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금요일 오후. 교생선생님이 내일이면 가시는 그 금쪽같은 오후에 우리 도서반은 2000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왔다. 대학로에 있는 관계로 웬만한 문화 행사는 전부 30분 거리에 있는 입지 조건이 무색하게 강을 넘어 잠실 지나 삼성역의 무역센타까지 장장 한 시간여에 걸친 지하철 투어였다. 그나마 지하철 4호선과 코엑스 전시장의 빵빵한 에어콘 덕을 보긴 했지만 지치고 피곤한 시간. 그러나 오가는 지하철 내에서 어느 친구 한 명 얼굴을 찡그리지 않아 기특했고, 서로 친하게 만든 담소(? 수다!)로 인해 우리도 역시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우선 올해 도서전은 작년(작년에도 첫날인가 오후에 특활시간을 이용해서 도서반과 갔었다)에 비해 많이 부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는 특집이었던 '책과 관련된 그림전시회' '우리만화 전시회' 등등 알차고 깊은 내용이 꽤 많았다. 작년에 사온 '책 관련 일러스트 모음집'은 우리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유용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의 도서전은 각 출판사의 홍보성 전시 말고 특별기획전이 별로 알차지 않았다. 무리해서 우리 아이들을 거기까지 끌고 갔는데, '청소년'을 배려하는 기획, 전시공간이 없어서 섭섭한 마음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중학교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선생님과 도서반이 같이 지하철을 갈아타고 그 큰 전시장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것을 배운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와르르 까르르 웃으면서 풀어놓은 얘기 보따리 속에서 나는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본다. 늘 '선생님'이어서 근엄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는 모습에서 한 발자국 아이들 곁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작년에 갔을 때는 1층이 수리 중이어서 돌아간 기억이 있는데, 그 공사를 마치고 우아하고 쾌적한 쇼핑몰이 들어가 있었다. 유명 외국 브랜드의 옷과 먹거리를 파는 점포를 지나 드디어 태평양관. 개관 첫 날이지만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입구에서 시간을 정하고 각자 보기로 했다. 각자 보고 싶은 것 보면서 다니라고 했지만, 학년별로 몰려 다니는 아이들, 나도 예전에 그랬다.
특별기획전이라고 몇 가지를 하긴 했지만, 100점 만점의 60점.
1. 새천년, 미래를 읽는 책
들어서자마자 '새천년, 변화를 읽는 책' 코너를 만나게 되었다. 파트별로 도움말과 관련책을 전시했는데, 「∼역사」와 「∼.com」, 「∼과학」류의 책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는 비룡소에서 출간한 『우리 아빠』를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메모를 했다.
2. 볼로냐 라가찌상 우수아동 도서전
분명히 특별기획전일진대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든가. 입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가장 멀고 외진 곳에 자리한 곳을 찾고 나서는 외국동화책을 나라별로 진열만 해놓고 마는 무성의에 화가 났다. 각 나라의 동화책과 어린이책을 한 곳에 모으는 전시라면, 나라별로 죽 늘어놓는 평면적인 전시가 아니라 우수작가를 선정하든지 외국 아동도서의 주요 흐름이랄지 그도 아니면 기획하는 측에서 좋은 아동도서를 소개하는 소개말 정도라도 정리해서 전시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상의 여건으로 인해 대부분의 관람객은 이곳에 오지도 못했으며, 찾아온 사람들도 주마간산식으로 진열해 놓은 책을 떠듬떠듬 넘겨보고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나는 어찌했는가? 요즘 들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게 그 볼로냐?)에 우리 출판계 인사들이 다투어 참가(고정 부스도 없이 그저 특별관람객 정도의 수준으로 참가)해서는 내용도 보지 않고 입도선매하는 형식으로 판권을 산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질좋은 외국동화들이 넘쳐나는 우리의 아동출판. 국내출판계 인사들은 이미 볼로냐 현장에서 봤던 그림책이어선지 관계자 느낌의 사람들은 없었고, 몇몇 열성분자 엄마들과 일러스트레이터인듯한 여대생들이 동화책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본 책 중 인상적인 것은 프랑스책이었는데, 언뜻 보면 그림백과사전같은 책이 있었다.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과 몇 줄 문장이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빈 여백이었던 책이 마음에 꼭 들었다. 내가 읽고 싶은 책, 우리 딸에게 사주고 싶은 책, 더 욕심을 내면.... 내가 만들고 싶은 책.
3. 세계 속의 한국 문학, 한국 작가
특별기획전은 다들 입구에서 가장 먼 변방에 위치하는지. 이 특별전시회도 아동도서전과 같은 라인, 맨 뒤 그러나 중앙 쯤에 전시되어 있었다. 선정된 작가는 이문열, 고은, 박완서, 오정희... 또 누구였더라? (내가 좋아하는 오정희 선생님!!)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각 작가별로 그들의 작품 경향과 활동을 간단히 소개하고, 번역된 저서를 전시해 놓았다. 생각난다. 어느 대목에선가 '21세기 노벨문학상을 겨냥한∼'의 문구가 있었다. 음.... 과연 그런가. 우리 작가들의 외국어 번역본을 처음 봐서 그런지 이렇게 많이 번역되어 외국에 나가 있나?라는 놀라움, 그리고 10초 뒤에 우리나라 작가의 번역본을 대충 다 모았을 텐데 이게 전부라면 너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코너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 전시회에서는 안경을 낀 중년의 신사분이 호젓하게 앉아 계셨다.
4. 점자도서특별전
이런! 구석구석 살펴본다고 했는데 결국 못보고 만 전시. 같이 갔던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점자로 된 안내서만 봤다. 점자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책이 있다. 요즘에 새로 나온 <안내견 탄실이>. 일전에 집 근처 시티문고에 갔다가 산 책으로, 맹인들을 안내해주는 탄실이라는 맹도견과 시각 장애인 소녀와의 삶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인데, <삼촌과 함께 자전거여행>에서 그림을 그린 김동성 화백의 따뜻한 그림과 꾸준하게 '장애'의 문제를 소설로 펴내는 고정욱 작가가 펴낸 책이다. 표지에 점자로 '안내견 탄실이'가 새겨져 있는데,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 만져보는 점자는 아주 각별한 느낌이었다.
5. 한국민화 책거리 걸작선 - 2000년에 만나는 선인들의 서재
의외의 소득이었다. 국제도서전 안내문에는 없던 것이어서 뜻밖의 기쁨. 우리 민화 중에서 책을 소재로 한 것만 모은 작품전이었는데, 작가분들이 직접 소개를 해주셨다. 한 권 한 권 사연을 간직한 책들이 조르르 꽂혀 있는 '나의 서재'를 갖는 꿈을 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값진 전시회. 수업 시간에 민화를 가르칠 때는 그저 수없이 많은 민화들 중의 하나였는데, 이렇게 책잔치에서 만나는 책그림은 다르게 다가왔다. 2000원을 내고 사온 팜플렛에 적혀져 있는 인사의 글에서 책그림에 관한 것을 보면...
한국 민화 중 '책거리'로 불리는 '문방도'는 그 상징성이 어느 것보다 풍부합니다. 사랑방 선비의 서재에 주로 걸렸던 책거리는 학덕을 쌓는 사람들의 희망을 담고 있으며, 글 읽기를 일상생활로 삼아 학문의 길을 닦던 선비들의 환경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또한 어린이가 책 한 권을 다 읽거나 쓰고 나면 이를 격려해 주는 '책씻이'를 했는데, 이때 주위 어른들이 격려의 의미로 '책거리 그림'을 걸어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선인들이 독서 진작을 위해 그림으로써 가르침을 이끌어 왔다는 사실을 엿보게 해주는 의미있는 대목입니다.
6. 내가 편애하는 출판사 부스를 돌며
도서반 아이들을 데리고 간 중학교 교사가 온통 어린이책 출판사 앞에서 서성이다? 그 이유는? 그만큼 '청소년'이란 기준이 애매하기도 하고, 그래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도 없을뿐더러 도서전의 기획에서도 빠져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내가 선생님이기 이전에 초등학교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반가운 출판사와 책이 참 많았다.
(1) 도서출판 보리
가장 오래 머물렀고, 책도 한 권 산 곳. 세밀화를 그리시는 이태수화백님이 드디어 도토리계절그림책 가을편 <바빠요 바빠>를 내셨다. 갈색과 검은색 톤을 주조로 하다가 어느 장에선가 고추 말리는 그림에서는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붉은 빛의 그림. 목탄을 주조로 하는 콩테로 그리셨다는데, 전체적으로 가을빛이 그득하다. 참, 우리말을 사랑하시고 헌책방을 사랑하시는 청년, 통신에서 글로만 읽었던 꽁지머리 최종규님을 뵐 수 있었다. <바빠요 바빠>를 사면서 주섬주섬 챙겨주는 달팽이과학동화 포스터, 도토리계절그림책 엽서도 참 반가웠다. 집에 오니 엄마만 도서전에 갔다고 뭐라 하는 수민이에게 유일하게 사온 책이 네 것이라며 그 책을 줬는데, 생각만큼 반가운 표정이 아니다. 어른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책의 그림이나 내용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자신의 추억때문이구나. 그래서 우리 수민이는 잔잔한 풍경화에 그쳤구나. 그래도 국어 시간, 각 계절에 연관된 자유연상이 필요할 때 이 <봄-우리 순이 어디 가니> <여름-심심해서 그랬어> <가을-바빠요 바빠> <겨울-우리끼리 가자>는 유용하게 쓰이리라. 참, 6월말에 세밀화가 이태수 원화 전시회에 우리 두 녀석과 꼭 가아징!
보리 도서목록을 살펴보니, 정말 우리집은 보리팬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 도서관에도 있는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 <연필을 잡으면 그리고 싶어요> <할아버지 요강> <겨레아동문학선집> <살아있는 글쓰기> <살아있는 그림그리기>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 <잡초는 없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 <선생님 우리 연극해요> 등등 주옥같은 책들을 펴낸 출판사. '주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2) 길벗어린이
도서목록 팜플렛 제목이 '2000 두고두고 보고싶은 책'이란다. 제목이 너무 유혹적이다. 권정생님의 <강아지똥>을 사던 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와 함께 똥이 주인공인 동화여서 우리 아이가 신기해 하며 읽던 순간이 생각난다. 타인을 향한 가없는 사랑과 희생, 거름이 되어 맺은 생명. 이 주제가 너무 '바른생활 어린이'타입이어서 과연 아이들이 잘 읽을까 저어했는데, 의외로 <국어시간에 소설읽기>에 나온 <강아지똥>을 중학교 1학년 아이들도 재미있다며 잘 읽는다. 아! <만희네집>도 그러고보니 길벗어린이에서 나왔구나. <만희네집>을 보면서 우리 두 아이들 소원이 바뀌었다. 주택으로 이사 가는 것. 집안 구석구석을 어쩜 그렇게 잘 그렸는지. 카메라적 상상력! 그리고 집에 있는 동요그림책 <노래 노래 부르며>와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의 비타민같은 책들도 여기에서 나왔구나.
1학년 소설 수업을 하면서 소나기를 배울 적마다 우리집에서 가져와 실물화상기에 비추는 그림책 강요배화백의 <소나기>도 반갑다. 먹장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가 후두득 떨어지는 장면은 이 동화책의 백미인데, 때로는 좋은 동화책 한 권이 어떤 수준 높은 책보다 나은 것.
우리 도서관에서 살려고 찜 한 창작동화가 길벗어린이에서 '작은책방'이라는 시리즈로 나온단다. <봄바람>의 박상률씨가 새로 낸 창작동화 <바람으로 남은 엄마>, 박경태 장편 동화 <내 마음의 무지개>, 문선씨가 쓴 <제키의 지구 여행>은 중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위해 사놓을 책이고,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방>은 일주일전에 어린이도서관에서 빌려와 지금 읽고 있는 책이라서 눈길이 갔다.
(3) 창작과 비평사 - 내 마음의 오랜 친구 창비 어린이
가장 도서목록을 훌륭하게 낸 출판사였다. 재정이 튼튼한가? <학교에 간 개돌이>의 삽화가 전면에 깔린 표지. 우리 두 녀석의 흥미를 돋울 똥에 관련된 책이 여기에서 나왔다. 이름하여 <똥이 어디로 갔을까?> 살 책으로 메모. 우리 도서관에 창비 책이 많이 있나 싶어 이 후기를 쓰다말고 찾아보니 '창비교양문고'뿐, '창비아동문고'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몽실언니>정도 밖에 없다. 그리고 작년말과 최근에 나온 신간 몇 권뿐. '삼중당문고'와 '산하어린이', '현암아동문고'가 중학교도서관이기 때문에 초등수준과 겹치기는 했지만 구비한 것이라면, '창비아동문고'는 당연히 목록 안에 들어가야 할 것. 다음 번에 책신청할 때 이 목록을 참고해야겠다. 이곳에서 꾸준하게 우리나라 창작동화를 발굴하고 출판하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이원수, 이주홍, 권정생, 임길택, 손춘익, 현덕. 그리고 아주 젊은 채인선씨까지. 작가 소개와 그들이 낸 책들 소개가 알차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문제아>와 <가만 있어도 웃는 눈>, <햇볕 따뜻한 집>은 아이들이 좋아라 읽는 책들이다. 자신의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하기도 쉽고,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 사람의 감성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외국의 동화에 비해서 건드리는 것이 많나보다.
신인인 듯 오승희씨가 쓴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는 한 편 한 편이 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얼마전 읽었는데, 여러 상황에서의 소외된 아이들 맘을 잘 그려낸 책이었다. 또 작가 소개를 넘겨 보니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닌가. 아마도 고만고만한 아이를 키우고 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심리를 그렇게 잘 그려낼 수 있을까. 특히 산동네에 사는 무당의 딸인 인희가 자기가 버려진 부잣집 딸이라고 상상하는 대목에서 설핏 웃음이 나왔다. 정도는 다르지만 다들 그런 구석이 있으리니...
<톰 쏘여의 모험 1, 2> <달려라 루디>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호비트 1, 2>와 같은 책들은 외국의 동화이긴 하지만 도서관에서 꾸준하게 아이들이 빌려가는 책이다. 그리고 책을 반납할 때 물어보면 다들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책. 특히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단편소설 모음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에는 지역적 특성을 넘어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그리고 있어 잘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이상권 생태동화집 2권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와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한국의 시이튼동물기와 파브르곤충기라 할 만한 책이다. 우리 딸이 두고두고 읽는 책. 지식과 이야기가 잘 녹아든 책. 멋진 책. 진짜 마지막으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는 우리 도서관에서 50여권을 구입해서 필독 도서로 선정한 책.
(4) 좋은 그림책 만들기 26년 도서출판 보림
언젠가 우연하게 주소를 알게되어 들어갔던 홈페이지, 너무 근사했다. 보리 다음으로 아끼는 출판사이다.
벌써 5년이 훨씬 전일이 되었구나. 장안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마음 맞는 선생님 몇 분이랑 대학로에서 노래마을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보았던 가수 백창우씨는 이젠 어린이 노래운동가로 더 유명하다.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라는 기획으로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와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이 악보집과 카세트로 보림에서 나와서 잘 듣고 있는 중이다. 특히 하도 들어서 테잎이 늘어져서 다시 사야하는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은 한 곡 한 곡이 전부 다 예술이다. 얼마전 백창우씨와 굴렁쇠 아이들 공연이 매진되는 바람에 가지 못했는데, 다시 집에서 노래로나 들어야겠다.
보림에서는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많이 나와서 우리집에서 갖고 있는 것으로는 <땅속 나라 도둑 괴물>과 <반쪽이>, <견우직녀>, <단군신화>, <그림 그리는 아이 김홍도> 정도. 각각 모두 소금같은 좋은 책들이다. 참,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수업시간 '명작 비틀어 읽기 혹은 딴지 걸기' 정도로 응용해도 좋을 책이다. 우리 두 아이는 원작보다 이 동화책 이야기로 더 익숙해서 정말 이상한 책.
'솔거나라' 시리즈로 우리 것을 천착하는 점에 대해 칭찬할라 치면, 좋은 외국동화책을 바지런하게 소개하는 출판사로도 애쓰고 있는 출판사. '볼로냐 우수아동도서전시회'에 전시된 외국책 중에서 이번에 보림에서 펴낸 <아빠랑 함께 피자놀이를>도 들어 있으니, 참 발빠른 출판이다. 나도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5) 웅진닷컴의 웅진
여기에 발빠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구나. 회사명을 요즘 유행하는 '∼닷컴'으로 바꾼 곳. 우리집에는 웅진책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도서목록을 넘기다 보니 꽤 많은 책을 샀구나. <잠잘 때 하나씩 들려주는 이야기> <하늘땅 만큼 좋은 이원수 동화나라>.
얼마전에 굴렁쇠신문을 들고 와서 눈빛 반짝이던 수민이가 보여준 책광고 <내 이빨 먹지 마>. 이 책의 부제는 '수민이네집 가족동화'였다. 여섯 편의 단편이 모두 좋은 책. 내 마음의 별점 혹은 올챙이 다섯 개를 준 책이다. 물론 우리 수민이는 우리집 얘기인 것처럼 들떠 단숨에 읽은 책이다.
<나쁜 어린이표>와 <초등학생을 위한 그리스 신화>는 앞으로 살 목록이다.
그리고 내 주변 어디를 가리지 않고 강력추천하고 다닌 책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가 바로 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나만 좋아하는 책? 아무튼 도서관에 오는 여중생들이 줄줄이 읽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6) 사계절 출판사
사계절에서는 멋진 포스터를 얻었다. 장수경 장편동화 <오줌멀리싸기 시합>에 나오는 그림인 듯, '푸르른' (이외에 어떤 말로 이 나무의 푸르름을 설명할까) 나무가 그려져 있는 포스터. 2장을 얻어와 한 장은 식탁벽에 붙여 놓았고, 나머지 한 장은 도서관 내 책상 뒷벽에 붙였다. 오늘 도서관에서 책 빌리려 와서 날 보고 웃음 지었던 사람의 반은 아마 내 뒷편의 그림 보고 웃었을 듯.
위의 출판사들이 주로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출판한다면, 사계절이야말로 중학교도서관에서 반겨야 할 출판사라고 생각한다. 1318문고의 거의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구입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지금 나는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읽고 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외국의 청소년 소설이라서 선뜻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성장기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하여 많이들 읽고 있다.
그리고 <역사신문>과 <세계사 신문>을 낸 출판사답게 <생활사박물관>을 기획한다며 가편집 상태의 책을 내놓고 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돌리고 있었다. 어쩜! 우리 중학교 도서관에 딱!인 책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모두 15권으로 펴낼 예정이라는데, 우리집에도 사놀까 하다가 전집이면 으레 귀한 줄 모르고 건성으로 읽어 버릴까 아무래도 한 권씩 사야할까 보다.
(7) 그외의
그외에도 좋은 출판사 - 비룡소 등등 - 부스를 지나쳤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한림출판사와 시공사(시공주니어에 우리 아이들이 볼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라!), 우리교육과 같은 출판사들이 없었다. 내가 못 본 것인가?
그리고 전통의 출판사들 - 민음사, 한길사, 창작과비평사, 푸른숲, 현암사 등등 - 앞에서도 한참을 있었다. 특히 프랑스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받은 도서목록은 알찬 내용이었으며, 어리석은 자가 조금씩 산을 움직인다는 고사성어 - 우공이산(愚公移山) -에서 이름을 딴 도서출판 이산, 도서출판 친구는 설명 못할 친근함이 느껴졌고, 한참 잘 나가는 김영사는 그 시리즈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안내 책자 하나 받아서 도서관 게시판에 붙여 놔야지.
7. 에듀테인먼트? 혹은 상업적 경향, 거기에 너무 즐거워한 우리 도서반. 돌아오는 길
늘 그렇지만 도서전에 다녀오면 얻는 것이 많다. 작년 도서반은 맥도널드에서 나눠주는 것 같은 풍선까지 받아와 한 눈에 도서전에 다녀오는 티를 냈었는데, 올해는 그만큼은 아니라도 나눠주는 도서목록과 포스터, 엽서 받는다고 가방이 제법 무겁다. 행복한 짐. 아이들은 윤선생 영어교실에서 홍보하기 위해 영어테스트를 하고 주는 씨디롬을 받았다고 좋아라 하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조모양, 모근영양!) 친구는 하트모양의 유치찬란형 풍선까지 받아와 한참 구박을 받았다. (*^^*)
SBS <책하고 놀자> 김갑수씨의 생방송 소리, 외국서적 판매대의 쓸쓸함, 전자북 매장의 활기를 뒤로 하고, 나오는 길. 오는 전철 안 또 한 번 왁자함으로 도서전 방문을 마무리했다.
** 쓰다 보니 도서반을 인솔한 교사로서가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 색깔이 너무 짙어 좀 그렇네요. 하지만 뭐... 그게 저인걸요. 학생의 눈으로 본 도서전에 대해서는 함께 간 도서반의 글을 참고하세요.