에서 9시 40분경 부검을 시작했고, 한 시간 만인 10시 50분께 종료가 됐다. 사건을 담당하고 부검에 참석한 서울 노원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별다른 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위 속에도 약물과 같은 내용물은 없었다”고 말해 항간에 떠도는 타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안재환의 누나(옆) 등 유족들도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갑작스런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부검 결과는‘자살’
9월 11일 오전 7시경 강남성모병원에서 안재환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중계광명교회 조청래 목사가 기독교식으로 집전한 이날 영결식은 정선희를 비롯한 유가족과 최진실, 최화정, 이소라 등 정선희의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영결식은 30분 만에 짧게 끝났다.
최진실의 부축을 받으며 영정사진을 쫓아오던 정선희는 안재환의 시신이 담긴 관을 보는 순간 다시 쓰러졌고, 이어 뒤따르던 정선희의 어머니도 “내 딸! 내 딸!”을 소리쳐 부르다 함께 쓰러졌다. 실신한 정선희는 결국 리무진을 타지 못하고 동료 연예인들이 탄 영구차에 태워져 운구차 뒤를 따랐다. 안재환의 시신이 경기도 성남시립화장장에 도착해 운구되기 시작하자 잔뜩 흐렸던 하늘에선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36세의 젊은 나이에 아까운 생을 마감한 안재환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벽제 하늘문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첫댓글 억울한 죽음을 하늘도 슬퍼하는군요,, 정선희는 감히 고 안재환의 시신과 같이 못 타지요,,
자기가 죽음으로 내몬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리무진 못타고 영구차에서 고 최진영의 부축을 받고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